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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상업영화와 구분되는 ‘월드시네마’ 개념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World Cinema(월드시네마)

2020.11.06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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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가 전세계 극장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예술영화’는 존재한다. 그리고 예술의 개념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영화와 관련해서는 크게 3가지 정도를 언급할 수 있다.

첫째, 제도적으로 작품이 ‘예술’로 승인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세계 3대 영화제’ 등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승인된 기관에서 인증하는 영화들은 대체로 예술의 자격을 얻는다.

둘째, ‘예술가’로 인정받은 인물들이 제작한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작가에 의해 자연스럽게 작품에도 예술적인 의미가 부여된다.

셋째, 미학적으로 특정 사조나 형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 작품에는 개별적인 예술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 이 부류의 영화들은 대개 비평가들의 소개와 함께 알려진다.

오슨 웰스의 1941년 작품 <시민 케인>은 많은 평론가들과 매체에서 20세기 영화 최고의 걸작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예술영화’다. (영화 스틸=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오슨 웰스의 1941년 작품 <시민 케인>은 많은 평론가들과 매체에서 20세기 영화 최고의 걸작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예술영화’다. (영화 스틸=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 예술영화, 인디영화, 월드시네마

그럼에도 사실상 ‘예술영화’란 표현은 애매하다. 아이젠슈타인은 “영화가 ‘종합예술’의 이상을 실현했을 때에만 예술이다”고 말했고, 아른하임은 “영화를 예술로 정의하는 것이 그것의 ‘결함’ 때문이고, 결함을 통해서만 영화가 독창적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 이런 식의 주장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감독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반대로 모든 감독이 예술가의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논쟁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모든 것이 예술인 시대, 우리는 특정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작가주의’를 연상시키는 단어인 ‘아트하우스’란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독립적인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일부 영화들을 일컬어 ‘인디필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부의 예술적인 독립영화를 지칭하는 새로운 단어가 최근 자주 들린다. 바로 ‘월드시네마(World Cinema)’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월드시네마’ 개념은 일차적으로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산업을 나타낸다. 넓게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바깥에서 제작된 작품’을 모두 지칭한다.

또한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아프리카, 캐나다, 중남미, 호주에서 만들어진 영화들까지 모두 포괄한다. 그리고 미국영화 중에서도 스튜디오 시스템을 벗어나서 제작되는 독립영화 전체를 이 용어는 끌어안는다.

다양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네마는 할리우드의 거대시장(mass market) 규모를 따라잡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틈새시장(niche market)’ 노리기에 집중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꿈의 공장’이라 일컬어지는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은 전세계 영화시장을 이미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니 시스템 바깥에서 등장한 ‘월드시네마’란 단어의 실체에 대해, 우리는 그 현상의 이면을 살펴봐야 한다.

이미 계급화되어 버린 기존 아트하우스영화의 관객들은 이들의 타겟이 아니다. 물론 기존 독립영화 시스템의 수호자들도 이들은 겨냥하지 않는다. 적지만 영향력 있는, 소규모 ‘씨네필(cinephile)’을 목표로 월드시네마 마켓은 형성되어 있다.

◈ 영화제를 통해 탄생하는, 새로운 영화들

흔히 씨네필이라 부르는 영화애호가들은 영화를 대중오락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태도에 반대한다.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호의 영역으로 취급하거나, 예술적으로 합법화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월드시네마’라는 명칭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영역은 이들 ‘씨네필’ 위주로 진행되는 ‘영화제’ 분야이다.

국제영화제(international film festival)나 독립영화제(independent film festival)가 아닌, 세계영화제(world film festival)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는 영화제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들 행사를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전의 독립영화제 플랫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 스튜디오가 지향하는 상업적인 가치에 비견되는 예술적인 모토를 지향하며, 파이널 컷(최종 편집권)의 권한을 감독이 쥐는 독립영화들을 위주로 목록이 채워진다.

이는 ‘(국제)독립영화제’란 타이틀이 다만 ‘세계영화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규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개 월드필름페스티벌은 소규모로 진행된다. 작품의 수집 면에서만 ‘전세계 인디영화’가 대상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2013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성스러운 도로’ 기자회견에서 지안프란코 로시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3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성스러운 도로’ 기자회견에서 지안프란코 로시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 의미에서 현재까지 월드시네마 개념을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영화제 시스템’ 자체라 말할 수 있다. 영화를 영감과 열정의 원천으로 여기는 씨네필이 모여서 영화제의 구성원이 되고, 과거 씨네클럽이 행하였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중남미영화나 서아시아영화 같은 제3세계영화가 세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이런 식의 영화제 플랫폼을 거치는 편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작가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분 짓는 일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산업은 여러 갈래의 창작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였고, 결실을 맺을 수 없는 불확실한 결과에 대항해서 연출자들도 개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를 포스트 네크워크 시대의 새로운 관중들을 위한 ‘새로운 유행’이라 말해도 크게 과장은 아닐 것이다.

월드시네마의 행보는 누벨바그 시대에 나타난 (‘작가영화’에 대항했던) ‘새로운 씨네필 세대’의 등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새로운 형태의 영화감상,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영화애호가들의 다양한 리뷰가 현재의 디지털비평문화를 이끈다.

그 수가 비록 미미해 보이더라도, 이들의 지적이고 예술적인 문화향유의 자세는 천천히 세상을 움직일 것이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한 후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제작사 롱메트라지필름의 대표이며, 공주대학교 영상학과에서 영화 관련 수업을 진행한다.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2014)과 중편영화 <세상의 아침>(2020)을 연출했고, 현재 탈원전 주제의 다큐멘터리 <전선을 따라서>(2021)를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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