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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중심추가 바뀐다 이영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 : 선택적 집중 지난 7월 27일 정부의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이 발표되었다. 핵심은 선택적 집중이다. 더 이상 나눠주기식 예산 배분은 지양하고 쇠퇴도시의 재창조를 위한 혁신적 사업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공모 유형도, 계획 체계도, 지원방식도 간소화한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대해 정책의 실효성과 체감도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우려가 양 극단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쭉 그대로네요?와 확 급변하네요?의 양 끝단. 어떻게 같은 정책을 보고 이렇게 상이한 반응을 할 수 있을까? 이는 그간 추진해왔던 도시재생의 거대하고 장황한 스펙트럼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이 그리 변한게 없다고 보는 입장은 아마도 기존의 도시재생이 환골탈퇴하려면 소위 벽화그리기로 대표되는 활동은 그만하고 보다 더 획기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정책이 너무 급변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은 도시재생은 없고 이제 물리적 정비만 보인다는 우려일 것이다. 즉, 도시재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문장을 읽고도 우리는 각각 상반된 우려를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도시재생이라는 커다란 코끼리를 앞에 두고 우리는 각자 처한 위치에서 각자 알고 싶고 각자 보이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변화된 도시재생 정책의 핵심 : 단순하고 유연하게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은 보는 각도마다 다르게 보이지 않도록 작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명확해졌다. 그 변화는 크게 3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단순화다. 사업체계는 5개에서 2개로 감소하였고 10~15개에 달했던 공모선정 유형은 혁신지구, 인정사업, 지역특화재생 단 3개로 대폭 단순화 되었다. 3개의 큰 그릇만 남기고 그릇에 담길 다양한 내용물은 지역에서 창의적,자율적으로 재료를 수집하고 컨텐츠를 발굴하여 넣을 수 있도록 조정된 것이다. 그야말로 지역으로부터 시작되는 지역맞춤형 도시재생이 시작되는 셈이다. 둘째, 역할분담이다.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정부의 역할, 시민사회의 역할과 민간기업의 역할 등 도시재생이라는 넝쿨에 얼기설기 혼재되어 있던 역할들을 보다 명확하게 가르마 탔다. 중앙정부는 옳다고 믿는 이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쇠퇴도시의 재창조를 위해 필요한 혁신 기능 도입에 총력을 기울인다. 지방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사회적 자산과 경제적 자산, 인적 자산을 모두 총동원하여 도시재생 활동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정부는 주민, 공공,민간기업, 시민사회,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씨줄과 날줄을 엮어가며 새로운 컨텐츠를 담아낼 수 있도록 구도를 만들어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사업이다. 그간 도시재생이 비판 받아온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어구들이 문득 생각난다. 계획은 있되 사업이 없다, 감독은 많되 플레이어가 없다, 벽화는 있되 벽지는 없다 등등 모두 주민체감도 높은 실질적인 사업보다 사업이 되기도 전의 전초 단계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2017~20년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477개 중 주택정비 관련 사업이 계획된 곳은 198곳에 불과하고 계획된 곳 중 사업이 완료된 곳은 2.3%에 불과하고 사업이 포기된 곳은 43.2%, 재검토까지 포함하면 총 70% 이상이 표류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나마 추진된 사업은 임대주택 건설, 생활 SOC 등 공동시설 공급 사업으로 직접적인 노후주택 정비사업은 집수리 외에는 찾기 어렵다. 이에 새 정책의 방향은 한정된 예산을 전제로 주민체감형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국가적 사업이라면 보다 확실한 정책적 효과가 담보되어야한다는 책임감과 문제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도시재생의 분기점 : 계획에서 사업으로 흔히 신도시를 건설하거나 관리지역을 개발할 때 우리는 선계획-후개발이라는 원칙을 내세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곽 저이용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은 어떠한가? 주민들의 삶터이자 일터이자 쉼터인 우리네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계획 세운대로, 그림 그린대로, 사업을 추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도시재생 계획체계는 지독히 경직적이어서 선계획-후사업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오랜기간 활성화계획 단위로 국비를 투입하고 평가함에 따라 어느덧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는 활성화지역으로 고정되어 버렸다. 지방정부의 재생 전략을 담는 전략계획도, 지역에 필요한 정비사업이나 단위사업계획도 모두 활성화계획보다 중요치 않으니 이는 필시 본말이 전도되도 한참 전도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속의 활성화계획은 마중물 사업외에도 추진이 요연한 다수의 사업들을 죄다 담아내는 그림판일 뿐이니 도시재생의 효과 또한 불명확하고 분산적이며 요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도시재생은 국민에게 환영받으면서 보다 쉽고 유연하게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도시재생 계획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쇠퇴지역에 필요한 재활성화 전략과 이를 실현할 선도적 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비로소 지역균형발전이 가능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쇠퇴도시의 재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방향에서 활성화계획 대신 사업을 직접 평가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발표를 내심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도시재생은 어쩌면 선사업-후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받들어진 도시재생 계획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사업을 위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2022.08.04 이영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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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침탈 아픔 딛고 역사문화 랜드마크로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를 벗어나 시민들 곁인 서울 용산에 자리를 잡으면서 국민과의 소통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브리핑이 도시,문화,생태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용산시대 개막의 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승희 용산역사박물관장 지난 3월 23일, 10여 년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올리고 용산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용산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이고 냉전시대 세계사를 품고 있는 지역이며 용산 주민의 아픔과 한이 서려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국제적인 역사, 문화, 경제 중심지로 기대가 높은 지역이지만 각종 도시계획과 개발 등으로 인한 역사문화적 보전체계가 미흡해 용산만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2011년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이전 후 공가로 방치되어 있던 용산철도병원(등록문화재 제428호)을 리노베이션해 용산만의 특성을 살린 역사의 요람, 지역사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조선후기 지리학자 김정호의 역사지리서 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동래방향 4대로, 수원방향 7대로, 해남방향 8대로가 용산을 통과해 삼남(현재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를 통칭) 지방으로 이어진 길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다. 조선시대 용산은 도성 밖의 한적한 강변 마을이었으나 물길 따라 포구가 발달하면서 삼남을 오가는 대로의 중심이자 한양의 길목이라는 입지로, 교통과 물류의 거점이 되었고 주요 관청들이 집중 설치되면서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다. 1904년, 한반도 지배력 쟁취를 위한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한국주차군 창설, 군사령부 용산 배치 등 일본제국주의의 대륙침략을 위해 용산기지를 조성했다. 이어 조선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정책집행기지, 전쟁동원정책을 지휘하는 핵심지휘소로 기능하게 해 한국을 군사력으로 강점하고 식민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일본은 경제적, 상업적, 군사적 이득을 분석해 개시장(開市場)을 용산으로 내세웠으며, 군수물품과 자원의 수탈을 위해 용산역을 중심으로 철도를 개통하고 철도시설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한국 청년들이 용산기지로 강제동원되었고, 상당수 용산 주민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기지 밖으로 강제 이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용산은 식민지배와 대륙침략을 수행하기 위한 거점이자 정치, 군사, 행정의 중심축이었다. 