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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상스에서 존 윌리엄스까지…당대 최고의 영화음악가들

[클래식에 빠지다] ⑦ 영화와 클래식

2021.04.0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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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에는 독일에서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개최됐고, 오는 25일에는 미국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때문에 요즘 이맘때면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극장은 자주 못 찾지만 가정에서 영화를 즐기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어렸을 적 토요일 9시뉴스가 끝나면 공중파 방송국의 ‘주말의 명화’와 ‘토요명화’를 기다리곤 했다. 토요명화의 오프닝 음악은 로드리고(J.Rodrigo)의 기타협주곡 <아랑후에스(Concierto de Aranjuez)>였고, 주말의 명화는 영화 <영광의 탈출(EXODUS)>의 OST였다.

그때는 음악만 들어도 항상 설레였는데 결국 졸려서 끝까지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명화로 자주 방영됐던 <사운드 오브 뮤직>은 20여년이 지난 30대가 되어서야 끝까지 본듯하다.

폰 트랩가(家)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영화화한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이 2015년 3월로 개봉 50주년을 맞았다.
폰 트랩가(家)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영화화한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이 2015년 3월로 개봉 50주년을 맞았다. (사진=저작권자(c) AP/20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영화는 뤼미에르(Lumiere) 형제의 발명 이후 20세기 종합적인 대중예술이 되었다. 이후 영화가 미치는 사회적 파급력은 상당해져 전쟁과 정치의 선전도구로도 이용되었을 뿐 아니라 교육과 철학, 사회부조리를 날카롭게 담아내기도 한다.

큰 틀에서 영화는 영상과 사운드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영상만으로 담아내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음향을 입힐 수 있게 되었다.

최초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올해 사후 100주년이 되는 생상스(Saint-Saens)였다. 문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당시 프랑스 3공화국 체제의 정치방향과도 뜻을 같이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1908년 설립된 프랑스의 영화사 필름 다르(Film D’art)의 첫 작품인 무성영화 <기즈공의 암살>의 영화음악을 73세의 생상스가 작곡했다.

이후 수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영화의 감동은 배가되고 있는데, 이중 1927년 유성영화 시작 이후의 초창기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작곡가들과 이후의 몇몇 거장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초창기 유러피언 영화음악가

올드팝에 빠져있었던 중고교 시절에는 특히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가 부르는 영화음악을 좋아했는데 대표곡으로는 “문리버(Moon River)”가 유명하다.

하지만 자주 들었던 곡 중에 “써머 플레이스(Summer place)”가 있었는데 오케스트라버전 보다 더 즐겨 들었던 것 같다. 이 곡은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의 주제곡이었는데, 여름만 되면 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바다풍광이 생각나는 곡이다.

이 곡의 작곡가는 영화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비엔나 출신의 막스 스타이너(Max Steiner) 였는데 “타라의 테마(Tara's Theme)”로도 유명한 최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유복한 유태계 집안출신으로 유년시절 당대 최고의 음악가인 리하르트 스트라우스(R.Strauss)와 구스타프 말러(G.Mahler)에게 사사 받고, 브람스(J.Brahms)에게 피아노레슨을 받은 전도유망한 음악가였다.

이후 26살의 나이에 단돈 3달러만 지니고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 거쉰(G.Gershwin)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휘자로15년간 일을 했고, 이후 영화산업의 발전으로 1929년 40대 나이에 영화음악감독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그곳에서 300여편이 넘는 작품을 작곡한 막스 스타이너는 대표작으로 앞서 소개한 두 영화 이외에 <킹콩>과 <카사블랑카> 등을 남겼다.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적인 요소에 바그너(R.Wagner)나 후기낭만파적인 요소를 적절히 섞어서 영화 속에 담아냈다.

한편 막스 스타이너와 동향인(엄밀히 말하면 말러와 같은 모라비아 출신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작곡가 볼프강 코른골드(E.W.Korngold) 또한 초창기 영화음악가로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협주곡 중 하나가 코른골드 협주곡으로, 그의 바이올린 모음곡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도 한때 즐겨 연주했던 곡이다.

말러가 천재라고 칭찬했던 코른골드는 잼린스키(Zemlinsky)와 스트라우스에게 작곡을 배웠고, 그의 신포니에타 작품은 빈 필하모닉의 초연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유태인인 그는 비엔나와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 나치의 핍박으로 미국으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영화음악작곡가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코른골드의 대표작으로는 <캡틴 블러드>와 <로빈 훗의 모험> 등으로, 그의 음악적 스타일은 스승이었던 스트라우스와 말러의 영향과 함께 바그너와 푸치니(G.Pucini)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녹여내어 자신만의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음악적 특징을 만들어냈다.

◆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으로 네오리얼리즘이 탄생했고 이어서 프랑스의 누벨바그가 유행할 시기로, 이 당시 이탈리아 출신의 두 작곡가는 위대한 영화음악가의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먼저 패션의 도시 밀라노 태생의 니노 로타(Nino Rota)는 마에스트로 토스카니니(A.Toscanini)에게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영재 음악원 커티스(Curtis)에서 수학했다.

그의 음악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알랭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였고, 이후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Godfather)>시리즈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특히 현대 음악의 거장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와도 친분이 있었던 니노 로타는 파리음악원의 교장으로 많은 음악인들을 길러냈다.

