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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접종 선두 이스라엘은 왜 바로 환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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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1. 이스라엘은 왜 바로 코로나19가 줄어들지 않는가?
이스라엘은 2021년 3월 1일 기준 809만 도즈의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2회 접종까지 마친 대상자는 전체의 37%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스라엘의 확진자는 매일 4000명이 넘게 발생하며 3차 유행 정점의 절반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왜 이스라엘의 확진자가 바로 줄어들지 않는지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예방접종의 효과는 접종 즉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2회 접종 후 2~3주가 지나야 완전한 보호 효과가 나타납니다.
(2) 이스라엘에서는 특정 집단에서 유행이 극심하며 그 집단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백신 접종률이 낮습니다.
(3) 집단면역의 원리는 접종률이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한다고 바로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개념이 아닙니다.
(4) 요구되는 집단면역의 수준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1), (2) 이유는 바로 이해가될 것이고(3), (4)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2. 집단면역의 효과는 즉시 감염병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집단면역의 원리는 기초감염재생산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아무런 사전 면역이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감염병 환자 한명이 평균적으로 몇명의 새로운 환자를 만들어내는지 나타내는 값입니다.
만약 기초감염재생산수가 3이라면 한명의 환자가 3명의 새로운 환자를 만들어 냅니다. 만약 3명의 새로운 환자 후보자가 있고, 그 중 2명은 이미 면역을 가지고 있다면 한명의 환자는 다시 새로운 한명의 환자가 됩니다. 그리고 감염시킨 사람은 회복됩니다. 즉 감염병에 걸려있는 총 인원 수는 1명으로 일정합니다. 이것을 인구집단 전체로 확장한게 집단면역의 개념입니다.
기초감염재생산수가 3이고 우리나라에 매일 1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만약 우리 국민 중 2/3가 면역을 가지고 있다면 정확히 그 순간에서는 계속 확진자가 1000명이 생기게 됩니다.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함은 더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음을 의미하지 감염병이 갑자기 줄어들지 않습니다. 여기서 면역 수준이 2/3보다 더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확진자의 수는 더 빠르게 감소하게 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이론적인 값으로 측정이 쉽지 않습니다. SARS-CoV2(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판데믹 초기 2.5에서 3.5정도로 예상되었지만 작년 여름에는 최대 4.5~5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고 심지어 작년말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정확한 값은 알 수 없지만 기초감염재생산수를 더 높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렸듯 기초감염재생산수가 4라면 전체 인구 중 3/4가 면역을 가져야 더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으며, 5라면 4/5가 면역을 가져야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접종센터에서 의료기관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3. 집단면역 비율은 접종률과 같지 않다
조금 더 복잡한 문제도 있습니다. 위의 예시는 백신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백신의 효과는 100%가 아닙니다. 가장 효과가 높은 화이자의 백신도 효과는 95%이며 남아프리카 변이에 대해서는 효과가 감소하리라 추정됩니다. 전체 인구집단의 면역 수준은 접종률과 백신의 효과의 곱이 됩니다.
예를 들어, 70% 효과적인 백신은 100%가 접종해야 70%의 집단면역이 형성되며 90% 효과적인 백신은 80%만이 접종해도 70%의 집단면역 수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더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할수록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률은 감소하게 됩니다.
4. 결국 집단면역 조건은 사실상 100% 접종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수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이까지 감안한 코로나19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최소한 5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사회가 필요한 집단면역 수준은 최소 80% 이상입니다. 90% 효과적인 백신을 전국민의 90%가 접종해야지 얻을 수 있는 값입니다.
지금 백신은 19세 미만 청소년, 영유아에게는 승인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인구는 818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15.7%입니다. 즉 현재 접종 가능한 인구는 84.3%로 90% 효과적인 백신을 모두가 접종하더라도 원하는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인구가 접종을 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청소년, 영유아, 임산부에 대한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더욱 불리한 조건입니다. 대규모 유행 국가는 3차 유행이 도달하기 전에도 지역별로 20%에 가까운 항체양성률을 보였습니다. 즉 최대 수십%의 인구는 백신 접종없이 면역을 획득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요구되는 백신접종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확산저지로 항체양성률은 1%가 되지 않습니다. 즉, 집단면역은 전적으로 백신에 의존해야 합니다.
5. 코로나19 종식이란 무엇인가?많은 분들이 코로나19의 종식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저의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종식은 코로나19가 우리사회에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설명드렸듯이 코로나19는 100%가 접종해도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없을 수 있고, 수두나 홍역처럼 일정하게 발생하는 감염병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매우 주관적입니다. 저는 코로나19의 종식이란 우리가 이 지긋지긋한 병으로부터 무뎌져 더 이상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거의 모든 사람이 백신 접종을 한다면 어느 정도 감염은 이어지겠지만 코로나로 목숨을 잃거나중환자실에 가는 분들은 거의 사라져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없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또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명이 있다면 해외나 공연장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도 어디든 다닐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종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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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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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걱정없는 대한민국 만들기 위한 공급대책, 실효성 거두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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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공급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발표를 통해 서울 32만호를 포함해 대도시권에 83만 6000호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그동안 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발표한 물량을 모두 합치면 200만호 수준에 이른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를 공급했던 1990년대 200만호 주택공급계획과 유사한 규모다. 정부의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되면 주택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1기 신도시가 공급되기 전에 주택가격은 급등하고 있었다. 국민은행 가격지수를 기준으로 1989년과 1990년, 전국 주택가격은 한 해 동안 15%~20% 상승했다. 30%가 넘게 상승하는 지역도 있었다. 그러나 1기 신도시가 공급되면서 1991년부터 주택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1995년까지 5년간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했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토대로 보더라도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공급물량이 계획대로 공급되면 주택가격 하향안정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평균 13년 걸리던 재개발,재건축을 5년 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특별건축구역, 민간의 창의적인 설계와 시공, 충분한 생활SOC 공급을 통해 좋은 품질을 보장하고 가격은 시세보다 싸질 수 있도록 공공분양을 하며 3040세대의 실수요자를 위해 청약제도도 개편한다.
