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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겪는 ‘베이비 블루스’와 엄마가 겪는 산후우울증

[아빠육아 효과 - 36] 아빠는 아내의 임신 과정에 관심 가져야…사랑과 의지가 필요

2020.10.29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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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출산과 육아는 엄마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빠도 출산과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가 많다.

연구에 의하면 아빠들은 엄마가 임신하는 동안 체중이 느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과식과 음주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미국의 연구에서는 신생아가 있는 아빠의 62%가 산후우울증의 초기 단계인 ‘베이비 블루스(Baby blues)’를 경험한다고 한다. 엄마는 우울증이 있으면 짜증을 내는 등 쉽게 표현하지만 아빠는 좀처럼 감정을 나타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베이비 블루스를 겪는 아빠도 엄마와 마찬가지로 신경이 예민해져 작은 일에 짜증을 내고,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아빠의 베이비 블루스는 스트레스로 인해 각성과 집중력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감소해서 생기는 것이지만 엄마의 산후우울증은 출산과 관련된 여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온다. 

한편 아빠가 되는 나이는 가장 열심히 일하는 시기다. 이때는 아직 사회초년생이라 직장에서의 위치도 불안정하고, 맡은 일을 더 잘해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기반이 없으므로 새로 부양하고 교육시켜야할 아기를 생각하면 두려움으로 인해 막중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아빠는 아기를 보호하고, 부양해야 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육아모드로 바꿔진 상태이지만 아빠는 아직 육아를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

더구나 아빠의 부양의무를 돈벌이에만 국한시키기도 하고, 육아에 관한 한 아빠를 엄마보다 한 등급 낮게 간주하는 풍토마저 있어서 아빠는 더욱 위축되어 있다.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에 참가한 아기들이 발달상태 측정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에 참가한 아기들이 발달상태 측정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빠는 심리적으로 새로 태어난 아기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 있다. 아빠는 이전에 아내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에게 쏟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아빠는 자신이 더 이상 아내의 남편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또한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는 본능적으로 사랑스런 아내에서 모성애 넘치는 적극적인 엄마로 변신한다. 그리고 아빠는 아내에게도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같은 모습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래서 아빠는 아내가 새로 태어난 아기를 잘 돌 볼 것이라고 믿어버리고 아기를 키우는 역할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80%의 아빠가 자신의 아빠나 아들과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많은 아빠가 자녀와 정서적으로 단절된 채 살고 있는 셈이다.

아빠는 아이를 잘 모를 뿐 아니라 어떻게 놀아주어야할 지도 모른다. 아빠는 시간적으로 아이 곁에 있어주지 못하든 아니면 정서적으로 아이와 가깝지 못하든 육아에 있어서 존재감은 미미하다. 반면 엄마는 이미 10개월 동안이나 태아를 키워왔다.

아이와 함께 사는 아빠라 할지라도, 부자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한 시간이 채 안 된다. 아빠는 아이와 친밀한 감정의 교류를 원하고 육아에 참여하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설사 아빠가 기저귀 갈기나 분유 먹이기를 잘 할 줄 안다고 할지라도 갑자기 떠안게 된 아빠의 막중한 책임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아빠가 되기 전에 미리 준비는 할 수 있겠지만, 갑작스레 밀어닥치는 감정들을 주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아기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아빠의 뚜렷한 책임의식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특히 첫 아기가 태어날 무렵 아빠는 극적으로 감정이 예민해진다. 첫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 아이를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빠를 짓누른다.

게다가 아빠는 침착성을 잃어버리고 아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방법과 절차를 하나하나 습득하기보다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재정적, 정서적 부담감까지 커서 감당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아들의 감성 지능을 높여주는 200가지 방법> 등의 저자 윌 글레넌(Will Glennon)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아빠는 상황의 무게에 압도되어 아빠로서 본격적인 역할을 해야 할 바로 그 순간에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고 했다.

즉, “내가 없어도 잘 되겠지” 하면서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혹은 새로 짊어진 책임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저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좋겠다고 체념하기도 한다.

아빠의 눈에는 아내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자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생각 때문에 아빠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와 감정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갖지 못한다.

가뜩이나 초조하고 난처한데 아빠는 엄마를 보면서 양육과 관련된 일은 거의 엄마가 독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동학자 드 루시(De Roussy)는 엄마의 이러한 태도를 문지기라고 표현했다. 드 루시의 문지기로서 엄마 모형 이후 아빠의 양육 참여에서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연구가 많아졌다.

또한 어떤 연구는 아빠 자신의 특성보다는 엄마의 특성이 아빠의 양육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으며, 다른 연구에서는 엄마가 아빠의 양육 참여를 조절하거나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렇듯 엄마는 아빠와 자녀 사이에서 아빠의 접근을 감시하고, 남편의 양육 참여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와 문화는 엄마가 주양육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엄마들도 이 역할을 받아들여 아빠들보다 양육을 더 책임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이처럼 대체로 두렵고 혼란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빠가 된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아빠로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아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아빠는 아내의 임신 과정을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태아가 발로 차는 것을 느껴야 하고, 귀를 기울여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빠가 실제로 아기와 첫 접촉을 하는 건 신생아를 들어 올려 품에 안을 때이지만 충분한 사랑과 의지만 있다면 아이와의 거리감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김영훈

◆ 김영훈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소아신경학을 연수했다. 50여편의 SCI 논문을 비롯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발표했으며 SBS <영재발굴단>, EBS <60분 부모>, 스토리온 <영재의 비법> 등에 출연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 <머리가 좋아지는 창의력 오감육아>, <아빠의 선물> 등이 있다. pedkyh@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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