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청와대 옆 칠궁 가봤니?

왕 낳은 후궁들의 사당 칠궁, 시민 개방… 현장 탐방기

2018.6.12

청와대 옆에 위치해 그동안 청와대 특별관람객에게 제한적으로 개방하던 칠궁(七宮)이 지난 1일부터 시범개방을 시작했다.

원래 이름인 육상궁을 두고 칠궁이라 부르는 이유는, 조선 역대 왕들의 친어머니로서 왕비에 오르지 못한 7인의 신위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시범개방에 따라 청와대 관람과 연계하지 않더라도 6월부터는 칠궁만 단독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칠궁 관람은 무궁화 동산에서 시작한다
칠궁 관람은 무궁화 동산에서 시작한다.
 

경복궁 누리집에서 칠궁 관람을 예약하니 예약시간 10분 전까지 무궁화 동산으로 모이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무궁화 동산은 1993년 2월 25일, 고(故)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안가(안전 가옥)를 헐어내고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곳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칠궁 출입 명찰을 받았다.

안내자를 따라 길 하나를 건너니 바로 사적 제149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재 칠궁이 보였다. 담장 넘어 건물 지붕이 옹기종기 보이고 한쪽으론 청와대 영빈관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이곳은 원래 경복궁 후원이었지만, 부근에 청와대가 들어서며 경복궁 권역이 축소돼 경복궁 담장 밖에 위치하게 됐다.

재실 오른쪽으로 창와대 영빈관이 보인다
재실 오른쪽으로 창와대 영빈관이 보인다.
 

건물 앞에는 정문과 재실이 있고, 건물을 둘러싼 정원에는 정자와 소나무, 연못, 축대 등이 어울려 사당이라기 보다는 잘 가꿔진 정원 모습이었다. 재실을 지나 오른쪽 길로 걸어가니 육상궁이 보였다.

걷다보니 육상국과 연호궁이 이정표에 나란히 써있다
걷다보니 육상궁과 연호궁이 이정표에 나란히 써있다.
 

육상궁은, 영조가 친어머니인 숙빈 최씨를 위해 지은 사당이다. 숙빈 최씨는 궁중 나인 신분이었으나 숙종의 비가 되어 영조를 낳은 신데렐라 같은 여인이다.

인현왕후를 비롯 어려서부터 어머니로 모셔야 하는 분들이 많았던 영조는 숙빈 최씨를 마음놓고 어머니로 부르지 못하며 살았다. 효심이 각별했던 영조는 왕위에 오르자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궁궐 가까운 곳에 사당을 짓고 재위 기간 중 200차례 넘게 육상궁을 방문했다고 한다.

관람객들이 연호궁이라 쓰인 사당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관람객들이 연호궁이라 쓰인 사당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후 숙종의 후궁이자 경종의 생모인 장희빈의 신위를 모신 대빈궁을 비롯하여,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의 선희궁,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를 모신 경우궁 등이 추가되면서 현재 총 7개의 궁이 있으며, 이를 통틀어 ‘서울 육상궁’으로 부른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육상궁이었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육상궁 앞에 섰는데 연호궁이라 쓰인 현판이 보였다. 해설사는 안쪽을 들여다 보라고 했다.

몸을 깊숙이 숙이니 안쪽에 육상궁이라 쓰인 현판 하나가 더 있었다. 시어머니격인 숙빈 최씨와 며느리인 영조의 후궁 정빈 이씨가 합사돼 있었던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죽어서도 함께 깃들어야 하는 운명이 불편할까, 아니면 적적함을 덜 수 있을까? 합사된 내력이 분명치 않다는 말에 고개가 갸웃해졌다.

사당 하나에 현판 두 개가 걸려있는 육상궁
사당 하나에 현판 두 개가 걸려있는 육상궁.
 

육상궁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엔 장희빈의 신위를 모신 대빈궁이 자리하고 있었다.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경종을 낳고 중전의 자리까지 올랐던 장희빈은 다시 희빈으로 강등돼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았다.

숙종이 내린 사약을 받지 않으려 발악했던 그녀의 신당은 다른 신당들과는 달리 기둥이 둥글다. 기둥 만이 그녀가 한 때 왕비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숙빈 최씨를 그렇게 싫어했지만 죽어서는 한 울타리 안에 서로 이웃해 있다.

경종의 어머니자 숙종의 후궁인 장희빈의 사당
경종의 어머니자 숙종의 후궁인 장희빈의 사당.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7명의 신위를 모신 5채의 신당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여인들의 기구하고 애닯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영조가 휴식을 취하던 냉천정에선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청와대 지역 안에 이렇게 아담하고 정갈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게 놀라웠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존재 자체가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미처 알지 못했던 곳이다.

온 가족이 함께 칠궁을 관람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칠궁을 관람하고 있다.
 

원래 칠궁은 종묘나 궁궐처럼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1968년 1.21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민의 관람이 금지됐다. 1.21 사태는 북한이 특수요원 31명을 침투시켜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사건이다.

문화재청이 칠궁의 문을 크게 넓히기로 한 건 정부의 ‘열린 청와대’ 방침과도 관련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부터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고 청와대 주변 5개 검문소의 차단막을 없애는 등 통제 위주의 경비체제를 개선하고 있다. 

1.21 사태 이후 통제됐던 청와대 앞길이 반세기 만에 전면 개방되고, 청와대 경호를 이유로 관람이 제한됐던 칠궁의 문이 활짝 열렸다.

청와대와 칠궁의 연계관람은 현행대로 청와대 누리집에서 예약하고, 시범개방을 통해 새롭게 개설된 칠궁 단독 관람은 입장일 6일 전에 경복궁 누리집(www.royalpalace.go.kr)에서 사전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경복궁 누리집을 방문하거나 전화(02-3700-3900~1)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은주 tkghl22@lycos.co.kr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 1.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기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텍스트 데이터는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아니하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사전에 협의한 이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이렇게 합격했다! - 공무원 공채시험 합격수기 공모

아래 뉴스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