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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민기자단인 정책기자단이 취재해 작성한 것으로,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800만 감정노동자 ‘눈물’을 닦아주세요~

[일자리가 복지다 ③] 통신사 콜센터서 일하는 친구가 전한 감정노동자 이야기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입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입니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합시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

<문재인 대통령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중, 편집자 주>

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학 동기인 친구를 만났다. 대학원 졸업을 앞둔 필자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친구는 힘든 사회생활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으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았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일까? 대화는 스스럼없이 진행됐고, 어느 쪽도 부담이 없었다. 여자 둘이서 이렇게 많은 시간 수다를 떨어본 적도 오랜만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말이야…”

친구가 먼저 운을 뗐다.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내 귀가 쫑긋해졌다. 필자와 동갑인 친구는 벌써부터 세상을 다 산 것처럼 말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면 화를 버럭 내는 것 같아.”
“콜센터에서도 서로 싸우는 일이 많아?”
“싸우는 건 아닌데 서비스 내용 갖고 고객들이 감정 섞인 말을 할 때가 있어.”
“얼굴을 보지 않으니 더 과격해지는 것 같기도 하나보다.”

감정노동 관련 이미지(출처=무료이미지, pixabay)
감정노동자들은 남모를 비애를 많이 느끼고 있다.(출처=pixabay)
 

필자의 친구는 1년 여 동안 통신사 콜센터에서 서비스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통신사에 전화하면 “반갑습니다 고객님~”이라는 인사말을 하는 직원 중 한 사람이다. 사실 입사하기 전만 해도  업무에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기대는 그 때 뿐, 고생은 입사 날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직원 교육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숙지해야 할 내용은 고객에게 친근함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고객을 기분좋게 해야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고 결국 이윤창출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하는 직원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을 안내하고, 설득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반말이나 욕설 등 감정 섞인 말을 듣는 건 다반사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퇴근할 무렵,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며 서비스를 정지해달라는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기본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에게 몇 가지 개인정보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고객은 상황이 급한데 그냥 해주면 안 되냐며 면박을 이어갔다.

그러나 원칙 상 개인정보 확인은 필수이기 때문에 상냥한 말투로 고객을 설득했다. 몇 십 분간 고성을 들은 끝에 겨우 사태를 해결한 친구는 이후 머리가 멍해졌다고 한다. 콜센터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급박한 상황이 전개될지 몰라 늘 긴장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향상을 위해 직원과 고객 간의 대화내용을 녹취까지 한다고 한다. 직원 입장에선 고객에게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한다. 모두 실적과 진급으로 이어지는 등 회사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내해야 겨우 ‘본전치레’를 할 수 있는 게 감정노동자의 현실이었다.

올해 초에는 감정노동자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전북 전주시의 한 저수지에서 젊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경찰 조사 결과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실습생의 업무는 고객의 계약 해지를 막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 실습생은 회사 실적에 대한 압박감과 고객 욕설 등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정노동,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감정노동은 쉽게 말해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유통과 판매, 간호 등 주로 대인 서비스 현장에서 발생한다. 일반 사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직무 종사자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감정노동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는 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감정노동 관련 이미지(출처=무료이미지, pixabay)
감정노동 관련 이미지.(출처=pixabay)
 

현재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은 전체 GDP의 65%를 차지한다. 전체 고용인구의 70%가 속할 정도로 서비스분야는 한국 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감정노동자는 800만 명에 달한다. 노동자 3명 중 1명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감정노동자의 50%가 본인의 감정표현을 하지 못해 불면증, 우울증을 겪고 있고, 자살충동이 일반 노동자에 비해 4배 이상 높다는 연구도 있다. 감정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은 노동문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 ‘감정노동 해결사’로 관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감정노동자의 근무개선을 포함한 대책들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5월 ‘노동자의 날’을 맞아 후보 공약으로 “감정노동자의 긴급 피난권을 보장하고 산재보험 적용을 골자로 하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또 자신의 노동공약을 설명한 자리에서는 “감정노동자들에게는 말하지 못한 눈물이 배어 있다. 이제 그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며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때문에 감정노동자의 근로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

후보시절 감정노동 관련 법 제정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출처=유튜브)
후보시절 감정노동 관련 법 제정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출처=주간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은 젊은 시절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반평생을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했기에 누구보다 노동자의 실태를 잘 알고, 문제를 해결할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지났다. 국민들은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호평하고 있다. 다른 시급한 분야도 많겠지만 감정노동자의 처우와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데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현주 ad_mvp@naver.com

201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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