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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냉면과 아바이순대에 깃든 일상의 평화

<평화, 일상이 되다 ①> 함경도 실향민들의 그리움 담긴 음식들

2018.10.11

최근 남북평화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북한 음식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기고 있습니다. 북한 음식 1순위는 당연히 ‘평양냉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에 방문했던 수행원들이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다시 한 번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선선한 날씨에 찾는다는 온반과 녹두전, 어복쟁반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속초 출신인 아버지. 실향민들이 꽤 거주했던 곳이 속초인 만큼, 아버지께 속초에 남아있는 북한 음식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휴일인데 밖에서 점심이나 먹자며 저를 한 식당에 데려갔습니다. 속초식 명태회냉면을 파는 곳에 말이죠.

“아들, 최근 평양냉면이 인기가 많은 건 알고 있지? 아버지도 어릴 적 북한 냉면을 많이 먹었는데, 평양냉면은 아니었단다. 내 고향이 속초잖아. 함경도 실향민들이 많이 있는 곳 속초. 그중에서도 함경도 함흥 하면 떠오르는 냉면이 있지? 삼삼한 맛보다 자극적이고 매콤한 맛. 나는 함흥냉면을 많이 먹었어. 속초에 있는 냉면집에서는 냉면을 주문하면 명태회가 들어간 속초식 함흥냉면을 가져다 준단다!”

속초식 회냉면.
속초식 함흥냉면.
   

명태회냉면(속초식 함흥냉면)을 먹기 위해 찾은 식당. 이 식당은 함흥냉면을 팔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명태회냉면을 보고 함흥냉면이라고 말합니다. 면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막국수와 함께 즐겨 드시는 명태회냉면. 속초 토박이인 아버지의 명태회냉면은 곧 함흥냉면입니다.

사실 명태회냉면과 함흥냉면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소한 차이가 있습니다. 함흥냉면은 함흥 지방 바닷가에서 흔히 잡히는 가자미 회가 들어간 냉면입니다. 하지만 속초의 명태회냉면은 가자미 대신 명태가 들어갑니다. 강원도의 특산물인 명태와 실향민의 손맛이 만나 탄생한 음식이 바로 속초식 명태회냉면입니다.

강원도 특산물과 실향민의 손맛이 만나 속초 명물로 자리잡은 속초식 함흥냉면(명태 회냉면).
강원도 특산물과 실향민의 손맛이 만나 속초 명물로 자리잡은 속초식 함흥냉면(명태회냉면).
   

“속초에는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많이 내려왔어. 내 친구도 부모님이 실향민인 친구들이 몇 있었지. 고향이 그리우니까 냉면을 먹는데 함경도에서는 가자미가 많이 잡혀 가자미회를 냉면에 먹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명태회와 함께 크게 한 젓가락 냉면을 드시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속초는 가자미 대신 명태가 흔하게 잡혔었지. 가지미와 식감이 비슷하니까 명태를 대신 넣었는데, 맛도 괜찮으니 명태회냉면이 속초의 명물로 탄생했단다. 어쩌면 지금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보다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남북 음식이 서로 만났던 셈이지”

속초 실향민의 음식 명태회냉면. 고향을 그리워했던 마음을 가득 담아 실향민이 만들었던 음식이 지금은 속초 필수 먹거리 중 하나가 됐습니다. 할머니 댁에 들르면 꼭 온가족이 모여 먹던 회냉면. 즐겨먹던 음식에 대한 역사를 들어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찰순대와 아바이 순대. 아바이 순대는 함경도 특유의 음식입니다.
찰순대와 아바이순대. 아바이순대는 함경도 특유의 음식입니다.
   

아버지는 또 다른 음식에 담긴 역사를 들려주겠다며 아바이순대를 포장했습니다. 아바이순대는 명태회냉면만큼 대표적인 속초의 음식. 아바이순대도 함흥냉면과 같이 함경도의 대표 음식이라고 합니다. 아바이순대를 놓고 아버지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지금 속초 청초호 끝에 가면 아바이마을이라고 있을 거야. 왜 어렸을 때 갯배를 타던 그곳 말이야.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이기도 하지. 아바이는 함경도식 방언으로 아버지라는 뜻이거든. 1.4후퇴 때 국군을 따라 피난 온 실향민들이 고향과 가까운 속초에 거주하면서 이 마을이 형성됐어. 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이곳에 머물렀는데, 아버지 마을이라는 뜻에서 아바이마을로 불렸지”

아바이 마을 전경.
아바이마을 전경.
   

“원래 함경도식 순대는 찰순대와 비슷한데, 돼지 창자에 찹쌀, 선지 등을 넣고 쪄낸 거야. 그런데 속초라는 지역 특성상 돼지를 구하기 힘들었지. 그래서 함흥냉면처럼 속초의 특산물을 가지고 만들었어. 돼지 대신 오징어를 넣어 쪄낸 게 아바이순대야. 가끔 실향민 출신 친구 집에 가면 순대를 쪄먹는데 옛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아바이순대에 대해 아버지는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오징어가 아니라 명태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명태가 점점 귀해지면서, 명태 대신 오징어로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오징어 순대가 됐답니다.

아바이 순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자.
아바이 순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자.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던 음식이 그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일상처럼 먹는 음식들 속에는 실향민들의 고향이 가득 담겨 있었던 겁니다.

우리 식탁에 일상적으로 올라오는 회냉면과 아바이순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두 음식처럼, 지금의 평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회냉면과 아바이순대가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평화도 잠깐의 봄이 아닌 일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최종욱
정책기자단최종욱cjw0107@naver.com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런 사회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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