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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기행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 '동래읍성'에서 맛본 동래파전 동래파전 한 점에, 금정산성에서 빚은 막걸리 한잔 걸치니, 한두 시간 동래읍성과 역사관에서의 시간이 다시 머리와 가슴에 휘돈다. 내 마음 한켠에서 동래 부사 송상현과 어린 백성, 그 갸륵한 이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동래파전과 막걸리 한 잔 건넨다.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부산!'만큼 다양한 색깔을 지닌 도시가 있을까? 우리나라 제2의 수도 부산광역시는 시대별로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멋들어진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 야경을 더욱 빛내는 마린시티와 광안대교, 서핑의 성지 송정으로 대변되는 화려한 바다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글로벌 메가시티로 발돋움하는 도시가 부산이다. 허나 전후 세대들에게 부산은 동족상잔의 비극 6·25에서 살아남은 낙동강 이남 피란의 땅이자 전쟁 동안 임시수도였던 '피란 수도'의 땅이다. 영화에서 보았던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등 전후 피폐한 나라의 경제를 일으킨 경공업의 도시기도 하다. 부산만큼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인 도시가 또 있을까. 그래서일까? 100가지 지역문화를 엄선한 '로컬100'에 부산은 금정산성축제와 UN평화문화특구, 부산진구의 호천문화마을 등 무려 여덟 개의 콘텐츠를 이름 올린 문화의 도시다. 인천과 서울이 각각 5개, 대구가 6개의 콘텐츠를 보유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부산 곳곳에 있었단 말이다. 아름다운 바다를 에두른 휴양의 도시 부산, 그렇다면 한 세기 전, 아니 좀 더 거슬러 올라간 부산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답을 로컬100 '동래읍성지'에서 찾기로 했다. 이름처럼 부산(釜山)은 가마솥을 엎은 형태의 산이 많은 땅이다. 지금에야 유명 관광지가 된 감천마을, 호천마을 같은 산동네 마을들도 감당할 수 없이 많이 떠밀려온 피란민들이 산등성이에 보금자리를 만든 곳이다. 일본인 공동묘지의 묘비 돌들을 주춧돌 삼고 구불구불 산복도로 이어지는 풍경은 대한민국이 급성장 하는 내내 부산의 오랜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산의 옛 이름은 동래였다. 근대 이전까지 부산은 '동래부'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동래구를 포함해 연제구, 금정구 일대를 아우른 이른바, 동래권역 정도를 중심부로 했다. 조선시대에는 초량 쪽에 왜관(倭館)을 설치하면서부터 동래는 일본과의 무역 거점 도시로 크게 성장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됐듯이 일본의 사신단이 조선으로 들어오면 수도 한성까지 안내하기엔 1592년(선조 25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의 기억이 너무도 참혹하여 동래에서 일본사신단을 맞이 하는데 그쳤다. 동래는, 아니 부산은 역사에 있어 일본을 빼고 논할 수 없다. 특히나 적들을 방비하기 위해 쌓은 옛 동래읍성은 그 태생 자체가 무려 천 년 전 1021년(고려 현종 12년)에 왜구의 노략질을 방어하기 위해 현재 수영구 망미동 일대에 쌓았던 성이다. 동래읍성.(필자 제공) 고려 말에 왜구의 침입이 갈수록 심해지자 1387년, 현재의 동래시장 일대로 옮겨진 성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임진왜란 최초의 격전지이자 안타까운 패전지로 기록되어 있다. 통한의 피눈물로 써간 그날을 고고히 증거하고 있는 동래읍성. 반세기 이상 무허가 건물과 경작지 등으로 방치된 동래읍성과 일대를 잘 정비한 지금은 시민들에게 멋진 휴식을 제공하고 지난 2007년에는 '동래읍성 역사관'을 개관해 각종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한적한 동래읍성 북문을 지나 북장대까지 오르는 성곽길은 산책으로 안성맞춤이다. 동래읍성 북문에서 북장대 오르는 길.(필자 제공) 크게 경사가 심하지도 않고 낮은 계단으로 잘 정비한 터라 남녀노소 누구나 걷는 데 무리가 없다. 한 10분 남짓 올랐을까?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장대의 전망은 두고두고 기억날 터다. 그리고 북장대에 서서 동래성의 상징이 된 한 사람을 오래오래 기억한다. 송상현(宋象賢) 이름 석 자. 더러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부산 사람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이름이겠지만모르는 이들이 더 많아서 안타까운 인물이다. 조선 초기에도 동래(東萊)는 군사적 요지로서 '죽음의 땅'이라고 불렸다. 조정의 미움을 받은 송상현은 동래부사로 취임해 전란의 방비를 서둘렀으나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만다. 오랫동안 조선과의 전쟁을 준비해 온 왜군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5월 23일(음력 4월 13일),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선봉대는 부산포에 상륙, 압도적인 화력과 병력으로 부산포를 함락한 왜군은 곧바로 동래성으로 진격했다. 음력 4월 28일, 일본군은 1만 5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동래성을 포위했다. 왜군의 기세를 일찌감치 파악한 병마사 이각(李珏)은 성 밖으로 도망치고 수비군은 흩어졌다. 왜병들은 성문 밖에 목패(木牌)를 세워 동래성의 항복을 유인했다. '戰則戰矣 不戰則假道(전즉전의 부전즉가도)' 즉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고 싶지 않으면 길을 빌려 달라!" 송상현은 이각 같은 졸렬한 장수가 아니었다. 그 역사 목패에 글을 써서 응수했다. '戰死易 假道難(전사이 가도난)' "싸워서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 부사 송상현과 성안의 사람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항전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조복(朝服)을 갑옷 위에 입고 임금이 계시는 북쪽을 향해 절한 송상현은 부모에게 남기는 시를 부채에 썼다. "외로운 성에 달무리지고, 주변의 진(부대)들은 베개를 높여 잠들었습니다. 임금과 신하의 의리가 무거우니 부모께 자식의 은혜는 가볍습니다" 왜적은 송상현이 항복하지 않을 것을 알고 그를 죽였다. 송상현의 충정에 감복한 적군 장수는 송상현을 죽인 자기 부하를 잡아 죽이고 송상현을 따라 순절한 첩 금섬까지도 동문밖에 장사 지내주었다고 한다. 이후 왜군은 부산포에 닿은 지 20일 만에 한성까지 한달음에 도달한다. 송상현이 목숨 바쳐 지키려 한 못난 임금 선조는 졸렬한 장수 이각과 똑같이 궁과 백성을 버리고 탈주한다. 훗날 충렬(忠烈)이라는 시호를 받은 부사 송상현. 그가 목숨을 바쳐 지키려한 이곳 동래읍성엔 초개같은 백성들도 그와 뜻을 같이했다. 동래읍성에 대한 갖은 자료가 잘 갖춰진 동래읍성역사관까지 다 둘러보고 동래파전집을 찾았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영남 사람들에게 가장 큰 사치는 동래에서 온천을 즐기고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는 것이었다. 왜 동래파전인가,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부산 강서구 '대저토마토'에 이어 가장 유명한 특산물 '기장쪽파'의 영향으로 보는 게 설득력 있다. 1930년대 동해남부선 개통 이후 기장 지역 여성들이 기차를 타고 동래역전으로 이동해 기장쪽파를 팔기 시작하면서 동래파전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맵싸하면서도 달큼한 기장쪽파는 동래파전의 주재료. 지금 몇 대째 동래파전을 파는 식당도 지금껏 기장쪽파를 사용한다고 귀띔한다. 시금치 중에서도 바닷바람 맞은 키 작은 섬초가 더 맛있고, 섬에서 자란 방풍나물의 향취가 더 좋다. 땅끝 해남의 고구마와 배추가 당도 높은 것도 당연지사, 기장쪽파도 마찬가지다. 키는 조금 덜 자라도 옹골찬 기장쪽파와 부산의 풍성해 해산물이 교통편리한 대도시 동래에서 만나 동래파전이라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찾아간 유명한 동래파전집은 2025년 2월 2일부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했다. 노구한 몸으로 더 이상 장사를 운영하기 힘들어 보였다. 분명 누군가가 잇겠다고 나섰을 텐데, 자기들이 아니면 이 어려운 작업을 물려줄 마음이 없는 듯 결연해 보였다. 동래파전은 다른 부침개들과 달리 기름의 맛으로 먹는 게 아니다. 네모 모양으로 다듬어진 동래파전.(필자 제공) 반죽을 최대한 묽게 해서 젓가락 갖다 대면 쪽파 결대로 잘 찢어지도록 부드럽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식감을 중시하는 요즘에야 기름기 가득한 겉바속촉을 추구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동래파전은 100년 전 '옛날' 음식이다. 그래서 모양도 쪽파를 줄지은 대로 묽은 반죽을 끼얹고 각종 해산물을 얹은 네모난 형태다. 부산의 산과 바다를 한데 모은 맛이랄까? 녹진하고 꼬시고(부산 사투리로 '고소하다'는 뜻)맛있다. 동래파전 한 점에, 금정산성에서 빚은 막걸리 한잔 걸치니, 한두 시간 동래읍성과 역사관에서의 시간이 다시 머리와 가슴에 휘돈다. 혹자는 동래파전이 동래성을 지키던 송상현과 백성들이 즐겼다고 하는데, 많은 학자들이 패한 전쟁에서 그럴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어쩌면 그러했기를 바라는 후대 사람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 마음 한켠에서 동래 부사 송상현과 어린 백성, 그 갸륵한 이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동래파전과 막걸리 한 잔 건넨다. ◆ 동래읍성지 ㅇ 주소|부산광역시 동래구 칠산동 ㅇ 문의| 051-550-4084 ㅇ 누리집 |https://www.visitbusan.net/kr/index.do ◆ 동래읍성역사관 ㅇ 주소|부산광역시 동래구 동래역사관길 18(복천동) ㅇ 이용시간|화~일 10:00~19:00 (휴일 매주 월요일) ㅇ 문의| 051-550-6634 ◆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KBS '한식연대기', 넷플릭스 '삼겹살 랩소디', 스카이트래블 '한식기행 - 종부의 손맛' 등 우리 식문화를 소재 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방송작가 22년 차지만 언제나 현역~! 