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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민기자단인 정책기자단이 취재해 작성한 것으로,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합이 바꿀 수술실 풍경은?

홍합을 이용한 생체 접착제로 ‘올해의 발명왕’ 된 포항공대 차형준 교수를 만나다

내겐 먹을거리로만 충실했던 홍합이 이제 의료계와 해양바이오 산업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홍합을 이용한 생체 접착제가 개발된 순간부터다. 세계 최초로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이용해 생체 접착제를 만드는데 성공한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를 직접 만났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로 생체 접착제를 개발한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
홍합의 접착 단백질로 생체 접착제를 개발한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
 

홍합으로 올해의 발명왕이 되다

차형준 교수가 홍합을 비롯한 해양 생명체의 접착 단백질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미국 UC 산타바바라 허버트 웨이트 교수의 홍합의 접착력에 관한 논문을 읽고 영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한 후 17년 만에 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생체 접착제를 만든 것이다.

기존 화학 접착제와 달리 독성이 없어 인체에 무해하며 수술 부위에 사용했을 때 흉터가 남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성과로 차형준 교수는 지난 6월 특허청에서 개최한 ‘제52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발명왕’을 수상했다.

차형준 교수는 “연구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템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보는 것이 꿈이거든요. 오랜 기간 연구에 매진해 왔는데 ‘올해의 발명왕’ 까지 이르게 됐네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라며 이번 연구의 생체 접착제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길 기대했다.

포항공대 분자생명공학 연구실에서 실험 중인 차형준 교수와 연구진.
포항공대 분자생명공학 연구실에서 실험 중인 차형준 교수와 연구진.
 

확 바뀌는 의료계 패러다임, 무궁무진한 확장성

이번 생체 접착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수중에서도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홍합이 파도에도 바위에 붙어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홍합의 ‘족사’란 물질에서 나오는 수용액 상태의 접착 단백질을 추출하기 때문에 생체 접착제가 우리 몸 안에서도 적용이 가능하게 된다. 처음 접했을 때 일반인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이기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홍합의
홍합의 ‘족사’에서 나온 접착 단백질로 만든 생체 접착제 시작품.
 

차형준 교수는 “우리 몸은 거의 70 퍼센트가 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수중 환경이라 보는 것이 맞거든요. 혈관이면 피, 장이면 장액, 즉 체액에 생체 접착제가 와해되면 안 되는데, 이것을 조절해서 원하는 부위에 조직을 봉합, 접착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드는 것이 힘든 거에요.”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자면, 절개는 거의 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통해 로봇을 몸 속에 넣어 치료를 하는 수술이 있는데, 이처럼 봉합이 어려운 경우엔 물에서 와해되지 않는 접착제가 있으면 훨씬 수술이 편리해져요. 단백질은 수용액 상태에 있기 때문에 접착 단백질을 이용한 생체 접착제는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도, 또 세세한 부분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것이죠.”라며, 앞으로의 의료계에서 이번 생체 접착제가 적용될 수 있는 방향을 보여줬다.

차형준 교수는 홍합뿐만이 아닌 갯지렁이의 접착 단백질도 연구하고 있다. 자연에서 수중 접착을 하는 생명체에서 볼 수 있는 접착 단백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포뮬레이션 해 수중 접착이 가능한 형태, 물에 녹아 있는 형태, 파우더 형태 등으로 제형을 달리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여러 가지 제형 중 차형준 교수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의료계 수술 진행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수중 접착이 가능한 제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기존에 사용되던 화학 접착제와 달리 인체에 사용되었을 때 뼈와 조직의 재생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적으로 사람에겐 재생 시스템이 있어요. 하지만 빨리 붙여놔야 재생이 빠르고 잘 되기 때문에 접착제를 사용하는 건데, 화학 접착제로 붙였을 땐 그 접착제가 사용 이후 피부 속에 가만히 남아 있으면서 도리어 재생을 방해하는 거에요.”라며 차형준 교수는 현재 사용되는 화학 접착제의 한계를 꼽았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생체 접착제는 기본적으로 인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의 형태로 되어있기에 접착 후 인체의 자연 치유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차형준 교수는 “접착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리크루트(끌어들이는 기능)를 통해서 우리 몸에 많이 존재하는 세포, 성장 인자 등을 끌어들여 피부 주변에 붙어 있게 하면서 간접적으로 재생을 도울 수도 있어요.”라며 홍합 단백질을 이용한 생체 접착제의 또 다른 기능을 설명했다. 기본 기능은 접착이지만, 간접적으로 주위 줄기 세포, 골 세포, 재생을 돕는 성장 인자 등을 모으면서 수술 부위의 재생을 돕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 화학 접착제와 달리 수술 부위에 흉터가 남지 않고 뼈의 재생을 간접적으로 돕는다.
기존 화학 접착제와 달리 수술 부위에 흉터가 남지 않고 뼈의 재생을 간접적으로 돕는다.
 

