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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투표하는데 문제는 없을까?

지속적으로 투표소 인권영향평가 실시하는 안암동 주민센터 투표소 방문해보니~

2018.6.8

거리마다 막바지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사전투표소’ 라는 현수막을 내건 주민센터를 보니 본격적인 지방선거가 시작됐음을 느꼈다.

사전투표소는 주민센터 2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기에 장애인이나 교통약자는 어떻게 투표소로 움직일까 궁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후 장애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과 만나고 있다.(출처=효자동사진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후 장애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과 만나고 있다.(출처=효자동사진관)
   

거소투표제란 몸이 불편해 투표소로 이동하기 힘든 유권자를 위한 제도다.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부재자투표 방식 중 하나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거소투표 신청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교통약자임에도 거소투표를 신청하지 못한 경우엔 결국 투표소로 이동해야 한다. 

경험을 통해 알았다. 딸은 한 달여간 휠체어를 타야 했고, 보도블록은 휠체어를 끌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길바닥은 울퉁불퉁 했고, 파헤쳐 있거나 경사가 급했다. 거리를 다닐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거리에 장애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불편한 환경 때문이었다.

성북구 안암동 주민센터 입구. 경사나 턱이 없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성북구 안암동 주민센터 입구. 턱이 없는 낮은 경사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2중으로 된 자동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이 있는 안암동 주민센터
2중으로 된 주민센터의 자동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이 있다.
 

신체가 불편한 유권자라면 사람들이 덜 붐비는 시간에 투표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소마저 이동이 어렵다면 투표는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016년 말 기준 선관위의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19세 이상 장애인 수는 약 245만 명이다. 이들 중 71%가 장애인 참정권 보장에 부정적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투표소까지의 이동이었다. 

주민들 누구나 무더위 쉼터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미센터 내 공간
주민들 누구나 무더위 쉼터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센터 내 공간.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투표소의 일부는 출입구부터 통과하기 어려웠다.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거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음에도 1층이 아닌 곳이 많았다. 투표소로 가는 길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투표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학교, 관공서, 공공기관이지만 이조차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투표할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지자체가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었다. 인권영향평가는 동주민센터를 시작으로 본투표가 진행될 곳을 방문해 출입구 경사로부터 출입문·이동통로의 폭, 장애인 화장실 접근성까지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센터 입구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주민센터 입구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성북구는 2012년 4월 총선부터 인권영향평가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는 인권증진 기본조례에 따른 조치였다. 지난 대선 때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노인 등 투표소 접근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투표소 접근성을 중심으로 살펴본 바 있다.

인권을 중심으로 한 성북구의 이 같은 노력으로 탄생한 건물이 있다. 지난 2012년 공공건물 인권영향평가제에 의해 설립된 안암동 주민센터다. 그 현장을 찾아 기존 주민센터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주민센터 모든 계단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손잡이와 시각장애인을 점자블록이 설치됐다.
주민센터 모든 계단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손잡이와 시각장애인을 점자블록이 설치됐다.
 

안암동 주민센터 역시 사전투표소였으며, 투표장소는 6층이었다. 입구부터 달랐다. 낮은 경사로를 만들어 휠체어가 다니기 편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2중 자동문도 있었다. 

센터 내에 들어서자 오른쪽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표시판이, 왼쪽에는 바로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이 있었다. 계단에는 매층에 점자블록과 교통약자를 위한 손잡이가 연결돼 있었다. 그 어디에도 휠체어를 가로막는 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통약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는 곳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구부러진 손잡이에는 부착된 점차안내표시판(왼쪽), 점차로 된 층별 안내 표시판이 부차된 엘리베이터(오른쪽)
손잡이에 부착된 점차안내표시판(왼쪽), 점자로 된 층별안내표지판이 부착된 엘리베이터(오른쪽).
 

6.13 지방선거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날이다. 교통약자나 장애인 모두 쉽게 이동하고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장애인의 참정권을 위한 다채로운 노력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음성변환 2차원 바코드(voice-eye)가 게재된 점자형 투표 안내문을 보내고, 청각장애인에게 수어(수화) 투표안내영상을 제작해 선관위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게시했다.

혼자서 투표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가족 등의 투표보조를 허용하고 있으며, 관할 선관위에 전화로 신청하면 자택에서 투표소까지 리프트가 설치된 전용 차량이나 장애인 콜택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전 투표소가 있는 6층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사전투표소가 있는 6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대한민국 헌법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의 참정권을 위해서다.

투표를 독려하기 이전에 모두가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투표할 수 있는 권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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