역세권은 대중교통과 녹색기술을 접목한 주거,상업복합지구로 개발하고 기존 산업이 쇠락해 건축물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의 준공업지역은 4차 산업전진기지로 탈바꿈한다.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저층주거지는 보육,헬스,택배,안전시설 등을 갖춘 양질의 주거지로 바꾼다. 달라지는 서울을 기대해볼 만하다.
신규 공공택지로 6번째 3기 신도시도 발표했다. 광명 시흥에 7만호, 부산 대저에 1만 8000호, 광주산정에 1만 3000호 등 3곳에 10만 1000호를 공급하고, 나머지 15만호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추가적으로 4월경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공급대책 추진을 위한 3080+ 통합지원센터도 설치했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공급물량이 계획대로 공급되면 주택가격 하향안정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정부가 제시한 공급전략을 두고 실행 가능성과 효과성 논란이 있지만 정책방향의 전환은 환영할만하다.정부가 대도시권에 주택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생각을 전환한 점과 규제완화 시그널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주도형 정책이라는 점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간과하기 어렵다. 게다가 공급시차로 당장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점도 이번 대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다.
그럼에도 이번 공급대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유는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대책의 성공을 위해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부지확보 기준이 갖는 시차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려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주택마련으로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관리해야 한다. 신규 주택이 공급될 때까지 기존 재고 주택시장 내 주거이동이 원활히 유지될 수 있도록 주거이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과도한 대출과 조세관련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보유과세 인상속도를 조절하고 주택가액 기준 대출제약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시작은 공공주도로 하더라도 민간참여를 더 확대해야 한다. 공공의 공급능력을 확장하더라도 계획된 물량을 모두 공공주도로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 지금까지 주택공급 대부분을 민간이 담당해왔을 뿐만 아니라 공공이 공급해주는 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품질이 꽤 괜찮은 민간의 고급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필요한 지역은 공공주도로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지역은 민간이 직접 시행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규제완화 작업과 유인책이 필요하다. 공공주도, 민간주도, 민관협력의 모든 모델이 공존해야 한다. 하나의 모델만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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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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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달’과 클래식…음악 속에 비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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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더 스크리아빈(A.Scriabin)의 The Poem of Ecstasy(Le Poeme de l'extase)가 뉴스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은 러시아 코로나 백신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세계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성공을 자축하는 뉴스였는데, 스크리아빈은 자신을 우주와 동일시한 러시아의 음악가이자 니체에 심취해있던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초 인공위성 성공에 자극을 받은 미국의 노력으로 1969년 달에 도착하는 혁명을 인류가 이루어 냈을 때, 세계는 또 다른 개혁의 물줄기에 있었다.
냉전시대 대립과 적대적이던 국가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히피문화가 태동하고 있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대중문화계는 팝 아트의 앤디워홀(Andy Warhol), 음악에서는 비틀즈(The Beatles)와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 같은 슈퍼스타들이 탄생했다.
또한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절 흑인음악 시장의 점진적 확대로 레이 찰스(Ray Charles)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등 소울뮤직(Soul Music)의 대가들도 고개를 들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계도 번스타인(L.Bernstein)의 아이디어로 보수적이고 상류층을 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TV와 청소년 음악회(1958~1972년)를 통해 대중과 쉽게 소통하고 있었다.
◆ 예술 속 달과 인류
망원경을 통해 최초로 달의 모습을 제대로 본 갈릴레오의 발견 이후 인류의 혁명은 달과 괘를 같이 해오고 있다.
특히 달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에게 풍요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옛부터 설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만 정월대보름은 이웃과 함께하는 풍습이었다.
달은 혼자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웃과 함께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어쩌면 우리 DNA에 각인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울시 종로구 낙산 위로 녹색과 흰색을 띤 대보름달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계 4대 종교가 탄생하기 전부터 고대인류가 달을 숭배했었던 기록은 고고학적 증거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구약성경에도 이스라엘의 우상숭배에 대해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 대상이 달이었다고 한다.
무속신앙이 널리 퍼져있는 일본에서는 무로마치시대부터 에도시대 말기에 서민생활을 기조로 제작된 회화의 한 양식인 우키요에 작품에도 달이 종종 등장하는데, 대표적 작가 안도 히로시게의 작품에서 특히 소재로 많이 쓰이곤 했다.
또한 우끼요에 등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은 후기인상파 미술가 반 고흐(Van Gogh)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면 물결치는 듯한 달의 모습에서 밝고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문학에서는 두보와 함께 한시(漢詩)의 거성인 이백이 달을 많이 사랑했다고 전해지는데, 그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을 보면 달을 의인화하여 친구처럼 묘사하고 있다.
고전인 서머셋 몸(Somerset Maugham)의 달과 6펜스에서도 달은 이상, 6펜스는 현실을 뜻하고 있는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달이 주는 상징적인 느낌은 미술과 문학,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 음악 속의 달
이번 회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달을 소재로 또는 영감을 받아 작곡된 음악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베토벤의 소나타 월광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는 베토벤 사후 시인이자 평론가인 렐슈타프(L.Rellstab)에 의해 제목이 붙여졌기 때문에 작곡가의 의도가 꼭 달과 관련되어있다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이든의 오페라 부파(Opera buffa) 달의 세계(IL MONDO DELLA LUNA)는 그 시대 달과 우주에 대한 인식과 상상력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재미난 작품으로, 현대에서는 무대와 복장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공연에 올려지고 있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도 달에 부침(An den Mond)이라는 아름다운 곡이 있는데, 이 곡은 하인리히 홀티(Heinrich Holty)의 시를 가사로 자신의 첫사랑 테레사를 생각하면서 작곡한 곡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안톤 드보르작(A.Dvorak)의 오페라 루살카(Rousalka) 중 1막에 흐르는 아리아 달의 노래로, 호수에 살고 있는 물의 요정 루살카가 인간왕자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특히 달의 노래 아리아에는 고통과 슬픔, 기쁨과 소망 등의 여러 감정들이 녹아 들어있어서 종종 CF 배경음악이나 첼로, 바이올린 등 기악곡으로도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끝으로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Bergamasque) 3번째곡 달빛(Clair de Lune)은 대중적으로 제일 많이 알려진 곡 중 하나로, 드뷔시의 이탈리아 유학시절 인상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쓰여진 곡이다.