지역마다의 고유한 맛과 멋을 알리는 맛깔난 글을 쓰고 싶다. 2025.02.06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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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정부·지자체 맞손으로 변화하는 육아 문화 올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을 국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기반이 되고 지자체는 정부의 정책을 넘어 시·구민들이 지역 사랑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문화 변화에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국민이 뽑은 정책 MVP는 무엇일까? 2024년 기획재정부 정책 MVP 중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위한 결혼·출산· 양육 세제지원'과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일·가정 양립 예산 역대 최대 규모 투자'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뽑은 두 개의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통계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며,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2025년은 양육정책 변화의 핵심(key point)이될 것이다. 20204년도 정책 MVP 선정 결과.(출처=기획재정부) 2025년 예산 중 일·가정 양립에 대한 예산을 지난해 대비 1조 7000억 원 증액한 4조4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육아휴직급여를 최대 250만 원까지 인상하고 맞벌이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도 확대하는 등 실제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책이 강화된 만큼 중요한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지원 기간이 기존 5일에서 20일로 확대되었으며, 육아휴직 동료 업무분담 지원금 신설 등의 정책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의 시도는 불안한 경제활동에 플러스효과로 나타나 인식을 변화시키고 아빠들이 육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탈바꿈될 것이다. 2024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이 남성이며 사상 첫 4만 명을 돌파하였다. 하지만, 경제적 불확실성과 가정마다 다른 육아휴직 사용 시기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각 가정의 특성과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의 나이에 따라 육아가 요구하는 시간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령별 육아비용을 보조할 수 있는 바우처나 지역 화폐와 같은 추가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초기 육아의 경제적 부담이 큰 만큼 0세부터 5세까지의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한 차별화된 재정적 지원이 지자체에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제주도는 출생 장려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첫 아이 출생 시 지원금을 기존 5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는 출생율 저조에 대한 대응책으로, 첫아이부터 지원을 강화하여 부모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를 낳은 부모를 대우하여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며 지역의 인구 감소와 유출을 막는 의도를 함께 담고 있다. 첫 아이 육아지원금은 5년에 걸쳐 분할 지급되며, 이는 부모급여와 함께 육아 초기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 가지는 아빠육아휴직 장려금이 지자체별로 상이한 현 상황에서 이를 전국적으로 통합하여 모든 아빠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 중 하나로 정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전시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아버지는 외벌이로 인한 경제적 상황을 고민하다 육아휴직 급여가 250만 원으로 오른다는 소식에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용기를 내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는 있는 아빠육아휴직 장려금이 대전시에는 없는 것을 알고 많이 아쉬워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지자체에서는 지역에 대한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인구 유지와 인구유입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 정책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반면 가장 적극적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부산시이다. 부산시의 수영구를 포함한 몇몇 자치구들은 육아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육아아빠단을 운영하거나 올해 시행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러한 지역적 노력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고, 가족 내 역할 분담을 더욱 균등하게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하며, 모든 지역에서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단순히 가정 내 평등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문화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일·가정 양립의 핵심사항이다.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해 빠르게 퇴근 후 아버지교육을 듣는 남성 양육자들.(필자 제공) 이미 결혼, 출산을 계획하는 개인의 인식은 함께 양육하는 것으로 많이 변화 되어 가고 있지만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구시대적 발상으로 뒤처져 있다. 육아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나누어야 할 책임이자 기회이며, 이를 위해 지자체는 문화적 변화에 반드시 앞장서야 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더 큰 중요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가정의 경제적 상황과 육아 환경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의 나이나 가구의 소득에 따라 바우처 형태의 추가 지원이나 지역 화폐 지급과 같은 재정적 보조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부모들이 육아와 경제적 부담을 균형 있게 분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올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을 국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기반이 되고 지자체는 정부의 정책을 넘어 시·구민들이 지역 사랑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문화 변화에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2025년, 대한민국은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고, 더 나은 양육 환경을 조성하여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5.02.04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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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나이 듦과 배움이 공존하는 캠퍼스 속 작은 마을 UBRC는 대학과 연계하여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내 또는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며 평생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주거단지를 의미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대학의 폐쇄 위기를 타개하는 동시에,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즐거운 설 연휴가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노년기로 접어든 이들에게 새해 계획은 더 특별할 것이다. 