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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시작, 출장도 노동시간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 ①> IT회사 영업직원

2018.7.17

30대까지 회사에서 근무했던 필자는 그때를 회상해 보면 지금이라면 도저히 그렇게 일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든다. 필자가 근무하던 곳은 IT 회사라 프로젝트가 많다보니 수시로 평일 야근에 심지어 주말 근무까지 해야만 했다. 그런데 야근과 주말 근무 대가로 별도의 수당을 받은 적이 없었다.

회사 일에 절대적인 시간을 빼앗기느라 집안일과 육아는 고스란히 친정어머니가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에 회사 후배와 통화하면서 지금의 근무 여건을 물어보니 10년 전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필자가 퇴사를 감행한 이유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필자와 같은 경력단절녀를 양산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 시행.(출처=KTV)


7월 1일부터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를 위한 근로기준법개정안이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했고, 2018년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기존의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던 주 5일 근무제로 바뀌었을 때와 같은 획기적인 변화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 생활의 균형 실현’을 목표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골자로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시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016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주 60시간을 넘겨서 노동하는 사람이 100만 명에 이른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주 60시간을 과로사 산재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 해 354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평균적으로 매일 한 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하는 셈이다. 

문대통령
7월 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이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출처=청와대)


주 52시간은 법정근로 주 40시간에 연장 및 휴일근로 주 12시간을 합해서 나온 시간이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선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시행 초기 6개월을 계도기간으로 삼아서 법 위반에 대한 처벌에 융통성을 주기로 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많이 낮추었다. 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를 어기면 불법이 된다.

근로시간의 기준은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되는 것처럼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라고 하겠다. 즉 근로자가 윗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일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의 지시를 받은 교육시간, 대기시간, 접대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만약 해외출장을 간다면 이동시간, 비행기 시간, 출입국수속 시간도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 노사간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시행
노동시간 단축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시행된다.(출처=KTV)


단순 친목강화를 위한 회식은 근로시간이 아니며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아래에 있을 경우에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예전에 회식에 빠지려고 하면 우스갯소리로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했던 말들이 생각난다.18세 미만의 미성년 근로자는 주 40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1일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는 통상 임금의 50%, 8시간 초과분에 대해서는 100% 추가 지급해야 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의 야간근로도 통상 임금의 50%를 더 지급해야 한다. 

자세한 상담을 원한다면 국번없이 1350번(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으로 전화해 문의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길 시 불법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길 시 불법으로 단속.(출처=KTV)


주 52시간 근무로 직장 내 근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회사의 후배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물어봤다. 

본사로부터 지침이 내려왔고,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현재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고객사에 파견 나가서 근무하는 후배는 간주근무시간제의 적용을 받는다고 했다.

간주시간근무제는 출장 등으로 사업장 밖에서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며, 근로시간 대부분을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는 영업직, AS 업무, 출장 업무 등에 해당한다. 

간주근무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로시간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정책자료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 및 홍보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www.moel.go.kr/policy/policydata/view.do?bbs_seq=20180500487)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직원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직원.(출처=KTV)


아직 시행 초기라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경우 대체휴가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단다. 저녁이 있는 삶이 정착된다면 후배는 그동안 미루기만 했던 운동, 자기계발, 가족과의 저녁식사 등을 하면서 저녁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단다.

필자가 후배에게 욕심도 많다고 하면서 한 가지만 고르라고 했더니 정시 퇴근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3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주 52시간 근무를 법으로 규정한 것은 노동자를 위한 혜택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과로사회에서 탈피한다면 노동자는 저녁이 있는 여유로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필자가 한창 일했던 지난 2000년대 지금과 같은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더라면 어땠을까? 필자는 오랜 기간 근무했던 회사를 퇴사해서 경력단절녀로 전락하지 않았을 텐데… 일찍 태어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처음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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