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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그 세운상가 맞아?

‘다시 세운 프로젝트’로 도시재생 중인 세운상가 현장 취재기

2017.10.13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정책’. 최근 시범사업 선정계획이 발표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 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으로 나뉜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도시재생’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정비사업과 함께 적절한 프로그램 주입을 통해 도시를 부흥시키는 방법으로,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뜻한다. 즉, 흉물처럼 버려졌던 ‘구도심’을 다양한 사업을 통해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것인데,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이자 90년대 이후 버려졌던 ‘세운상가’도 도시재생 바람을 맞고 있다.

세운상가는 1968년, 김현옥 서울특별시장에 의해 주도적으로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세운상가의 이름은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뜻에서 ‘세운’으로 지어졌으며, 종로3가역부터 충무로역까지 1km가 넘는 초대형 상가다.

과거 세운상가의 모습. 크고 웅장했다.(출처=나무위키)
과거 세운상가의 모습. 크고 웅장했다.(출처=나무위키)
 

일종의 입체도시 형태로 1층에는 차도와 주차장, 3층은 공중보행로를 건설해 종로3가역에서 충무로역까지 이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복도가 각 건물별로 끊어져 있어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기존 계획과 다른 모습으로 지어지긴 했지만, 60년대에는 생소했던 엘리베이터까지 들어서 당시 ‘서울의 랜드마크’로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곳에 거주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세운상가는 미사일, 탱크, 인공위성까지 만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우리나라 전기·전자·기계금속과 같은 제조업을 이끌었다. 세운상가에서 출발한 ‘TG 삼보컴퓨터’ 등 다양한 기업들이 세운상가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세운상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용산전자상가에 밀리더니,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슬럼화’돼 서울의 랜드마크에서 ‘흉물’로 전락했다.

흉물로 전락해버린 세운상가
흉물로 전락해버린 세운상가. 작년에 촬영한 모습이다.
 

이러한 세운상가를 복원하고, 역사 깊은 제조업을 토대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제조산업 혁신처를 조성하기 위해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서울로 7017’, ‘문화비축기지’ 등과 같이 서울시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30일, 세운상가를 찾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대한 벽에 갇혔던 세운상가는, 1968년 그 모습을 재현하듯이 웅장하게 새 옷을 입었다. 흉물에서 다시금 서울의 상징으로 우뚝 변한 세운상가.

새단장을 마친 세운상가.(출처=뉴스1)
새단장을 마친 세운상가.(출처=뉴스1)
 

천천히 걸음을 옮겨 세운상가를 둘러보았다. 당시에 연결하지 못했던 공중보행로는 충무로를 향해 곧게 뻗어 있었고, 옛날 간판을 그대로 살려놓아, 예전 세운상가를 찾았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2030세대들은 세운상가를 잘 모르지만, 4050대 중장년층에게는 하나의 추억이었던 세운상가. 그래서 그런지 세운상가를 찾는 사람들은 청소년 자녀와 함께 온 아버지거나, 아니면 옛 추억이 그리워서 찾은 노인, 중년 부부들이 대다수였다.

공중보행로에서 본
공중보행로에서 본 세운상가 모습.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걷고 있던 김정협 씨는 “어렸을 때, 빨간 테이프(음란물)를 판다고 해 몰래 와서 거금을 주고 샀는데, 정작 틀어보니 드라마 녹화테이프였던 기억이 난다.”며 “벌써 그게 30년이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온 전명학 씨는 “애들은 지금 세운상가를 잘 모르겠지만, 공대를 나온 나는 전자제품과 컴퓨터 부품을 사려고 발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곳”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재생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세운상가를 매우 반가워했다.

세운상가 3층 공중보행길.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세운상가 3층 공중보행길.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세운상가에 있는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걱정했다. 도시재생, 혹은 SNS를 통해 유명세를 떨친 ‘서촌’, ‘홍대’, ‘경리단길’에서 수 십 년을 장사해온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도 그렇게 될까봐 불안해했다.

최근 망원동 주민들이 ‘망리단길’이라 이름을 부르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때문이다. 망리단길로 유명세를 치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망원동의 임대료가 올라가고, 결국 원주민들은 내쫓기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망리단길의 중심, 망원시장.(출처=마포구청)
망리단길의 중심, 망원시장.(출처=마포구청)
 

도시재생은 낙후된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또 도시환경이나 미관을 위해 좋은 정책이다. 서울역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에 만든 서울로 7017이 남대문과 염천교 수제화거리를 다시 살렸다. 또 석유비축기지는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해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돕고 있다.

도시재생을 시작할 때, 젠트피리케이션 문제에 좀 더 신경 쓴다면, 원주민들도 보호하고 낙후된 구도심도 살리는 일석이조의(一石二鳥)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조수연
정책기자단조수연gd8525gd@naver.com
그분이 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왠지 지금은 그 세상이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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