이 곡은 어둡고 조용한 밤 호수에 달이 환하게 떠오르고 돌 하나가 떨어지자 빛이 서서히 넓게 퍼진 후 다시 잔잔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클로드 모네(C.Monet)가 살았던 지베르니(Giverny)를 방문했을 때 그가 수련을 그렸던 곳을 떠오르게 한다.
2015년 8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폐막 음악회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몇 해 전 시카고 미술관(Chicago Institute of Art)에서 우연히 달 항아리 도자기를 보았다.
신인상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의 멋진 그림을 보고 싶어서 갔었던 곳에서 1층전시관에 놓여있는 달 항아리를 멍하니 넋 놓고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자세히 보니 권대섭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세계적인 미술관에 우리나라 작가의 도예작품을 보는 것도 생경했지만, 우유빛깔에 달처럼 살짝 기운 항아리의 모습은 아무 생각 없이 오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달은 우리에게 이런 존재이지 않을까?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에 빠져서 소원을 말하고 싶게 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는 듯 하다.
☞ 추천음반
슈베르트의 가곡은 전반적으로 정석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독일의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음반들을 꼽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의 목소리로 슈베르트의 달에게(An den Mond)를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여린 듯 감성 있고 깨끗한 그의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와도 잘 맞는 듯하다.
오페라 루살카의 달의 노래 아리아는 드보르작과 같은 체코 출신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Lucia Popp)를 권하고,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은 여러 좋은 연주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백건우 선생님의 깊은 연주를 들었을 때 좀더 상상력을 자극 받았다.
더불어 오케스트라 버전도 좋은데, 프랑스 음악의 대가 샤를 뒤투와(Charles Dutoit)와 몬트리올필하모닉의 연주도 함께 추천한다.
끝으로 클래식 곡은 아니지만 베를린 필하모닉의 12명의 첼리스트가 멋지게 연주한 재즈 스탠더드 달빛 세레나데(Moonlight Serenade)도 달 밝은 밤에 취하기 좋은 음악이다.
모쪼록 코로나 시기에 이웃과 함께하기는 힘들겠지만 밝은 달을 보며 각자의 소원과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이 되었으면 한다.
물리학적으로(미세한 차이지만) 지구에서의 시간은 달에서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른다는데, 한번 쯤 느긋한 이백의 마음으로 달을 벗삼아 음악에 취해보시기를 권해본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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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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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실태조사 자료가 말해주는 코로나19 속 작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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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미 박사(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 초청연구위원)
코로나19 감염과 그 영향이 1년 넘게 지속 되고 있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가 1년을 넘어 2021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80% 이상은 8월 말 여름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말 현재까지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끝은 잡힐 듯 말 듯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
동일 기관의 2021년 2월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12월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이 36%,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은 37%였다. 국민 다수가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지속되거나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 그리고 분노를 의미하는 코로나 레드를 넘어 좌절, 절망, 암담함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분석에 따르면, 2020년에 국민들은 2019년에 비해 덜 행복했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덜 가치 있다고 생각했으며 경제상황 평가와 전망은 악화되었다.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평균 6.5점에서 6.4점, 일의 가치성은 6.2점에서 6.0점으로 하락했고, 현재 본인의 경제상황 안정도와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 앞으로의 경제상황 전망 점수 역시 소폭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함께 국민들의 주관적 웰빙 수준과 경제상황 평가가 악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암담함 속에서도 조사 자료는 국민들이 나름의 길을 찾아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간혹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안개 낀 도로에서 앞의 차를 따라가며 운전을 하거나, 어두운 거리에서 옆 사람에 의지해 걷는 것 말이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더 신뢰하고, 더 소통하고, 더 포용하는 길을 택했다. 2019년에 비해 2020년 기관과 정부 신뢰도, 지역에 대한 소속감, 정부와 국민 간 소통 점수,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포용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2020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에 대한 신뢰를 비롯해 의료기관, 교육기관, 기업,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 및 정부에 대한 신뢰는 2019년에 비해 평균 0.1~0.2점(척도 1~4점) 상승했다.
중앙 정부, 지방의회와 국민 간 소통 점수는 각각 0.1점씩, 지방정부와 국민 간 소통 점수는 0.2점(척도 1~4점) 상승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은 조금 더 주변과 정부를 신뢰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코로나19로 정부에 대한 지지와 신뢰가 높아졌으며 이것이 위기상황에서의 결집 혹은 엄격한 사회적 통제가 필수적임을 시민들이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1)
집단별 소수자 포용 수준이 개선되고, 지역 소속감이 높아진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동일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이민자와 노동자, 장애인, 결손 가정의 자녀에 대해 집단구성원 혹은 자녀의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2019년에 비해 감소했다.
거리두기로 인해 동창회,향우회, 동호회 등의 활동 비율은 줄었으나, 평일 하루 중 가족 또는 친척과의 접촉 비율은 늘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시,도, 시,군,구, 읍,면,동 모두 평균 0.1~0.2점(척도1~4점) 상승했다. 코로나19라는 암담함 속에서 국민들은 주변을 믿고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부터 1년 단위로 조사가 이루어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민자긍심 정도가 조사 이래 최고 수준으로 나온 것에는 이러한 믿음과 인식이 바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2020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에 대한 응답은 평균 3.1점(척도 1~4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2019년과 비교해 0.2점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2020년 정치, 경제상황과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만족도도 2019년에 비해 상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통해 섣부르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지금까지 나열한 조사 자료 결과는 국민 전체의 평균값이라는 함정이 있다. 2020 사회통합실태조사는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컨대, 청년층과 고령층은 경제적 어려움을 다른 세대에 비해 더 크게 느끼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행복감과 건강상태 평가점수는 다른 소득 집단에 비해 더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보다 적실한 대응과 해결을 위해서는 정밀한 집단별 분석과 세심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1) Bol, Damien, Marco Giani, Andre Blais, and Peter John Loewen. 2020. The Effect of COVID-19 Lockdowns on Political Support: Some Good News for Democracy?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Research; Merkley, Eric, Aengus Bridgman, Peter John Loewen, Taylor Owen, Derek Ruths, and Oleg Zhilin. 2020. A Rare Moment of Cross-Partisan Consensus: Elite and Public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in Canada. Canad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53(2): 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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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미 박사(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 초청연구위원)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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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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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혹한 코로나 시련 속에서도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해 국민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아동학대나 아동학대 치사 사건은 이제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1월 8일에는 국회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거나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이른바 자녀징계권을 민법에서 삭제했다. 자녀에 대한 가혹한 체벌을 훈육으로 합리화하는 데 악용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월 25일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을 발족시켰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각종 대책에도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계속 발생해 국가 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국민적 공분과 불안이 증대되고 있다. 아동을 구하고 국민을 안심시킬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때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이 풍미했다. 배우 김혜자는 전쟁과 가난과 굶주림과 학대와 성폭행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부녀자들을 찾아 10년 넘게 구호활동을 하고나서 2004년 이 제목의 책을 썼다.
