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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민기자단인 정책기자단이 취재해 작성한 것으로,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설동에 유령역 있다던데~

숨겨왔던 서울의 수줍은 장소들, 여의도 SeMA 벙커, 신설동 유령역, 경희궁 방공호 현장 취재기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

이 노래 가사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귀에 익숙할 터. 남자와 여자가 썸을 타거나 본격적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노랫말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시민과의 많은 스킨십을 유도하고 시민의 편의 제공을 위해 최근 ‘잘생겼다 서울 20’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19일, 서울시는 여태 숨겨왔던 민낯(?)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러 이유들로 시민과의 접촉이 없었던 이 공간들을 문화와 역사 공간으로 바꿔 시민의 품에 선사했다.

여의도 SeMA 벙커(여의도 지하벙커)  

여의도 SeMA 벙커 입구.
여의도 SeMA 벙커 입구.
 

지난 2005년 5월, 여의도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가 여의도에 버스환승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현지조사를 진행하던 중, 지하에 있는 비밀벙커를 발견했다. 전체 공간은 소파와 화장실을 갖춘 20평 VIP실과 180평 지휘대 및 기계실에 있는 수행원 대기실, 3개의 출구로 되어 있었다. 발견 당시 자물쇠로 채워졌던 이 장소는 내시경으로 조사한 끝에 벙커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하벙커를 발견한 이후, 수많은 조사들이 이뤄졌다. 하지만 관련 자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하나 추측할 수 있는 자료가 있었다. 1970년대 5.16 광장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렸을 당시 사열대와 벙커의 위치가 일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한 매체가 여의도 벙커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유사시 요인 대피용 방공호였던 것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히 이 벙커가 만들어졌다는 기록은 없다. 

2013년, 서울시는 여의도 지하벙커를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이후 여러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 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고 올해 10월 19일,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SeMA 벙커로 개관했다.

여의도 SeMA 벙커 내 VIP실.
여의도 SeMA 벙커 내 VIP실.
 

여의도 SeMA 벙커는 여의도에 특화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이곳에는 ‘여의도 모더니티’를 통해 여의도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많은 조형물과 그림들이 전시됐고, 여의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이 장소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발견된 당시의 물건들을 복원해 이곳만의 특별함을 전했다. VIP실에는 처음 발견했던 열쇠들과 코어 조각, 당시 사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여의도 SeMA 벙커를 운영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앞으로 이곳에서 벙커의 역사를 떠올리거나 되짚어볼 수 있는 관련 자료들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기획해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여의도 SeMA 벙커]
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 1월 1일 휴관
관람료 / 무료

신설동 유령역 

신설동 유령역 입구.
신설동 유령역 입구.
 

2호선 신설동역 한쪽 구석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다. 바로 신설동 유령역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곳은 역은 만들어졌으나 한 번도 승객을 태우지 못한 채 43년간 방치됐다. 영원히 개방되지 않을 것 같았던 장소가 바깥 세상에 알려졌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였다. 그러나 노선이 조정되면서 역은 폐쇄됐다. 이 역은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5호선(연희동~종각~동대문~천호동) 일부가 될 예정이었다. 1972년 9월부터 1974년 8월까지 1호선과 5호선이 지나갈 신설동역을 모두 건설했으나 5호선 노선이 변경(왕십리~청구~동대문역사문화공원)되면서 기능을 상실했다.

신설동 유령역.
신설동 유령역.
 

군자차량기지가 완공됐던 1977년 8월까지 차량 정비작업장으로 사용된 신설동 유령역은 현재 1호선 동묘역 행 종료 후 군자차량기지 입고 열차가 통과하는 선로로 활용 중이다.(평일 14회, 휴일 12회)

또한, 이곳은 70년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 때문에 유명 가수 뮤직비디오(EXO의 ‘라이트세이버’, 트와이스의 ‘Cheer up’)와 촬영 장소(영화 ‘감시자들’, 드라마 ‘아이리스’, ‘스파이’)로도 쓰였다. 

‘서울, 오늘을 찍다’가 전시중인 신설동 유령역.
‘서울, 오늘을 찍다’가 전시중인 신설동 유령역.
 

신설동 유령역에는 사진아카데미 ‘서울, 오늘을 찍다’가 전시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사)서울시립미술관후원회 SeMA人[in]이 함께하는 협력 프로젝트인 ‘서울, 오늘을 찍다’는 서울시 유휴 지하공간 재생 프로젝트 중 일환이다.

