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딱풀이 그랬다~ 내 그림자 같은 마을이라고

마을공동체를 가다… 성미산 마을 이야기

2018.4.5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방이 붙었다. 관리사무소가 공지한 인터폰 수리 비용이 평균 대비 비싸다는 의견이었다. 몇 주가 지났을까. 수리비는 종전보다 착해졌다. 문득 방을 붙였던 이웃의 이름이 스쳤다. 우리 마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차이가 만들어낸 소통길이 흥미로웠다.

연초부터 각종 지자체의 부처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공고가 주인들을 찾고 있다. 대부분 한 해의 보고를 위한 정책살림이다. 궁금했다. 어디서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마을살이는 그저 행정이나 낭만 그 어디쯤인 걸까. 관리사무소도, 이웃 한 사람도 아닌,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 동네를 만드는 일. 그걸 한다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가졌을까. 

어느 순간, 사람들이 ‘성미산 마을’이라고 불러주었어요

성미산마을 사진가 가림토의 ‘성미산아, 널 사랑해! 지켜줄게!’와 ‘성미산 전나무숲’.
성미산마을 사진가 가림토의 ‘성미산아, 널 사랑해! 지켜줄게!’와 ‘성미산 전나무숲’.

  
평범하게 보이는 동네 뒷산이라도, 깊은 시련을 가졌을지 모른다. 서울시 마포구가 품은 성미산이 그랬다. 2003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배수지 공사 위협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불침번을 마다하지 않았고, 성미산을 지켜냈다.

2010년 어느 사학재단도 성미산의 사유지인 영역을 깎으려 했고, 마을 사람들은 고군분투했지만 일정 부분 훼손됐다. 성산동, 망원동, 합정동, 연남동, 서교동을 망라하는 지역인 성미산 동네. 아픈 기록마저 함께 나눌 줄 알았던 그들에게 뭇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성미산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줄 알았던 강인한 동네가 오랫동안 유지될 거란 주문처럼. 

우리는 에너지 전환마을을 꿈꾸고 배웁니다

성미산 학교 에너지 전환 마을 활동.(제공=성미산 학교)
성미산 학교 에너지 전환마을 활동.(제공=성미산 학교)
 

맞벌이 부부들이 ‘우리 어린이집’에서 삼삼오오 공동육아(1994년)를 하며 시작된 성미산 마을. 2004년이 되자, 초중고를 아우르는 ‘성미산 학교’(대안학교)를 만들어낸다. 초대 조한혜정 교장은 ‘근대는 마을을 버리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마을을 만드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는 씨앗을 심었다.

마을 사람들은 옥상 생태공원 조성을 하면서 자연교육을 지향했다. 생태교육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던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성미산 농장학교’(강원도 홍천)와 ‘에너지 전환마을’을 실현해갔다.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과와 발맞췄으며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과 맥을 같이하던 부분이라 의미가 깊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환경정책과에서 담당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프로젝트’는 태양광 미니발전소(설치비의 최대 75% 지원)가 대표적이다. 성미산 마을도 2015, 2016년 동안 165대의 미니 태양광발전기가 보급됐는데, 단순히 전기요금 절약을 넘어서 마을환경과 자녀교육을 위한 목적을 이뤄나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달 25일 서울시는 2022년까지 ‘태양의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전년 대비 약 3배 증액된 297억 원(국비포함), 총 6만6,000 가구에 미니 태양광발전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11월 30일까지 선착순이나 작년 조기마감된 사례가 있으니 서두르는 게 좋다. 문의는 서울시 녹색에너지과(각 구청 에너지 부서)가 맡고 있으며 햇빛지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성미산 학교 모습.
성미산 학교 모습.
 

성미산 학교 ‘꽃다지’ 교사(성미산 마을에서는 본명이 아닌 별명을 부르며 평등한 소통을 꾀함)는 “마을 하나가 아이들을 키운다는 말처럼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 교육 목표”라면서 세상과 자연, 사람들 속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기 위한 교육과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마을이 자유로워지길 소망해요

성미산 마을 개똥이네 책놀이터.
성미산 마을 개똥이네 책놀이터.