지난 3월 22일 개관한 서울 용산구 용산역사박물관은 옛 용산철도병원 부지에 지어졌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45년 해방 이후, 일본군이 물러간 용산기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군의 상시 주둔이 결정되어 미군기지(캠프 서빙고)가 재건되었다. 이태원 일대는 미군으로 인해 기지촌 유흥문화가 생겨났으며 PX물품들을 남대문시장으로 반출하여 수입을 올리기도 했고, 남산자락에는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과 귀국동포들이 해방촌 마을을 형성하면서 지금까지도 공동체 유지를 하며 보존되고 있다. 용산기지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미군의 주둔지로써 120여 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금단의 땅으로 가슴 아픈 역사적 기록을 간직하고 있다. 1990년 최초 용산기지 이전계획 후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과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인지 용산공원이 국민들 품으로 돌아오는 날은 더디게만 느껴진다. 다행히도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과 공원을 신속하게 조성하겠다는 대통령 공언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기대가 크다. 100만평에 가까운 불운의 땅을 온전히 치유해 용산 주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되돌려 받을 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용산은 곳곳에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장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용산역사박물관의 전신인 용산철도병원(1928년)이 그 대표적 장소다. 일제강점기 용산은 전국 철길이 모이는 곳이었고 철도국, 철도공장, 철도학교, 철도공원 등 하나의 철도신도시였다. 철도종사원과 가족들을 주로 진료하던 곳이었지만, 교통사고와 전염병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곳으로 도시의 재해와 사고에 대처한 종합병원 역할을 하였다고 신문기사로 확인된 바 있다. 특히 한국근대건축의 과도기적(서구 고전주의 양식에서 모더니즘 양식으로 변화) 양식을 반영하고 있어 등록문화재 제428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역사적 건축물에 박물관을 담아 용산 주민과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용산역사박물관은 용산의 대표 콘텐츠인 교통, 군사, 다문화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아 특수성을 테마화하고 스토리를 구성해 관람객이 쉽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주제 Borderless, 용산처럼,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경험하며 미래를 발견하는 경계없는 공간으로 자리해 사라져 가는 용산의 역사와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는 역사문화거점이자 랜드마크로, 용산 구민은 물론 모든 국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022.08.04 이승희 용산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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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정상회담 계기, 한·아세안 관계 진일보를 기대하며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7월 27~28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5월 윤 대통령의 취임식 계기 싱가포르 대통령과 환담을 한 적이 있으나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정상과의 공식 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신정부의 대(對)아세안 외교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두 정상은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양국 간 공급망 안정화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의 연대를 구축해 나갈 것을 표명하였으며,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인프라 건설사업,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방산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번 회담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히 중요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5월 출범한 우리 신정부의 대아세안 외교정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 신정부 출범 이후 일관된 대아세안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왔으며, 아세안 국가들도 그간의 한,아세안 협력에 대해 대체로 만족을 표하면서 신정부의 대아세안 정책 방향에 궁금증을 나타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서 아세안에 대한 외교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상호 번영으로 함께 가는 길을 제시하였다. 두 번째로는 최근 주요국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외교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이번 행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전통적으로 아세안과 관계가 깊은 일본, 미국, 중국은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왔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아세안이 대등한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과거 침략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였으며, 최근 싱가포르 연구기관 ISEAS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아세안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최근 국제관계에 있어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아세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광역 경제권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오래된 정서적,문화적 유대감과 K-팝 등 한류로 인한 호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전 연간 일천만 명이 넘는 상호 인적교류를 시현하였다. 주요 자원의 공급처이자 높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아세안은 우리의 제2의 교역 파트너이자 우리 기업의 주요 생산 활동 거점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7천만 명, GDP 1조 달러가 넘는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아세안 핵심 국가로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과 2017년 특별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였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완성차 공장을 구축하여,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세안 전체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간의 아세안과의 우호적 관계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표명된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후속 조치에는 다음과 같은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포괄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접근이다. 아세안은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지만 10개국 각각의 상황이 다르고 우리와의 협력에 있어 우선순위도 다르다.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 파트너라는 대아세안 외교 기조에서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일부분으로가 아니라 핵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아세안 개별국가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호혜적인 사업을 발굴하고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문 시 인도네시아가 관심이 많은 전기차 부문에서 우리 정부가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좋은 사례이다. 둘째,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과 교류의 확대이다. 인구면에서 볼 때 아세안은 어느 지역보다 청년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고, 한국 청년들도 아세안을 미래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 청년들 간 우호적 인식을 공유하고 교류를 촉진시키는 것은 한국과 아세안의 지속가능한 관계 발전에 든든한 축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09년 한국의 대아세안 외교 강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설립된 한-아세안센터가 작년 실시한 한-아세안 청년 상호 인식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특히 아세안 청년(만 19세~34세)들은 미국, 일본보다 한국을 더 신뢰하는 국가로 인식하면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꼽았고, 한국 청년들도 양측 관계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올해에는 보다 유의미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 내고자 심층적인 청년 상호 인식 조사도 실시 중이다. 