사진작가 강홍구, 이영욱의 지도 아래 사진아카데미 회원들이 여러 해 동안 서울의 모습을 개성적인 시각으로 촬영한 결과물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서울, 오늘의 무의식’, ‘골목 골목 골목’, ‘서울 산수 part1 part2’ 등 서울의 사라진 것과 살아남은 것, 새롭고 익숙한 이면들을 비추었다. 

유령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두운 조명 아래 퀴퀴한 냄새와 함께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안내원들이 있어서 무섭지 않다) 1970년대 건설 당시 흔적들이 남아 있기도 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숫자부터 녹이 슨 신설동역 이름, 당시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소화전 위치까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현장을 관람할 수 있다.

철로 옆 한쪽 벽면에는 시민의 의견들이 적혀 있다.
철로 옆 한쪽 벽면에는 시민의 의견들이 적혀 있다.
 

출입구 한쪽 벽면에는 관람객들의 의견들이 적힌 메모들이 가득했다.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주세요’, ‘시간에 따라 옛 지하철이 지나가게끔 해서 레트로 느낌 나는 건 어떨까요?’ 등 여러 의견들이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43년 만에 신설동 유령역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면서 이 방치된 공간을 새로운 시민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했다. 시민들이 직접 공간을 둘러보고 새로운 쓰임새를 함께 찾아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설동 유령역]
2017.10.21~ 2017.11.26 매주 토, 일요일
신설동역 지하 3층 승강장(2호선 신설동역 7, 8, 9 출구)
1일 4회(12:00~16:00) 운영, 회별 20명 모집
safe.seoul.go.kr  

경희궁 방공호

긴 통로로 이어져 있는 방공호.(출처=서울시)
긴 통로로 이어져 있는 방공호.(출처=서울시)
 

서울시에 또 하나의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공개됐다. 서울시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근처에 있는 경희궁 방공호는 직사각형 내부 구조로, 길이 107m, 폭 9.3m, 높이 5.8m, 10개 방 2층으로 되어 있다. 바닥 면적이 약 1,000㎡의 공간인 방공호의 외벽은 폭격에 견딜 수 있게 3m 두께로 만들어졌다. 

이 장소는 우리나라 아픈 역사를 지닌 시설이다. 일제 강점기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만든 방공호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1944 년 조선총독부 체신부 직원과 학생들을 동원해 지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듬해 완공됐지만 그해 일제가 패망해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은 채 70년이 넘게 방치됐다.

이곳이 아프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조선 왕들이 애용했던 궁궐을 훼손하면서까지 방공호를 지을 정도로 나라 잃은 설움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희궁 방공호.(출처=서울시)
경희궁 방공호.(출처=서울시)


경희궁 방공호는 전시체험 미디어 콘텐츠들이 마련됐다. 좁고 긴 통로를 통해 방공호를 둘러볼 수 있는데, 복도 우측 1호방에는 방공호가 건설된 이유였던 대피공간의 모습을 연출했다.

중앙복도 돔 천장에는 일본군 비행기 모형을 비치해 폭격기 비행, 대공포 사격 연출 등 일본의 침략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중앙복도 5호방은 일제강점기 관련 사진 2만여 장을 이용해 관람객의 움직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맵핑해 나타냈다. 2층 소강당은 일제강점기 다큐멘터리 영상 3편을 상영해 어두운 역사 현실을 알려줬다.

방공호를 둘러본 한 서울 시민은 “확실히 사진보다 실물로 보니 아픈 역사에 대한 느낌이 실감난다. 우리에겐 이곳이 슬프고 고통이 서려 있는 역사 현장이지만 이곳이 담긴 의미를 기억하고 바로 알기 위해 많은 시민이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희궁 방공호]
2017.10.21~ 2017.11.26 매주 토, 일요일
서울역사박물관
1일 4회(12:00~16:00) 운영, 회별 20명 모집
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171016111147436606

비밀공간이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비밀공간이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여의도 SeMA 벙커를 제외한 두 곳은 예약을 통해 시민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아직 이 두 곳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해지지 않아서다. 섣불리 완전 개방하는 것보다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하고 대책을 시민과 함께 강구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그만큼 이곳들은 모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점이 있는 장소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모아진다면 더욱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

서울의 비밀공간들이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시민의 의견들을 수렴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서울시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사, 문화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이 장소들이 앞으로 시민과 어떻게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김진흥
정책기자단|김진흥chamomile509@naver.com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말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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