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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민기자단인 정책기자단이 취재해 작성한 것으로,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들, 요즘 엄마가 바쁜 건 다 헌법 덕분이야~

제69주년 제헌절 맞아, 헌법을 읽어보다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의 제정 및 공포를 기념하기 위한 국경일이다. 1948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국민주권’이 국가 최고 규범으로 명시된 헌법을 공포한 후, 지금까지 9번의 개헌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헌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어느 누구라도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심판을 받는다는 헌법의 힘을 깨달았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줄줄이 외우고 다닐 정도다. 그래선지 이번 제헌절의 의미가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오늘은 제69주년 제헌절이다.(출처=뉴스1)
오늘은 제69주년 제헌절이다.(출처=뉴스1)
 

헌법에 대한 관심은 많아졌지만 헌법을 읽어보았거나 헌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보통 헌법을 공부하는 건 전문가들의 일이지 일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우연히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헌법 강의를 듣게 됐다. 한동대 법학과 이국운 교수가 헌법의 역사부터 각 조항의 의미, 헌법의 미래까지 알려줬다. 헌법의 모든 조항들이 주권자인 국민 편에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가슴 뭉클했다.

37조 1항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다. 헌법은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고 강제하는 법이라 생각했는데, 명시되지 않은 권리까지 보장해주는 꼼꼼한 법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왜 아직까지 헌법을 읽어볼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70쪽 분량에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70쪽 분량에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前文)과 본문 130조, 부칙 6조로 이뤄져 있다. 생각보다 적은 분량이었다. 

헌법은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대한민국 헌법 전문.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그 주인을 주인답게 하기 위해 1~130조가 존재한다.

헌법에는 국민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많은 조항들이 있다. 대부분 국민 생활과 거리가 멀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헌법을 읽다보면 우리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모든 조항이 국민에게 유리하게 돼있는, 국민을 위한 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우리 헌법 바로알기’ 역사기록전시회.(출처=뉴스1)
지난해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우리 헌법 바로알기’ 역사기록전시회.(출처=뉴스1)
 

법에 명시된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람들이 고통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12조 1항)에 이어 12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라고 명시돼 있다. 국민들이 고문철폐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와 온몸으로 항거하며 외쳤던 것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지금 우리는 고문이 사라진 시대에 살게 됐다. 

헌법에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뿐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모두 명시돼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해 대통령 취임 시 국민 앞에 선서하도록 돼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되는 대통령 취임 선서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놓은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약속이다.

헌법 제46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청렴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헌법을 제대로 안다면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이 헌법을 통해 회초리를 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헌법이 참 재밌게 느껴졌다.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시민대표 5인의 헌법 전문을 듣고 있다.(출처=뉴스1)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시민대표 5인의 헌법 전문을 듣고 있다.(출처=뉴스1)
 

집을 나서는데 아들이 물었다. 

“엄마, 요즘 왜 이렇게 바빠?”

“헌법 제31조 5항에 국가가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엄마가 지금 무언가 열심히 배우러 다니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야. 헌법도 보장한 권리를 이들이 딴지 걸면 안되지!”

아들은 놀란 듯 피식 웃었다. 재미삼아 해본 말이었는데 입 밖으로 내뱉어 보니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헌법이 국민에게 주어진 권력인지 모르고 살았다. 헌법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이 우리에게 그렇게나 커다란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전자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사용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권력이 가득 담긴 헌법에 대해 너무 무심했다. 어렵고, 복잡하고, 두꺼울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가까이에 두고 읽으면서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헌법대로!’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은주 tkghl22@lycos.co.kr    

201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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