특히 노년층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 배움은지금까지의 안정을 깨는 효과로이어지진 않을까 염려가 더 클 수 있다. '딱히 새롭게 뭔가도전하지 않아도 잘 지내왔는데, 굳이 이 나이에 더 배워서 뭘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년을 더 알차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꾸준한배움과 도전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편하고 안주하는 마음은 무기력, 기억감퇴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쇠퇴를 동시에 초래하며 특히 지방 대학의 폐쇄 위기와 지역 경제의 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대학연계형 고령친화 주거단지(UBRC, 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ies)' 조성 사업과 관련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UBRC는 대학과 연계하여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내 또는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며 평생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주거단지를 의미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경험하는 대학에 새로운 교육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혁신적 모델이다. UBRC 사업을 통해 고령자는 새로운 교육의 기회와 일상적 생활돌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지역사회와 대학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디애나 주립대(Indiana University Bloomington)와 연계한 고령친화 주거단지 사례인 Meadowood Retirement Community는 1980년대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인 대표적 UBRC이다. 자립적 고령자를 위한 자립형 주거시설과 전문적 요양·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한 단기재활센터 및 전문요양시설까지 모두 갖춘 미도우드(Meadowood)는 입주 고령자를 위한 의료·건강 서비스와 생활편의 및 여가·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디애나 주립대 학생들은 대학의 교육학과, 보건학과, 체육학과 등에 개설된 실습·인턴십 프로그램을 미도우드입주 고령자 대상으로 진행한다. 미도우드입주 고령자는 학교 시설을 함께 사용하며, 개설된 수업과 동호회 활동을 통해 학생과 교류한다. 대학은 개발부지를 제공하고, 사업이 정착되기까지 직접 운영하였으며, 현재는 전문 위탁운영 관리업체를 통해 운영 중이다. 인디애나 주립대 보건학과에 개설된 운동요법(Kinesiology) 현장실습 과정(Meadowood UBRC 입주 고령자 대상 낙상방지 등을 위한 신체능력 증진 프로그램에 대한 대학생들의 실습수업).(필자 제공/출처=https://careers.publichealth.iu.edu/) 정부는 UBRC 조성을 위한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재정적 지원 확대와 대학·지자체간 협력 촉진 등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의 고령자 주거 지원 정책,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의료·돌봄 정책, 교육부의 대학 혁신 지원 정책을 연계하여 UBRC가 대학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고령층의 교육 수요를 반영한 교과과정 개발, 지역과 연계된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UBRC 입주자들에게 캠퍼스 시설을 개방하고, 젊은 학생들과의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보다 포용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UBRC는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의 의료·복지 인프라와 연계하여 거주자들이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및 문화 프로그램 연계 등을 통해 지역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UBRC 조성은 특히 고령층이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적 참여와 자아실현을 촉진하고, 대학은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과 지역 내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대담할 때가 있고, 조심할 때가 있다. UBRC 조성은 저출산과 초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적 정책으로, 정부와 대학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책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통한 성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2025.01.24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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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투자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 투자교육의 관건은 무관심층을 어떻게 끌어 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자사의 퇴직연금제도를 철저히 이해시키고, 투자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전한 위기감을 부추길 필요도 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2023년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상용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714만 4000명으로, 적립금액은 382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동안 DB(회사책임)형 중심으로 증가해 오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DC(가입자책임)형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말 적립금 기준 유형별 비중을 보면, 연금자산 운용의 책임을 회사가 지는 DB형은 53.7%로 낮아진 반면에 가입자가 운용의 책임을 지는 기업형DC와 개인형DC라고 할 수 있는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합친 비중은 46.3%로 늘어났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이미 DC형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 56.5%를 차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퇴직연금 시장은 DC형 중심으로 바뀌어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퇴직연금제도를 신규로 도입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부분 DC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기존 DB제도 도입기업 중에서도 DC제도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퇴직하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개인형 DC인 IRP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참고로 퇴직연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보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30%대에 지나지 않았던 DC형의 비중이 최근에는 70% 가까이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렇게 DC형 퇴직연금의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연금투자 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투자능력 부족에 따른 운용실패로 근로자의 노후 빈곤화 문제가 발생하거나, 근로자들 사이에 운용수익률 차이가 커서 새로운 불공평이 조성되고, 이것이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DC형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근로자) 스스로가 연금자산을 운용하고 수익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가입자가 지는 자기책임형 연금이다. 국내 증권기업에서 퇴직연금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여 설명하고 있다.2023.10.18.(ⓒ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따라서 가입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가입자에게 일정수준의 투자지식을 필요로 하며, 투자교육을 통해 가입자의 투자이해도를 높일 책임은 사업주 즉, 기업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보면 인터넷을 통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입자들의 관심부족, 교육내용의 어려움 등으로 교육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하게 표현한다면 DC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근로자 대상 투자교육 노력은 제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에서 투자지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DC형 퇴직연금 도입 환경으로서는 최악의 환경인 것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즉, 근로자들은 투자상품 운용에 대한 지식도, 자신감도 없다 보니 연금자산의 80% 가까이 수익률 낮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넣어놓고 있다.