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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즐기면서 겸손하게

임철순 이투데이 이사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임철순 이투데이 이사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2015.10.23

21세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참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다. 그의 쾌거는 대중음악 분야만큼 눈에 잘 띄고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클래식 분야의 우리 젊은이들이 착실하고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게 해주었다. 한국인들의 음악적 재능과, 그동안 갈고 닦은 역량,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선배들과의 교류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즐거운 뉴스는 계속 생산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승을 한 조성진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이달 초 열린 본선 1~3차 무대에서는 엄청나게 떨려 어떻게 연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네 번째였던 마지막 결선 무대에서는 신기하게 전혀 떨지 않았고, 자신이 지금 무대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았다고 한다. 

연주는 손이 저절로 하고 있었고, 그는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면서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한 건지는 진짜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자신이 원하는 쇼팽 협주곡이 나왔다고 한다. 바로 그것이다. 음악이든 스포츠든 아니면 다른 무슨 기예이든 편안하게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최상의 경지에 오를 수 있고, 승부세계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칠레에서 열리고 있는 U-17 월드컵 축구에서 2승을 거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신중하게 즐겨봐’, ‘월드컵 긴장돼? 축구 왜 시작했어? 결과는 나중이야. 그냥 한번 즐겨봐’ 이런 말로 서로를 격려하고 붇돋우며 경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기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상대 선수를 몰래 차고 때리는 반칙도 서슴지 않으며 목숨을 걸고 싸웠던 선배 세대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그런 활력과 여유가 선수들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어 유연하고도 힘찬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21일(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 U-17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후반 오세훈이 극적으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21일(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 U-17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오세훈이 극적으로 결승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올 한 해 동안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국가 타이틀을 석권한 프로골퍼 전인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전인지는 7월에 LPGA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아직 머릿속이 하얗다”면서도 “즐겁게 플레이하려고 한 게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뒤 경기에 임할 때 ‘몇 타를 치자’가 아니라 ‘오늘은 몇 번 웃자’, ‘80야드에서 웨지샷을 모두 1m에 붙이자’ 이런 식으로 목표를 바꾸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즐기면서 골프를 치겠다는 뜻이다. 

세계 랭킹 1위인 박인비도 ‘즐기면서 하는 골프’를 이야기한 바 있다. 박인비는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10월 15~18일)에 앞서 “최근 몇 년 간 시즌 막바지에 타이틀 경쟁을 계속해왔다. 그런 데 치중하다 보니 중요한 것에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을 최근에 많이 느꼈다”며 “올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비롯해 목표를 이룬 만큼 타이틀 경쟁에서 벗어나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주 금요일(16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초청 공연에서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휘자 곽승은 노련하고 편안해 보였다. 그는 음악을 억지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손의 움직임도 어지럽거나 요란스럽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편안함, 음악을 청중과 함께 즐기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첼로 연주자 알반 게르하르트도 인상적이었다. 그에게서는 편안한 여유와 함께 겸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교향악단과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33’,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제 1번 a단조 op.33’ 협연을 마친 뒤, 슬그머니 단원들 사이의 첼로 파트에 끼어 앉아 슈만의 교향곡 4번 연주에 힘을 보탰다. 독주자의 합주 참여는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그의 옆 자리에 앉은 여성 첼리스트의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표정이 재미있을 정도였다. 

슈만 작품을 연주하기 전에 지휘자 곽승은 환하게 웃으면서 그에게 특별한 눈짓을 보냈지만 그는 티를 내지 않았다. 연주가 끝난 뒤 청중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일어나라고 할 때도 그는 제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다. 자신만 따로 박수를 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겸손과 사양이 보기 좋았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도 못한 사람이 처음부터 편안하게 즐기려고만 해서는 일정한 성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남이 모르는 시간과 공간의 피나는 노력과 연습, 각고면려의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엄격하게 다지고 관리하되 편안하게 즐기며 겸손하게 자신을 일구어가고 발전과 향상을 지향하는 자세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며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공자의 말은 그야말로 만고의 진리라 할 수 있다.  

임철순

◆ 임철순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언론문화포럼 회장,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보성고 고려대 독문과 졸. 1974~2012 한국일보사 근무. 기획취재부장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는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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