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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kg 방화복, 직접 입어 보니

11월 9일은 ‘소방관의 날’…1일 소방관 체험기

2018.11.9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중략)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 어느 소방관의 기도 중에서

11월 9일이 소방관의 날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국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이해를 높이고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게 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소방서 신고전화 119를 따서 매년 11월 9일을 소방관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119 소방관. 하지만 요즘은 불이 아니라 국민들의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든든한 수호천사입니다.

소방대원들이 상시 출동태세 유지를 위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상시 출동태세 유지를 위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소방관이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얼마나 힘든지는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소방관의 날을 며칠 앞두고 제가 소방관의 노고를 직접 체험하고 싶어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소방소에서 1일 체험근무를 해봤습니다. 분당소방서는 분당 전체 인구 50여만 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6일 오전 9시 분당소방서로 향했습니다. 가장 먼저 화재진압 때 입는 방화복을 착용해봤습니다. 소방차 옆에 가지런히 방화복이 놓여 있습니다. 화재진압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신속하게 방화복을 입고 출동하기 위해서입니다.

1일 소방관 체험을 하기 위해 25kg에 달하는 소방관 옷을 착용해봤다.
1일 소방관 체험을 하기 위해 25kg에 달하는 방화복을 착용해봤다.
 

방화복은 출동과 즉시 소방차에 탑승한 채 차 안에서 착용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속한 출동이 화재진압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산소통과 로프 등 모든 장비를 다 착용하면 무게가 20~25kg나 됩니다.

방화복을 입어보니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불편했습니다. 이런 옷을 입고 한 여름 폭염 속에 출동한다면 화재진압을 하기도 전에 땀으로 범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됐습니다.

소방관 본연의 임무는 화재진압입니다. 불이 났을 때 얼마나 빨리 출동하느냐에 따라 화재진압 성패가 좌우됩니다. 그래서 소방서에는 수시로 지령이 떨어집니다. 예전에는 소방서마다 따로 상황실에서 화재나 구급 요청 전화를 받았지만 지금은 권역별로 신고를 받아 각 소방서에 지령을 내립니다.

분당소방서는 수원종합관재센터에서 지령을 받아 화재나 구급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쉴 새 없이 지령이 떨어집니다. 2017년 기준으로 분당소방서는 화재출동이 820건(1일 3건), 구조출동 6178건(1일 17건), 구급출동이 1만7258건(1일 48건)으로 요즘은 구급출동이 많습니다.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소방관들은 언제, 어디든 달려간다.(출처=분당소방서)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소방관들은 언제, 어디든 달려간다.(출처=분당소방서)
 

분당소방서 윤승호(55세) 화재진압팀장은 화재진압 경력 31년차 베테랑입니다.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구급대원으로 출동한 경험도 있고 수많은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과 인명 구조를 해왔습니다.

2017년 분당구 소재 고층빌딩 화재 때 사상자 없이 화재진압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분당은 고층빌딩이 많아 화재 발생시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사다리차 훈련 등을 많이 하는데, 실전같은 훈련을 하다가 추락해 안면부 골절 등 수많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성남 구시가지 골목길에서 불이 났을 때는 이면도로에 세워진 자동차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사이렌을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해도 길을 잘 비켜주지 않아 초기 화재진압 시간을 놓칠 때 가장 안타깝다고 합니다. 화재는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진압을 한다.(출처=분당소방서)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진압을 한다.(출처=분당소방서)
 

윤 팀장은 화재진압 현장에 출동할 때 언제나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전투처럼 생각한다고 합니다. 1분 1초가 화재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극도의 긴장 속에 화재진압을 하다보면 몸에 상처가 나도, 불에 데여도 모를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화재 현장에서 안타깝게도 싸늘한 주검을 발견할 때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소방서는 화재진압뿐만 아니라 구급·구조활동도 합니다. 불이 나지 않았어도 119 소방대원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쉴 새 없이 쏟아집니다. ‘아이가 세탁기에 갇혔어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 ‘집 처마에 말벌집이 있어요. 제거해 주세요!’ 등등 갖가지 도움 요청이 옵니다.

제가 분당소방서에 갔던 날도 청계산에서 길을 잃은 50대 아주머니 두 명이 구조요청을 해서 구급대원들이 출동해 아주머니들을 안전한 길로 안내주기도 했습니다.

분당소방서 양인규 구급대원은 심정지된 생명을 3명이나 살린 베테랑이다.
분당소방서 양인규 구급대원은 심정지된 생명을 3명이나 살린 베테랑이다.
 

분당소방서 양인규(45) 구급대원은 19년째 국민들의 구급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루에 10회 이상 구급대원으로 출동하면서 심정지 된 국민들의 생명을 세 번이나 구해 그의 가슴에는 하트세이버가 3개나 붙어 있습니다. (하트세이버는 소방관들이 심장이 멋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을 때 부여해주는 훈장같은 표식)

그는 남한산성 인근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50대 등산객을 구할 때, 로프로 몸을 매고 구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119에 전화를 합니다. 소방관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한 상황이라도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달려갑니다. 출동명령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기본 업무 외에 하루 3시간 이상씩 전술, 구조, 응급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119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하고 있다.(출처=분당소방서)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하고 있다.(출처=분당소방서)
 

이렇게 소방관은 고강도의 노동 환경과 생과 사의 현장에 고스란히 노출된 직업입니다. 지난해 소방공무원 특수건강 검진 결과 검진을 한 사람 4만3020명 중 건강이상자는 2만6901명으로 62.5%에 달합니다. 소방관들은 24시간 근무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화재진압과 구급·구조활동에 투입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킵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소방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홍천군 한 빌라에서 불이 났을 때 헬멧이 녹아내릴 정도의 불길 속에서 3살 아이를 구한 소방관들이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소방관은 현재 지방직 공무원 신분입니다.

지방직이다 보니 지자체의 예산에 따라 처우나 근무환경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5주년 소방의 날 기념사를 통해 지역마다 다른 소방관들의 처우와 인력, 장비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국 각 지역의 소방안전서비스를 골고루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습니다. 정부에서 소방관 처우를 생각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소방관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1일 소방관 체험을 해보니 몸과 마음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몸이 힘든 건 어떻게든 견디겠는데요, 만약 화재현장에서 끔찍한 주검을 발견했다면 아마 그 트라우마로 밤잠도 제대로 못잤을 것 같습니다. 이런 참혹한 현장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불길 속을 마다않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에게 소방관의 날을 맞아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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