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본래 기업이 져야 할 연금자산 운용리스크를 근로자에게 전가시킨 퇴직연금 도입기업의 각성이 필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근로자들이 연금투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투자지식과 우량금융상품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교육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DC형을 도입한 기업은 적어도 운용을 잘못한 책임이 근로자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또한 개개인의 투자능력 향상이 근로자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DC형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노후설계에 대한 인식을 바꿀 뿐 아니라 투자지식 수준을 높여 경제를 보는 눈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능력은 투자지식과 실행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투자지식 자체는 영어나 수학 공부하듯이 일단 지식으로 배워야 한다. 그런데 100명이 영어, 수학을 배웠다고 다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지식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적성에 안맞는 사람, 지식이 없는 사람을 위한 상품준비도 해야 한다. 또, 지식이 있다고 반드시 투자에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지식이 있어도 플러스알파 요인이 없으면 선뜻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을 행동하게 하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전문가를 만나 직접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한 방법이다. 연금투자교육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근로자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두도록 하는 일이다. 바꾸어 말하면 투자교육의 중심은 무관심층을 박멸하는 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관심만 두도록 하면 정보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내버려둬도 스스로 배울 수 있다. 결국, 투자교육의 관건은 무관심층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자사의 퇴직연금제도를 철저히 이해시키고, 투자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어느 때는 건전한 위기감을 부추길 필요도 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2025.01.21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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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병아리를 키우는 마음으로 6년 전, 신규였던 나는 선배 공무원들의 가르침과 동료들의 격려로 직장 생활에 무사히 적응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초심'이다.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 위해 내 안에 병아리를 키우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일하고 싶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무섭도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항상 새해 첫날에는 사무실에 나와 올해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작년 서류들을 묶기도 하며 반성과 고민의 시간을 가졌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들을 통해 많은 성장을 했다고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면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공직자로서 나는 처음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 공무원으로 발령받은 첫날이 떠오른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과 함께 부푼 기대감을 가득 안고 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했다. 내게 처음 주어진 업무는 사회복지 업무였다. 더군다나 곧 있으면 행사인데, 그 담당자가 이제 나라고 한다. 5일 뒤면 열릴 경로 행사 준비를 마무리하면서 나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 우리 동의 동민들이 그날 하루만큼은 마음껏 웃고 이야기하며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신규 공무원이었던 나는 의미 부여하기를 참 좋아했다. 그때는 무슨 일이든 다 커다랗게 느껴졌다. 복지 업무 담당자로서 내가 하는 일은 신청서 접수가 대부분이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들의 삶에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더 쾌적하고 편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행정복지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지 고민하는 일이 즐거웠다. 모든 신규 공무원이 그렇듯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을 많이 알지 못해서 더 힘들었다. 이런 마음가짐이 오래도록 유지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함'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신청서를 접수하는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 처음의 다짐은 점차 무뎌지기 시작했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 속에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던 나였는데조금씩 실수에 대한 긴장감은 약해지기 시작했고,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소명 의식도 잃어 갔다. 어떤 교육에 참여해도 민원을 신속하면서도 공정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배웠지만 쏟아지는 업무의 틈에서 어느새 내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물론 경험은 일한 시간과 비례해 점점 쌓여갔지만 내 머릿속은 처음의 마음을 잊어가고 있었다. '공직자로서 이런 해이한 마음가짐으로 계속 일을 해도 되는 걸까?' 끊임없이 되물으며 마음을 살폈다. 마음을 잡고 일을 하다가도 흐트러지고 해이해졌다. 그러던 중, 최근에 옆자리에 신규 직원이 배치되었다. 임용된 지 3개월 된 새내기 직원이 민원을 응대하는 모습을 보며 6년 전의 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증명서 발급 민원 업무를 한 지 이제 열흘이기에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업무에 대한 의욕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신규 주무관님은 작은 일이라도 고민이 되면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지를 내게 물어봤다. 신축 아파트 전입신고 업무로 한숨 한 번 내쉴 틈 없이 바쁜 요즘, 번호표를 뽑고 오래 기다린 민원인의 이유 없는 짜증에도 환하게 웃으며 민원 응대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은 내 안에 질문을 만들었다. '나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지. 그때 그 마음은 어디로 간 걸까?' 신규 주무관님 창구에 붙은 양해의 안내문. 귀여운 병아리가 인상적이다.(필자 제공) 처음의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 업무를 맡으면 의욕이 생기다가도 반복되는 일상에서 설렘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하지만 초심이란 건 완전히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 불쑥 나타나 나를 다시 일으켜주곤 한다. 민원 업무는 일상적인 업무이지만 이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은 절대 작지 않다. 민원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민원인의 궁금함을 속 시원하게 해소해주었을 때 웃음 짓는 민원인을 보면 내가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에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초심은 이런 작은 순간들 속에서 피어오른다. 시간이 지나고 신규 공무원의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후배 공무원이 생겼다. 6년 전, 신규였던 나는 선배 공무원들의 가르침과 동료들의 격려로 직장 생활에 무사히 적응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초심'이다. 많이 배우고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했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 위해 내 안에 병아리를 키우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일하고 싶다.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2025.01.16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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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우체국의 극성수기, '명절특별소통기간'을 추억하다 이번 설 명절에는 파손되는 우편물이 없이, 우편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마음을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전달하는 이도 모두 행복한 설 명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얼마 후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우체국에 입사하기 전까지, 설날과 추석은 모처럼 푹 쉴 수 있는 꿀맛 같은 '연휴'를 의미했다. 