한-아세안센터는 양측 간 우호적 관계 발전을 위해 지난 10여 년간 경제, 문화, 인적교류 부문에서 아세안의 필요를 반영한 다양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환경 속에 아세안의 관심 분야를 토대로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업으로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역량 강화, e-모빌리티, 한,아세안 포럼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오는 9월 제주 아세안 홀 개관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아세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제고하고 인적교류 증진을 위한 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인도네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신정부의 대아세안 외교가 본격적으로 시동되기를 기대하면서, 한-아세안센터는 개별 사업의 범위와 깊이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한,아세안 관계가 한층 더 진일보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2022.08.02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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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능력이자 긍정적 착각, 자신감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예선 경기에서 우상혁 선수는 도움닫기를 하기 전 웃는 얼굴로 양팔을 위로 올리며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상혁 선수는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 이런 행위가 높이뛰기를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만약 이 행위가 높이뛰기와 아무 상관이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상혁 선수가 아주 중요한 순간에 이와 같은 행위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행위의 가장 큰 목적은 나는 높이뛰기 바를 뛰어넘을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위함이다. 높이뛰기 행위를 피상적으로만 보면 신체 움직임에 국한할 수 있지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행위자의 정신이 행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각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다는 생각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기 전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주는지, 행위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게 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이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똑같은 신체 조건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자기 자신을 약간의 최면에 빠진 듯한 상태로 만들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더 많은 근육과 신경을 가동하게 한다. 지구상에 수많은 동물 중 신체만 놓고 보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빈약하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어떤 행위를 하기 전 할 수 있다는 착각과도 같은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간 정신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바다 건너 미지의 대륙을 탐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지구를 벗어나 달 혹은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마음,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는 높이의 높이뛰기 바를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등은 인류 과학과 문명 및 문화 예술을 창조하고, 스포츠에서 끊임없이 세계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자신감을 어떻게 만들까? 자신감이라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일찍이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신의 자기효능감이론을 통해 네 가지 자신감의 원천을 제시하였다. 첫째, 성공 경험이다. 과거 성공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 둘째, 관찰이다. 자신의 능력과 비슷한 주변 사람이 어떤 일을 성공하면 이 친구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언어적 설득이다. 주변에서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해주면 처음에는 부정하고 의심하다가도 혹시 이번엔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나오기 마련이다. 넷째, 신체의 생리적 상태이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자신감 원천을 다 가지고 있다 해도 먹고싶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도 개운하게 잘 자서 신체적 컨디션이 좋으면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솟지만 그렇지 않거나 부상 혹은 상해가 있다면 자신감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자신감 원천을 가지면 된다. 작지만 많은 성공 경험을 해보고, 성공한 사람을 자주 만나고 대화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할 수 있다는 말과 칭찬을 많이 듣고, 신체적 컨디션을 좋게 하면 된다. 결과 기대보다는 효능감 기대 자신감이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심리요인이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자신감이 지나치면 자만에 빠질 수 있다. 자만은 준비를 소홀하게 하고 각성수준을 낮추어 운동수행에 필요한 단서를 놓치게 한다. 또한 자만은 성공이라는 결과의 기대만을 높인다. 앨버트 반두라는 인간의 행동에 행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중요하지만, 막연한 성공이라는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성공을 이끌 수 있는 과정과 방법을 알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감이란 용어 대신 효능감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를 우상혁 선수에게 적용해보면 도움닫기를 하기 전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결과 기대가 아닌 높이뛰기의 바를 뛰어넘을 방법과 기술을 잘 알고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2021)의 고등, 대학 선수의 스포츠 자신감 형성요인 규명과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경기 전 가장 중요한 심리기술로 자신감을 꼽았다.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감이라는 마음이 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공은 불과 한두 번이고 그 외 나머지는 실패이기 때문에 대부분 성공보다는 실패를 훨씬 많이 경험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점이 자신감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감도 습관이다 우리는 매일, 매달, 매년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대해 막연한 결과 기대만을 갖고 결심과 자신감을 갖는다. 오늘은 짜증과 화내지 말고 기쁘게 보내야지, 이번 달에는 체중을 5kg 이상 감량해야지, 올해부터 일주일에 3번 이상은 1시간씩 운동해야지라는 결심과 함께 이번만큼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작심삼일로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한 번만 먹기 때문이다. 운동을 잘하려면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길이 없는 산을 걸어서 길을 만들 만큼 반복해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처음에는 없는 길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고 잡초도 없애면서 길을 내야 하기에 쉽지 않다. 이는 처음 운동을 배울 때 잘 안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그러나 반복해서 길을 만들고 걷다 보면 단단하고 올바른 길이 만들어진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이 편안해지고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도 길인 것처럼 운동도 반복 학습 단계를 지나 자동화 단계에 진입하여 의식 없이도 운동신경과 근육이 저절로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가 마음에도 적용된다. 자신감이라는 마음을 한 번만 가져서는 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아 쉽지 않지만, 반복해서 되뇌면 나중에는 자신감이 몸과 마음에 베어 저절로 찾아온다. 스포츠에서 잇따른 실패로 자신감이 떨어지려고 할 때나 사업에서 실패가 거듭될 때,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대인기피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울과 상실,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 평소에 잘 닦아 놓은 자신감이라는 고속도로를 가진 사람은 언제든 이 도로에 접어들기만 하면 힘찬 가속 페달을 밟은대로 나아갈 수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자신감의 생각을 가져서 자신감 있는 동작과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쁘다는 말처럼 자신감 있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에이미커디(Amy Cuddy)는 자세가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신경생리학적 측면에서 증명하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가슴과 어깨를 편 자신감 있는 자세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출 수 있었다. 