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늘어난 요즘의 중장년들은 예전과 다르다. 적극적으로 인생 2모작을 꿈꾼다. 건강이나 교육수준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연로하신 부모님과 독립하지 않은 자녀를 둔 중간 세대인 탓에 일을 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구직이나 이직은 만만치 않은 현실. 더욱이 준비하지 못한 중장년이라면 더더욱 막막하다.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올 1월 한 달간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중장년 내일센터 이동식 상담실)'를 운영 중이다. 중장년내일센터는 전국에 위치하며 만 40세 이상인 중장년 재직자 및 퇴직자에게 경력설계에 대한 프로그램 교육 및 1대1 심층 상담, 일자리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센터를 알고 있어도, 선뜻 찾아가기 힘들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넓게 접근했다. 찾아가는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중장년 내일센터 이동식 상담실)'는 행정안전부 통계 기준 중장년이 많은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1월 한 달간 진행한다.
지난 1월 7일 서울 중구청 앞에는 한 대의 버스가 서 있었다.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중장년 내일센터 이동식 상담실)'였다. 지나가던 한 여성이 멈춰서서 버스 앞 안내문을 읽어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두 개의 책상에서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걸 입증하듯 사람이 많았다. 버스 안은 훈훈했다. 버스 내부에 붙어있는 고용 프로그램을 읽어보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잠시 후 상담을 끝낸 앞 사람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일어섰고 그가 나간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퇴계로에 위치한 중장년내일센터 서울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이하 이동식 상담실)'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상담사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동식 상담실은 시간과 장소가 제한돼 센터 상담에 비해 짧게 이뤄진다. 그렇지만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가 진행하는 만큼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이곳에서는 센터 및 프로그램 안내를 비롯해 각 방문객의 상황에 따른 알맞은 정보를 알려준다. 먼저 그는 중장년내일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이용방법은 온·오프라인으로 서비스 신청 후, 컨설팅을 진행하며 신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지금 일하고 있어도 미래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은 모두 있잖아요. 재직단계에서 시작할 수 있는 '생애경력설계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어요."
그는 휴직 중인 내 상황과 고민을 듣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추천해줬다. 그가 알려준 건 '생애경력설계서비스'. 이 서비스는 중장년 재직자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경력관리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에 따라 교육시간이나 과정이 다르며 기초, 심화 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몇 세까지 일하고 싶으세요? 사실 구체적으로 정해놓기보다는 오래 사니까 일을 해야하겠구나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원하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잖아요. 경력이나 훈련, 자격증을 활용해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면 미리 설계를 하는 게 중요하지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미래에 관해 뚜렷한 설계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지내왔던 것 같다. 새해를 맞아 나를 돌아보고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더 관심이 생겼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자격증을 따면 나도 해 볼까 생각했잖아요.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 퇴직 후에도 가능하다면 일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많고, 현실적으로 더 오래 일해야 하기도 하고요. 본인의 적성과 경력을 활용한 일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죠. 미리 체계적으로 설계해 준비하면 훨씬 더 성공할 확률이 높거든요. ”
내 전공과 경력 등을 말한 후, 아직 뚜렷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하자 상담사는 고용24 누리집에 들어가 직업심리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검사를 한 후, 고용시장 정보 등을 받기 위해 상담을 추천해줬다. "재직 중에 미리 미래설계를 해놓는다면 퇴직 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요. 아무래도 덜 조급하고 좀 여유롭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잖아요. 그 차이가 엄청 큰 거죠."
구직자, 재직자 모두 각자 준비한 정도나 원하는 정보가 다르다. 누군가는 이력서를 잘 쓰는 방법을, 다른 누군가는 면접을 잘 보는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 그럴 때 센터에서는 상담을 통해 개인에 맞는 프로그램이나 클리닉을 추천해준다. 서비스 기간이 끝나도 사후관리를 통해 적합한 상담을 제공하고, 구직에 실패하는 경우는 재상담을 통해 다른 길을 알려준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점진적으로 퇴직을 준비하는 '전직스쿨 프로그램'과 중장년이 직접 생활을 유지하는 '직업 기초역량 증진 프로그램', 맞춤별 경력 목표를 설정하는 '개인별 경력개발서비스', '중장년 내일패키지' 등이 있다.
