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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코인’…10배 오를 것만 꿈꾸지 말고 10분의 1토막도 각오해야

2021.05.03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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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국민 10명 중 1명이 코인(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가 권은희 국민의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은 511만명이다. 지난 3월 남한 인구가 5170만명이니 10%가 투자 중인 셈이다. 분모를 지난 1월 경제활동인구(2739만)로 계산하면 가상자산 투자자는 19%까지 올라간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건 청년층의 투자 열풍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중 46%(233만명)가 2030세대였다. 투자를 많이 하는 세대는 30대 24%(123만), 20대 21%(110만), 40대 15%(78만), 50대 7%(37만) 순서였다. 투자금을 보면 2030세대의 비중은 더 커진다. 4대 거래소 예치금 6조4863억원 중 50%(3조1819억원)는 2030세대의 돈이었다.

왜 청년층이 가상자산에 많이 몰렸을까? 걱정만 하기에 앞서 현황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사회경제적 배경엔 자산 버블시대가 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유동성이 늘어나자, 부동산부터 주식까지 웬만한 자산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공격적으로 양적완화를 하며 돈을 찍어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내려가는 법정화폐를 그대로 보유하는 건 경제 바보나 하는 짓으로 취급받는 사회가 됐다.

많은 이들이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투자자산을 탐색 중이란 뜻이다. 이른바 투자의 시대다. 여기서 상당수 청년층은 주식을 거쳐 가상자산을 선택했다. 특히 수년간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결혼을 앞둔 30대에게 큰 위기감을 줬다. 수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해서 집을 마련한 친구, 동료들과 자산 격차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억8658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약 2억9237만원(42%)이 올랐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가상자산일까?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은 최소 8만원이 있어야 1주를 살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1개에 6300만원 수준이지만 소수점 아래 단위가 있어, 거래소별로 다르지만 최소투자금액이 5000원부터다. 비트코인 외를 지칭하는 알트코인은 500원, 1000원만 있어도 투자할 수 있다. 사용법은 주식 MTS(스마트폰 주식앱)와 유사하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높다. 주식에는 주가가 급등락하면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같은 제도가 있다. 이와 달리 생긴지 12년밖에 안된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권 밖에 있다 보니 이런 제도가 없다. 유명인 트윗 하나에, 정부 관료의 한 마디에 가격이 출렁인다. 주식에 비해 시장 크기와 유동성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 가격 변동성이 더 크다. 별다른 이유 없이도 수십~수천%가 올랐다 내려가는 게 가상자산 시장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은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 가상자산의 내재가치는 없다.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종류가 1만개에 가깝지만 대중적인 사용처를 찾은 가상자산은 손에 꼽힌다. 그런데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청년층도 사실 이를 알고 있다. 이들이 가상자산에 몰리는 이유는 고위험을 감당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월1일(3229만원)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를 샀다면 4월29일(6359만원) 수익률은 97%다. 알다시피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중 가장 안전한 편이다.

청년층이 디지털에 익숙한 점도 가상자산에 쉽게 투자하는 배경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함께 자란 이들은 돈을 내고 게임 아이템을 사는 것처럼 디지털 상품에 거부감이 없다. 중장년층은 비트코인이 ‘실체가 없어 불안하다’고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 NC다이노스 선수들이 집행검 세리머니를 했다. NC소프트의 게임 리니지에서 최강 아이템인 ‘진명황의 집행검’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사용하지도 않을 거면서 거액을 주고 희귀우표, 운동선수 카드를 수집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가상자산은 수집품의 디지털 버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산 버블시대에도 끝은 있다. ‘동학개미’ 열풍에 코스피가 올해 3200을 넘었으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이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그 여파는 가상자산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정보가 나오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정보가 나오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니며, 가격 등락 폭이 너무 크고 심해서 위험이 큰 자산”이라면서 “어떨 때는 극단적으로 많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단 점을 투자자가 반드시 인지하고 임해달라”고 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열을 빚자, 이에 대한 경고는 여러차례 나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4월 “(가상자산을) 투기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지불결제 수단으로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면서 화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2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격은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투기성이 매우 높은 탓에 투자자의 잠재적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지난 1월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강한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기술이자, 현상인 가상자산은 아직 많은 부분이 회색지대에 놓여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은 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 투자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2030세대라면 성인이다. 자신의 행동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가격 변동성이 특징인 가상자산에 투자한다면, 10배 오를 것만 꿈꾸지 말고 10분의 1토막도 각오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가상자산시장엔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같은 장치가 없다. 지금까지 올라만 갔다면, 언젠가부턴 내려만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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