이 문장의 연원은 스페인의 저명한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에게 맞닿아 있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2002년 페레의 삶과 교육철학을 다룬 평전을 펴냈는데 그 책의 제목이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다. 제목은 저자가 붙였는데 페레가 생전에 이 말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종교박해에 저항해 처형당한 순교자는 역사에 많고, 세계사에 족적을 남긴 교육자도 많지만, 교육에 대한 신념으로 목숨을 앗긴 이는 페레가 유일하다. 그래서 그를 교육 순교자라고 부른다.
그는 세계 최초로 아이들의 자율과 창의를 우선하는 진보적인 자유학교(모던 스쿨)를 세운 사람이다. 그의 교육철학은 한 마디로 아이들에게 권위에 의한 억압이 아닌,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무엇보다 가장 반대한 건 폭력이었다. 폭력의 배제가 교육의 방법이자 목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현장에서 모든 종류의 체벌뿐 아니라 평가, 경쟁, 상벌제도를 폐지했다. 오직 친자연, 자연과학, 도덕적 합리주의에 근거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종교적 도그마와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을 시행했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우등생과 열등생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 미술 또는 음악 혹은 다른 무엇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뿐이라는 말은 유명하다.
스페인 정부는 자유학교의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페레를 위험한 정치적 인물로 여겼다. 그래서 그의 나이 오십에 군사반란 배후 혐의로 정치적 누명을 씌워 총살했다.
왜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일까. 꽃 앞에서 욕을 하거나 침을 뱉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꽃은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다. 그 누가 꽃밭에서 폭력을 휘두르겠는가. 페레와 김혜자가 던진 메시지는 결국 같을 것이다. 아무리 좋고 선한 도구나 명분일지언정 그것을 억압이나 폭력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내 선친은 매우 엄하셨다. 난 70년대에 대학에 다닐 때조차도 학점을 보고해야 했고 당신이 흡족하지 않으시면 종아리를 걷게 했다. 중,고교 모두 입시 세대인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체벌에 익숙해져 있었다. 석차 순에 따라 자리를 배정받았고 1등이라도 석차가 떨어지면 책상에 꿇어앉아 그 여린 허벅지에 회초리를 받았다. 고등학교 체육선생님 별명은 O빠다였다. 그 때는 대걸레자루와 야구방망이가 퍽퍽거리는 소리가 교실에서 난무했지만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생 때도 아버지의 체벌에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70년대는 사랑의 매라는 표현 앞에서 사회도, 학부모도, 학생도 모두 폭력을 용인하던 시절이었다.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말은 훌륭한 부모인 양 돋보이게 했다. 지금은 교편(敎鞭)을 잡는다는 표현이 사라졌지만, 그때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일종의 경외적 표현이었다. 편(鞭)은 가죽채찍을 말한다.
페레로부터 1세기가 훨씬 지났다. 지금의 학교 교육 현장에서 체벌은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법적으로는 2011년 3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으로 금지됐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남이 볼 수 없는 가정에서는 다시 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꽃은 고사하고 달군 프라이팬, 쇠사슬, 여행가방, 물고문까지 나온다. 많은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가 입양아나 의붓자식이라는 점은 학대를 이해시키는 정황이 아니라, 우리를 더 슬프게 만들고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가해자들의 일관된 변명은 아이 훈육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체벌이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를 망친다는 연구가 교육학의 대세다. 폭력의 피해자가 성장해서는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 쉽다는 것은 많은 실증 연구에서 입증됐다.
미국 텍사스 대학 엘리자베스 거쇼프 교수는 50년 동안의 추적을 통해 체벌과 아동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5년 전에 발표했다. 체벌을 많이 경험한 아이일수록 범죄와 반사회적 행동 빈도가 높아지고 평생 우울과 불안감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체벌 효과는 제로이며 결과는 일관되게 부정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0%는 부모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적지 않은 부모들이 말을 안 듣는 아이한테는 어느 정도의 훈육 차원의 벌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것을 보았다. 벌을 세우거나 집밖으로 잠시 내쫓거나 자로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때리는 정도는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록우산재단이 2019년부터 벌인 캠페인 제목은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다. (부모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들어있던 민법 915조를 칭함)
부모징계권 삭제 기사에 달린 어떤 학부모의 댓글을 보았다.
체벌은 부모에게 가장 안이한 훈육법이다. 아이 손바닥을 자로 한 번 때린 적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나도 모르게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다.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후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법, 감정을 자제하는 법 등을 육아책과 강연 등을 통해 스스로 터득했다. 일체의 체벌 없이 키우는 게 체벌하며 키우는 것보다 훨씬 쉬워졌다. 우리 모녀는 정말 행복하다.
◆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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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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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고 뺄 것 없는 강건한 문체로 여성해방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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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인(1948~1991)의 생가는 해남군 삼산면 송정리, 김남주 시인(1946~1994)의 생가는 해남군 삼산면 봉학리로 10분 거리 이웃마을이다. 매년 6월 고정희 생가에서는 고정희문화제가, 11월 김남주 생가에서는 김남주문학제가 열리고 있다.
