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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스트레스 상담사에게 감사 인사 받은 사연

감정노동자 보호대책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18일부터 시행

2018.10.16

“솔직히 너무 힘들어 그만 두려고 했었는데요. 이렇게 친절히 말씀해주시는 걸 들으니, 다시 한 번 노력해보려고요. 고맙습니다”

끊기 직전, 잠시 뜸을 들인 상담사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사실 필자가 해준 말은 없었다. 단지 불만을 가능한 밝게 말했을 뿐이었는데 감사를 받으니 오히려 머쓱했다. 

동시에 대학교 때 체험했던 전화상담 실습으로 체험한 1339 콜센터의 상담사 생각이 떠올랐다. 회사라면 걸려올 내용이 대개 정해져 있지만, 상담기관에서는 어떤 말을 들을지 몰라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참 전 대학교 전화상담 실습 때였지만, 아직도 당시의 불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속상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는 건 이해하면서도 간혹 울컥했다. 이유 없이 시비를 걸거나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성희롱조차 당해야 했으니까. 물론 차차 대처법을 익혀갔지만, 한 학기라 참았지 오래는 못했을 듯싶다. 그렇게 적응해가면서도 가끔은 전화선을 확 뽑고 싶었다.   

조금 다정하게 말하는 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출처=안전보건공단)
 평소보다 조금 다정하게 말하는 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출처=안전보건공단)
 

이제 달라질 듯하다.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된다. 감정노동이란 고객을 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업무, 조직상 실제 느끼는 감정과 다르게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근로형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2에 따라 고객응대근로자(감정노동자)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고객의 폭언, 폭행이 있을 경우, 사업주는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전환하는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객응대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이런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이를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주 내용이다. 또한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감정노동자에게 하는 폭언과 폭행 등을 방지하기 위한 문구스티커를 제작했다.(출처=고용노동부)
감정노동자에게 하는 폭언과 폭행 등을 방지하기 위한 문구스티커를 제작했다.(출처=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은 10월부터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 및 국민적 공감을 함께하기 위해 #andYOU(앤드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은 상담사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와 새 법령을 알리는 데 그 목적을 둔다. #andYOU (앤드유) 캠페인은 감정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채널로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와 존중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우선, 마이크로사이트(www.andyoukosha.com)를 개설해 대국민 서약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또 감정노동 사례 및 인터뷰 등을 게시하고 공감대 형성을 위한 라디오 방송 및 지하철 래핑 홍보 등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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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사이트(대형 웹사이트에 연결된 소형 웹사이트)에서 진행하는 #andYOU(앤드유)캠페인.(출처=www.andyoukosha.com)
 

국민권익위에서는 이미 2017년 9월부터 1년간 국민콜 110 상담사를 대상으로 상담사 보호 방안을 마련해 시범운영을 마쳤다. 그 결과 매일 걸려오는 악성민원 등이 하루 평균 71건에서 6건으로 크게 줄었고, 올해 10월 1일부터 정식으로 ‘정부 민원안내 콜센터 상담사 보호에 관한 업무 운영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감정노동 종사자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2015년부터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를 통해 공공의료서비스 기관 등에서 환자, 보호자, 감정노동 종사자의 정서 치유를 위한 ‘서비스디자인’을 개발·시행해왔다. 또 10월 16일 ‘서울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를 개소했다.

일반 기업 역시 비도덕적인 고객전화에 상담사가 먼저 끊을 수 있는 제도 및 마음 연결음(통화 연결 시 실제 상담원 가족이 고객에게 전하는 부탁 말)을 도입하는 등 반가운 소식들이 속속 들려온다. 

언젠가, 상담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빼곡한 메모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다.
언젠가 상담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빼곡한 메모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관행들과 종종 마주한다. 어제도 마트 계산대에서 폭언을 하는 걸 보고나니 씁쓸했다. #andYOU(앤드유) 캠페인을 통해 고객응대근로자(감정노동자)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게 되고, 우리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 말을 했던 상담사는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편한 마음으로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
그 말을 했던 상담사는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편안한 마음으로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
 

누구든 불만이 있고, 속 터지게 화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 감정을 일방적으로 터뜨린다고 해결될까? 결국 상대방에게 끼얹은 분노는 어떤 식이든 갑절이 돼 우리에게 돌아온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요즘, 마음만이라도 서로 덥혀주면 어떨까. 무엇보다도 공감어린 따스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절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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