설날과 추석이 든 달이면, 달력의 빨간 글씨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얼른 연휴가 되길 손꼽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우체국에 입사한 이후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우체국에서의 민족 최대 명절은 곧, 일 년 중 가장 많은 택배 물량이 접수·배달되는 '특별소통기간'을 의미했다. 특별소통기간에는 평상시보다 30% 정도 증가한 택배 물량이 이동한다. 우편물을 접수하는 우체국 우편 창구도, 우편물을 구분하여 운송하는 집중국과 물류센터도, 우편물을 분류·배달하는 집배원도, 모두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야말로 우체국의 극성수기라 할 수 있다. 명절특별소통기간에 우체국을 가득 채운 소포들.(필자 제공) 평소보다 물량이 많아지다 보니, 파손되는 소포 수도 늘어난다. 그중 아이스박스로 포장된 택배는, 그 안에 들어있는 물품의 특성-주로 냉장·냉동 음식물이 들어있고, 국물이나 아이스팩에서 녹아서 생긴 물이 차 있다- 때문에 파손 시 수습이 어려운 품목 중 하나이다. '아이스박스 파손'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반 전인 2022년 추석, 지방의 한 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특별소통기간이 되면 우편집중국의 소포구분기계는 밤낮없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몇몇 직원들이 기계 공급부에서 컨베이어벨트 위로 우편물을 올리면, 우편물은 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가다가, 지역별로 구분되어 내려온다. 또 다른 직원들은 각 구분 칸에 서 있다가 롤러를 타고 내려오는 우편물을 받아서 팔레트에 적재하고, 팔레트를 운송 차량에 실어 보낸다. 특별소통기간에는 각 구분 칸으로 우편물이 끊임없이 내려오기 때문에, 기계가 가동되는 동안은 쉴 새 없이 우편물을 받아내야 한다. 옆도 못 돌아보고 우편물을 받아서 싣고, 받아서 싣고,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려오던 우편물이 멈춰버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컨베이어벨트 중간 구역에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물량이 한참 남았는데 기계가 왜 멈췄대요?" "아이스박스 뚜껑이 열렸는데, 안에 들어있던 문어가 기어 나와서 벨트 위에 붙어버렸대요." "문어요?" "네, 얼마나 딱 붙었는지 지금 기계팀에서 두 명이 올라가서 떼고 있는데 엄청 안 떨어지나 봐요." 처리해야 하는 물량은 산더미처럼 남았는데, 기계에 붙어버린 문어는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니, 딱한 일이었다. 기계 아래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은 마음은 급한데 상황이 우스워 헛웃음 지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문어는 다시 아이스박스에 담겼고, 그제야 다시 기계가 가동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하루는, 열심히 우편물을 받고 있는데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는 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앞쪽 구역에서 다급히 "기계 멈춰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던 아이스박스가 넘어지면서 뚜껑이 열렸는데, 안에 들어있던 열무 물김치가 쏟아진 것이었다. 컨베이어벨트 틈틈이 무청이 끼어버린 탓에, 출동한 기계팀 직원들이 무청을 제거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나머지 직원들도 바닥에 떨어진 국물을 닦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문어가 빠져나왔을 때도, 무청이 끼어버렸을 때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문어 사건' 때는 그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면, '열무 물김치 사건' 때는 마음 한편이 짠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 엄마가 나에게 보내주시던 택배가 겹쳐 보여서 그랬을 테다. 첫 발령을 2시간 거리의 우체국으로 받아 타지에서 관사 생활을 하게 되었던 때, 엄마는 매주 반찬을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셨다. 직접 삶고 까서 만든 메추리알 조림-잘 벗겨지지 않는 껍질을 까느라 흠집이 난 표면을 보며, 그 작은 알 하나하나 껍질을 까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먹기 쉽게 일일이 가시를 모두 발라낸 코다리조림, 기름을 모두 건져내 깔끔하고 담백한 육개장 등 어느 하나 정성이 안 들어간 것이 없는, 사랑으로 꽉꽉 채워진 택배였다. 그 택배는 항상 아이스박스에 우체국 상자를 덧씌운 이중포장이 되어 있었다. "엄마, 아이스박스 채로 보내도 되는데, 왜 상자를 써요?" "가다가 부서질까봐 그러지." "아이고, 괜찮아요. 그냥 보내주셔도 되요." 당시에는 아이스박스만으로 충분한데, 왜 2중포장을 해서 보내실까 싶었는데, 집중국에 근무하고야 알게 되었다. 아이스박스는 생각보다 잘 부서지거나, 붙여놓은 테이프가 잘 떨어져서 뚜껑이 열리기 쉽다는 것을. 그리고 2중으로 꼭꼭 포장한 택배는, 정성스레 만든 반찬이 딸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란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열무 물김치가 쏟아져 내렸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들었던 것 같다. 그날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진 것은, 단순한 물김치가 아닌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정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설 특별소통은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23일간 이어진다. 우정사업본부는 특별소통 기간 중 전국에서 약 2026만 개(하루 평균 145만 개)의 소포우편물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한다. 설 명절 소포우편물이 안전하고 정시에 배송되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다. ▲부패하기 쉬운 어패류, 육류 등은 아이스팩 포장 ▲부직포·스티로폼·보자기 포장 물품은 종이상자 등으로 재포장 ▲우편번호, 주소 등은 정확하게 쓰고 연락이 가능한 전화번호 기재 등이다. 이번 설 명절에는 파손되는 우편물이 없이, 우편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마음을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전달하는 이도 모두 행복한 설 명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설명절 소포우편물의 안전한 배송을 위한 3가지 당부사항.(우정사업본부 제공)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내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우체통과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우체국에는 온갖 이야기를 담은 우편물과 택배가 가득하다. 이들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동화로 옮기는 중이다. 2025.01.14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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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혼잣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도서관만은 또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사라질 것들에 매달리는 집착이나 애착 때문일 테니까.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숨 가쁘게 달려왔던 2024년도 과거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다시 넘겨 2025년도를 맞이한다. 책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언제든지 지난 페이지를 되돌려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기술의 혁신과 매체의 발전 속에서도 책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이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집착이고 좋게 이야기하자면 애착인 그 매달림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도서관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이따금 그 풍경을 괜스레 들춰본다. 기억이 나지 않는 내용을, 혹은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문구를 찾아보기 위해 페이지를 들추는 이용자가 되어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5년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하였다. 1945년 10월 15일 개관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용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개관 초기에는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설치 운영하던 열람실을 존속시켜 운영하였으나, 선진 도서관 사상을 바르게 도입하여 기존의 열람실을 폐지하였다. 긴 세월이 걸리기는 하였지만, 공부방으로 대변되는 도서관의 이미지를 벗고 자료 이용 중심의 정보센터로 꾸준히 추진하여 1996년에 도서관의 공부방 문제가 해결되었다. 개관 당시 열람 요금은 20전이었다가 1972년에 10원으로 인상되었고 1983년에 전면 폐지되었다. 입관료 폐지는 평생교육과 문화보급의 산실인 도서관의 중요한 기능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위하여 이용자 여론 조사를 최초로 실시한 해는 1969년, 그 결과에 따라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여 폐지된 제도가 하족장(下足場) 제도였다. 