「길을 가다가 불현 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시집 지리산의 봄(1987)에 실린 고정희의 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의 부분이다. 퇴계의 사랑 두향을 생각하며 지은 시라고 한다. 퇴계는 48세, 단양군수를 하던 시절 18세의 관기 두향을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퇴임하던 날 퇴계는 치마폭에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네」, 시 한수를 남기고 두향의 이별선물 분매(盆梅)를 들고 귀향한다. 22년이 흘러 일흔 살의 아침에 퇴계는 매화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두향은 강물을 몸을 던져 그 뒤를 따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땀이 밴 옷처럼 진한 슬픔이 배어나오는 사랑의 절창이다.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생가의 방.
한 편 더 읽어보자. 「가까이 오라, 죽음이여/ 동구 밖에 당도하는 새벽 기차를 위하여/ 힘이 끝난 폐차처럼 누워 있는 아득한 철길 위에/ 새로운 각목으로 누워야 하리/ 거친 바람 속에서 밤이 깊었고/ 겨울 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모닥불이 어둠을 둥글게 자른 뒤/ 원으로 깍지 낀 사람들의 등 뒤에서/ 무수한 설화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서걱거린다」 같은 시집의 시 땅의 사람들 1, 죽음과 폐차와 어둠을 새벽과 각목과 모닥불로, 거뜬하게 이겨내는 살아남은 자의 리듬 넘치는 시어들.
고정희 시인의 생가는 해남군 삼산면 송정리, 김남주 시인의 생가는 같은 면 봉학리로 10분 거리 이웃마을이다. 김 시인은 1946년, 고 시인은 1948년생으로 두 살 차이다. 김 시인은 1994년 48세에 췌장암으로, 고 시인은 1991년 43세에 지리산 뱀사골에서 실족 타계하였으니, 두 사람의 향년과 생몰연대도 비슷하다. 한 동네에서 걸출한 두 시인이 태어난 것도 그렇고, 1980년 광주의 5월을 함께 관통하였으며, 시대의 맨 앞에 서서 한 사람은 민족해방 전사로, 또 한사람은 여성해방 전사로, 시인이면서 전사(戰士)의 별칭으로 얻고 있는 점도 그렇다.
자그마하고 깡마른 몸집에 커다란 두 눈, 연약하면서도 완강한 조선여자의 골상(차미례)을 가진 페미니즘 시인이며 민중 시인이며 서정 시인이었던 고정희.
고정희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이다. 1970년 광주의 새 전남, 주간 전남의 기자로 일하면서 시대의식과 여성문제에 눈을 떴다. 1975년 현대시학에 연가, 부활과 그 이후 등을 추천(박남수) 받아 등단했다. 1979년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김준태, 송수권 등과 목요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로 여성문학인위원회 위원장, 시 분과위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1984년 기독교 신문사, 크리스천 아카데미 출판간사를 지내고, 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으로 일했다. 자그마하고 깡마른 몸집에 커다란 두 눈, 연약하면서도 완강한 조선여자의 골상(차미례)을 가진 시인은 남녀평등의 대안사회를 모색한 여성주의 공동체 또 하나의 문화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초기 여성운동에 큰 발걸음을 남겼다.
「남자가 모여서 지배를 낳고/ 지배가 모여서 전쟁을 낳고/ 전쟁이 모여서 억압세상 낳았지// 여자가 뭉치면 무엇이 되나?」 여자가 뭉치면 사랑을 낳고 생명을 낳고, 자유와 해방과 평화와 살림을 낳고, 살림은 평등을 낳고 평등은 행복을 낳으니, 여자가 뭉치면 무엇이 되나? 그것은 새로운 세상! 시집 여성해방출사표에 실린 시 여자가 뭉치면 새 세상 된다네는 이렇게 이어진다. 남녀차별과 사회모순을 꿰뚫어 보고, 더하고 뺄 것 없는 강건한 문체로 여성해방을 노래한 고정희는 시와 삶을 하나로 밀고 나갔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단정한 글씨로 써내려간 시편들, 그의 생가 방에 걸려있는 고행, 청빈, 묵상이란 세 단어가 그의 삶과 문학에 임하는 자세를 잘 보여준다.
시인은 살아있는 동안 10권의 시집을 냈다.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 실락원 기행(1981), 이 시대의 아벨(1983)을 펴내며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장시집 초혼제(1983)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눈물꽃(1986), 지리산의 봄(1987),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1989), 여성해방출사표(1990) 등 등단 10여년에 10권의 시집을 냈으니, 얼마나 치열하게 시를 썼는지 알 수 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깨끗한 마음, 단정한 필체로 써내려간 시편들. 고행, 청빈, 묵상이라 쓰인 그의 방에 걸린 작은 액자가 시인으로서의 삶과 자세를 잘 보여준다.
고정희는 우리 시사에서 여성문제를 최초로 폭넓게 탐구한 여성주의 시인으로, 그리고 역사의식을 가지고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준열한 증언을 하였던 민중 시인으로, 또 기독교 정신과 생명에 대한 도덕적 순수함으로 진솔한 내면을 보여 준 서정 시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고정희의 유고시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의 부분이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매년 6월 고정희 생가에서는 고정희문화제가, 11월 김남주 생가에서는 김남주문학제가 열리고 있다.
◆ 이광이 작가언론계와 공직에서 일했다. 인(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애인(愛人)이라고 답한 논어 구절을 좋아한다. 사진 찍고, 글 쓰는 일이 주업이다. 탈모로 호가 반승(半僧)이다. 음악에 관한 동화책과 인문서 스님과 철학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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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이 작가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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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과학이 주는 가장 효과적인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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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18세기말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던 시절에 에드워드 제너는 소 젖을 짜는 일꾼들이 천연두(두창)에 걸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우두에 걸린 사람 피부의 고름을 가지고 우두법을 개발했다. 우두법을 통해 천연두를 예방한다는 제너를 향해 당시의 지식인들은 우두법을 사용하면 사람이 소가 된다거나 소의 질병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등의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천연두에 대한 예방접종은 드디어는 1980년 천연두의 종식이라는 기념비적인 역사를 만들어 냈다. 지금의 백신(vaccine)이라는 단어도 라틴어로 우두를 뜻하는 vaccinia에서 온 것이다.