우상혁 선수가 높이뛰기 경기에서 도움닫기 전에 했던 자세를 취해보자. 그리고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 따라해보자. 방, 거실, 화장실 어디든 사진을 붙여놓고 반복해보자. 그렇다면 행동한 대로 마음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체육과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비단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올바르고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2022.08.02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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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분쟁과 한국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반도체는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자동차, 모바일기기, 선박, 가전, 드론, 로봇, 의료기기 등을 만들려면 반도체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세상이 됐고, 반도체 공급망 문제로 자동차의 생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우리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품의 하나가 됐다. 특히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국가적으로 확보해야 할 핵심 전략 부품이다. ◆ 미,중 반도체 분쟁의 배경 미,중 반도체 분쟁은 지난해 4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웨이퍼를 흔들면서 가시화됐으나 실제 시작은 반도체 수입금액이 원유의 수입금액을 초과하는 중국이 2015년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10년간 170조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할 때부터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CPU 최강자인 인텔, 세계 3위의 메모리회사인 마이크론,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인 애플, 퀄컴, 브로드컴, AMD 등을 소유하고 있는 반도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네 가지 이유로 중국을 견제하게 됐다. 첫째 중국 반도체 기술의 급속한 성장, 둘째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 우려, 셋째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가 12%에 불과하다는 점, 넷째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이 지정학적으로 위험성이 큰 대만과 한국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1단계 조치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로, 중국은 10nm 이하의 공정을 할 수 있는 장비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2단계의 조치로서 인텔, 삼성전자, TSMC로 하여금 미국 내에 반도체 팹시설을 건설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반도체 지원법 제정이다.이 법안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과 28일 각각 상원과 하원을 통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았다. 이 법에 따르면 520억 달러(67조원 규모)를 미국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고 향후 10년간 24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공제 혜택을 주기로 하고 있다. 3단계 조치로는 칩4 동맹의 결성이다. 칩4 동맹은 시스템반도체 미국, 소부장 일본, 파운드리 대만, 메모리 한국이 동맹을 맺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중국 반도체 고립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의 이해 지난달 21일 산업부는 관계부처 합동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크게 4가지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첫째 기업투자 총력지원을 위해 세제 및 과감한 인프라 지원과 규제 특례, 둘째 인력양성으로 10년간 15만+ 인력 공급, 셋째 시스템반도체 선도기술 확보를 통한 2030년까지 10%의 시장점유율 달성, 마지막으로 견고한 소부장 생태계 구축을 통해 자립화율 50% 확대이다. 앞의 두 가지 내용은 산업계가 지속해서 건의한 사항과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민간 투자와 기술개발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셋째와 넷째의 전략은 정부 주도 RD를 통한 시스템반도체 및 소부장 기술의 고도화를 통한 시장 확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전략에 대한 기대와 관심의 배경 삼성전자는 국내 기흥, 화성, 평택, 중국 시안과 쑤저우, 미국 오스틴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다. 조만간 평택단지의 확충과 미국 테일러시에 신규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이천, 청주, 중국 우시, 충칭, 다렌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용인 클러스터 조성과 청주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전략에서 제시한 정부의 전력,용수를 포함한 인프라 구축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큰 의의가 있다. 생산시설의 적기 확충 및 가동이 성공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정부가 제시한 전략은 시의적절한 방안이고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업계에서 지속해서 건의해온 인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생각된다. 고급 인력양성을 위한 한국형 SRC(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와 교육 및 연구 환경의 개선을 위한 한국형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er) 모델을 통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인력양성을 위한 반도체 아카데미도 생산인력의 확보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대규모 RD 사업을 수행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으므로 국내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만 갖춘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부장 생태계도 추격형에서 시장 선도형으로 대폭 전환해 자립화율을 확대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도체 초강대국 실현을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 대학의 우수인력양성, 기업의 과감한 투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인 요건이며 성공의 조건인데 이번 산업부의 전략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이 포함돼 있어 반도체 연구자로서 큰 기대가 된다. 그러나 성공의 조건을 갖췄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일본, 대만, 중국을 능가하는 기술력과 생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반도체 산업의 연구자와 종사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다. 2022.08.01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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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블루카본 확대 추진 청신호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탄소중립의 새로운 대안, 갯벌 블루카본 주목 최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부 각 부처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다양한 넷-제로 추진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관건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던지, 흡수량을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는 탄소중립을 넘어 총 324만 톤 감축이라는 탄소 네거티브 추진을 선포한 바 있다. 해운, 항만, 수산,어촌 분야의 탄소 배출 저감과 함께 해양 재생에너지 확대 등 해양수산 전 분야에 걸친 포괄적 추진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바다의 탄소흡수,저장 확대 정책인데, 블루카본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즉, 육상에서의 삼림 조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라는 그린카본에 맞서, 바다의 식물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41번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 관리에 갯벌,바다숲 등 탄소흡수원(블루카본) 확대가 적시된 것도 그 궤를 같이한다. 블루카본이 국제사회에 처음 소개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그린카본에 비해 연구 역사도 짧아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블루카본도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201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을 블루카본으로 인정했고 그 이후 바뀐 것은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 맹그로브 서식지가 부재하거나 염습지(~32km2)나 잘피림(~45km2)의 면적이 매우 적다는 것은 불리한 측면이다. 