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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단, 광주에서 일내다~

정책기자단과 함께 떠나는 광주비엔날레 100배 즐기기

2018.9.21

오전 7시 30분 용산역 KTX 승강장 앞. 조원들을 만나기 위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동안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의 여행은 처음이다.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 오케이를 했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누군가 내 발목을 잡는 듯했다.

늦기 않게 약속 장소로 도착해 기차에 올라탔다. 늘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녔기에, 기차에 오른 것도 몇 년만이다.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 나의 쓸데없는 걱정들은 용산역에 두기로 했다.

정책기자단 1조 광주 송정역 앞에서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1조 광주 송정역 앞에서.

경계를 두드리다 – 2018 광주비엔날레

우리들이 광주로 조모임 장소를 정한 것은 아시아 최대 권위의 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비엔날레는 이탈리어어로 ‘2년마다’라는 뜻이다. 매년 개최되는 것이 아닌 2년에 한번 열리기에 올해 놓쳤다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

11월 11일까지 진행되는 2018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12회째로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 이라는 주제 아래 11명의 큐레이터가 7개의 전시로 주제전을 구성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영상과 설치작품
광주비엔날레의 영상과 설치작품.

총 7개의 주제전은 클라라 킴의 ’상상된 국가들/모던 유토피아, 그리티야 가위웡의 ‘경계라는 환영을 마주하며’, 크리스틴 Y.김, 리타 곤잘레즈의 ‘종말들 :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참여 정치’, 데이비드 테의 ‘귀환’, 정연심과 이완쿤의 ‘지진 : 충돌하는 경계들’, 백종옥, 김성우, 김만석의 ‘생존의 기술 :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 마지막으로 문범강의 ‘북한미술 :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로 구성된다.  

도슨트 해설을 듣고 있는 정책기자단
도슨트 해설을 듣고 있는 정책기자단.

눈에 띄는 것은 북한미술전.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중심으로 한 조선화를 볼 수 있는데,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그림들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조선화는 북한식으로 발전시킨 동양화를 뜻한다. 폐쇄적이어서 직접 볼 수 없었던 북한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집체화라 불리우는 주제화는 당의 정책과 이념을 표방하는 작품들로 거대한 사이즈 속 군중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모두가 웃고 있는 얼굴 표정이 특징적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제1회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민족, 이념, 종교 등을 초월하여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세계와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올해의 주제 ‘상상된 경계들’은 첫 시작을 되돌아보도록 기획됐다.

첫 광주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한 ‘잊어버리기 위하여’도 다시 전시장에 세워졌다. 쿠바 출생 크초의 작품으로 술병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배는 난민들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에 비해 얼마나 경계가 허물어졌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대상작 <잊어버리기 위하여>
제1회 광주비엔날레 대상작 ‘잊어버리기 위하여’.

민주주의 성지에서 아시아 문화의 중심으로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전은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함께 진행된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두 곳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어느 한 곳도 놓치지 않고 둘러보아야 비엔날레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비엔날레 관람만 해도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여유가 있다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천천히 둘러볼만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세계를 향한 아시아문화의 창으로 아시아의 문화 교류와 문화자원들의 수집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콘텐츠의 창작과 제작이 이뤄지는 곳!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찾아 즐길 수 있는 전시와 공연, 아카이브와 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질 수 있는 세계적인 복합문화기관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공간은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민주평화교류원으로 구성돼있다. 어디서든 외국인들을 만나볼 수 있어 세계인이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문화정보원 내 라이브러리파크
문화정보원 내 라이브러리파크.

휴식공간도 너무나 창의적이다! 보기만 해도 들어가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 감각적인 공간들이 곳곳에 있다. 비엔날레를 둘러보느라 지쳤던 조원들과 함께 우리들만의 즐거운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달콤한 휴식 후 다시 일어서서 다음 장소로 이동!

주말마다 아시아문화전당 나눔 광장에서는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커다란 파라솔 아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흥겨운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빛우페라는 축제도 진행되어 우쿨렐레 공연, 플래시몹, 프리버스킹 등의 다양한 문화 행사들도 함께 열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휴식공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휴식공간

변함 없는 민주주의의 뿌리 –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feat. 막내 이창헌 정책기자)

82년생인 나에게 1980년 5월 18일 광주의 역사는 낯설기만 하다. 역사적 비극이라 불리는 5.18 민주화운동이 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이번 광주 여행을 통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비엔날레로 한창 주목받고 있는 광주이지만 광주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나서 광주시민의 피로 물들었던 금남로로 향했다. 광주시민들이 집결했던 시계탑 뒤로는 계엄군의 총탄이 관통했던 광주은행 옛 본점이 역사의 흐름을 간직한 채 우뚝 서 있었다. 