이번 생체 접착제가 상용화 된 이후에는 수술실에 큰 변화가 불어올 수 있다. 차형준 교수는 “기존엔 봉합사가 필요하고, 물리적으로 수술 부위를 접합하는 기술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접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수술 방법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플랫폼이 형성될 수도 있는 거죠. 더 깊게 적용을 하면 단순한 접착이 아니라 재생, 약물 전달 등의 다양한 소재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거에요.”라며 신약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에 대해 기대했다.

일반적으로 수술하면 떠올리는 꿰매고, 흉터를 치료하는 장면 자체가 다르게 꾸며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의료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할 수 있는 순간이다.

더 이상 수술 부위를 꿰매고 실밥을 풀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단 차형준 교수.
더 이상 수술 부위를 꿰매고 실밥을 풀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는 차형준 교수.
 

복잡한 기술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의료 시장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술술 풀어내다가도 소탈한 면모가 보여서 좋았다. 차형준 교수는 “발명이란 것이, 사실은 아주 대단하고 새로운 것이 아닐 수가 있어요.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않아도 기존의 한계점을 찾아서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발명인 것이죠.”라고 말했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이용한 이번 생체 접착제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기보단 기존 대량생산의 한계를 해결해 본격적으로 상용화를 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발명이 되는 것이란다.

화학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더없이 인간적이다. “그냥 안하고 싶은 거만 뺐어요.”라며 말을 시작한 차형준 교수는, “요즘 친구들은 미리 자기 전공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 때는 별로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 피 보는 것이 싫어서 의대를 뺐고, 기계공학도 나한텐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고, 그래도 화학공학과는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과였기 때문에 선택한 거에요. 잘 모르고 간 것도 있었죠. 특별한 건 없어요. 뭐 다 그렇죠.”라고 했다. 괜히 물어본 사람이 머쓱해진다.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풀고 농담도 던지는 모습이 여유롭다.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풀고 농담도 던지는 모습이 여유롭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다. 연구 도중 힘든 점을 물었더니, “연구야 늘 매 순간 힘들지.”라면서도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줬다. “접착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찾아내야 하는데 홍합의 발을 갈아 유전자를 추출해야 해요. 에피소드 중 하나가, 가장 초기에 이걸 하는 친구들이 홍합의 발을 갈면서 도중 비린내가 너무 심하니까 그 경험 때문에 더 이상 홍합을 더 못 먹더라고요. 냄새를 맡는 것도 싫다면서. 아, 나는 괜찮아요.”라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차형준 교수는 산업화가 진행되어도 기초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 단백질 소재들에 특히 관심이 있어서 앞으로도 이 분야로 연구를 지속할 생각이에요. 몇 년 전 찾아낸 한 가지 결과라면, 누에의 실크와 비슷한 개념으로 해양에서도 실크 소재를 찾아볼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의 소재를 응용해서 적용하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외에도 해양 단백질 소재라면 관심을 두고 연구한다는 차형준 교수.
이번 연구 외에도 해양 단백질 소재라면 관심을 두고 연구한다는 차형준 교수.
 

차형준 교수가 계획하는 연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의료 분야 내 삶의 질을 높이는 생체 접착제뿐만 아니라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도 집중하고 있다.

차형준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대신 생물학적으로 접근해서 연구를 하는 것이죠.”라며 해양 생명체 중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조개를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조개는 바닷물의 양이온이 칼슘과 결합해 탄산칼슘이란 껍데기로 이루어진 거에요. 이걸 응용해서 생각해보니, 이산화탄소란 자원을 가공해서 화학 물질로 만들 수 있진 않을까 연구를 해 볼 수 있겠더라고요.”라며 단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이 아닌 한 자원을 다른 물질로 변형시키는 방법도 구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생각이 멋있다. 

지구온난화를 화학공학이란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아 돕고 싶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화학공학이란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아 돕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 공학자, 크게 말해서 과학자가 될 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물었다. “일단 연구를 하려면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해요.”라는 차형준 교수는, “지금의 기술, 제품의 문제를 파악한 뒤,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래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왜 연구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방향을 잃기가 쉬워요. 무엇이 문제인지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알고 시작해야 추진력 있게 해결을 할 수 있어요.” 결국 현재를 파악할 수 있는 정확한 시각과 관찰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생체 접착제와 이후 다른 연구가 꼭 우리 일상에 등장하길 응원한다.
이번 연구의 생체 접착제와 이후 다른 연구가 꼭 우리 일상에 등장하길 응원한다.
 

주어진 분야에서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세를 가진 차형준 교수였다. 이번엔 수술대 위의 장면을 바꿀 하나의 발명, 앞으로는 또 어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우리의 삶을 발전시킬지 기대된다.



신서연
정책기자단|신서연backto1492@gmail.com
생생하고 파릇파릇한 시각으로 정책을 살필 신서연 기자입니다.
201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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