2020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중국에서 들려온 코로나19(COVID-19)의 소식은 인류의 삶의 모습을 송두리채 변화시켰다. 사람과의 자연스런 만남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마스크를 공공장소에서 쓰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세상이 됐다. 연휴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고 덕담을 하는 문화가 지금은 금기가 되는 상황이다. 스페인독감의 대처의 역사에서나 들어왔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온 국민의 삶의 원칙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와 함께 해 왔던 우리의 삶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과학의 선물이 있다. 바로 백신이다. 18세기말 한 과학자의 집념으로 시작된 백신이라는 과학이 지금은 온 인류의 삶을 정상적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물로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대개의 감염병에 대한 백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5~10년의 연구기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1년 만에 접종가능한 백신이 만들어져서 실제로 시행이 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무언가 안전성에 대한 증명이나 효과성에 대한 증명을 대충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
지난 6일 미리 가 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접종센터. 백신 냉동보관실, 대기실, 접종실, 관찰실, 응급처치실 등이 준비되어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그렇다면 어떻게 코로나19 백신은 이렇게 빨리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에볼라를 거치면서 신종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백신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백신의 개발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2017년 다보스포럼을 통해 빌 게이츠가 주창해 세계감염병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을 구성했고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해 백신의 플랫폼 기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플랫폼은 백신 개발에 있어 그릇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 가지 감염병에 대해 백신을 개발할 때 플랫폼 형태로 개발해 신종감염병이 유행할 때 새로운 바이러스를 그 플랫폼에 적용시켜 백신의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플랫폼은 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존슨(얀센) 등이 활용하고 있는 바이러스벡터백신, 화이자와 모더나가 이용하고 있는 mRNA백신, 노바백스,SK바이오사이언스의 합성단백질 백신 등이 있다. 각각의 플랫폼들은 이미 에볼라나 뎅기열, 일본뇌염, 암 치료 등에서 활용했던 플랫폼으로 이에 대한 안전성 자료는 충분히 검증됐고 이런 안전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백신을 개발과정을 진행해 3만~6만 명 사람 대상의 임상연구를 거친 후 출시됐고 백신 접종이 시작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2억 명에 가까운 접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은 충분한 검증이 됐다.
백신별로 예방효과가 62~95%로 차이를 보이지만, 입원이나 중환자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중증 환자 예방 효과는 모든 백신에서 90~100% 라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현 상황에서 어떤 백신을 접종하느냐 보다 내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제때에 맞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반응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서 중증 알레르기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에서의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10만 명당 2~3명이 발생하는 것 빼고는 중증 이상 반응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만 명 이상의 임상연구와 영국에서 150만 명 이상의 접종이 이뤄진 상황에서 중증 이상 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 국민들이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백신 접종의 효과가 100%가 아니고 무증상 감염까지 다 막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유행이 잦아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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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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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도 배우고 경험해야 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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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들이 다정하고 배려심이 있게 자라기를 원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친절하지 않으면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한다.
사실 학령전기 아이에게 현명한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너그럽고 공손할 뿐 아니라 강인하기까지 바라는 것은 이제 막 혼자서 신발을 신을 줄 알게 된 아이에게 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공감과 인간관계를 담당하는 신경회로는 아이들마다 다르다.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 뇌 안의 신경회로가 부족해 또래 아이들과 관계를 갖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배우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수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신입생 예비소집 야외 부스에서 신입생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뇌는 인간관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관이다. 뇌는 사회적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또래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인간관계에서 기쁨을 느낀다. 에피네프린, 도파민, 오피오이드의 도움으로 신체각성 수준이 높아져서 아이는 강렬하게 살아 있고 완전히 깨어있음을 느끼며 자신감과 활력에 넘친다.
어린 시절에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이 반복적으로 분비되면 자발성, 이상 추구, 희망, 세상에 대한 경외감, 순수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되어야 아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인적 이익뿐 아니라 보다 의미 있는 무언가를 추구하며, 세상에 기여하는 데에서 만족과 자긍심을 얻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행복하려면 개인의 사적인 관심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주의와 열정을 쏟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의 뇌는 자아와 타자가 통합함으로써 의미와 행복을 발견한다.
이것은 뇌가 사람들 간의 통합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또래 아이들 사이의 연결을 형성하고 가꾸어야 한다.
자아와 타자의 통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거울뉴런이다. 거울뉴런은 주변 세상에서 보는 것을 바탕으로 다른 아이들이 하는 행동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들의 감정 상태도 반영한다. 거울뉴런 때문에 어떤 행동에 이어질지 알뿐 아니라, 또래 아이의 행동, 의도, 감정까지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
한편 아이들은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의사소통, 경청, 얼굴 표정의 해석, 비언어적 표현의 이해, 공유, 희생 같은 중요한 인간관계 기술을 익힌다.
또한 자기가 주변 세계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인간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름대로 판단하며, 앞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외롭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될지, 불안하고 혼란스러울지, 누군가 나를 공감하고 이해하며 안전하게 도와줄지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부모와의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아이의 좌뇌 전두엽의 활동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좌뇌 전두엽은 긍정적인 감정과 사회적 행동에 관여한다. 따라서 무심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좌뇌 전두엽이 활동적이지 않으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게다가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모와 친구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싸우기 아니면 도망치기 반응을 보인다.
도망치기 반응은 우울해지거나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것이고, 싸우기 반응은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에게 친구를 사귀도록 돕는것도 사회성을 높이는 한가지 방법이다.
다만 학령전기에는 내 아이에게 단짝 친구가 없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은 단지 함께 노는 것에 불과하고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가 성립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잘 사귀는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놀이를 많이 알고 있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힘이 세거나, 리더십이 있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좀 더 인기가 있는 것뿐이다.
◆ 자신감을 키우자
아이들은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의존적인 성향이 있을 때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다. 특히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알지 못하는 아이라면 또래 아이들과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호감이 생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이가 자존감을 갖고 의존적이지 않도록 하자.
