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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 길에서 만난 한반도 배꼽

DMZ, 평화의 길 걷기 행사 참여기… 양구, 화천을 걷다

2018.10.10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연내 남북 도로와 철도 연결 착공식을 개최한다고 밝히는 등 통일이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1일부터 8일까지 7박 8일간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 청년예술가와 함께하는 ‘디엠지(DMZ), 평화의 길을 걷다’ 행사가 개최됐다. 전체 행사는 아니지만, 그중 절반을 함께 했다.

엄홍길 대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참가자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참가자들.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출정식을 가진 다음, 1, 2일차에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고성 통일전망대, 양양 낙산사, 인제 대암산 용늪, 자작나무숲 등을 둘러보고, 저녁에는 토크콘서트 등이 진행됐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이었지만, DMZ 비무장지대 속 자연과 한 발자국씩 멀어지는 순간이 아쉬울 정도로 평소에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광을 만날 수 있었다. 10월 초에 만난 이른 단풍은, 이곳이 북쪽과 가까이 맞닿아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운무가 서서히 걷히고 있는 펀치볼(해안분지,亥安盆地) 마을.
운무가 서서히 걷히고 있는 펀치볼(해안분지,亥安盆地) 마을.


3일차 여정은 강원도 양구 지역이었다. 먼저 펀치볼 마을을 찾았다. 펀치볼(Punch Bowl)은 외국인 종군기자가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양구군 가칠봉((加七峰)에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화채 그릇 같다고 해서 지어진 명칭이다.

이곳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해안면인데, 예전에는 이곳에 뱀이 많아, 뱀의 천적인 돼지를 길렀더니 뱀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돼지 해(亥)에 편안할 안(安)을 써서 해안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펀치볼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간인 통제선 안에 위치한 면(面)으로, 다양한 희귀식물과 한국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산양 등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펀치볼은 이른 아침에 운무가 낀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신비한 경관을 자아낸다. 마을 아래로 내려 가야할 시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발을 뗄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DMZ 곳곳에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지정된 탐방로 외는 출입이 금지된다.
DMZ 곳곳에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지정된 탐방로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해안분지의 경우, 현재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로 보이지만, 6.25전쟁 당시에는 격전지였다. 아직도 곳곳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탐방로 외에는 절대 출입해서는 안 된다. 대암산에는 산삼이 많아서 가끔 몰래 산삼을 캐러 갔다가 지뢰를 밟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펀치볼 둘레길에서 만난 ‘청개구리’
펀치볼 둘레길에서 만난 청개구리.

 
DMZ는 분단의 아픔으로 인해 생긴 상처이지만, 천혜의 자연이 숨쉬는 동식물의 천국이었다. 동시에 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 한반도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한반도 땅 곳곳에 이렇게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다.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구간은 그야말로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DMZ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려면 20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최소한 그동안에는 이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겠구나 싶은 안도감과 동시에, 살아생전에 이 아름다운 생명의 땅을 걱정 없이 마음껏 누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프기도 했다.

깊은 산골짜기에 흐르는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깊은 산골짜기에 흐르는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날이 꽤 쌀쌀했지만,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계곡물에 발은 못 담그더라도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었다. 깊은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은 마치 갓 녹은 얼음물처럼 차가웠지만, 맑고 서늘한 기운이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사람들이 쉬이 출입할 수 없어 맑고 깨끗하지만, 동시에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것이 마치 분단된 한반도의 슬픔, 특히 이산가족의 아픔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쓰라렸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으면, 그곳에는 온기가 차오른다. 남북이 서로 활발하게 왕래하여, 한반도가 온기로 가득차길 바라는 마음이 차올랐다.

펀치볼 마을에서는 배추, 시래기 등 양질의 고랭지 채소가 생산된다.
펀치볼 마을에서는 배추, 시래기 등 양질의 고랭지 채소가 생산된다.


펀치볼은 우리나라에 보기 드문 고산 분지로, 일교차가 극심해 고랭지 채소와 과일이 특히 맛있다고 한다. 낮에는 따뜻해서 광합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밤에는 떨어지는 기온에 영양분을 축적하기 때문에 과일은 당도가 더 높아진다고 한다. 양구는 특히 멜론이 유명하다.

또한 시래기의 경우, 일교차가 클수록 더 부드럽게 마른다고 한다. 펀치볼 시래기는 특히 맛이 좋아서, 무는 버리고 무청만 말려서 시래기를 만든다고 한다. 굳이 무를 왜 버리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시래기만으로도 일이 많아서 무까지 재배할 인력이 충분치 않다고 한다. 이렇게 잘 말린 시래기를 이용한 양구의 시래기 요리 전문 ‘시래원’에서 맛본 시래기밥은 부드러운 시래기와 시골된장의 삼삼한 조합이 일품이었다.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본 펀지볼 마을, 북측 사진촬영은 금지다.
을지전망대(가칠봉 능선에 위치)에서 바라본 펀지볼 마을. 북측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을지전망대 실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이며, 야외 전망대를 통해 남한 펀치볼 마을만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을지전망대는 예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사진을 남길 수 없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오랜만에 다시 오니까 옛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고, 아쉬운 마음에 500원 짜리 동전을 꺼내, 망원경으로 금강산을 바라봤다. 다행히 시야가 좋은 날이라, 망원경을 통해서 북측 금강산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밟을 수 없는 땅이기에, 항상 멀게만 느껴졌던 금강산이 이렇게 망원경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감회가 새로웠고,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밟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설레었다.