이용자가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지하 1층에 있는 하족장에서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하는 제도였다. 이용자를 번거롭게 하고 여럿이 갈아 신는 슬리퍼의 위생과 관리 문제 등 불편한 점으로 폐지하고, 이용자가 1층의 현관을 통하여 도서관으로 입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전시에서나 볼법한 도서관 카드 목록함을 떠올려본다. 이용자의 손때만큼 사서의 손때도 가득했던 물건이다. 도서관에서 사라지고 있는 목록함은 어디에 있을까? 사서의 주된 업무 중 목록 카드를 정리하는 것이다. 도서관 책 분류가 끝나고 카드를 출력하고 나면 목록 카드를 000, 100, 200~900 두부판에서 자른 두부처럼 나누어한 모씩 받아 들고 목록함에 가서 목록함에 있는 봉을 빼고 청구기호에 따라 목록 카드를 꽂았다. 그 서랍을 닫을 때면 언제 다시 그 추억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는데, 추억의 한 켠에 머물러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2층문화마루에전시되어있는 목록함. 언제부터인가 도서관 정문 계단 옆에 자리하고 있던 빨간 우체통도 사라졌다. 세월의수상함을 느꼈다. 더 이상 페이지를 들추게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하였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도서관만은 또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사라질 것들에 매달리는 집착이나 애착 때문일 테니까. 우체통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소식을 듣고 생각했지 그때의 시간은 사라질 것이라고 머뭇거림이나 설렘이나 기다림도 펜과 종이, 종이와 봉투, 봉투와 우표 그리고 손과 손 사이에 만들어 내는 공간, 숨이 턱에 담을 즈음이면 잠시 몸을 누이던 틈새도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다시 만난 우체통 하나 우체통 앞에 달린 어수룩한 말 느린 우체통만큼이나 늘어진 서체를 1년이 지나서야 편지가 도착한다고 했었지 느린 편지를 넣으려고 멈춘 자리에서 우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했지 겨울이 가려 하는지 빨간 우체통과 등대가 만들어 낸 태없는 풍경이 그리움조차 말이 없어질 무렵 편지가 도착하겠지 멈추는 법을 잊을 즈음 그 겨울 바다가 일러 주겠지 등대의 불빛과 우체통의 소식 나그네처럼 떠나버린 그 이야기, 시간을 돌아 돌아오겠지 - 한숙희 詩우체통 하나를 보았지 집으로 가는 길에 촬영한 빨간 우체통. 도서관에서사라진우체통을 떠올리게 한다. ◆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국립중앙도서관 국제교류홍보팀 근무, 2021년 공직문학상 시 부문 은상 수상, 같은 해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는 35년 차 사서이자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시로 구현해내는 시인이기도 하다. 2025.01.09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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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기행 제천 배론성지와 산야(山野) 곤드레밥 이백 년 전, 배론의 사람들도 이리 드셨을까? 풀떼기 겨우 입에 칠하는 정도였겠지만 산야의 거친 생명력이 그들의 생을 구원했겠지. 2025년의 시작, 배론성지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한해의 안녕과 모두의 평화, 그리고 무탈을 빈다.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로컬100(지역문화매력100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뒤, 전국 지도를 펼쳐두고 나름 이번엔 어딜 찾아갈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이토록이나 많은 축제와 문화유산이 가득한 나라라니! 국민발굴단의 추천을 받은 후보 461개 중 100개를 엄선하기까지, 그 얼마나 고심이 깊었을지 잠깐 가늠해 본다. 연말연시를 맞아 특별한 목적지를 고심하던 내 눈에 띈 것은 배론성지다.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성지순례 포인트 배론성지가 로컬100에 올랐다니 흥미롭다. 경기도 양평군의 용문사, 경북 청도의 운문사 등 수천 년 역사를 지닌 불교 유적이 손에 꼽히는 건 이상하지 않으나, 명동성당이나 당진의 솔뫼성지 등 하고 많은 천주교 유적 중에서 왜 하필 배론성지가 이름을 올렸는지 궁금했다. 궁금하면 직접 들여다보아야 하는 법! 세찬 칼바람을 뚫고 청풍명월의 땅, 충북 제천으로 향한다. 북으로는 강원도 원주와 영월을 경계 삼은 제천시는 좌우로는 단양과 충주, 아래로는 경북 문경을 이웃한 충북의 중심이다. 월악산을 비롯해 금수산, 비봉산 등 이름 대면 알만한 산들이 에두르고 드넓은 호반 충주호가 펼쳐진 땅, 산 깊은 곳, 물도 깊다고 했던가. 제천은 가히 산자수명한 고장이라 할 수 있다. 그 옛날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인들이 일군 마을답게 배론성지는 제천에서도 아주 깊숙하고도 은밀한 땅에 자리 잡았기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제법 올라가야 한다. 배론이라고 하면 당최 우리말이 맞나 싶지만 계곡이 뒤집은 배 형상을 닮았다고 배론(舟論)이라 불린다.특이하고도 은밀하다 싶어이름을 되뇌며 성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왜 로컬100이 배론성지를 선정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깊은 산들이 아늑하게 감싼 마을. 아니 성지를 관통하는 냇물과 연못이 황량한 계절에도 멋과 운치를 자아냈다. 실로 거룩하고 아름다운 신(神)의 정원이라 부를 만했다. 입구에서 바라본 배론 성지.(필자 제공) 지금에야 찾아가는 관광지가 됐지만, 배론의 삶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여기 배론성지를 이해하자면 저 아득한 17세기부터 들여다 봐야한다. 익히 알다시피 주자학을 숭상한 조선 사회에서 만인의 평등과 하느님을 믿고 조상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 천주교는 쉽사리 인정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천주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수광, 이익 같은 실학자를 중심으로 학문으로 먼저 받아들여졌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실학자 정약용, 정약종, 정약전 3형제와 정약용의 외종 윤지충, 권상연 등도 초기 천주교회 창설 인물이었다. 글을 아는 양반들이 먼저 믿기 시작하고 여자와 양인, 천민들에게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한 천주교의 교세 확장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던 1791년, 전라도 진산(現 금산군)에 살던 윤지충, 권상연이 부모 제사를 거부하고 위패를 불태운, 이른바 진산사건이 터졌다. 감히 조상 위패를 불태우다니! 조정은 들끓었다. 제사 거부는 유학의 핵심인 효를 부정하는 일이며, 이는 곧 나라의 어버이 되는 왕에 대한 충을 부정하는 행위였다. 두 사람은 곧바로 극형에 처했고 이들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가 됐다. 그리고 강상 윤리를 저버린 대역죄인의 집을 헐고 집터를 연못으로 만드는 파가(破家)저택의 처분까지 받게 됐다. 이제 천주교는 미풍양속과 인륜을 어기는 종교로 인식됐고 천주교인들은 박해의 대상이 됐다. 정조의 총애를 받던 정약용도 1801년(순조 1년) 신유년의 박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셋째 형 정약종은 끝내 배교를 거부해 순교하고, 정약용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다. 그러나 당쟁으로 얼룩진 조정은 천주교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역사는 피비린내 나는 또 하나의 사건을 낳고 만다. 이른바 황사영 백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황사영은 정약용의 맏형 정약현의 사위로 굳은 신앙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데 정약용이 체포되어 국문을 받던 중 그만, 조카사위 황사영을 고변하고 만다. 가까스로 한성에서 탈출한 황사영이 숨어 깃든 곳이 바로 여기 충청도 배론이다. 옹기를 만들며 생계를 잇던 천주교인의 마을에서 황사영은 옹기 굴로 가장한 토굴에서 여러 날 숨어 지냈다. 눈엣가시였던 남인의 씨를 말리려던 노론은 정순왕후와 손을 잡아 황사영을 반드시 체포하라는 특별명령을 여러 차례 내렸고, 조정의 독촉이 심해지자, 함경도에서 가짜 황사영을 체포하여 한성으로 압송하기까지 했다. 마침내 황사영은 여기 배론의 토굴에서 탄압받는 한국 천주교의 상황과 외세의 침공을 동원해서라도 신앙의 자유를 달라고 청나라 조정에 도움을 전하는 문제의 서신을 쓴다. 흰색 명주 천에 쓴 글이기에 백서(帛書)라고 하는데, 가로 62cm, 세로 40cm의 작은 비단에 아주 가는 붓으로 무려 1만 3311자의 방대한 내용을 기록했다. 그러나 역사는 황사영의 편이 아니었으며 정약용 형제의 편도 아니었다. 백서는 끝내 중국에 전달되지 못했고 배론에서 붙잡힌 황사영은 대역죄로 능지처참당했다. 아내는 제주 노비로 끌려갔고, 종들은 머나먼 함경도 삼수갑산으로 귀양 갔다. 황사영이 극형을 당한 다음 날 그의 집도 헐어 버리고 웅덩이를 파서 물이 고이게 했다. 파가저택이었다. 노론은 천 사람을 죽여도 정약용 하나를 죽이지 못하면 아무도 죽이지 못한 것과 같다라고 외치며 정약용까지 죽이려 했으나 관련 증거 부족으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길고 긴 유배에 처해진다. 그리고 나라까지 팔아먹는다고 낙인찍힌 천주교인은 이후도 당파싸움에 휘말려 1866년 병인박해까지 4차례의 박해로 무려 만 명 넘게 순교하게 된다.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라는 극적인 사건의 중심 무대 배론은 지금은 이름 높은 성지로 전국 각지의 순례자들과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옹기를 구워 팔며 연명하던 당시 천주교인들의 생활상은 물론,황사영이 숨어 살던 토굴과 백서를 실감 나게 재현해 놓았다. 