그러나 희망이 생겼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유력 블루카본 후보군으로 갯벌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염생식물 군락이 발달한 습지가 아닌 맨 갯벌이라도 온실가스 제거 효과와 탄소 장기 고정 기능을 갖는다면 블루카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연구팀은 지난 5년간의 전국 단위 갯벌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갯벌(~2,450km2)이 연간 최대 4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갯벌의 블루카본 인증 가능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갯벌의 탄소 장기 고정 효과와 퇴적학적 메커니즘 규명, 그리고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갯벌 블루카본 관리 방안 마련 등 국제사회의 블루카본 인증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과학 연구와 정책 대응이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갯벌 블루카본에 대한 세계 과학계의 관심과 지지 갯벌 이외에도 해양저서퇴적물, 해조류 등이 유력 블루카본으로 제시됐다. 나아가 기타 후보군으로 논의되는 대상도 산호초, 굴 밭, 식물플랑크톤, 어류 등 매우 다양해졌다. 최근 들어 세계 과학계에서 블루카본에 대한 논의가 이전에 비해 매우 활발해졌음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IPCC로부터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블루카본으로서의 철저한 과학적 검증이 요구됨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아울러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블루카본 후속 연구에 대한 선제적, 도전적 연구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과학적 성과 없이 정책적,외교적 노력만으로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블루카본 1단계 사업(2017-21년)을 통해 갯벌의 블루카본 잠재력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현재, 블루카본 2단계 사업(2022-26년)이 블루카본 과학기술 고도화와 갯벌 블루카본 국제 인증 지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성과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초 한국,캐나다 과학기술대회의 블루카본 특별세션에서 IPCC 국가온실가스인벤토리 산정 지침 습지 분야 주 저자인 캐나다 맥길대 게일 쉬무라 교수는 갯벌의 블루카본 인증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주 해수부 주최로 개최한 2022 블루카본 국제포럼에서 IPCC 블루카본 가이드라인 주저자인 호주 퀸즐랜드대 캐서린 로브락 교수도 한국의 갯벌 블루카본 인증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을 지지하면서 갯벌이 가진 잠재력을 국제사회에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제 세계 과학계가 한국의 갯벌과 갯벌 블루카본에 주목하고, 우리의 지난 노력을 인정하고 지지 의사를 피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 블루카본 체계적 확대를 위한 제언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 다양성을 가짐이 밝혀지면서 한국의 갯벌이 글로벌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제 갯벌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다양한 블루카본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인증 받기 위해서는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성과 창출이 필요해졌다. 첫째는 충분한 과학적 연구성과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인식돼야 한다. 둘째는 IPCC 등 국제기구와 세계 과학계의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 인증에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한다. 셋째는 국제 탄소시장 진출을 위한 사회경제적 지원과 법,제도적 관리 기반 마련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과학계의 블루카본 연구성과, 갯벌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에 이어, 기업도 ESG 경영과 탄소중립을 위한 자연 기반 해법을 바다에서 찾기 시작했다. 정말 큰 변화이자 담대한 도전이다. 그간 해수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선제적 지원과 노력이 블루카본 과학과 정책을 꽃피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같다. 새 정부의 꾸준한 해양과학 연구 지원과 정책적,외교적 노력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이 블루카본 글로벌 강국으로 우뚝 서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2022.07.29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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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우리들 사랑이 깨진다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우리들 가슴 속에는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1975, 작사 최인호, 작곡,노래 송창식) 요즘 한참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고래 한 마리가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왔다. 이 드라마를 쓴 문지원 작가는 인터뷰에서 고래는 영우의 내면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고 말했다. 우영우에게 바다와 고래는 주변의 시선과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상공간이자 의지하는 어떤 존재다. 광활한 바다는 완전한 자유의 공간이고, 그 속에서 고래는 마음껏 유영한다. 고래는 곧 우영우 자신이거나 우영우가 꿈꾸는 존재다. 1975년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 원작자 최인호가 가사를 쓴 고래사냥이 주제곡이었다. 50년이 조금 안 되는 47년 전에도 사람들 마음속에 또 다른 고래 한 마리가 있었다. 독재와 억압과 울분의 시대, 질식할 것만 같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금은 중장년에 접어든 70년대의 청춘들에게 그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는 해방구이자 비상구이자 꿈의 상징이었다. 그 시대의 초상 같은 노래, 송창식의 고래사냥이다. 노랫말을 따라가 본다. 청바지에 생맥주를 마시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슬픔과 결핍뿐이다. 무엇을 할까 둘러보아도 모두가, 모든 것이 각각의 이유로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견디는 건 각자의 몫이다.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깨어나면 금방 잊힌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꿈을 찾아 떠나자. 푸르른 동해바다로 가자. 특급열차는 내 것이 아니다. 삼등완행열차를 타야 한다. 저항은 속수무책이고 사랑은 유리알처럼 깨져도 가슴에 뚜렷한 꿈마저 버릴 수는 없다. 동해바다에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보아라. 노래는 청춘의 이상을 고래로, 꿈을 좇는 여정을 사냥으로 치환했다. 억눌린 청춘을 향한 자유와 해방의 선동가였다. 하지만 횃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라고 등을 떠밀진 않는다. 대신 꿈마저 버리지는 말자고 노래한다. 현실도피적, 퇴행적 낭만이라 해도 좋다. 그게 그 시절의 시대정서이자 청년문화였다. 50년 후의 청춘들이 연인과 함께 벚꽃 만발한 여수 밤바다로 고속열차를 타고 몰려간다면, 70년대 청춘들은 이 노래를 목 놓아 부르며 동해바다로 가는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노래는 1975년 개봉한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OST 중 한 곡이었다. 시대의 감성을 읽는 데 탁월했던 작가 최인호(2013년 사망)는 1972년 일간스포츠에 에피소드 형식의 소설 바보들의 행진을 연재했다.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무기력한 대학생들의 방황과 좌절, 사랑을 그려 젊은이들의 폭발적 호응을 받았다. 소설에는 실의에 빠진 젊은 남자 주인공이 고래를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돌아온 충무로의 젊은 이단아 하길종 감독(1979년 38세로 사망)은 이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최인호는 영화 주제곡으로 고래사냥이란 제목의 가사를 쓰고는 송창식에게 청춘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송창식은 앉은 자리에서 뚝딱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병태(윤문섭)와 영자(이영옥)가 주인공인 영화는 5월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윤문섭은 이 영화 하나에만 출연하고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연포해수욕장에서 기타 치며 놀다가 캐스팅됐다고 한다. 영화의 엑스트라들도 실제 대학생들이었다. 영화는 유신 독재정권으로부터 사전 검열을 받아 무려 30분이 넘는 분량이 잘려나갔다. 당시 공연윤리위원회는 작사가 최인호를 불러 고래가 의미하는 게 무어냐고 추궁했다. 영화에는 송창식의 다른 노래 왜 불러도 있었다. 장발 단속을 하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에 시원하게 삽입되었다. 결국 두 노래는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가사가 염세적이고 퇴폐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당국도 해적판의 흥행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음반사전심의제도는 가수 정태춘이 주도해 1996년 폐지됐다). 고래사냥과 왜 불러가 실린 송창식 2집 앨범. 고래사냥은 그해 발매한 송창식 2집 골든앨범(부제 바보들의 행진 OST)에 수록됐다. 왜 불러와 대학가에 구전돼온 서정적인 노래 날이 갈수록(작곡 김상배) 등 3곡이 실렸고 나머진 영화와 무관한 노래들이다. 