◆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자. 장난감이나 옷을 스스로 고르게 하고, 아이가 읽을 책은 스스로 꺼내오게 하고, 무슨 놀이를 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 그러다 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자신감이나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부모가 인정해주자.
◆ 사회적 기술과 놀이를 가르치자
남의 말을 경청하거나 타협하는 기술을 그림처럼 자세히 설명해주자. 예를 들어 한 장난감을 서로 가지고 놀고 싶어 하면 각각 시간을 정해서 번갈아 가지고 놀도록 하거나, 순서를 지키는 것을 가르쳐주자. 그러면 아이들은 다른 갈등 상황에서도 부모가 알려준 해결법을 활용하게 된다.
◆ 또래 아이들과 사귈 시간을 주자
평소 유치원, 학원이나 문화센터 프로그램, 가족간의 스케줄로 인해 시간이 빡빡하게 돌아갈 경우에도 또래 아이들과 사귀기가 힘들다. 의도적으로라도 또래 아이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는 시간적 배려가 필요하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낯선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자.
◆ 한두 명의 친구부터 시작하자
아이 중에는 늘 혼자 놀고 혼자 행동하기 때문에 이러다가 외톨이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가 지레 겁을 먹고 억지로 여러 명의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럴 때에는 한 두명의 아이와 놀게 하자.
◆ 자기주도적으로 친구를 사귀게 하자
친구와 잘 지내도록 부모가 먼저 잔소리하지 말자. 매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잔소리를 하면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의존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 아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알아내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
◆ 김영훈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소아신경학을 연수했다. 50여편의 SCI 논문을 비롯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발표했으며 SBS 영재발굴단, EBS 60분 부모, 스토리온 영재의 비법 등에 출연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 머리가 좋아지는 창의력 오감육아, 아빠의 선물 등이 있다. pedkyh@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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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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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알아본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유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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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송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의학통계학과 교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이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 백신접종이라는 데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견이 없다. 2월 말부터는 의료진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돼 올 하반기에는 집단면역이 달성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이 효과적인가, 안전한가,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필자는 역학 및 의학통계 전문가로서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본다.
◆ 국내 도입 코로나19 백신 효과는
국내에 도입되는 코로나19 백신은 효과적이다.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등의 국제 표준은 50%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인플루엔자 등의 주요 바이러스성 감염증에서 유효성이 50% 이상이면 대규모 접종에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
예를 들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 1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면 백신을 접종하면 50명으로 감소한다. 백신 접종 후에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고, 주위 사람에게 퍼트릴 확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그 실제 효과는 50% 보다 높다. 우리나라에 도입될 백신제품의 유효성은 모두 50%를 상회하기 때문에 유효성에 대한 국제 표준에 부합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약 70%, 노바백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90% 정도의 효과를 나타낸다.
정부가 오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비임상검체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승인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은
각국에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은 믿을만한 수준이다.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의 안전성은 정확하게 평가하기도 어렵고 기본적으로 100% 안전한 의약품은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임상시험에서 의약품에 기인한 심각한 이상반응이 있는지 평가하고, 접종사업을 하면서 철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의 경우와 비교할 때 코로나19 백신은 이상반응의 빈도와 종류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한편,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젊은 사람과 건강, 질병 상태나 면역 체계에 차이가 있어 코로나19와 그 백신에 취약하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지적한 대로 노인에서 효과와 안전성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취약한 노인이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때의 위험성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불분명한 위험성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물론 당뇨병과 같은 전신 질환이 없는지, 일반적 건강상태가 양호한지 등을 의료진이 평가한 후 접종하고, 철저히 모니터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백신 접종, 어느 제품이 좋은가
다양한 백신 중 어느 제품을 접종받아야 하는가? 가장 안전하고 가장 효과가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이 맞다. 그러나 어느 제품이 그런 제품인지 100%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발된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기전, 백신을 제조하는 방식, 접종 간격, 보관 온도 등 접종 방식 모두 상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승인한 제품 중 현재 접종 가능한 제품이 최선이라는 것이, 데이터를 다루는 과학자로서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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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송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의학통계학과 교수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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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획의 품질과 통계대행 제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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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종 통계청 통계대행과장
바람직한 사회 상태를 이룩하려는 목표와 필요한 수단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으로 정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의 실태에 관한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정부가 실태에 관한 조사를 통해 충분한 정보 없이 정책을 결정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게 된다.
따라서 합리적 정책 결정을 위해 통계의 정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개별 법률에서도 합리적 정책결정의 전제로서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들어 노인복지법 제5조의 노인실태조사, 모자보건법 제15조의20의 산후조리실태조사, 국가보훈기본법 제16조의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 등)
또한 서구 복지국가에서도 인구고령화와 산업구조의 변동 등으로 인한 재정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자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과학적 정책분석과 증거 기반적 정책평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공공데이터의 수집, 처리, 공유, 이용의 과정에서 정확성과 공적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일관된 정책집행이 되도록 데이터 주도 공공영역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2018년에 데이터 관리 절차를 개선하고 정책결정을 위한 통계 정보의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증거기반 정책결정 기초법(The Foundations for Evidence-Based Policy-making Act)을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 결정에서 통계와 객관적 정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개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이 스스로 통계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표본추출, 코딩 및 자료처리, 결과분석 등 통계적 연구를 수행할 자체적인 연구기관이 없거나 조사를 수행할 조직과 인력 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통계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기관의 도움과 자문이 필요하다.
통계대행이란 통계전담부서가 없거나 인력 및 경험 부족으로 통계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앙부처 등 통계작성기관을 대상으로 통계청이 통계법 제13조 및 제23조에 따라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이용해 통계를 대신 작성,제공하는 제도이다. 통계작성 컨설팅은 당해 연도에 통계를 개발하거나 통계조사 추진 중 도움이 필요할 때 통계작성 방향 및 방법, 절차 등을 컨설팅해 주는 제도이다.
한국은 2007년에 통계청에 통계대행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2008년부터 통계대행 및 컨설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관리예산처(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에서 각 부처의 통계예산을 확정한 후 상무부 센서스국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상무부 센서스국(Bureau of the Census)이 다른 정부 기관이나 법인 등의 통계조사를 위탁받아 조사한 후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U.S. Code Title-13, 제8조, 제196조).
