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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다시 ‘목혼식’ 해보니 어때요?”

제2회 목재문화 페스티벌 참가기

2018.10.18

금혼식이나 은혼식 같은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목혼식이란 말은 처음 들어본다. 나무를 심고 5년이 지나면 뿌리를 내리고 안정기에 접어든다. 사람의 결혼 생활과도 나무와 비슷한 면이 있어 서양에선 결혼 5주년을 기념해 부부가 목재로 된 선물을 주고받으며 흔들림 없는 사랑에 대한 약속으로 목혼식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목혼식은 결혼 5주년에 나무로 만든 선물을 주고받으며 흔들림없는 사랑을 약속하는 데서 유래됐다
목혼식은 결혼 5주년에 나무로 만든 선물을 주고받으며 흔들림없는 사랑을 약속하는 데서 유래됐다.

지난 10월 14일 용산가족공원 제2광장에서 제2회 목재문화 페스티벌이 열렸다. 목재문화 페스티벌은 목재의 우수성을 알리고 일상에서 목재 제품의 사용을 일상화하도록 하기 위해 산림청에서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아이 러브 우드(I LOVE WOOD)’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날 메인 행사가 목혼식이었다. ‘아이 러브 우드(I LOVE WOOD)’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접수를 받아 신청자들의 사연을 검토해 20쌍의 부부를 선정했다 

목혼식 행사를 위해 야외 웨딩장이 아름답게 꾸며졌고, 주변으론 목재 만들기 체험장이나 친환경 목재로 만든 어린이 놀이터가 보였다. 턱시도로 멋을 낸 신랑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들은 푸른 하늘과 초록이 빛나는 가을날과 잘 어울렸다. 

야외에 아름답게 꾸며진 웨딩장
야외에 아름답게 꾸며진 웨딩장.

아버님 웃으세요. 더 웃으셔야 돼요

경기도 안성에서 온 김기풍(63) 김순희(62) 부부는 나비 넥타이에 분홍 한복을 차려입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는 게 어색한 남편이 좀처럼 웃는 표정을 짓지 못해 주위를 애타게 만들었지만 그 조차도 보는 사람을 달달하게 만들었다. 

분홍한복과 나비넥타이로 멋을 낸 김기풍 김순희 씨 부부
분홍 한복과 나비 넥타이로 멋을 낸 김기풍 김순희 씨 부부.

가을 나들이 삼아서 나왔는데 너무 좋네요

아내 김순희 씨는 목혼식이 치러지는 내내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왔는데 남편이 큰 수술을 받고 나니 가치관이 바뀌어, 가족과 같이 있는 일상이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참가신청을 하고 이 자리에 오게 됐단다. 김순희 씨 부부의 얼굴을 보니 달리 미사여구가 필요 없어 보였다. 

자녀들과 참석해서, 함께 축제의 시간을 보내는 가족도 있었다. 권옥현(50) 씨는 목혼식을 치르게 된 것도 좋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단다. 이왕이면 예쁜 추억을 남기고 싶어 이거 어때? 이거 예뻐?” 물으면서 남편, 네 자녀와 드레스를 골랐다.

결혼하고 20년을 살아보니 이제 진짜 한 몸이 된 것 같다는 권옥현 씨 부부에게 목혼식을 통한 리마인드 웨딩은 부부 간의 사랑을 확인하고 돈독하게 하는 시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은 권옥현씨 부부가 버진로드를 걷고있다
가족들과 함께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은 권옥현 씨 부부가 버진로드를 걷고 있다.

부부가 직접 만든 나무 반지를 서로 교환하는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이른 아침 정성껏 만들어 놓은 반지를 주고받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포옹을 했다. 목혼식이 치러지는 내내 눈물을 흘리는 신부도 보였다.

아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아내를 웃게 해주려 애쓰는 남편 모습을 보니 코 끝이 찡해졌다. 결혼해서 살면서 힘들고 고통스런 순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장면이었다. 

목혼식에 참석한 부부가 직접 만든 나무반지를 교환하고 있다
목혼식에 참석한 부부가 직접 만든 나무반지를 교환하고 있다.

 

반지교환 후 포옹하는 부부들 모습은 보는 사람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반지 교환 후 포옹하는 부부들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체험도 준비돼 있었다. ‘목재을 활용한 나만의 샤프 만들기체험 코너가 널찍하게 자리잡고 시민들을 기다렸다.

샤프를 만들기 위해선 네모난 나무 조각을 기계를 이용해 둥글게 깎아야 한다. 처음엔 어려워 보였지만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진행하니 나무 조각이 둥글게 변해 가는 게 신기했다.

네모난 나무를 깎아 둥글게 만들고 그것을 다시 배흘림 모양으로 정교하게 다듬은 후 부드럽게 갈아주고 오일까지 바르면 나만의 샤프 완성.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샤프를 손에 쥔 시민들은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시민들이 목재로 샤프만들기 체험을 하고있다
시민들이 목재로 샤프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실 도시에 살면서 나무를 깎아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목재문화 페스티벌에 참석해 나무 반지로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고백해 보기도 하고, 나무를 깎아 나만의 작품을 만들면서 목재가 주는 편안함과 유용성을 직접 느껴봤다  

우드페스티벌이 열린 용산가족공원
목재문화 페스티벌이 열린 용산가족공원.

목재로 만든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높아진다. 목혼식을 통해 부부관계도 마차가지임을 묵직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은주 tkghl22@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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