상담을 마치자 상담사는 내게 '중장년 내일설계 안내서'라는 책자를 건네줬다. 이 책자 안에는 중장년에게 도움되는 정보 및 다양한 활동 경로 소개, 지역별 중장년 지원사업 등이 실려 있었다. 책자만 읽어도 추운 기운이 싹 사라질 듯싶다. 버스에 크게 적힌 '중장년 456 내일센터'라는 글씨가 왠지 더 힘 있게 보였다.
중장년 일자리와 찾아가는 버스에 관해 중장년 내일센터 최성희 소장에게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Q. 이번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중장년 내일센터 이동식 상담실)를 운영하게 된 취지가 궁금합니다.
A. 채용박람회나 지역 내 행사에서 일자리 상담 부스를 운영한 적은 많았으나, 거리에서 버스 안에서 진행해본 건 처음이에요. 아무래도 센터를 잘 모르거나 선뜻 오시기 힘들었던 분이 오가시다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Q.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중장년 내일센터 이동식 상담실)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센터에 비해 다양할 것 같아요.
A. 버스에는 좀 더 다양한 분들이 오셨어요. 우연히 지나가다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센터를 몰랐다는 분들도 계셨고, 당장 구직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향후 중장년내일센터 기억했다가 활용하겠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20~30대지만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알려줘야겠다고 하셨던 분들도 오셨고요.
Q.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중장년 내일센터 이동식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궁금합니다.
A. 센터에는 보통 구직을 앞두고 센터에 관해 잘 아는 분들이 오시지만 버스는 그렇지 않잖아요. 방문객 중에는 중장년을 은퇴 연령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중장년이 60세 이상인가?, 은퇴 후엔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을 문의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중장년을 은퇴 이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중장년이 은퇴 연령이 아닌 40세 이후인,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하는 세대임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유로 저희 기관에서도 로고에도 456이라는 숫자를 포함해 브랜딩화 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막막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보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의견들도 있었고요. 버스를 진행하며 저희 역시 로드맵을 함께 그려볼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2023년 5월부터 중장년내일센터가 개소했습니다.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사업주 지원서비스 강화와 산업별 특화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었어요. 중장년을 신규 인력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해 드리는 서비스를 강화해 기업 맞춤형 교육을 하였고요. 재직 중장년의 계속 고용을 지원하기 위한 '계속고용컨설팅' 사업도 확대되었습니다.
또 지역 센터별로 특화 산업을 지정했는데요, 직업 전환을 고려하는 중장년 대상 산업과 직종에 대한 소양교육을 통해 새로운 업 직종의 이해를 돕고,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여 지정 산업의 기업에 인재를 매칭하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서울 지역에서는 호텔, MICE, 여행업, 건설, IT 쪽 분야의 산업 특화 일자리를 발굴했고, 다른 지역은 물류, 식품제조, 보건, 해운 항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중장년층이 진출하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일자리나 구직자들에게서 보이는 두드러진 점이 있을지요?
A. 근래 기업에서도 채용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계신데요. 온라인 채용시장에서 허수로 지원하는 구직자들도 많고, 지원자들의 면접, 출근 취소도 많아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지원자 경력 적합성도 중요하나, 정말 우리 기업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의지와 태도를 매우 중요한 채용 요소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구직자께서도 지원하는 지원처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시고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계속 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고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
Q. 재직자, 구직자를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아무래도 혼자 고민하다 보면, 얼마나 준비됐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어렵고 확장하는데도 한계가 있는데요. 저희 중장년내일센터 같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여러 형태의 일자리 서비스 기관들이 많습니다. 구청, 시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직업훈련기관 등 다양한 공공 기관에서 여러 형태로 일자리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강추위 속 경제불황과 고물가가 더욱 매섭게 느껴진다. 일자리를 찾거나 다른 직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힘을 주는 각 기관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그건 내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지역 내 가까운 중장년내일센터나 다양한 기관을 찾아보자. 혹 근처에 부르릉 찾아오는 '중장년 일자리 상담버스(중장년 내일센터 이동식 상담실)'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타보면 어떨까. 일정 및 자세한 정보는 아래 누리집에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