노래 고래사냥이 영화 고래사냥의 주제곡인 것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고래사냥은 이 노래 8년 후에 나왔다. 최인호는 1983년 이 노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장편소설 고래 사냥을 발표했다. 역시 청춘들의 사랑과 방황을 그렸다. 그 다음해 배창호 감독이 이걸 로드무비 형식의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주제곡과 삽입곡은 주연을 맡은 작은 거인 김수철의 자작곡 나도야 간다 등이다. 고래사냥은 여전히 금지곡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 있나/나도야 간다 나도야 간다/님 찾아 꿈 찾아 나도야 간다라는 가사의 나도야 간다는 1930년 용아 박용철의 시 떠나가는 배에 있는 구절을 차용한 것인데, 표절이라는 다른 이유로 금지곡이 된다, 노래 고래사냥이 나온 지 8년 후에 나온 영화 고래사냥. 배창호가 감독했고 역시 최인호 원작이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이름은 7080의 아바타인 병태와 영자였다. 영화는 무릎과 무릎 사이 애마부인 같은 저예산 에로영화가 판치던 그해 흥행 1위(서울 관객 42만 명)를 기록했다. 노래 고래사냥은 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그중 2011년 나는 가수다에 처음 나와 우승한 자우림이 록 스타일로 강렬하게 편곡한 노래가 유명하다. 고래사냥은 청춘의 영원한 노래다. 많은 대학교의 응원가로 오랫동안 불리웠다. 정호승의 시를 읽는다. 고래를 위하여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수록, 안치환이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 한기봉 전 언론중재위원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과 신문윤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2022.07.29 한기봉 전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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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이제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자 정광선 전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지난 7월 19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군 제3훈련비행단 사이의 해안도로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갓길에 주차하고 몇 시간 후에 있을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3시 40분경 FA-50 3대가 먼저 이륙하고 이어서 대한민국이 최초로 만든 다목적 초음속 전투기 KF-21이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렁찬 소리와 함께 이륙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과 KAI 2000여 명 기술자들의 감탄 어린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륙한 KF-21는 33분의 비행을 끝내고 착륙함으로써 무사히 최초 비행을 마쳤다. 이 33분의 드라마는 대한민국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순간이었으며, 대한민국이 세계 항공우주산업의 선두 그룹(Top Tier)으로 도약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KF-21의 굴곡진 개발과정 한국형전투기 KF-21 개발사업은 공군이 장기간 운영해온 F-4와 F-5 전투기 전력을 대체하고 미래전장 운영개념에 적합한 성능을 보유하여 공군의 기반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목적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그 성능은 4세대 전투기인 KF-16의 기동성능과 대등하되 항공전자장비는 더 우수한 4.5세대 전투기 성능을 목표로 한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공사 졸업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는 최신예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2002년 합참은 한국형전투기 개발소요를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사업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국내 보유기술 부족, 개발비용 과다, 수출 경쟁력 부족, 엔진 개수 등 개발형상에 대한 이견 등의 이유로 네 번의 사업분석을 반복하게 된다. 마침내 네 번째 분석에서 국내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고 2011년부터 2012년 전반기까지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탐색개발을 진행한다. 그러나 탐색개발 종료 후 국회를 비롯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사업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다시 제기하면서 3회에 걸친 사업타당성 분석을 추가로 진행하여 지난 2014년 9월, 선진항공업체의 기술이전, 제3국(인도네시아)의 투자참여 등의 확보를 조건으로 사업타당성 합격 판정을 받게 된다. 이렇게 사업이 잠시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2015년 개발업체 선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던 중 미국으로부터 4개 주요 항공전자장비의 기술이전이 무산됐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이에 국회 국방위원회 주관으로 토론 및 대책을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4개 항공전자 장비들을 국내에서 자체개발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2015년 12월말 방위사업청과 KAI간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사업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다. 이처럼 KF-21의 개발은 시작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6년 개발착수부터 현재까지도 KF-21 개발 성공에 의구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다수 있다. 이제 KF-21이 실제로 날았으니 이런 문제 제기는 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제제기 배경에는 전투기와 같은 복잡한 체계개발에 대한 이해도 부족, 개발실패시 8조 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헛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KF-21의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 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형전투기 KF-21이 지난 19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첫 이륙을 하고 있다.(사진=방위사업청) KF-21 개발 성공의 의미 KF-21은 이제 첫 시험비행을 했으므로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할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 공군은 독자적인 전투기 플랫폼을 갖게 된다. 이는 공군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능을 개량할 수 있고, 원하는 무기,장비를 개발 또는 구매하여 스스로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의 플랫폼(예: F-15, 16, 35 등)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승인과 함께 상대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이 소요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둘째, 국내 개발 국산 전투기이므로 부품단종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원활한 후속군수지원이 가능해져서 높은 작전 가동률 유지와 경제적 전력운용이 가능해진다. KF-21의 국산화 목표율은 양산 단가 대비 65%이며 현재는 이를 더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산화는 생산 및 군수지원에 지불되는 많은 비용이 우리 국내 방산업체에게 돌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셋째, KF-21의 개발 및 생산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활성화시켜서 국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상승시켜준다. 방위사업청 조사결과, 2016~ 2020년까지 1만개 이상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2조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국내 업체들에게로 투자되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양산시 생산유발효과 24조, 부가가치 유발효과 5조 9000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11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넷째, 국내 방위산업 항공분야 수출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KF-21 이전의 항공분야 방산수출은 KT-1, T,FA-50 등의 완제기를 수출하는 것이었다. KF-21 이후 수출은 완제기 수출뿐만 아니라 독자개발 경험으로 체득한 체계통합기술을 활용해 국산 장비,무기 또는 고객이 원하는 장비,무기를 체계통합한 고객 맞춤형 수출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수출된 FA-50에 국내개발 AESA 레이다와 같은 첨단장비를 장착하는 등의 성능개량도 해줄 수 있다.심지어 다른 나라 개발 전투기 플랫폼에 국산 무기,장비를 체계통합하는 등의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KF-21에 바란다 KF-21은 향후 2000여 회의 시험비행을 거쳐서 2026년까지 공대공능력 개발 및 검증, 공대지,해 능력 개발, 2026~2028년까지 공대지,해 능력 검증을 끝으로 개발이 완료된다. 그리고 2026년부터 공대공능력을 갖춘 KF-21 40대를 공군에 우선 인도하여 전력화할 예정이다. 이어서 2028년부터는 공대공, 공대지,해 능력을 모두 갖춘 80대를 인도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이미 전력화된 40대 역시 공대지,해 능력도 갖추게 될 것이다. 나는 KF-21 개발계획 수립과 개발착수부터 금년 1월까지 이 개발사업의 책임자로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개발을 지켜보고 있다. 