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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유럽 가볼까?

한국, 유라시아 대륙철도 운영국 협의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

2018.6.15

지난해 7월, 무더위만큼 필자의 가슴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접경지대에서 마주한 민족의 한(恨)을 고스란히 느껴서다. 학술탐방으로 배낭을 꾸린 필자는 분단의 현실을 직접 체험했다. 첫 행선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의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최대 항구도시다. 무역과 교통, 어업, 군사기지 등의 기능을 두루 가졌다. 

1890년대부터 무역항이 발달한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물자가 오고갔고, 1903년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개통되면서 대륙의 경계를 허무는 교통도시로 도약했다. 

울창한 빌딩 숲과 대륙인의 활기찬 매력에 흠뻑 빠진 필자는 오후 일정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을 찾았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시작점인 이 역은 ‘대륙을 횡단한다’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담한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다.

남북한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만나면…

블라디보스톡 중앙역에 정차한 기차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에 정차한 기차.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를 잇는 것으로, 길이만 9,288㎞에 달한다. 꼬박 7박 8일 여정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열차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동북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럽의 물류시장을 주름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차역을 서성이는 내내 아쉬움이 가슴을 짓눌렀다. 분단된 한반도 상황에서 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의 연결은 허황된 꿈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민족의 한은 휴전선을 넘어 유럽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 날 북중접경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먹구름이 낀 상황으로, 일촉즉발의 안보위기가 고조됐다. 군 초소를 지날 때마다 중국군은 우리 일행을 예의주시했다. 이런 상황을 대변하듯 북한 주민들의 삶도 뭔가 넉넉해 보이지 않았다.

북한 혜산시에 있는 가옥들
북한 혜산시에 있는 가옥들.
 

압록강 사이로 철조망이 켜켜이 쳐져있었다. 북한은 엎어지면 코닿을 만한 중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세계 경제 2위라는 자신감이 반영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워진 건물은 북한의 그것과 비교대상이 못됐다.

전기와 수도시설이 넉넉지 않은 북한 주민들은 강변에서 어렵사리 생리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눈에선 가난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접경지대에서 마주한 북한의 첫 인상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면 암울한 현실이 희망의 속삭임으로 바뀔 수 있을지 기약없는 상상만 늘어놓았다.

남북미정상회담 이후 철도연결 ‘기대’

살을 파고드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듯 한반도는 지금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남북예술단이 교차 방문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한 참가로 어느 때보다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졌다.

이를 동력삼아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는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세상에 봄이 있다면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진짜’ 봄이 아닐까.

눈길을 끄는 건 우리나라가 진정한 대륙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실천적 대책들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정부는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위해 남북간 공동 연구와 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의한 상태다.

특히 지난 12일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 속도가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남북을 이어줄 가장 핵심적인 철도 분야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용호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나진-하산 철길.
중국의 용호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나진-하산 철길.
 

남북경협이 이뤄지면 경의선과 동해북부선이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 경의선은 북한 구간의 현대화가 필요하고, 동해북부선은 강릉~제진 구간이 단절돼 선로 연결이 우선 필요한 상황이다.

2004년에 경의선(서울~신의주)이 완공됐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현대화는 잰걸음을 걷고 있다. 동해선 역시 애초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관통, 러시아와 유럽까지 달리는 노선이었지만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된 상태다.

경의선은 중국 단둥에서 중국대륙철도(TCR)로 환승할 수 있고, 동해북부선은 중국 연변자치주의 투먼을 경유해 만주횡단철도(TMR)를 타거나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바꿔탈 수 있다. 남북한의 협의에 따라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의 직행 열차가 문을 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기대는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운영국 협의체인데, 북한과 러시아 등 28개국이 정회원이다. 북한의 찬성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7일 이 기구의 정회원이 됐다. 28만㎞에 달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물류업계는 철도 연결로 한반도가 유럽과 일본을 잇는 물류·에너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 가로막혀 섬처럼 고립된 우리나라는 분단 70년 만에 열차로 유라시아 대륙을 오갈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일상의 큰 변화가 기대된다. 

경제영토 확장은 물론 남북통일의 기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철도는 어떤 경제협력보다 의미가 크다. 관계 개선이라는 전환의 시대에 한반도의 ‘철도혁명’을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종환 jhlove2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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