복원한 황사영 토굴 입구, 옹기로 위장한 모습을 재현했다.(필자 제공) 백서의 원본은 워낙 귀중한 사료라 교황청 바티칸 민속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아, 절명 당시 황사영의 나이 스물여섯, 무참하게 뜨겁고도 젊은 그들이었다. 토굴 앞에 있는 초가집은 1855년 프랑스 선교사가 지은 성 요셉 신학당이다. 조선 최초의 신학교이자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으로 라틴어, 신학, 철학, 수사학 등을 가르친 곳인데 세 칸짜리 초가지붕이 종교를 떠나 당시의 생활양식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김대건 신부 다음으로 사제가 된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묘와 그를 기리는 기념성당도 볼 수 있다. 뛰어난 건축학적, 미학적 자태를 드러내는 성당과 성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배(舟)와 같다. 결국 배론성지는 천주교 성지 이전에, 조선 후기의 생생한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인 것이다. 배론성지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린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출출해진 배를 달랠 차례다. 제천은 어디 가나 버섯요리나 산채 요리가 지천, 오늘의 선택은 배론성지 초입에 있는 곤드레밥집이다. 그 옛날 산속 깊이 숨어든 천주교인이 할 수 있는 생업은 옹기를 굽거나 숯을 굽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먹을 것이라고는 오로지 남새 푸새뿐이래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에야 별미로 즐기는 곤드레나물이지만, 우리가 곤드레 나물을 별식으로 취급한 건 근래의 일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곤드레나물은 보릿고개를 나는 귀한 구황작물이었다. 곤드레나물의 진짜 이름은 고려엉겅퀴. 바람이 불면 줄기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꼭 술 취한 사람 같다 하여 곤드레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건 글쎄, 확인 불가능하다. 곤드레 요리야 집마다 다르지만, 생곤드레 어린순은 데쳐서 나물이나 장아찌, 튀김으로 먹고 말린 곤드레를 불려서 밥을 짓는다.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향취가 돋는 곤드레밥에 찝찔하면서도 들큼한 양념간장 한 숟갈 비비면 솔직히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최소한의 간만 더하는 간장파가 있는 반면 뭉근하게 끓인 강된장 양념장을 선호하는 강된장파도 있다. 구수하면서도 한층 강렬한 강된장을 한 숟갈 더하면 맛이 확 변한다. 간장이든 강된장이든 선택은 자유! 두부조림을 비롯한 다양한 반찬과 된장찌개까지 모두 다 해 1인분에 1만 2000원이라니 골짜기 깊이 들어온 보람이 있다. 인터넷 평점이 별 네 개인 가게답게 음식이든, 단아한 가게 분위기든, 손님에 대한 친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가게 주인장을 붙들고 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으나 아뿔싸! 주인장이 안 계신다. 외국인 직원 셋이 화기애애 자기들끼리 바쁘다. 농사일이든, 식당 일이든, 공장일이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외국인 없이는 일이 어렵단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 친구들이 곤드레밥의 맛을 알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웬걸, 마지막 숭늉 한 사발까지 놓치지 않고 잘 챙겨주는 것이다. 곤드레밥 많이 먹어본 솜씨다. 배론성지에서 맛본 곤드레밥과 감자전.(필자 제공) 이백 년 전, 배론의 사람들도 이리 드셨을까? 풀떼기(여기서 풀은 잡곡 가루) 겨우 입에 칠하는 정도였겠지만 산야의 거친 생명력이 그들의 생을 구원했겠지. 아니면 신이 구했으려나? 그리고 지금 내려다보고 있으려나? 이렇게 평등하고 이렇게 글로벌해 진 지금의 세상을, 지금의 대한민국을, 그리고 이렇게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곤드레밥을. 2025년의 시작, 배론성지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한해의 안녕과 모두의 평화, 그리고 무탈을 빈다. ◆ 배론성지 ㅇ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ㅇ 문의|043-651-4527ㅇ입장|무료입장(피정 프로그램 비용 별도), 연중무휴 ☞ 배론성지 누리집 바로가기 http://www.baeron.or.kr/ ◆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KBS 한식연대기, 넷플릭스 삼겹살 랩소디, 스카이트래블 한식기행 - 종부의 손맛 등 우리 식문화를 소재 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방송작가 22년 차지만 언제나 현역~! 지역마다의 고유한 맛과 멋을 알리는 맛깔난 글을 쓰고 싶다. 2025.01.06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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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고령자 주거와 복지 하나로 묶는 통합적 접근 필요할 때 주거와 복지의 연계는 단순히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통합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구축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주거와 복지를 하나로 묶는 통합적 접근을 통해 초고령사회 속에서도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 초고령사회 진입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었다. 전국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상황이 내년인 2025년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이보다 빠른 2024년 12월 23일이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일이 되었다. 고령층의 주거와 복지 문제 해결이 더욱 시급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주거와 복지는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의 현안 과제이나 여전히 각 부처가 보유한 역량과 정책추진의 틀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고령자의 주거 문제를 고령자 건강 증진의 사회적 결정요소(Social Determinants of Health)로 인식하고 노인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주거 관련 지원의 강화 필요를 강조한다. 장기적으로 노인 건강 증진의 사회적 결정요소인 주거 문제가 개선될 때 노인의 시설 입소·입원을 예방하고 지연하며 관련 보건복지 지원 예산 투입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2021년 7월 미국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1년 12월 주거-서비스 정책지원센터(Housing and Services Resource Center)를 미국 보건복지부 지역생활실(Administration for Community Living)에 설치하였다. 2022년 미국 복지부 내 설치된 주거-서비스 정책지원센터 누리집. 광역·기초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거 기반 복지 서비스 연계 사업모델,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제공한다.(출처=https://acl.gov/HousingAndServices) 미국 노인의 Aging in Place 실현 지원을 위한 미국 주거-서비스 정책지원센터는 적정한 비용으로 주거 기반 서비스 연계가 가능한 다양한 정책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지 내 건강 관리와 일상생활 지원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배치하여 지역사회 연계를 강화한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여 개인 필요에 최적화된 복지 체계를 운영한다. 셋째, 지역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며 사회적 고립 문제를 완화한다. 결국 복지와 주거의 통합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과 통합적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주거-서비스 정책지원센터가 개발하여 기초지자체로 보급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지역 어르신들 대상 정기적 건강검진 시 낙상위험도를 측정한 개인별 리포트 작성과 주거-서비스로의 연계가 있다. 먼저 어르신들은 지역 보건소에서 자신의 근육량, 운동능력, 인지능력 등을 점검받고 이에 따라 현재 낙상을 경험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개별적으로 진단받는다. 해당 진단보고서는 각 어르신의 주치의에게 전달되고, 주치의는 낙상 위험도에 따른 적절한 예방운동법, 약물처방 등을 진행한다. 또한 해당 진단보고서는 각 어르신 거주 지역의 건축부서에도 전달되며, 지역의 건축부서는 낙상 위험도에 따라 집 고쳐주기 또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Universal Design) 공공지원사업 등의 대상을 우선 선정하는 데 활용한다. 개인별 건강상태에 맞는 주거 기반 서비스 연계의 좋은 예일 것이다. 