금남로의 시계탑과 옛 광주은행 본점
금남로의 시계탑과 옛 광주은행 본점.

민족적 비극이자 아픔이라 할 수 있는 5.18 민주화운동. 외세의 침략도 아닌, 그렇다고 한국전쟁도 아닌 1980년의 시대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총구를 들이댄 군부 독재.

고립된 공간 안에서 불의에 저항한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운동 기록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니 다시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됐다. 

518기록관에서 해설을 해주시는 도슨트
5.18 기록관에서 해설을 해준 도슨트 분.

광주100년 이야기 시간여행 출발! – 시티투어

우리가 송정역에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이용한 교통수단은 2018 광주비엔날레 셔틀버스였다. 1천 원으로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굉장히 유용하다. 하지만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광주의 근현대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테마형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도 좋겠다.

‘광주 100년 이야기’. 광주의 핫 플레이스인 양림동 근대역사마을은 물론 광주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뷰폴리까지 2시간 반 동안 버스 투어를 할 수 있다.

광주시티버스
시티투어버스.

버스에 오르면 과거에서 온 소녀 ‘나비’가 광주곳곳을 소개하면서 버스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시티투어버스 안내양이자 시간여행 주인공 나비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상황극도 보여주면서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광주 100년 이야기’처럼 공연과 현장 체험이 이어지는 투어버스는 광주가 처음이라고 한다. 광주 역사를 즐겁게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코스가 될 것이다. 1930년부터 2030년까지 광주의 100년 역사 이야기를 담아낸 시간여행 버스는 금요일 1회, 토요일 2회 예약제로 운행이 된다.

과거에서 온 소녀 나비
과거에서 온 소녀 나비.

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 1913송정역시장

광주를 떠나기 전, 둘러봐야 할 곳이 있다고 했다. ‘1913송정역시장’이다. 예상대로다. 이곳은 100년 전통의 재래시장으로, 1913년 개장해 2016년 리모델링 한 후 2030 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때마침 광주맥주축제가 열리고 있어 주말 야시장은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한쪽에선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가 열렸고, 시장 한 가운데로 연결된 긴 테이블에는 맥주와 함께 시장 음식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1913송정역시장
1913송정역시장.

특히 눈에 띈 것은 상추튀김 파는 곳. ‘상추튀김’이란 말이 궁금해 들여다 봤더니 상추를 튀겨먹는 게 아니었다! 광주의 상추튀김은 오징어나 야채를 잘 튀겨 상추에 싸서 먹는 것. 여기에 매콤한 청량고추와 송송썰어낸 양파가 들어간 간장 하나면 끝. 안 먹어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상추튀김. 송정역시장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할 명물이다.

상추튀김
상추튀김.
 

광주에서 먹거리로 가장 유명한 것은 무등산 수박.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 수박은 재배조건이 까다로워 강한 광선, 높은 온도, 긴 일조시간 등이 받혀주지 않으면 재배하기 어렵다.

이런 천혜의 조건 속에서 자란 무등산 수박은 독특하게 줄무늬가 없다. 그리고, 추석 즈음이 되어야 먹을 수 있으니 지금이 바로 그 시기. 옛날 임금에게 진상되던 수박이라고 하니 조금 비싸지만, 하루쯤 임금님이 되어보면 좋을 듯.

임금에게 진상되던 무등산 수박
임금에게 진상되던 무등산 수박.

송정역시장엔 건물마다 연도가 표시돼 있어 더 특별했다. 100년 동안 시장을 함께 지켜온 상점도 36개나 있었는데, 간판의 글씨나 디자인 등에 정이 가는 단정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송정역시장의 변화에는 먼저 있는 것들에 대한 존중이 공존했다. 금남로를 지나며 광주 역사의 어두운 지점을 통과했다면, 1913송정역시장엔 아픔을 딛고 밝게 일어선 활력 넘치는 광주가 있었다.

KTX 광주송정역에서 도보로 10분이다. 광주를 떠나기 전 먹방 코스의 마침표를 찍기에 충분한 송정역시장은 낮보다 밤이 아름다웠다.

활력 넘치는 시장의 모습
활력 넘치는 시장의 모습.
 

그렇게 우리들의 일정은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1913송정역시장을 뒤로 하고 길을 건너 송정역으로 들어섰다. 광주에 사는 조원 두 명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다시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1조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1조.


깊은 울림이 있었던 광주비엔날레, 울컥 눈물이 올랐던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흥겨운 송정역시장 등 하루 동안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한 번씩 올라왔던 듯하다. 나들이하기 딱 좋은 이 계절에, 감성이 가장 풍부하게 솟아나는 이 계절에 광주로의 여행, 떠나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수정 crystal_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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