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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만에 열린 ‘금단의 땅’ 용산기지에 가다

예비역 장교가 용산기지 버스투어 통해 살펴본 용산기지 반환의 의미

2018.11.19

나는 31년간 장교로 군 생활을 하고 2014년 전역했다. 군 생활 중 장교 신분으로 주한미군이 있는 용산기지에도 자주 갔다. 가끔 들렀던 드레곤힐 호텔 스테이크와 서브웨이에서는 미국 본토 맛이 났다.

주한미군 용산기지에 있는 드레곤힐 호텔
주한미군 용산기지에 있는 드레곤힐 호텔. 미국 본토 스테이크 맛이 일품이었다.
 

용산기지는 한국 땅에 있었지만 미국 본토 같은 곳이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기도 했다. 용산기지는 면적이 약 243만㎡(80만 평)이다. 용산기지 게이트만 해도 21개다. 기지 안에 있는 건물은 약 1000여 동에 이른다.

이렇게 넓은 땅과 건물이 오랫동안 개방되지 못한 채 있었던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제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부지반환협상, 환경조사 등의 절차에 따라 용산기지 반환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용산기지 면적은 약 243만㎡(80만평)으로 기지 안에 있는 건물은 약 1,000여동에 이른다.(출처=국토교통부)
용산기지 면적은 약 243만㎡(80만 평)으로 기지 안에 있는 건물은 약 1000여 동에 이른다.(출처=국토교통부)
 

군 복무 하면서 용산기지에 갈 때마다 ‘서울에 꼭 주한미군 기지가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현대전은 무기가 첨단화됐기 때문에 굳이 적과 가까운 곳에 지휘소가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늦게나마 서울 한복판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다시 되찾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드러내는 쾌거라고 생각한다.

전역 후 정책기자단 자격으로 3년 만에 다시 가 본 드레곤힐 호텔.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예전의 북적되던 모습이 사라졌다.

이곳은 용산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용산기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차츰 윤곽이 나오겠지만 예비역 장교로서 용산기지 반환이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주한미군 용산기지는 12월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2차례(12월7일, 14일)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국민들이 용산기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 용산기지는 12월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2차례(12월 7일, 14일) 공개할 예정이다.
   

첫째, 주한미군 용산기지는 한미상호방호조약의 상징적 장소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국과 미국은 공고한 한미군사동맹을 다짐해왔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했다는 것은 한미 군사협력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서울 중심에 주한미군이 주둔하지 않아도 한미동맹은 변함없이 굳건하게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용산기지는 한국 근대사의 역사적 현장이다. 오랫동안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용산기지에 남아 있는 근대 유물을 잘 모른다.

용산 미군기지에는 일본군 병기지창(일본군의 무기와 탄약을 보관하던 곳), 121병원, 일본군 병영, 위수감옥(일본군 감옥) 등이 있다. 이번에 용산기지를 방문하면서 사진촬영이 허용된 위수감옥, 한미합동군사업무단(일본군 병원), 조선왕조 초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남단 등의 건물을 자세히 봤다.

국내에 남은 유일한 일본군 감옥인 용산 위수감옥.(출처=뉴스1)
국내에 남은 유일한 일본군 감옥인 용산 위수감옥.(출처=뉴스1)

 

조선왕조 초기에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남단터다.
조선왕조 초기에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남단터다.
 
일본군장교 숙소로 미소공동위원회가 개최될 당시 소련군대표단이 사용했다.
일본군 장교 숙소로 미소공동위원회가 개최될 당시 소련군 대표단이 사용했다.

이런 근대 유물들은 보존을 잘해서 이스라엘 마사다(Masada) 유적(AD 70년 이스라엘 민족이 로마군과의 전쟁에서 최후의 항전을 하다 장렬히 전사한 곳)처럼 후세들에게 역사의 현장으로 남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근에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전쟁기념관과 남산까지 있기 때문에 이곳과 연계해 관광지로 개발하면 세계적인 공원이자 관광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셋째, 용산기지 이전은 자주국방을 실현하는 출발점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우리 정부는 용산기지를 미국에 공여했고, 동숭동에 있던 미8군 사령부가 정전협정과 함께 이전하면서 주한미군 8개 사단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에 합의한 이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용산기지에 있는 국제연합군사령부 겸 한미연합군사령부
용산기지에 있는 국제연합군사령부 겸 한미연합군사령부.
 

용산기지 반환처럼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도 곧 우리에게 넘어올 것이란 기대를 갖게됐다. 전작권은 한반도에서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다. 평시작전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에,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다. 

전시작전권은 자주국방의 상징적인 권리다. 용산기지 이전과 함께 전시작전권 반환은 자주국방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산기지 안에 있는 둔지산에 올라보니 남산 등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용산기지 안에 있는 둔지산에 올라보니 남산 등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서울에 용산기지처럼 울창한 숲과 나무가 많은 곳은 드물다. 지난 1904년, 러·일 전쟁을 기점으로 일본군 주둔지로 사용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가 114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기지. 

관계 기관과 국민들이 뜻을 모아 용산기지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근대 아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것이 예비역 장교의 소박한 바람이다.

용산기지는 12월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2차례(12월 7일, 14일) 공개할 예정이다. 투어는 내년에도 계속돼 더 많은 국민들이 용산기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버스투어 참가신청 11월 12일∼20일 용산문화원(www.ysac.or.kr)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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