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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통영, 거제 기행기

2018.3.15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가치를 지니고 사람답게 산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요?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는 학문 인문학이 물질만능주의에 밀려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인문열차를 타다.
인문열차를 타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코레일과 함께 현장으로 찾아가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3월부터 11월까지 총 8회에 걸쳐 ‘2018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현장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지난 10일 첫 번째로 진행된 인문열차 프로그램에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일원으로 계룡도령이 함께했습니다.^^

마산역 가고파 시비 강연.
마산역 강연.
 

지난밤… 처음 가게된 인문학 탐방에 소풍날처럼 설렌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를 기억 속에 남기느라 피곤한지도 모른 채 들떠 있었답니다.^^ 이번 인문학 탐방 테마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의 무대가 된 통영과 시인 백석의 흔적이 남은 거제 포로수용소 일대를 아우르는 문학기행입니다. 

첫 번째 여정으로 도착한 마산역. 마산역 앞에는 노산 이은상의 시비와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친일 독재 논란으로, 이은상 시비 철거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그 문제에 대해 강연을 맡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방민호 교수의 설명으로 청산과 화합, 상호 견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후 통영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중섭 거리 표지석.
이중섭 거리 표지석.
 

점심 시간에 맞춰 도착한 통영. 식사를 하러 간 식당의 담장 아래 화가 이중섭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다들 놀라워했는데 진행팀의 배려가 숨겨져 있었더군요.

화가 이중섭은 1952년부터 2년간 이곳 통영에서 생활하며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했던 순간으로 기록되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삼도수군통제영 세병관.
삼도수군통제영 세병관.
 

푸짐한 인심의 식당에서 생선구이로 점심을 먹고 일행이 향한 곳은 통영의 지명이 된 삼도수군통제영 세병관입니다. 세병관은 2002년 10월 14일 국보 제305호로 지정됐습니다. 

충무시의 지명이 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 그리고 통영의 지명이 된 삼도수군‘통’제‘영’. ‘하늘의 은하수를 가져다 피 묻은 병장기를 닦아낸다’라는 뜻의 세병관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한산도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을 육지인 통영으로 옮겨오면서 지어진 객사 건물이며 주변에는 통제영에 사용되는 물건들을 만드는 12공방이 재현되어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더군요.

박경리 생가 위 서피랑.
박경리 생가 위 서피랑.


특히, 서피랑 공원은 세병관에서 슬슬 걸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며 가는 동안 간창골 우물과 서문고개 아래의 박경리 선생 생가도 볼 수 있어 지역의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당새미 통영 명정.
정담샘.
 

충렬사를 향해가던 중간에 만난 일정(日井), 월정(月井)입니다. 정담생이라 불리는 이 우물은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기도 했는데요. 우물이 만들어진 이후 아무리 심한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는데 1900년대 초 마을 주민들이 샘 주변을 단장하면서 두 우물을 합정해 팔각정을 세워 덮었으나 맑고 깨끗하던 샘의 물이 썩어 못쓰게 됐었다고 합니다.

샘 속에 향을 넣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다시 원상태로 분정을 하니 물도 정상으로 환원됐다고 하네요. 우물명에서 일(日)과 월(月)을 합하고, 거기에 우물 정(井)을 이어서 동네 이름이 명정동이 됐다고 합니다. 

충렬사.
충렬사.
  

충렬사는 지금 공사가 한창인데 혹시 사찰로 생각하는 분은 없겠죠? ㅎㅎㅎ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당으로 선조 39년(1606) 충무공의 부하였던 이운룡이 왕명에 따라 지었고, 현종 4년(1663)에 사액 받았으며 통제영이 해체될 때까지 291년 동안 삼도수군통제사가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현재 사적 제236호로 지정돼 있답니다. 충렬사는 300년이 넘은 동백나무로도 유명하답니다.

박경리 기념관.
박경리 기념관.
  

이어 탐방한 박경리 기념관. 박경리 선생의 동상 아래 선생의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1926년 10월 28일 경상남도 충무시(지금의 통영)에서 출생한 박경리 선생은 본명이 ‘박금이’로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한 그 해 김행도 씨와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았습니다. 1950년 수도여자사범대학 가정과를 졸업한 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했습니다. 

6.25 전쟁통에 남편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됐다가 죽고, 연이어 세 살 난 아들을 잃게 된 이후 1955년 8월 김동리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을 발표하며 창작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69년부터 한국현대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하소설 ‘토지’ 연재를 시작, 1994년 8월, 집필 26년 만에 탈고했다고 하네요. 

2008년 5월 5일 폐암으로 타계해 고향인 통영시에 안장됐고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습니다.

백석과 박경리의 삶, 그리고 문학 강연.
백석과 박경리의 삶, 그리고 문학 강연.
 

오르막 내리막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일행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방민호 교수의 백석과 박경리에 대한 강연을 들었는데, 이 두 사람이 근대문학사에서 어떤 위치이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통영 일출.
통영 일출.
 

수려봉 너머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2일째 탐방이 시작됐습니다.

동피랑 벽화 중 하나.
동피랑 벽화 중 하나.
 

1일차에 들렀던 서피랑의 맞은편 언덕인 동피랑은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유명한 곳이 되었죠?

덕분에 전국에 벽화의 물결이 흘러넘쳤는데, 그 원조인 동피랑도 처음과는 달리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 지역민들의 불편도 증가되는 것 같았습니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 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이 시가 누구의 작품인지, 제목은 무엇인지 기억하시나요?

청마문학관.
청마문학관.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 1908~1967)의 시 ‘바위’입니다.

청마는 거제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자랐습니다. 유치환이 태어난 곳에 지난 2008년 1월에 개관한 청마문학관이 있습니다. 

청마문학관 주요 시설로 기념관과 청마의 초가집 생가, 시비와 유치환의 청동상이 있는데 청마문학관이 너무 좁아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거제도로 이동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들른 곳은 거제 포로수용소 유족공원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수용소였던 거제 포로수용소는 6·25전쟁 중 유엔군과 한국군이 사로잡은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2018년 첫 번째 인문열차, ‘시와 소설이 함께하는 공간’은 거제 몽돌해변에서 마무리 강연과 단체 사진촬영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서울로 향하는 KTX와 만나기 위해 마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짧지 않은 1박 2일의 인문학 탐방은 각자의 가슴에 하나 이상의 작품을 남기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조현화
정책기자단조현화mhdc@tistory.com
물처럼 바람처럼 계룡도령 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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