성미산 마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있었다. ‘사람과 마을’이란 커뮤니티 협의체. 기존에 움트고 잘 자라고 있던 공동육아, 생활협동조합, 공동주택(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대안학교, 마을극장, 축제, 마을기업, 지역화폐 등에 국토해양부의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2007년)가 더해졌다는 이야기였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은 각 지자체별로 거주지역 또는 생활권역(직장, 학교 등)이 동일한 주민모임(3인 이상) 또는 단체라는 자격 조건이면 신청 가능하다. 지원사업별 특성에 따라 제안 자격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씨앗기, 새싹기, 성장기로 나눠 연초부터 공고를 냈으며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고, 각 지자체별로도 마련되어 있다.

개똥이네 책놀이터 내부.
개똥이네 책놀이터 내부.
 

보랏빛 헤어스타일이 매력적인 ‘딱풀’은 지금은 사라진 마을 카페 ‘작은 나무’의 안타까움을 들려주었다. 아주 오래 전 이곳에 살고 계신 터줏대감부터 성미산 마을 주민, 다른 곳에서 놀러온 외부 사람들까지 부대끼며 어울렸던 추억의 정경이었다.

건물주의 재개발로 인해 멈춰버린 ‘작은 나무’ 카페. 이젠 젠트리피케이션에 굴하지 않을, 마을 자체적인 공간 마련을 위해 맞서고 있는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다. 점점 지가가 상승하고 임대료가 오른다고 해서 물러설 순 없는 일이니까.

구심점이 주는 생명력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다시 모였고, 올해 서울시 거점형 공동체 공간인 ‘마포 마을 활력소’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앞으로 다양한 서울시의 마을 활력소들이, 나아가 전국이, 서로 연계가 된다면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마을을 일궈나갈 세대가 교체되면서 더욱 가치가 생길 사랑방이 사뭇 궁금해졌다. 실제로 지난 달 13일 서울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2기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중 ‘마을 활력소’ 75개소를 추가 조성 및 지원하기로 했다.

공동주택 ‘소행주 1호’와 아나바다 중고가게 ‘되살림 가게’.
공동주택 ‘소행주 1호’와 아나바다 중고가게 ‘되살림 가게’.
 

성미산 마을에서 만난 ‘꽃다지’와 ‘딱풀’에게 묻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어떤 인사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물었다. 당신에게 ‘성미산 마을’은 무엇인가요 라고. 오글거리는 이 한 마디가 서로에게 유쾌한 미소를 전했다.

꽃다지는 “성미산 학교 교사로서의 자신이, 엄마로서 귀가했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라, 그저 성미산 마을은 어디에서도 변하지 않는 꽃다지의 모습 그 자체를 뜻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희망나눔’을 통해 학교에서 ‘할머니 밥상’을 함께 한 우리 아이들과의 세대간 교감이 어느 곳에서 만나도 공기처럼 공존할 테니까.

딱풀은 “성미산 마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 그림자’와 같다.”고 했다. 뒤돌아섰을 때 그간 걸어왔던 딱풀의 발자국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보았을 딱풀의 뒷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꽃다지와 딱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날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한 몸인 듯한 응답을 내어놓았다.

성미산마을 사진가 가림토의 ‘성미산에서 영화 상영’과 ‘성미산 마을 축제(1997)’.
성미산 마을 사진가 가림토의 ‘성미산에서 영화 상영’과 ‘성미산 마을 축제(1997)’.
 

성미산 마을에서 선물 하나를 받았다. 성미산 학교를 방문했던 날, 농장학교 가는 아이들을 위해 환송회가 열렸던 때였다. 도란도란 몇 마디 인사를 나눴던 어린 남자 아이가 나의 옆에 방석을 놔두고 가는 것이었다.

곁에 앉을 거란 암시라고 여기며 기다리는데, 오지 않고 다른 곳에 앉아버린 그 아이. 다름 아닌, 그 방석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바닥이 차가우니 방석을 깔고 앉으라는 메시지. 내가 낯설 법도 한데 그 아이는 스스로 바로 서고, 서로를 살린다는 성미산 씨앗을 꽃으로 피워냈다. 마을의 온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김세희
정책기자단김세희sayzib@naver.com
노마드 소울이 가득합니다. 어디서든 배울 수 있으니까요.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 1.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기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텍스트 데이터는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아니하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사전에 협의한 이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공채시험 합격수기 공모 나는 이렇게 합격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