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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민기자단인 정책기자단이 취재해 작성한 것으로,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노래방이나 영화관서 장애인을 본 기억이 있니?
- 복지관 수업에 노래교실·요리교실 등장…장애인 복지 문화 영역으로 넓혀야

[부산] “자! 한번 따라해보세요!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 도토리 할 때 감칠나게 한번 꺽어주시고요.”
“도토리 키재기~”

지난 2월 19일, 부산 진구에 위치한 부산진구장애인복지관 5층 대강당에서는 조금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다소 서툴고 약간은 어눌해 보이는 목소리였지만 강당 안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노래를 배우는 이 수업은 복지관이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노래 교실이다. 지체장애인부터 뇌병변장애, 시각장애인까지 장애인 3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부산진구장애인복지관 사회재활팀 이선미 팀장은 “장애인들도 문화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는 많지만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아주 간단한 문화생활도 장애인들에겐 넘기 힘든 벽처럼 느껴진다.”며 “장애인들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노래 교실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노래 수업 교실 모습. 휠체어를 탄 사람들과 여러가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어우러져 노래를 배우고 있다.
부산진구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 중인 장애인 대상 노래 교실. 장애인들의 문화 욕구 해소를 위해 복지관측이 마련한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이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난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우리가 흔히 찾는 노래방, 영화관 같은 문화공간에서 장애인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노래 교실에서 만난 장애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기자에게 털어놨다.

장애인 박 모(지체장애1급) 씨는 “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성인2~3명이 도와줘야 겨우 한 발짝 뗄 수 있는데, 대부분의 노래방이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노래방에 간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영화관 역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 아니면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고 설사 건물 내부로 들어가더라도 주인들이 별로 반기지 않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애인 정 모(뇌병변 장애 2급)씨의 보호자는 “부모 입장에서는 영화관도 데려가고 뮤지컬도 보여주고 싶지만 계단식 구조로 돼 있는 영화관이나 공연장의 경우 보호자 혼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감당하기 버겁다.”며 “일부 영화관에서는 장애인석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불편하고, 특히 인기가 많은 상영시간대에는 매진을 핑계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경우 사설 헬스장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운동이 필요한 경우에도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사진은 복지관 내에 마련된 장애인 전용 피트니스 장의 모습
장애인들은 사설 헬스장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운동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다. 사진은 복지관 내에 마련된 장애인 전용 피트니스 시설.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절실했던 탓일까. 이날 노래 교실에 참석한 장애인들에게서는 배움에 대한 욕구와 열정이 느껴졌다. 강사의 작은 가르침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며 마치 스펀치가 물을 빨아들이듯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진구장애인복지관 이선미 팀장은 “노래는 이해력이 많이 요구되지 않고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자극되기 때문에 장애의 종류에 관계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편견이나 불편한 시선이 전혀 없어 조금 어눌하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장애인들은 노래 부르기 외에도 외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를 복지관 내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 맞는 장애인들끼리 당구 동호회나 사진 동호회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요리교실, 서예교실 등에서 소소한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특히, 대중목욕탕을 이용하기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1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목욕탕을 만들어 대중 목욕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자원봉사자와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있었다.

이선미 팀장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이라고 하면 일단 불이나 칼을 다루는 데 위험하지 않느냐며 반문하는데 그것마저도 편견”이라며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사회성도 기르고, 불이나 칼 같은 것도 올바르게 다루면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몸으로 배우니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해피버스데이의 모습
교통약자 전용버스 ‘해피버스데이’의 외관.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출입문에 휠체어판이 장착돼 있다. 탑승객 모두가 장애인인 만큼 탑승 시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서로 배려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장애인들의 문화 욕구를 배련한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부산진구장애인복지관은 항상 장애인들로 붐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애인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 보듯 이상하게 쳐다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불편해 문화생활은 엄두도 못냈는데, 여기선 그런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어 좋다.”며 이곳 생활을 즐기는 눈치였다.

한편, 복지관이 장애인들로 붐비는 데에는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을 배려해 매일같이 운행 교통약자 전용버스 ‘해피버스데이’도 한 몫 했다. 해피버스데이는 롯데호텔 카지노가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지원금과 복지관 자체 경비를 합해 장애인 전용버스이다.

일반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버스기사가 직접 내려 저상버스로 조정하고 장애인을 태우기까지 약 10분 이상 소요돼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어려움이 있지만, 해피버스데이의 경우 장애인 전용이므로 이런 번거로운 과정마저 모두 여유롭게 이해해주기 때문에 당연히 인기 만점이다.
 
대중목욕탕을 가기 힘든 장애인을 위해 복지관에서 작개 만든 목욕탕은
대중목욕탕에 가기 힘든 장애인을 위해 복지관에서 마련한 목욕탕. ‘수치료실’이라는 이름이 이채롭다. 한 번에 1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으며, 대중목욕탕과 유사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물론 장애인들이 복지관 내에서 문화 욕구를 모두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여행에 대한 욕구가 강한 일부 장애인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장애인 자녀를 둔 주부 박정명(가명) 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데리고 가족이 함께 해외 여행을 가려고 여행사를 찾았는데 아이를 본 여행사 직원이 코스 변경을 권유하더라.”며 “가고 싶은 여행지도 마음 놓고 가기 힘든 것이 장애인을 둔 가족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장애인복지관 이선미 팀장은 “장애인들의 문화생활이 쉽지 않은 것은 그만큼 제도나 시설의 뒷받침이 돼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며 “장애인 복지의 영역을 여가나 관광 등 문화생활의 차원으로까지 확대해 정부 차원에서 좀더 세심하고 광범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월, 장애인들을 위한 여행정보 사이트인 ‘함께하는 여행(access.visitkorea.or.kr)’을 열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제공 중이다. 사이트는 여행지, 숙박, 음식점, 대중교통, 여행팁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체장애인,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여행정보가 사진과 함께 설명돼 있다. 특히, 편의시설 항목별 검색을 통해 장애인 본인의 상황에 맞는 여행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책기자 최주현(대학생) juhyeonchoi@nate.com

등록일 : 20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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