그리고 그의 후배이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가인 엔리오 모리꼬네(E.Morricone)는 니노 로타를 기리기 위해 창설된 로타상의 1997년 수상자이기도 하다.

음악인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수학한 그는 현대 전위음악의 대가 고프레도 페트라시(Goffredo Petrassi)의 제자였다.

아쉽게도 지난해 세상을 떠난 모리꼬네는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명곡들로 영화의 깊이를 한 차원 높였는데, 대표작 <시네마천국>과 <러브 어페어>, <미션>,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등에서 들려준 섬세하고 아름다운 감수성은 영화음악을 통해 더욱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고 남북으로 뻗어있는 반도국가인 이탈리아 영화작곡가의 음악이 본능적이고 감성적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6년 2월 28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퀸시 존스(가운데)와 파렐 윌리엄스(오른쪽)가 엔리오 모리꼬네에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6년 2월 28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퀸시 존스(가운데)와 파렐 윌리엄스(오른쪽)가 엔리오 모리꼬네에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크리스 피젤로/인비젼/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현대 할리우드 음악의 거장

어렸을 적 재미있게 본 <E.T>나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죠스> 등 할리우드 영화의 음악은 모두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몫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놀란 부분은 단짝인 스티븐 스필버그(S.Spielberg)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가 그의 음악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1971년도 고전인 <지붕 위의 바이올린> OST도 존 윌리엄스의 곡 인줄은 몰랐다.

<쉰들러 리스트> 영화음악은 몇 년전 오케스트라와 함께 선보인 적이 있어서 이차크 펄먼(Itzhak Perlman)의 연주와 존 윌리엄스의 지휘영상을 참조하면서 알게 되었다.

또 <지붕 위의 바이올린> OST인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에서 바이올린 솔로가 나오는데 아이작 스턴(Isaac Stern)연주여서 자주 들었었던 기억이 있다.

줄리어드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존 윌리엄스는 뉴욕에서 자신의 아버지처럼 재즈 연주자로 일하며 재즈음반 작업에도 참여한적 있었던 훌륭한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특히 아카데미 음악상을 5번이나 수상한 그는 헐리우드의 웅장한 스케일을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멋지게 표현하면서 <링컨>과 <쉰들러 리스트>처럼 잔잔한 음악도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비슷한 연배의 유럽출신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와 영화 <러브 스토리>, <남과 여> 등의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와는 스타일상 다른 면이 많다.

한편 존 윌리엄스의 후배이자 또 다른 할리우드 음악의 대가로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 를 들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영화음악가의 길을 가게된 계기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신서사이저 연주자이기도 한 한스 짐머는 전자음악과 항상 실험적인 연주를 통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효과음향을 만든다. 모두가 잘 아는 주제곡인 <캐리비안의 해적>과 <미션 임파서블>, <라이온 킹>, <베트맨>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유복한 가정 출신이지만 학교에서 7번이나 쫓겨나고 음악교육이라고는 2주정도 피아노 레슨이 전부였던 한스 짐머가 세계적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걸 보면 천부적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의 음악적 성향은 미니멀리즘적인 부분이 많고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기보다는 제작자의 의도와 요구에 충실한 작곡가라 할 수 있다.

◆ 영화음악의 미래

영화음악사의 중요한 작곡가들 중에 언급하지 못한 너무나도 훌륭한 영화작곡가들도 많다.

프란츠 왁스만(F.Waxman), <영광의 탈출>의 어네스트 골드(E.Gold), <불의 전차>, <블레이드 러너>의 반젤리스(Vangelis)등이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알란 실베스트리(A.Silvestri)나 가브리엘 야레(G. Yared)도 팬심으로 언급하고 싶다.

한편 지난해 칸느와 아카데미를 제패한 <기생충>을 포함해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98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 등 지금은 우리나라의 영화가 어느 때보다 위상이 높아져 있는 듯하다.

그리고 한국의 영화음악도 아직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있는 음악가들로 하루가 다르게 약진하고 있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발달로 AI가 작곡하는 시대로 발전했지만 인간의 미묘한 감정선에 따라 작곡하는 영화음악가의 직업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는다. 더불어 앞으로 나올 멋진 한국의 영화음악가를 응원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 추천음반

얼마 전 발매된 존 윌리엄스의 영화OST 음반을 소개하고 싶다. 이 앨범은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로 출시되었고 빈 필하모닉과 안네 소피무터(A.Mutter)의 협연으로 발매가 되었는데, 너무나도 멋진 사운드와 협연을 들려주고 있다.

이 밖에도 코른골드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는 영화음악은 아니지만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2악장의 아름다움은 많은 심상을 떠오르게 만든다. 하이페츠(Heifetz)등 명연도 있으나 프랑스 바이올리스트 카푸숑(R.Capucon)의 연주로도 들어보시길 권하겠다.

엔리오 모리꼬네의 <시네마 천국>은 최근 음반을 발매한 바이올리스트 리사 바티아쉬빌리(Lisa Batiashvili)의 도이치그라모폰 앨범으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끝으로 니노 로타의 챔버곡인 “concerto per archi”도 그의 진중한 음악세계를 잘 알 수 있는 곡으로, 크레머라타 발티카(Kremerata Baltica)의 연주로 들어보시기 바란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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