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0여 명 정도의 작은 섬인 이곳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매우 특별한 도전을 해오고 있다. ‘탄소배출 제로화’가 바로 그것. 석유나 석탄과 같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연대도 주민들의 이 같은 생태적 도전이 결실을 맺으면서 연대도는 이제 ‘에코 아일랜드’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2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적이 뜸하던 이곳이 생태관광의 모범사례로 이어지며 주민들의 추가적인 소득 창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신통방통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 연대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방문객들을 제일 먼저 맞아주는 ‘비지터 센터’의 외관 |
배를 타고 연대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이다. ‘이런 작은 섬마을에 왠 비지터 센터지?’하는 궁금한 마음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곳에 쓰여 있는 문구가 더 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유인즉 바로 벽 한쪽에 이 건물의 이름인 듯 새겨져 있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라는 몇 글자 때문이다.
푸른통영21 윤미숙 사무국장은 “패시브 하우스는 기름이나 가스같은 석유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고, 지열과 태양광만으로도 냉난방이 가능하다. 때문에 탄소배출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대도에는 마을회관, 비지터센터, 경로당, 에코체험센터가 모두 패시브 하우스 형태로 지어져 있다.
실제로 패시브 하우스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건축개념으로 단열 자체가 우수해 최소의 에너지로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보통 건물이 에너지를 적극적(active)으로 끌어온다면 패시브 하우스는 햇빛, 사람의 체온, 땅에서 얻은 열에너지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차단만 하기 때문에 수동적(passive)이란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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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도의 패시브 하우스 건축물. (왼쪽부터 시계방향) 마을회관, 비지터센터, 에코체험센터, 경로당 |
마을의 푯말을 지도삼아 따라가다보면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가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놀이동산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지만, 실제로 안쪽에 들어가보면 모두 ‘친환경’이란 테마를 경험해볼 수 있는 매우 교육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이다.
사람의 운동에너지가 다른 종류의 에너지원으로 바뀌는 순간을 즐겁게, 이색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이곳에선 어느 순간 우리가 일상에서 낭비하듯 흘려버린 에너지들에 대한 소중함과 안타까운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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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체험센터에 있는 체험 도구들, 모두 사람의 운동에너지를 활용한 장치들이다. |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아기자기하게 집집마다 달려있는 이야기 명패가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나씩 읽어보며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던 중 만난 연대도 주민 이도태 씨는 어디에서 왔느냐며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줬다.
그리고는 “저 아래 체험센터는 구경했어요? 여기 마을 언덕 넘어가면 해수욕장도 있는데 거기도 경치가 정말 예뻐요. 섬 능선 따라서 한 바퀴 쭈욱 섬을 돌아보는 것도 산책삼아 좋을 거예요.”라며 능숙하게 섬의 관광 포인트를 알려줬다.
사람들이 많이 찾느냐는 질문에 그는 “많이 와요. 따뜻해지면 더 많이 와요. 적적하던 동네였는데 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마을을 좋은 취지로 가꿔주면서 외부에 홍보도 많이 되고, 그래서 이전보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우리는 통영시랑 우리나라에 매우 고맙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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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도 주민들의 집을 소개해주고 있는 특별한 명패들 |
이 씨가 알려준 길을 따라 마을 꼭대기로 올라가면 에코 아일랜드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것은 바로 태양광 발전시설. 이 시설의 원리는 물질이 빛을 흡수할 때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생겨 전기가 발생하는 ‘광전효과’를 이용한 것으로, 태양열 발전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태양빛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다. 이곳에서 연대도 전체 사용전력의 90~100%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니, 에너지 절약 모범사례로 꼽힐 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다시 마을 어귀로 돌아가니 주민 회관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정기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연대도 주민이자 문화해설사라는 이야기명패의 주인공인 서태욱 씨는 “우리는 작년에 국가에서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고 정말 기분이 좋다.”며 말문을 열었다.
서 씨는 “아직까지는 주로 환경 관련 단체 방문객들이 섬을 많이 찾고 있는데 여기 할머니들이 전날 배 타고 나가 장을 봐와서 맛있는 음식으로 최대한 반갑게 맞이해주려고 한다. 아직까지는 우리 연대도가 방문객들을 위한 숙박, 식사와 같은 관광 기반시설이 미흡한 편”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친환경적인 삶을 배우고 귀중한 교훈을 얻어갈 수 있도록 우리 주민들도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마을회관으로 모인 연대도의 주민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앉아 있다. (오른쪽부터) 마을 주민 홍종균 씨, 염상근 씨, 최두기 씨, 서태욱 씨, 이도태 씨 |
지난 2007년 민관 합동으로 생태섬 복원 사업이 시작된 연대도는 탄소제로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또 폐교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전 예약을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와 태양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센터도 구성했다.
봄이 되면 아름다운 생태섬의 모습을 뽐낼 다랭이 꽃밭도 조성했으며, 비지터센터 등의 건물들을 패시브 하우스로 건축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으로 연대도를 가꿔나갔다. 이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며, 이를 모범사례로 인정해 연대도를 벤치마킹하려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사업을 총괄했던 푸른통영21의 윤미숙 사무국장은 “처음에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계가 쉽지 않았지만, 한 걸음 한 고비마다 소탈하게 털어놓고 일했던 것이 주민과 행정의 지지를 끌어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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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도에 조성된 꽃밭, 연대도 할머니들이 뿌린 꽃씨의 아름다운 결실이라고 한다. |
그는 연대도를 벤치마킹하려는 단체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커뮤니티 디자인 개념에 대해 공부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절대로 행정 따로 주민 따로는 불가능합니다. 더딜 수는 있지만 천천히 동의를 구하고 함께 준비하는 시간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합니다.”라며 “설득이나 합의가 힘들다고 상처받고 포기하기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끈기 있게 다가서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불가능해보였던 연대도의 특별한 도전에서 지금 사람들은 많은 의미와 교훈을 얻어가고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얻어갈 수 있는 귀중한 한 가지를 더 들자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환경 사이의 연대감’이 아닐까.
정책기자 한아름(프리랜서) hanrg2@naver.com
등록일 : 201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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