한국의 통계대행 제도의 방법과 절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통계대행의 대상은 승인통계이거나 승인 예정인 전국단위, 면접조사 통계로 신규개발 또는 개선이 필요한 통계이며, 지방자치단체 소관 통계와 기존 민간기관에 위탁하고 있는 통계는 제외된다.
통계대행 절차는 통계청이 실시하는 연 3회의 수요조사(2, 5, 7월)를 통해 통계 작성기관이 다음 연도에 실시하는 통계 대행의 수요를 제출하면, 통계청 내부의 통계대행지원협의회의 심의를 통해 대행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업무협의(수의계약)를 통해 구체적인 대행 방법과 범위를 확정하게 된다. 이 경우 위탁기관은 통계청에 조사에 필요한 경비를 수입대체경비형식으로 납부해야 한다.
통계대행은 통계청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조사에 적합한 모집단 적용과 표본추출로 정확한 표본조사가 가능하며, 2회의 대행 실시로 조사표, 지침서 등 조사의 틀을 마련할 수 있고, 간편한 행정처리(공문에 의한 수의계약 가능)의 장점이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조사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실태조사」와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를 완료했고, 2021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비교연구로서 교육부 및 고용노동부의 주관하에 「국제성인역량조사(the 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PIAAC)」예비조사, 보건복지부의 「산후조리실태조사」,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 여성가족부의「양성평등실태조사」 등 4종의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통계작성 컨설팅으로는 2020년에 바이오헬스산업 실태조사(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의약산업실태조사(한국한의학연구원), 항공산업 일자리 통계조사(한국교통연구원), 국민 체감안전도 조사(경찰청), 어업인 질환,손상 조사(해양수산부) 등 10종 통계에 대해 조사기획, 표본, 통계 승인 등에 대해 컨설팅을 실시했으며 참여기관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은 수준이다. (매우만족 8개 기관, 만족 2개 기관)
통계청은 많은 기관이 통계대행 및 통계작성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정책통계의 정확성을 확보하고 정책기획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대상 기관의 다변화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통계대행 뿐만 아니라 대행의 과정을 통해 통계작성기관의 실질적인 통계작성 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통계대행의 비용, 계약방법, 추진 절차 등 상세 정보에 대하여 통계대행 홈페이지(http://kostat.go.kr/scm)를 참고하거나 통계대행과(042-481-3811~2)로 문의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통계청의 통계대행 및 통계작성 컨설팅 제도를 통해 국가통계의 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이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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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종 통계청 통계대행과장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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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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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1년을 넘어가면서 대면 추석에 이어 설날마저 비대면으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강화된 거리두기가 가족 간의 만남마저 제한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지속되면서 코로나로 인한 관계 단절과 제한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 외로움
코로나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가져다 준 생활의 변화 중 하나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입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생활에 준 영향 가운데 가장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관계의 제한과 단절일 것입니다.
친구 관계와 업무 관계, 종교 모임, 동호인 모임 등 각종 관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혼자 있는 시간의 외로움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도 홀로 있지 못하고 TV나 인터넷, SNS 등 외부 자극을 끊임없이 찾으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두 아이 이야기 : 외로움의 근원
한 아이는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맞벌이를 하면서 심야에야 귀가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납니다, 경제적으로 궁핍으로 인한 물질적 욕구 불만에 시달리고, 부모님의 부재로 인해 관계의 결핍 속에 자라난 결과 성인이 되어서도 늘 관계를 갈구하며 살아갑니다.
한 아이는 이와 반대로 관계와 만족의 과잉 속에서 자라납니다. 어머니와 보모 혹은 조부모가 항상 아이 옆에 있으면서 아이가 필요를 느끼는 즉시, 아니 많은 경우 필요를 느끼기도 전에 모든 것이 주어집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최신 학술적 성과에 의해 알려진 것들이 엄마의 정보력에 의해 습득되고, 아이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가와는 무관하게 주어집니다. 이 아이도 외로움과 혼자 있는 시간에 취약한 성인으로 자라납니다.
현대인의 삶은 이들 두 아이의 중간 어딘가에 있으며 일면은 결핍 속에, 일면은 과잉 속에 있는 복합적인 성장 과정을 거쳐 혼자 만의 시간과 외로움에 취약한 성인으로 자라납니다.
함께 있으면서 혼자 있기
관계의 결핍은 물론, 관계의 과잉도 혼자 있지 못하는 현대인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캇의 처방이 필요합니다. 위니캇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발달 과제의 하나임을 역설하였으며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어머니가 아이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존재로 아이에게 안정감을 줄 뿐, 아이에게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는 어머니가 함께 하는 가운데 아이는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세상을 탐험하면서 독립적 자아를 형성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납니다. 성장 과정의 문제로 인해 혼자 있을 수 없는 어른으로 자라난 우리들은 일상의 관계 속에서 함께 있으면서 혼자 있기를 실천하면서 혼자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충고를 가장한 간섭 하지 않기, 관심을 가장한 사생활 침해 하지 않기,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주문을 통일 하지 않기, 타인의 취향 존중하기, 나와 다른 의견을 경청하기, 타인이 원하는 대로 타인에게 해 주기 등이 그 실천 목록일 것입니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 키우기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사랑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 했습니다.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이 홀로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으로 술, 담배, 라디오, 독서 등의 활동을 일체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의 마음 속에 흘러가는 생각들과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훈련을 하루 20분이라도 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훈련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혼자만의 활동에 전념하는 훈련은 어떠실지요? 게임, 인터넷, 유튜브, SNS 등 우리의 집중력과 지속력을 방해하는 산만한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독서, 특정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글쓰기 등의 활동에 전념하는 훈련을 짧은 시간이라도 시작해서 점차 그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지요.
디지털 매체를 떼어 놓는 것이 너무 어려우시다면 약간의 방향 전환을 시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도 특정 주제를 찾아서 본 후 요약하고 정리하는 글쓰기로 이어 간다면, 즉 주어진 자극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축적하는 활동으로 이어간다면 함께 있으나 홀로 있기 위한 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상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업무, 정신건강정책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에 매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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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2021.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