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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모아 어두운 공간에 불 밝히는 이색 사업

부산시, 온천천에 국내 최초 ‘햇빛 찾아주기’ 사업 시행

2012.5.18
[부산] 부산시 금정구와 동래구 일대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는 온천천. 졸졸졸 흐르는 물과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배드민턴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에 길게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갖추고 시민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지만 정작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한낮에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곳곳의 어두운 공간들이다.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못해 습하기도 하고 벌레도 나타나는가 하면, 앞을 제대로 보고 걷지 않으면 마주오던 사람과 부딪치거나 발을 헛딛는 경우도 다반사다.
 

온천천 일대의 산책로 모습. 물이 흐르는 온천천 위로는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다.
온천천 일대의 산책로 모습. 물이 흐르는 온천천 위로는 지하철 철로를 떠받치는 구조물이 설치되면서 어두운 공간이 나타나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이렇듯 어두운 공간이 나타나는 것은 온천천 위로 설치돼 있는 지상시설들 때문이다. 온천천 일대는 지하철역 건물뿐 아니라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수많은 다리들이 설치돼있다. 또 역마다 조성돼 있는 공영 주차장으로 인해 정작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돼야 할 온천천 일대는 그늘져 있기 일쑤이다.

실제로 온천천 복개구간에는 도시철도역 6곳이 조성돼 있고 공영주차장이 7곳, 교량은 5곳이나 설치돼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 구간들이 어둡고 음습한 채로 방치돼다보니 생태 공간이 단절되고, 민들의 보행환경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천천 인근에 거주하는 이양순(56)씨는 “주변에 변변한 공원이 없다보니 온천천 일대는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유일한 장소이자 고마운 곳”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깜깜한 공간을 지날 때마다 우리 강아지가 발을 헛디뎌 다치는 것은 아닐까, 어디 빠지는 건 아닌가 걱정돼 더 유심히 쳐다보거나 아예 안고 걸어간다.”며 불편한 내색을 했다.

장전역 밑의 산책로  한낮이지만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 꽤 어둡다.
장전역 밑의 산책로. 한낮이지만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 꽤 어둡다.

이런 어두운 지하공간은 시민들의 시야를 가려 이동하는데 불편을 야기하고 있지만 요즘 같이 에너지 절약을 외치고 있는 시점에 대낮부터 하루종일 조명을 켜놓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전기를 사용하는 조명을 켜지 않고도 시민들의 산책 환경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국내 최초로 자연채광을 이용한 ‘햇빛 찾아주기 사업’에 나섰다.

‘햇빛 찾아주기 사업’이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인 온천천 음영지에 태양광 조명시스템으로 햇빛을 유입해 지상과 같은 자연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행 중인 사업이다.
 
태양광 시스템의 운영원리. (출처=부산시)
태양광 시스템의 운영원리. (출처=부산시)
 
첫번째 시범설치 장소는 온천장 도시철도역 남측 공영주차장 교각하부 음영지이다. 부산시는 이곳에 국내 최초로 태양광 설비 시스템을 이용해 햇빛을 유입시켜 지상과 같은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공사를 완료했다.

국비와 시비 총 2억8,500만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자연채광 시스템으로서 태양광 설비는 태양광 추적기, 집광시스템, 광전송렌즈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간에 태양광 반사체를 이용해 음영지에 자연 상태의 햇빛을 직접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음영지에 자연 상태의 태양광이 그대로 공급됨에 따라 시민들의 보행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인공 조명에너지 절감과 유해 미생물 살균 소독,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 조성으로 공기질 향상, 사람의 심리적 안정성 효과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부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공사전모습(출쳐=부산시)
태양광 설비 시스템 설치 전 모습(출처=부산시)
지상시설물의 모습. 지상에서 모은 햇빛이 지하에 설치된 LED조명으로 이어진
태양광 설비 시스템 설치 후 모습(출처=부산시)
  
‘햇빛 찾아주기 사업’의 운영 원리는 자연 그대로의 햇빛을 에너지화해 지하로 끌어와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햇빛을 에너지로 만드는 역할은 지하도 위로 설치돼 있는 태양광 시설물이 담당한다. 지상 시설에는 태양추적장치와 태양광 집광기, 광전송장치가 설치돼 있다.

우선, 태양추적 장치가 자동적으로 태양빛을 추적해 찾아내고 두번째로 태양광 집광기가 태양빛을 모아준다. 그 다음 광전송장치가 지하시설로 일정하게 빛을 전달해주게 되고, 이렇게 전달받은 빛이 LED조명을 통해 지하도로는 밝게 비추어 주게 되는 식이다.

학원을 가는 길에 온천천을 이용한다는 한성진(28)씨는 “그냥 전기를 이용한 조명인 줄 알았는데 입구에 크게 부착돼 있는 안내판을 통해 태양빛을 이용한 시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빛이 들어온 뒤부터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어둡다보니 산책하는 개들의 오물을 밟을 뻔하다가 흠칫 놀래서 피하기도 하고 물 웅덩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그는 이번 사업을 누구보다 반겼다.

지상시설물의 모습. 지상에서 모은 햇빛이 지하에 설치된 LED조명으로 이어진
지상 시설물의 모습. 지상에서 모은 햇빛이 지하에 설치된 LED조명으로 이어진다.
 
부산시 도시경관담당과 관계자는 “공공부분의 태양광 사업은 태양광 집열판을 이용한 발전시스템 등 공공 건축물에만 주로 이용되고 있었으며, 이처럼 도로시설 부분에 이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번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의 사업 효과를 분석한 뒤 앞으로는 교각하부 뿐만 아니라 지하시설물(차도, 주차장, 상가, 광장), 터널, 건축물 지하 등의 음영지에도 햇빛을 유입시키는 ‘음영지 햇빛 찾아주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온천천에서 최초로 시도한 이번 햇빛찾아주기 사업은 전기를 이용한 조명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의 빛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좀더 밝은 공간을 전해줄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도 높이고 환경도 생각하는 이런 노력을 통해 앞으로 온천천이 온전한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김수정(대학생)modutnjo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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