지난 23일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도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필수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와 복지를 별도로 운영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복지전달 체계의 단절과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특히 어르신의 경우 주거 안정성과 돌봄 서비스 간의 연계 부족은 개인과 가족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주거 복지와 관련된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여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내 주거와 복지가 결합된 모델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주거-복지 서비스 연계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 주거-서비스 정책지원센터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거와 복지의 연계는 단순히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통합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구축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주거와 복지를 하나로 묶는 통합적 접근을 통해 초고령사회 속에서도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2025.01.02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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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2025년 더 나은 양육문화와 저출생 극복을 위한 길 2025년, 우리는 보다 나은 양육문화와 함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협력하여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 어두운 터널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K-위기 능력을 발휘해 지속 가능한 양육문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2025년이 하루가 남은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변화는대한민국의 안정적인 경제위기 돌파와 경제안정을 필두로 한 양육문화 조성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결정 짓는 중요한 사안이며 앞으로의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제이다. 동해에서 촬영한 일출 모습.(필자 제공) 다행히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출산과 육아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5년의 양육문화환경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양육문화의 변화는 단순히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의 확대를 넘어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태도와 문화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새해를 기점으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향한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아 양육문화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내년부터 아빠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확대해 육아휴직 급여를 250만 원으로 인상하고 4번에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아빠가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저출생 문제를 이겨 나가려 하고 있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에서 20일로 확대되며 분할 횟수도 3회에 걸쳐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이러한 변화는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2024년이 새로운 정책 시도와 제도 개선으로 결혼과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시기였다면 2025년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의 정책 확대가 엄마 뿐만이 아니라 아빠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 내 조직문화도 바꾸어 나가는 문화적 기반 역할을 할 것이다. 양육은 엄마만의 일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함께 나누는 일이며 아빠의 가사와 육아 참여가 많아질수록 가정과 사회의 중요한 양성평등 문제는 한층 더 개선될 것이고 아이의 사회 공동체 사고와 활동에 큰 영향을 주어 미래의 대한민국 양육문화는 더욱 발전될 수 있을 것이기에 지금의 양육문화를 더 폭넓게 확대, 유지하여야 한다. 실제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버지들은 기업 내 조직문화 개선도 시급하지만 육아휴직 사용 후 찾아올 경제적 어려움을 더 크게 걱정하고 있어 이번 육아휴직 급여 개선이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signal)로 나타나고 있다. 그에 반해 저출생 문제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반적인 문화와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출산 가구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며 효과성을 입증하여 새해에는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 완화,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를 위한 주택 특별 공급 등 양육에 꼭 필요한 주거 문제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돌봄 환경 개선을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의 확장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정부 지원 소득 상한이 중위소득 150%에서 200%로 확대되어 부모들이 유연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돌봄은 일 가정 양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부모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늘봄 학교 전면 확대도 이런 돌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책이다.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2026년까지 전 학년 대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은 이러한 정책적 제도들이 하나의 정책 문화가 되어 출산이 문제가 아닌 양육환경의 좋은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게 하여 변화하는 양육문화 환경을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환경의 변화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과정으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만 문화의 변화는 개개인의 인식 차이로 인해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기에 좋은 경험을 최대한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양육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위에서의 좋은 문화 경험들은 사회적 비교이론( Social Comparison Theory )으로도 나타난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Lammers et al. (2011)는 부모의 결혼이 자녀의 결혼에 대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발표를 통해 부모가 서로 잘 지내는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결혼 생활에 대한 더 높은 기대를 가지며, 결혼에서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빠들의 양육 커뮤니티 100인의 아빠단에서 활동하는 아버님들도 처음에는 초보 아빠에서 시작해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육아 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함께 양육을 통해 성장하는 아빠육아문화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멘토단 해단식.(필자 제공) 대한민국은 더 나은 양육문화와 저출생 극복을 위한 길을 가기 위해 2025년을 목표로 한 정부의 정책들은 단기적인 출산율 증가 효과를 넘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문화 변화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부모가 경제적 부담과 육아의 불평등한 분담 때문에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정부의 출산과 육아 정책들이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아빠 육아 문화와 부모 간의 역할 분담을 확산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양육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모 모두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5년, 우리는 보다 나은 양육문화와 함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협력하여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 어두운 터널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K-위기 능력을 발휘해 지속 가능한 양육문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12.31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