국방사업관리의 전문가로서, 공군 예비역 조종사의 한 사람으로서, 항공력 발전에 관심이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군과 KF-21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몇 마디 당부를 하고 싶다. 이제 첫 비행 성공에 너무 들떠있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껏 했던 것처럼 KF-21 개발 성공에 전력투구하자. 그리고 완벽히 성공하자. 한편으로 지금부터는 미래를 위해 KF-21의 발전된 형상을 정립하고 현재 개발과 병행하여 미래 적용할 첨단기술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KF-21 스텔스화, 전자전기,함재기, 유무인복합체계로 전환 등 KF-21 작전성능을 4.5세대로 결정한 것처럼 우리 능력을 최대한 창의적으로 적용하여 KF-21을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전투기로 변환시켜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을 이제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자! 2022.07.29 정광선 전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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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생애에 걸친 항공우주 인재양성,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정률 카이스트 교수/항공우주공학과장 우주에 대한 관심은 초,중,고교 시절 중 다양한 계기로 시작되게 됩니다. 사실 하늘과 우주는 고도에서 100km 높이에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은 인위적인 선을 기준으로 나누기 때문에 두 영역의 경계는 실제로 어린 학생들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 폰 카르만이 정의한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으로 고도 100km를 기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랬듯이 그냥 나는 비행체를 만들고 싶다 혹은 날고 싶다라는 꿈에서부터 기인합니다. 그러한 꿈이 어른이 되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특수 임무와 연관되는지 알게 되었을 때 엄청나게 놀라게 될 것입니다. 프랑스의 몽골피어 형제는 1783년 풍선에 사람을 태워 올립니다. 1796년 나폴레옹 전쟁에서 이 풍선 기술은 높은 곳에서 전투를 지위하고 정찰하는 데 상용됩니다. 1861년 미국 남북전쟁에도 등장하게 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몽골피어 형제의 꿈은 현실에서 나라를 지키는 기술로 바뀌어 있는 것입니다.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놀이동산에서 풍선을 날리고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하늘을 날으며 우주로 가는 먼 길을, 어려운 기술을 배우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일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도 잘 알아야 합니다. 결국 우주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학생에게 그 꿈이 얼마나 국방과 산업에 중요한 지를 알려줘야 하는 것이 꿈을 포기하거나 꿈으로써 그치지 않게 하는, 어려운 항공우주공학 기술에 도전하는 교육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누리호 발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사실 인류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고 TV로 엄청난 속도와 긴 화염을 뿜으며 올라가는 멋진 모습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 꿈을 제공한다면 누리호의 성공이 우리나라도 New Space 시대, 즉 우주의 상업적 활용 시장에 이제 뛰어들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은 숨겨져 있는 어른으로서의 중요성이며 임무가 됩니다. 누리호가 성공했다고 다음 달 예정인 달 탐사선 다누리를 누리호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한 일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주는 무궁무진한 산업의 장입니다. 누리호의 성공은 또 다른 준비를 통해 보안이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 군사위성을 쏘아 올리는 국방 우주시장을 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첩보위성을 다른 나라 발사체에 계속 쏘아 올리는 것이 non-sense이며 비효율적이라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꿈이 임무가 됨을 알려주는 것이 인재 양성에서 self-motivation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엘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 社 재사용 발사체는 2016년 1단 로켓을 바다에 떠 있는 간이 착륙장에 성공적으로 착지시키고 검사, 수리, 수명 예측을 통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로 기존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지배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기술로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社는 100km에서 3분 동안 우주를 관광하는 space tourism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도 1998년 정확히 같은 기술을 National Space Development Agency of Japan의 Ishijima 박사에 의해 AIAA 저널에 발표된 바 있습니다. 논문 심사 기간까지 고려하면 20년 후에 기술이 실현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KF-21의 7월 19일 초도비행 성공으로 초음속 전투기를 자체 개발한 8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1999년 4월 제2차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에서 전투기 독자 개발 계획을 심의한 이후 23년 만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비행기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이 꾼 꿈은 20년 후 우리나라 국방을 책임질 초음속 전투기로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대학생 이상이 되어야 습득하고 적용하기 때문에 꿈이 얼마나 중요한 임무로 바뀌는지를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알려줘야 하는 또 다른 구체적인 예입니다. 마지막으로 항공우주공학은 과학적 호기심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엘런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보여 주었고 각종 위성을 이용한 서비스는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국방에서도 우주군이 필요할 만큼 방위산업에서도 가장 전략적인 요소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인력양성의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처우입니다. 꿈을 꾼 자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처우와 위상이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우주도 국방이든, 민간이든 산업적 가치가 있는 연구개발에 우선하여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항공우주 인재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또한 항공우주공학의 연구개발은 최소 20년의 긴 여정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기간 중 과정도 충분히 인정하고 대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국가가 알아두어야 전 생애에 걸쳐 이탈 없이 항공우주공학 인재를 양성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부와 안보를 제고할 수 있게 됩니다. 요컨대, 국가가 항공우주공학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나 인재 양성이 어려운 것은 우주에 꿈을 꾸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홀대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꾸고 있는 꿈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임무인지도 알려주어야 꿈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항공우주공학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학원까지 계속 공부하고 연구해야 현장에 나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긴 여정에 우리 인재들이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임무의 중요성과 위상을 제고해 주는 노력이 국가적으로 더 필요합니다. 2022.07.28 이정률 카이스트 교수/항공우주공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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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국가에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의 여행 인류의 역사는 여행의 역사와도 같다. 고대부터 유목생활을 하며 수렵과 채취의 시대를 살아온 인류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과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후 안정된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그 불안감은 줄어들었을지 모르나 이국적이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현대의 우리에게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대 별을 보며 여행하던 사람들이 중세에는 지도와 나침반을, 현대에는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며 여행하고 있다. 