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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에 대하여 (2)

[마음 다독 주치의 이동우의 희망심기] ④ 미래 사회의 주역들 ‘내일의 집’에 살 수 있기를

2020.12.22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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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마음 졸이고 지켜 보았던 수능 시험이 12월 3일에 무사히 치러졌고,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도 각 대학별 수시, 면접 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의 수험생들은 전례 없는 험로를 걸으며 올해 입시를 치렀습니다. 일년 내내 마음 졸이고 아파했을 어린 마음들을 생각하면, 모든 수험생들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어야 겠으나 입시의 속성상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갈릴 수 밖에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입시 트렌드는 교육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어, 고교 3년간 엄청난 학습량에 짓눌리고도 좌절을 겪는 수험생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의대 쏠림 현상 심화의 문제점   

지난 칼럼에서 다름의 수용과 그에 따른 사회 구성원의 다양화가 우리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 절실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요즘 대학입시를 보면 우리 사회가 다름과 다양성을 장려하는 사회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제가 대입 수험생이었던 80년대에는 각종 이공계 우대 정책으로 인해 이과계 성적 우수자들은 공대, 자연대, 의대에 골고루 지원을 했었고 공대를 1지망으로 지원했다가 낙방한 학생이 의대에 2지망으로 합격하기도 했었는데, IMF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의대 쏠림 현상이 나타나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잠시 저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 보면, 안정된 의사의 길을 가길 원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스스로의 소망, 적성을 억누르고 의대에 입학했다가 6년 내내 괴로움을 겪던 동기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의대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했던 친구들은 유난히도 창의성이 뛰어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친구들이었습니다.

검증된 의술을 오차 없이 수행해야 하는 의료의 특성상 다량의 지식을 암기하고 동일 술기를 반복 수행해야 하는 의과대학 교육 과정이 이들 자유로운 영혼들에겐 맞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과계 성적 우수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한 요즈음은 의대 입학 후에 적응하지 못할 창의적인 학생들이 휠씬 더 많아졌을 것입니다.

이것은 학생 개인의 고통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로서도 큰 손실입니다. 과학 기술 혁신을 이뤄 한국호를 패스트 팔로우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신시킬 창의적인 두뇌들이 사장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전보다 안정으로 쏠리는 한국사회

대학입시에서의 의대 쏠림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IMF와 금융위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 안전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2030 세대 중 공시족의 비율이 2016년 38%에서 올해에는 44.4%까지 증가하는 등 내일의 주역인 청소년과 청년들이 도전 정신을 가지고 본인의 적성을 따르기 보다는 적성이나 소망은 상관없이 안정 지향의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심화된 결과 한국 사회 전체가 도전 보다는 안정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구성원의 다양성은 가정에서 비롯된다

지난 칼럼에서 바나나의 멸종 위기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인간의 탐욕 때문입니다, 바나나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야생 상태에서는 유성생식을 하는데,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맛 좋은 품종을 무성생식을 통해 대량생산시킨 결과인 것이지요. 생태계의 지속성, 나아가 안정성은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다양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인류가 유성생식을 통해 후손들을 낳아 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산업 사회가 저물고 개인 맞춤형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 오고 있습니다. 거센 변화의 물결을 맞아 한국인들이 멸종 위기를 맞은 캐번디시 바나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가 시급하며, 그 시작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모님과 다른 자녀의 의견을 부모님이 환영하고 육성해 주실 때 자녀의 능력이 만개할 것이며 이것은 입시와 취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입과 취업의 과정에서 안정 지향의 트렌드와 달리 자신의 마음 속 깊은 울림을 따라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려는 젊은이가 있다면 가정과 사회가 적극적인 지원하고 장려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와 금융위기를 헤쳐온 부모님들은 부모님 세대의 쓰라린 경험을 아이들이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진로를 권하게 마련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지배할 ‘내일’을 살아야 합니다.

부모님의 희망과 자녀의 바람이 일치하지 못할 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 ‘예언자’의 한 구절 속 칼릴 지브란의 충고에 귀 기울여 보시고,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청년들이 ‘내일의 집’에 살도록 해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스스로 갈망하는 생명의 아들이며 딸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되 그대들의 생각을 주지는 마라.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 하지 말라,
아이들은 그대들은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이동우

◆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상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업무, 정신건강정책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에 매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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