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그리고 국민이 참여하는 정책 실현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듯하다. 과거에는 국민신문고라는 채널을 통해서만 소통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국민참여단, 소통24, 정책제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나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정책기자단 활동부터 안전신문고, 소통24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거나,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 왔다. 지난 11월, 청년정책 제언을 위해 소통24 누리집에 접속했을 때 조금 흥미로운 활동 모집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바로 ‘2024 공공서비스디자인 국민심사단모집’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공서비스디자인?’ 나름 다양한 정책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소한 단어에 더욱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시각적인 프로젝트를 말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관련 정보를 찾아봤는데, 내가 생각하던 부분과 전혀 다른 내용이 안내되고 있었다.
소통24 누리집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공공서비스 디자인은 국민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 설계 과정에서 ‘국민’을 직접 참여시켜 정책을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고 한다. 기존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정책 공급자인 공무원이 주체가 됐다면, 이제는 국민이 정책 논의 과정부터 함께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함께 정책을 만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공공서비스에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도 흥미로웠다. 국민이 참여하는 정책 설계 과정에는 서비스디자인방법론이라는 것을 활용한다고 한다. 소통24에 따르면 수요자의 경험, 행동, 감정, 심리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분석을 기초로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법 및 분야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관련 내용을 찾아본 후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설계한 정책들을 심사하는 국민심사단에 더욱 흥미가 생겨 바로 지원했고, 며칠 후 정말 운이 좋게 지역과 연령, 성별을 고려한 30명의 심사단 중 한 명으로 선발되어 세종에 방문해 심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행사일이었던 11월 27일, 갑자기 내린 눈에 기차를 타고 세종으로 향했다. 공공서비스디자인 심사는 정부세종청사의 중앙동(민원동)에서 진행됐다. 심사에 관한 설명과 공공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설명, 당일 참여한 발표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후 자리에 앉았고, 행사는 예정된 2시에 맞춰 시작됐다.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우수팀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는데, 이날 발표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우수한 성과를 거둔 10팀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상이 수여됐다. 발표회의 훈격도 생각보다 높았는데, 발표에 참여한 11팀 중 1위에는 대통령상, 2·3위에는 국무총리상이 수여됐으며, 나머지 8팀에게는 행정안전부 장관상이 수여된다고 했다. 높은 훈격과 많은 장관상에서 공공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정부의 기대와 중요도를 느낄 수 있었다.
발표는 자유발표 형식으로 진행 후 전문 심사위원의 짧은 질의응답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발표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아 참여한 팀들의 전략을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모든 팀원이 올라와 구호를 외치거나 영상을 활용해 정책을 홍보하는 등 각자가 설계한 공공서비스 디자인의 효과를 이해하기 쉽게,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앙정부의 부처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발표 자격을 얻은 11팀 모두 왜 그 자리에 서있는지 이해 될 만큼 우수한 정책 디자인을 진행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취약계층, 도서산간의 주민, 청년을 위한 지원 등 기존에 시행되던 정책의 경계선에 있던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었기에 나 역시 평소 심사단에 참여했을 때보다 더 신중하게 평가했던 것 같다.
전문 심사단 10명과 소통 24를 통해 선발한 30명의 국민심사단, 별도의 채널을 통해 선발된 10명의 국민심사단 총 50명이 1점부터 10점의 점수를 투표해 취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심사에서 최고 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곳은 ‘광주광역시 동구’였고, 국무총리상은 ‘부산시’와 ‘산림청 자연휴양림관리소’에 돌아갔다.
대통령상을 받은 광주광역시 동구는 놀이 발자국이라는 정책을 디자인했다. 발달 장애인 청소년 야구단 지원에 대한 내용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된 고향사랑 기금사업을 통해 진행했다는 점과 정부박람회의 특별부스를 통해 국민 홍보 및 평가를 진행해 93%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책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부산시는 체감도 높은 자활 혁신 프로젝트로, 산림청 자연휴양림 관리소는 이동이 불편한 국민을 위한 유니버설 휴양 프로젝트로 심사단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10년이 넘게 계속되어온 공공서비스디자인을 고도화해 더 많은 국민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정책 제안 채널을 더욱 활성화해 일상생활 속 필요한 정책을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홍보 역시 강화한다고 한다.
내년에도 다수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는 공공서비스디자인 국민참여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국민 참여 프로젝트에 비해 상당히 긴 장기 프로젝트지만, 확실한 변화와 성장을 확인할 수 있기에 적극적인 정책 참여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국민이라면 차년도 모집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