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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민기자단인 정책기자단이 취재해 작성한 것으로,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담임교사 호명에 ‘까르르’…엄마들의 설레는 입학식
- 전국 최초 인가시설 ‘전북도립여성중고교’…늦깎이 신입생 77명 입학

[전북 전주] “마음 속 깊은 곳에 고이 접은 꿈, 감출 수 없었네. 지울 수 없었네. 우리들의 푸른 꿈~ 나아가자 새날을 향해 길이 빛나라.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계절의 여왕 ‘봄’ 하면 입학식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월 5일, 전북 전주시 송천동에 위치한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서는 흰머리가 지긋한 엄마들의 입학식이 열렸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배움의 꿈을 접었던 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교가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만학도들의 특별한 입학식 현장을 다녀왔다.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만 19세 이상 성인여성들에게 중단된 학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자 지난 1998년, 중고등학교 3년제 정규평생교육인가시설로 설립됐다. 이 학교가 특별한 이유는 전국 최초로 광역지자체가 운영하는 정규학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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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전북 전주시 송천동에 위치한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는 흰머리가 지긋한 엄마들의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들이 친구들의 손을 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창금 교사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주간에 운영하고 있다. 일반 중고등학교와 똑같은 수업이 진행된다.”며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의 나이가 조금 많다는 것 뿐이다. 전국 최초의 유일한 정규학교라는 점 때문에 학교를 다니기 위해 수도권에서 일부러 이사를 오는 열혈 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중학생 41명, 고등학생 36명, 총 77명이 입학했다. 연령대도 다양해 한국으로 시집온 20대 다문화 여성부터 일흔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까지 강당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신입생들은 50대 이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중학생은 90%, 고등학생은 85%가 1963년 이전 출생자들이다. 신입생들은 지난 2월, 면접과 필기시험을 거쳐 당당히 도립여중고생이라는 이름표를 손에 넣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강당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입생들이 두 명씩 서로 손을 맞잡고 단상을 향해 씩씩하게 입장했다. 이들의 힘찬 발걸음에 재학생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로 격려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모인 이들은 설레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표정에는 저마다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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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신입생 대표 두 명이 입학식 선서를 하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사왔다는 황유신(64) 씨도 입학생들 속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고등학교 과정에 입학한 황 씨는 “큰 딸이라는 이유로 중학교만 졸업하고 가족을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며 “살면서 부모님의 대한 원망도 많고, 길가다 친구들을 만날 때면 창피한 마음에 숨기도 많이 숨었다. 행여나 연락이 올 때면 일부러 받지 않은 적도 많았다.”며 그간 묵혀뒀던 심정을 털어놨다.

아직 이삿짐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입학식을 위해 몸만 왔다는 그녀는 “수도권에도 배움의 터전이 많지만 대부분 사립이고, 제대로 된 인가시설이 아닌 곳도 많았다.”며 “이왕 배우는 거라면 국가가 운영하는 곳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수소문 끝에 전주로 이사 오게 됐다. 이제 집에서 살림만 하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내 길을 찾고 싶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배움의 길에 들어서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황 씨는 ‘망막방리(안구의 망막층이 안구별으로부터 들뜨는 병적상태)’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실명 위기까지 가는 바람에 수술로 겨우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 검사를 받고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돋보기를 써도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이 허락하는 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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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사왔다는 황유신(64) 씨는 입학생들 속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국어책을 보며 문학소녀를 꿈꾸던 어린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말하는 그는 “열심히 배워서 책을 출간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이 없는 황 씨는 “교복 입은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던 때가 수학여행이었다.”며 “수학여행과 동아리 활동을 꼭 해보고 싶다. 진정한 친구는 여고 동창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들과 고등학교의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예비 입학식을 통해 책을 나눠줬는데, 국어책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어책을 받아들고는 한때 문학소녀를 꿈꿨던 어린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는 그는 “밤새 잠이 오지 않아 국어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다.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책을 출간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직은 한국어가 서툰 왕자아큉(25·중국) 씨는 신입생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4년째라는 그는 “중국에서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중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며 “한국으로 시집 온 뒤에도 자녀를 키우느라 배움의 기회가 없었다. 시누이와 시어머니의 권유로 학업의 끈을 이어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입학식장에는 시누이와 남편, 시어머니도 참석해 그녀의 입학을 축하해줬다. 그녀는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 두려움도 크다.”며 “자녀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한문이나 중국어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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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한국어가 서툰 왕자아큉(25·중국) 씨는 신입생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4년째라는 그는 “시누이와 시어머니의 권유로 학업의 끈을 이어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14권의 책을 받고 나서야 학생이 됐다는 걸 실감했다는 그는 “책도 받고 학용품도 새로 사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행복하다.”며 “대학에도 진학해 어린이집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수줍게 말했다.

입학식을 지켜보던 재학생 김 모(50대)씨는 “이곳에 와서 학업에 대한 가슴의 응어리를 풀 수 있어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매년 이 맘 때쯤 자녀들의 통지문에 부모 학력을 적을 때면 초등학교 졸업이 부끄러워 밤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후배들도 그런 응어리들을 배움을 통해 치유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의 선서를 시작으로 교장 선생님의 축사, 교가 제창이 이어지면서 입학식은 모두 마무리됐다.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을 때쯤엔 담임과 각 과목 선생님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자 신입생들은 마치 10대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까르르’ 웃으며 격한 박수갈채로 선생님들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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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신입생들이 담임선생님이 호명되자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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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는중학생 41명, 고등학생 36명 총 77명이 입학했다. 한국으로 시집온 20대 다문화여성부터 일흔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까지 강당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 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게 될까. 정창금 교사는 “일반 중·고등학교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정규수업이 이루어진다. 정규 교과목 13개 외에도 보충수업, 동아리활동, 현장학습도 운영된다.”며 “이 밖에도 졸업 뒤 취업으로 연계가 가능하도록 1인 1기 계발활동반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요양보호사, 한식조리사, 컴퓨터 자격증 등의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전은순 교장은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많게는 50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을 기다린 엄마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며 “부끄럽다는 생각을 버리고 인생의 황금기인 학창시절을 알차고 보람 있게 채워나가길 바란다. 앞으로 3년간 끊임없이 정진해 꿈을 향해 도전하는 멋진 여성들이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는 그동안 중학생 516명, 고등학생 455명 등 총 97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70%는 대학에 진학해 배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어린이집 교사, 간호사, 상담교사, 요양보호사 등 늦게나마 꿈을 이룬 여성들도 많다.

정책기자 박이슬(직장인) loinya@naver.com

등록일 : 20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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