양구
양구 국토정중앙 상징탑.


다음으로 양구 국토정중앙배꼽마을을 찾았다. 양구는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부속도서까지 포함해서 중간점이라고 한다.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의 동서남북 4극 지점의 교차점이 바로 동경 128°02'02.5'', 북위38°03'37.5''. 양구 국토중앙천문대에 국토정중앙 상징탑이 있다.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는 밤에는 별을, 낮에는 태양 관측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반도 중심에서 바라보는 하늘이다. 국토정중앙 상징탑 배꼽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주변에는 해치(사자를 닮은 상상의 동물) 네 마리가 우리나라의 국토의 정중앙을 수호하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 호두인 ‘가래’ 열매. 손바닥 지압에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토종 호두인 ‘가래’ 열매. 손바닥 지압에 좋다고 한다.

양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4일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양구 두타연으로 향했다. 두타연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우리나라 토종 호두나무 열매인 가래열매가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호두에 비해 껍질이 단단해서 쉽게 깨부술 수 없으며, 한반도에서는 주로 중부 이북에 분포되어 있어서 남쪽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내용물은 호두에 비해 적지만, 단단하기 때문에 손바닥 지압에 좋다고 한다. 아마도 북한에는 이 가래나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을 쉽게 왕래하게 된다면, 이 가래 열매도 더 자주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명한 옥색 물빛을 자랑하는 양구 두타연 계곡.
투명한 옥색 물빛을 자랑하는 양구 두타연 계곡.


두타연은 국내 최대 열목어의 서식지로, 천여 년 전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이라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두타(頭陀)는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것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두타연은 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 위치하므로, 출입허가를 받고 들어가야 한다. 필자는 8년여 전 방문하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그때도 맑은 물빛에 반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전히 비단결 같은 물빛은 변함이 없었다.

두타연의 청정 물빛에 모두가 매료되었다.
맑고 투명한 물빛에 눈을 뗄 수 없다. 


신비로운 옥색 물빛에 반해 한참 동안 아래를 내려볼 수밖에 없었다. 이보다 더 맑을 수가 있을까. 신선이 사는 계곡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열목어는 연어과의 민물고기로, 다 자라면 크기가 어른 팔뚝만하다고 한다. 계곡물이 워낙 투명해서, 지나가는 물고기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두타연의 청정 물빛에 매료된 사람들.
두타연의 청정 물빛에 매료된 참가자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많은 사람들이 두타연의 풍광에 취해, 쉬이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했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보다 먼저 전쟁의 아픔을 치유해나가고 있었다. 전쟁의 아픔으로 얼룩졌던 이 지역은, 어느새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화천
화천 ‘세계 평화의 종’ 타종식.


이어서 화천으로 이동해, 김물길 작가와 함께 ‘세계 평화의 종’ 타종 체험을 했다. 세계 평화의 종은 높이 5m 폭 3m 무게는 37.5톤에 다다르고, 분쟁국가이거나 분쟁의 역사를 겪은 60개 국에서 보낸 탄피를 녹여 제작되었다.

종의 상단부에는 비둘기 네 마리가 장식되어 있는데, 이 네 마리의 비둘기 중 한 마리의 날개는 따로 떼어 보관하고 있다. 북녘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분단의 비극을 표현함과 동시에 통일이 되면 날개를 이어붙여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 평화의 종’ 공원 아래에는 ‘비목공원’이 있다. 국민적인 가곡 ‘비목’의 탄생지가 바로 이곳이다. 다함께 ‘비목’을 합창했는데,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을 겨누며 쓸쓸이 죽어간 참혹한 상황을 생각하니,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강원 화천과 양구에 걸쳐 있는 파로호 유람선.
강원 화천과 양구에 걸쳐 있는 파로호 유람선(물빛누리호).


화천 평화의 댐은 북측 금강산 댐(임남댐) 축조에 대응하기 위해 축조되었기 때문에 발전기능은 없고, 홍수조절 기능만 하고 있다. 파로호는 평화의 댐을 축조함에 따라 생겨난 인공호수로, 화천군과 양구군에 걸쳐있다. 파로호에는 화천수력발전소가 있고, 주변에 높은 산이 있어서 경관이 수려하다. 물빛누리호를 타고 1시간 20분 동안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DMZ하면 예전에는 지뢰가 매설된 무서운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요즘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북한과 맞닿아있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는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이 많아, 개인적으로 방문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는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발 디딜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 



서진나
정책기자단서진나jinna2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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