점점 수월해지는 여행과 함께 여행의 목적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고대에는 수렵채집, 중세 길드사회에서는 타지역 장인의 기술을 배우는 수행의 과정, 현대에는 휴식과 재충전의 의미가 크다. 예술가에게도 여행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많은 예술가들이 여행을 통해 얻은 에너지와 영감을 통해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일례로 반 고흐가 아를(Arles)을 여행하지 않았다면, 고갱이 타히티를 가지 않았다면,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과 생명력 넘치는 화려한 색채는 우리 곁에 없었을 것이다. 음악가의 아름다운 곡들도 여행을 통해 종종 탄생되었는데, 어떤 도시와 국가가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살펴 보도록 하자. 관람객들이 디지털로 재구성된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하이든 : 런던 지금도 런던은 세계적인 도시로써 문화와 역사가 혼재되어 있다. 18세기 후반 런던은 급속한 산업혁명과 셰익스피어 이후 연극과 공연의 중심지로 많은 예술가들이 꿈을 쫓아오는 도시였다. 합스부르가 에스터하지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던 당대 최고의 음악가 하이든에게도 런던은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활기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30년간 봉직하던 에스터하지 가문의 후작이 사망하자 자유로워진 하이든은 바이올리스트이자 공연기획자인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으로부터 런던 공연을 제안 받고 런던으로 향한다. 두 번에 걸친 런던여행은 대성공이었고 잘로몬으로부터 요청 받아 작곡한 12개의 교향곡은 잘로몬 교향곡 또는 런던교향곡으로 불리며 하이든 교향곡의 정수가 되었다. 작품번호 93번부터 104번까지를 잘로몬 교향곡으로 명칭하는데 놀람 교향곡, 시계교향곡, 군대교향곡, 드럼롤 교향곡, 런던교향곡 등이 포함되어있다. 당시 급부상하던 부르주아 계급의 취향에 맞게 세련된 구성의 특징이 작품 속에 잘 나타나있다. ◆ 멘델스존 : 이탈리아 북유럽의 다빈치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로부터 헨델과 모차르트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꿈을 쫓아 여행하고 영감을 받아간 곳, 그곳은 바로 이탈리아다. 낭만파의 시작을 알린 독일의 천재 음악가 멘델스존도 21살에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당시 유럽의 부유층들은 자녀가 성년이 되면 르네상스가 꽃피웠던 로마로 여행을 보내는 그랜드투어가 유행했다. 이탈리아를 그랜드투어를 하던 멘델스존은 그곳에서 티치아노(Vecellio Tiziano)등 위대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았고, 자신이 보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화려한 부와 역사 뒤 비참함과 가난함을 보았고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여행을 통해 성숙해진 그는 자신의 교향곡 4번에 이탈리아(Italian)라는 부제를 달았다. 로마에 머물 때 착수해서 만2년만에 완성된 교향곡 이탈리아는 1833년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1악장은 이탈리아 남부의 푸르고 상쾌한 바다와 하늘이 느껴지고 2악장은 나폴리의 종교행렬을 묘사했다. 3악장은 여행의 즐거움을 4악장은 이탈리아 무곡인 살타렐로(saltarello)와 타란텔라(Tarentelle)를 통해 이탈리아의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 드보르작 : 아메리카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세계 미국은 사실 유럽인의 관점에서 유래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 살던 인디언과 원주민에게 미국은 신세계가 아닌 그냥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체코의 국민 작곡가 드보르작은 50세가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내셔널 음악원의 원장이 된다. 19세기말 그가 발 디딜 무렵의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심한 사회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드보르작은 보수적인 클래식음악계의 사고를 벗어나 모든 인종의 미국인에게 입학을 허용했으며, 그의 조수로 흑인바리톤 가수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전통적인 음악인 인디언의 민요나 흑인들의 영가 등을 듣고 극찬했고, 그것이 진정한 미국의 음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 음악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자신의 작품에 접목하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와 현악사중주 곡인 아메리카(American)를 작곡했으며 이 작품들은 그의 대표곡이 됐다. 두 작품은 드보르작이 미국에 3년동안 머물 때 작곡되었으며 특히 사중주 곡 아메리카는 그가 휴가를 보내던 아이오와(Iowa)의 자연풍광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국민악파인 그의 음악적 성향은 미국의 전통적인 음악스타일과 만나면서 독창적이며 개성 넘치는 명작을 만들어냈으며, 이후 영화나 CF에도 그의 음악적 모티브는 종종 차용되어 쓰이고 있다. ◆ 생상 : 아프리카 세계최초의 영화음악 작곡가인 생상은 음악 외에도 심리학자이자, 지질학, 수학, 식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소유한 학자이자 다재 다능한 예술가였다. 그런 그가 또 하나 못 말리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여행이었다.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과 호기심은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원동력 이였을 것이다. 아버지와 자식을 폐렴으로 잃은 생상은 자신도 폐렴에 대한 걱정을 많이했고, 추운 겨울이오면 유럽을 떠나 따뜻한 아프리카로 여행을 하곤 했다. 그가 사랑한 여행지는 이집트, 모로코, 그리고 알제리였는데, 알제리는 생상이 86세에 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하다. 그의 아프리카 환상곡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1891년에 완성된 곡이다. 아프리카 환상곡은 지중해를 끼고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와 모로코를 소재로 생상이 여행하면서 받았던 이국적이며 강렬한 에너지를 표현한 곡으로, 빠른 선율과 밝고 경쾌하며 즐거운 느낌을 준다. 1896년 그의 나이61세에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5번도 아프리카를 소재로 작곡됐다. 작품의 부제는 이집트인(Egyptian)인데 1870년대부터 생상이 자주 여행하던 곳으로 룩소르의 신전마을에서 작곡했다. 작품은 마치 이집트의 풍경을 수채화로 그리고 있는듯하며 특히 2악장은 나일강의 뱃사공들이 부르는 누비아의 사랑노래를 모티브로 작곡됐다. 이외에 나일강의 개구리와 귀뚜라미, 배의 프로펠러 소리 등도 작품 속에 녹아서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 거슈윈 : 파리 재즈를 클래식음악에 접목해 20세기 미국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조지 거슈윈은 1928년 파리를 여행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유럽의 정통 클래식음악을 좀더 가다듬기 위해 라벨, 스트라빈스키, 뿔랑(Francis Poulenc) 등이 있는 파리로 떠난 것이다. 하지만 파리에서 라벨(Maurice Ravel)과 그에게 소개받은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는 거슈윈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벨은 거슈윈에게 2류 라벨이 되지 말고, 1류 거슈윈이 되라며 자신을 따라 하기보다 개성을 살려 독자적인 음악가가 되기를 조언했다. 작품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은 거슈윈이 파리에 머물던 시절 착수되어 뉴욕 필을 지휘하던 담로쉬(Walter Damrosch)의 요청을 받아 1928년 겨울 초연됐다. 전체 3부분의 구성으로 첫 부분은 자동차를 피해 파리의 거리를 두리번거리는 미국인의 모습을 표현했고, 중간부분은 특유의 블루스적인 선율과 바이올린으로 로맨틱한 느낌을 주며 여유 있게 카페에 앉아있는 파리지엥과 경쾌한 느낌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쾌활한 행진곡풍으로 앞부분 묘사된 자동차경적소리 와 미국인 특유의 낙천성을 표현하고 있는듯하다. 작품 파리의 미국인은 이전보다 훨씬 편성이 커지고 작곡기법적으로 세련된 교향시로, 그의 파리여행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투명한 바다로 사랑을 받고 있는 마나가하섬.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항해(Voyage) 이제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실망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어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만약 멀리 못 간다면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마음의 밧줄을 풀고 항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추천음반 하이든의 런던교향곡집은 요이겐 요훔(Eugen Jochum)과 원전에 충실한 로저 노링턴(Roger Norrington)의 음반을 추천한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는 솔티(G.Solti)가 지휘하는 시카고심포니, 가디너 (John Eliot Gardiner)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음반이 개인적으로 좋다. 드보르작의 심포니9번은 카라얀의 베를린 필과 솔티의 시카고심포니 모두 명연이다. 현악사중주 작품 American은 클리블랜드 사중주단(Cleveland Quartet)의 연주를 권해본다. 생상의 아프리카 환상곡과 피아노협주곡 5번은 리히터(Sviatoslav Richter)와 장 이브 티보레(Jean-Yves Thibaudet)의 연주를 추천하겠다. 마지막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은 번스타인의 뉴욕 필 레코딩이 대표적이고,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과 피츠버그 심포니(Pittsburgh Symphony)또한 위트 넘치고 훌륭하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2022.07.2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