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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20주년, 내 기억 속의 KTX

2024.04.12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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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어린 시절, 종종 이모를 따라 부산행 기차를 탔다. 꼬마에게 그 시간은 꽤 따분했다. 보채진 않아도 지루함을 달래느라 머릿속은 몹시 분주했다. 

좀 커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 오는 잠을 청하고 책도 보다가 늘어지도록 음악도 들었다. 그런 내게 획기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KTX라는 고속열차가 생긴다고 했다. “들으셨어요? 부산까지 3시간도 안 걸리는 열차가 생긴데요.” 흥분한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무 어지럽지 않겠냐. 그때까지 건강해서 꼭 타봐야겠구나”라고 했다.       

이 KTX가 도입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이 KTX가 도입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KTX 개통 전, ICE(이체, 독일 고속열차)와 TGV(떼제베, 프랑스 고속열차), 신칸센(일본 고속열차)을 타본 적이 있다. 그런 열차가 우리나라에 생겨 부산까지 간다니. 설렘으로 기다렸다. 개통일이 연기될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오래 사시길 바랐다. 그렇지만 정작 개통했을 때는 해외에 있어 타지 못했다. 그런 KTX가 벌써 개통 20주년을 맞았다.  

기차에 KTX 개통기념 20주년을 홍보문구가 랩핑돼 있다. 또 기차역 편의점에서도 기념해 특별할인을 하고 있다.
기차에 KTX 개통 20주년 홍보문구가 랩핑돼 있다. 또 기차역 편의점에서도 특별할인을 하고 있다.
KTX 좌석에서도 20주년 기념 홍보 문구를 만났다.
KTX 좌석에서도 20주년 기념 홍보 문구를 만났다.

지난 4월 1일, KTX는 개통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그 전후로 KTX를 타게 됐다. 열차를 타고 가며 2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랩핑, 영상 등)를 보고 행사 소식을 들었다. 그 중 옛 서울역이었다가 문화예술공간이 된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무료 전시회가 궁금했다. 열차 이야기를 옛 역사에서 본다니, 그 사실 만으로도 달려갈 이유는 충분했다.  

KTX 개통 20주년 기념 전시 ‘여정 그 너머’

옛 서울역에서 열린 전시는 공간과 어우러져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옛 서울역에서 열린 전시는 공간과 어우러져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제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더 친근한 문화역서울284. 그곳에서 4월 21일까지 KTX 개통 20주년을 기념한 철도문화전 ‘여정 그 너머’가 열리고 있다. 철도박물관 소장품과 기술 분야 전시품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들의 철도 관련 작품을 볼 수 있다. 

미래 지구를 상징하는 ‘퓨처 디오라마’ 로 각 열차가 지나간다. 내 얼굴도 서울역 천장 무늬도 은빛 지구에 비친다.
미래 지구를 상징하는 ‘퓨처 디오라마’로 열차가 지나간다. 내 얼굴도 서울역 천장 무늬도 은빛 지구에 비친다.
연도별로 전시된 모형 기차를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그 무렵 추억이 그리워졌다.
연도별로 전시된 모형 기차를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그 무렵 추억이 그리워졌다.
한 커플이 전시를 재밌게 관람하고 있다.
한 커플이 전시를 재밌게 관람하고 있다.

생각한 대로 공간과 전시는 맞춤옷 같았다. 단순히 타임라인만 보는 전시가 아니라서 더 좋았다. 옛 기차에 추억이 밀려 왔지만, 최근 기술을 보며 미래도 꿈꿔볼 수 있었다. 

'철도사회'. 철도를 통해 이어지는 수많은 인간관계, 다양한 이야기를 표현했다.
‘철도사회’. 철도를 통해 이어지는 수많은 인간관계, 다양한 이야기를 표현했다.
‘연결의 속도’ , 레일을 따라 끝에 있는 거울까지 가면서 과거에서 미래까지 KTX를 느껴보자.
‘연결의 속도’. 레일을 따라 끝에 있는 거울까지 가면서 과거에서 미래까지 KTX를 느껴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건, 예술적인 시각에서 풀어낸 KTX 모습이었다. 철로가 그려진 바닥을 걸어 끝에 있는 거울까지 가는 동안 변화하는 아치를 지난다. 나는 끝없는 철도 위 어디쯤 와 있을까. 생각해보면 열차는 꽤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이다. 최신 기술로 낭만적인 여행장소로 데려다 주니까.

VR 시트맵 서비스 등 향상된 코레일 앱

KTX 여행책자에서 VR시트맵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좌석선택화면에서 미리보기로 보며 선정할 수 있다. <출처=코레일>
KTX 여행책자에서 VR 시트맵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좌석 선택 화면에서 미리보기로 좌석을 고를 수 있다.(출처=코레일)

열차 예매를 위해 평소처럼 앱을 눌렀다. 전에 못 보던 새로운 문구가 보였다. 좌석 선택 화면 위를 보면 열차 내 VR 시트맵 서비스가 있다. 버튼을 누르자 내가 선택한 객실이 화면에 나타났다. 마치 현재 객실에 서 있듯이. 

사실 VR(가상현실)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렇지만 좌석을 미리 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대단히 편리했다. 난 보통 장시간 탈 때면 조용히 가고 싶어 맨 앞이나 맨 뒷좌석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는 객실이 걸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오가는 사람들로 가장 분주한 기차여행이 되는 거다. 이런 불편함만 사라질까. 이 밖에도 콘센트나 창문 등 선호하는 좌석을 알 수 있어 편리하다. 

더 빨라지고 편리해지는 KTX-청룡

5월부터 운행할 KTX-청룡 모형.
5월부터 운행할 KTX-청룡 모형.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5월부터 개통되는 KTX-청룡이다. KTX-청룡은 100% 우리 기술로 만든 국내에서 가장 빠른 열차다. 부산까지 2시간 10분대 주파가 가능해 현재보다 약 20여 분 단축된단다. 용산에서 광주-송정까지는 1시간 30분대. 서울 시내에서 막힐 때보다 빠르다는 이야기다. 부산에 사는 사촌들과 광주에 거주하는 동생과 좀 더 자주 만나게 될까. 

KTX 20년의 가치, 100년의 행복이라고 쓰인 홍보판. 오늘도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KTX 20년의 가치, 100년의 행복이라고 쓰인 홍보판. 오늘도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KTX가 20살을 먹는 동안 나와 내 주변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난 오송에 거주할 때는 매주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경강선이 개통되고는 짧은 시간에 바다를 보고 왔다. 내 주변에는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서울서 KTX로 출·퇴근을 하는 지인도 있고 주말마다 다니는 친구도 있다. 우리는 그 기술을 제대로 누렸다. KTX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같은 해인 2004년 1월 정식 개관한 신 서울역사. 역시 이곳에도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같은 해인 2004년 1월 정식 개관한 신 서울역사. 역시 이곳에도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코레일에 따르면 그동안 KTX가 달려온 누적 운행 거리는 6억4581만km란다. 지구를 1만6000바퀴 이상 돌았다는 소리다. 이제 5월이면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든 KTX-청룡이 운행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우리 기술로 더 빨라진 열차를 탈 수 있다니, 뿌듯하다. KTX는 놀랄만큼 변화했지만, 꼬마 때 설렘은 그대로다. 앞으로 KTX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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