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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고려인마을이?

광주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 정착 안정 공로 대통령상 수상… 직접 현장에 가보니

2018.6.12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우리 고려인 모두가 받아야 할 상입니다.”

광주 고려인마을에 경사가 났습니다.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가 국내 귀환 독립투사 후손 고려인 동포들의 안정된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5월 18일 ‘제11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조금은 서툴지만 또박또박 우리말로 인사하는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습니다.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오른쪽).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출처=고려인종합지원센터)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오른쪽).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출처=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
 

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 국가에 주로 거주하면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민족 동포입니다.

처음 그녀는 한국말이라곤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고려인들을 위해 2005년 광주 월곡동에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두명씩 어려움에 처한 고려인들을 남몰래 도왔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통역, 경찰서 통역, 교육활동 등 고려인과 관련된 일이라면 열일 재치고 뛰어 들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오해를 받은 설움을 잘 알기에 새벽까지 울리는 전화통을 붙들고 하소연하는 고려인들을 위해 맨발로 뛰어나간 일도 허다했습니다.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는 광주에 체류하며 고려인 공동체를 설립했고, 고려인동포지원 특별법 개정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고려인마을에서는 신조야 대표의 대통령상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고려인마을에서는 신조야 대표의 대통령상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광주가 너무 좋아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뜻이 맞는 고려인들이 한 두 명 모여 이웃이 되었고 결국 마을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고려인들은 마을에 협동조합도 만들고, 자체적인 어린이집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종합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 쉼터, 마트, 여행사 등을 운영하며 자랑스런 한민족의 후예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마을 식당은 가족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마을 식당은 가족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고려인의 후손이지만 황무지를 개척했던 조상들의 피가 흐르기에 조상의 땅 광주에서 이들은 새롭게 꿈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지원도 없고, 관심도 없고,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는 것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묵묵히 삶을 개척했습니다.

고려인 마을 가게에는 러시아 방송이 계속 송출되고 있다.
고려인마을 가게에는 러시아 방송이 계속 송출되고 있다.
 

“고려인들의 현재 문제는 아이들입니다. 19살이 되면 한국에서 나가야 합니다. 가족 동반비자(F1) 자격이 끝나는 2019년 6월이 지나면 재외동포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강제추방의 위기를 안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하소연이 귀에 쟁쟁합니다. 신조야 대표의 대통령상 수상은 고려인 선조들의 국권회복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과 국내 귀환 고려인 동포들의 고난의 삶을 국가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고려인마을의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고려인마을 청소년 문화센터’.
고려인마을의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고려인마을 청소년 문화센터’.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강제추방이 유보됐지만, 그 사이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6월 이후 가슴 아픈 이산가족이 됩니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거주 고려인 4~5세 자녀 입국마저 제한하고 있어 근심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상이라는 명예 뒤에 보이지 않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고려인마을이 어떤 곳인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짧은 시간 한국인들이 사는 마을에서 뿌리를 내려 서로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고려인마을에서는 곳곳에서 러시아어를 만날 수 있다. 상가에도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쓰인다.
고려인마을에서는 곳곳에서 러시아어를 만날 수 있다. 상가에도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쓰인다.

환전소,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그리고 한국어와 함께 기재된 러시아어 표기 간판들을 보지 않았다면 이름모를 평온한 동네라 생각했을 겁니다. 

사실 고려인(高麗人)의 고려는 우리가 아는 역사 속 ‘고려’가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때 국경지역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이 생계를 위해 이민을 가거나 강제 이주 당하는 과정 속에서 고려인(Корё сарам 고려족) 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남과 북이 분단되고 애매한 신분으로 러시아에서 살게 되자 ‘고려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고려인마을 아이들의 모습. 말은 통하지 않지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해맑다.
고려인마을 아이들의 모습. 말은 통하지 않지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해맑다.
 

이곳에는 약 4,000여 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합니다. 안산시 땟골마을에 약 7,000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는 것과 비교할 때 다소 규모는 작아보였습니다.

여기 저기서 들리는 톤 높은 러시아어, 그리고 그들만의 쾌활한 웃음소리는 마을 곳곳을 돌면서 또 다른 공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니 고려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국내 귀환 고려인 자녀들이 즐겨 찾는 고려인마을 청소년 문화센터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낮선 이의 방문에도 아이들은 좋아하며 사진을 찍어달라는 포즈를 취했습니다. 아직은 한국말을 알아 듣지도, 할 줄도 모르지만 삼삼오오 모여 신나는 댄스를 추고 있는 모습이 우리의 청소년들과 다를게 없었습니다.

고려인 동포 자녀들의 놀이터, 청소년 쉼터는 춤도 추고 원하는 모임도 갖는 소공간이다.
고려인 동포 자녀들의 놀이터, 청소년 쉼터는 춤도 추고 원하는 모임도 갖는 소공간이다.
  

고려인은 일제 강점기 국권을 회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정든 고향을 뒤로한 채 러시아 연해주와 북간도로 떠났던 소중한 핏줄입니다. 마치 우리가 겪었던 6.25 전쟁과 같은 상황이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1937년 스탈린은 고려인이 일본의 앞잡이라며 3천여 명을 처형한 후, 고려인을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내팽개쳤습니다. 이후 우리 고려인은 지도자가 없기에 소중한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이어받지는 못했지만 빈손으로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개척, 한민족의 끈질긴 생존력을 온 세상에 알린 바 있습니다.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들을 돕기위한 진료소가 올해 개소됐다.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들을 돕기위한 진료소가 올해 개소됐다.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고려인들의 어려운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자 고려인 마을에는 변호사, 의사들이 매주 무료로 고려인들을 돌봐주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역사마을 광주고려인마을은 현재 학생들에게 체험학습과 역사 탐방교육의 중심으로 점차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의 차이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오로지 할아버지의 나라라는 피로 이어진 민족의 끈 하나만 믿고 온 이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달리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현숙 happy04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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