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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에 대하여 (1)

[마음 다독 주치의 이동우의 희망심기] ③ 관계의 평화, 다름의 수용에서 출발한다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2020.11.25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양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늦춰진 개학 이후 비대면 수업이 이어졌고, 신규 채용도 비대면 면접으로, 추석도 비대면 추석으로 보내야 했으며, 연말의 대입 전형도 상당수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전례없는 비대면 상황에 대해 대부분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비대면을 반기는 분도 있습니다. 그동안 대면 인간관계가 스트레스였던 분들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다 보니 대인관계 스트레스의 해법에 대핸 개인적인 질문을 받기도 하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많아진 질문이 가족관계의 스트레스에 대한 것입니다. 과거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이었던 가족 구조가 보다 민주적, 수평적으로 되면서 오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의 기술 : ‘다름’과 ‘틀림’은 다른 것임을 알기

가족관계의 지혜에 대한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몇 가지 원칙들을 말씀드리곤 하는데 가장 핵심적으로 드렸던 조언은 “‘다름’과 ‘틀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부 관계에서나, 부모자녀 관계에서나, 갈등을 유발하는 언사들은 “넌 왜 나물을 그렇게 다듬니?”, “도대체 넌 남자(여자) 보는 눈이 그것 밖에 안 되니?”라는 식으로 나와 다를 뿐인 상대방의 의견·취향·생활 방식을 틀린 것으로 몰아붙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나와는 엄연히 다른 존재임을 알지 못하고 가족을 자기 자신의 연장으로만 생각하고 그래서 나와 같아야 하며 나와 다르면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의 주위에는 가정의 평화가 머물지 못합니다.  

관계의 평화는 다름의 수용에서 출발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가 서로의 ‘다름’에 끌려 연애를 시작했다가, 결혼 후에는 그토록 경이롭게 생각했던 ‘다름’이 다툼의 원인이 되고 환멸의 대상으로 바뀌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서로 남이었지만 친밀해지면서 상대를 남이 아닌 나의 연장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나와 ‘다름’을 참지 못하게 되기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인 ‘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자가격리로 배우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이혼에 이르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참지 못하고 부부이면서도 각자의 삶을 영위해오던 부부가 코로나로 인한 외출 제한으로 집안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인 것이지요.

만약 연애를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즉 ‘부부일심동체’가 아닌 ‘부부이심각체(夫婦二心各體)’의 마음으로 배우자의 나와는 다른 취향과 의견을 존중하고 환영해 준다면 가정에 평화가 깃들고 부부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사회의 생명력은 다양성에서 오고, 사회의 다양성은 구성원의 다름에 대한 수용성에 기초

다름의 수용은 가정은 물론, 우리 공동체의 지속에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요즘 바나나가 파나마병이란 전염병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농업도 마치 공장처럼 운영되다 보니 바나나 품종이 무성생식을 통해 대량생산에 적합한 ‘카벤디시’로 단일화된 끝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야생 상태라면 유성생식으로 다양한 품종이 존재하기에 전염병이 돌더라도 저항력 있는 품종이 살아남지만, 품종이 단일화된 상태에서는 전염병이 창궐할 경우 전체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현실이 될 때,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고 있는 유연한 사회는 생존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는 생존이 어려울 것입니다. 자녀가 나와 다른 길을 가려 할 때 부모님이 적극 지원해 주고, 친구가 나와 다른 길을 가려 할 때 적극 격려해 준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을 것입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름’을 수용할 때 그 사회 전체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다름’을 환영하고 장려하고 육성하라

관계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우리 공동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다름’에 대한 인정, 수용을 넘어서서 ‘다름’을 환영하고, 장려하고, 육성해 나가야겠습니다. 

1단계로 유지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유행의 위기로 인해 다시 격상됐습니다. 그리운 얼굴들과의 만남을 미뤄야 하는 기간 동안 그동안의 관계 맺음 속에서 혹시 다름을 틀림과 동일시하면서 상대를 불편하게 했거나 마음 속으로 상대를 원망했던 일은 없는지 생각해 보시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이후의 보다 성숙한 만남을 계획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온라인에서도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동조와 환영의 댓글을 달아 보시면 어떨까요? 온오프라인 상의 대화와 댓글의 온기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빨리 물러날지도 모릅니다. 

이동우

◆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상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업무, 정신건강정책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에 매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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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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