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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어우러진 종묘제례악

제4회 궁중문화축전 종묘제례악 야간공연 관람기

2018.5.10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경복궁을 포함한 4대 궁과 종묘에서 ‘제4회 궁중문화축전’이 성대히 개최됐다. 개막제 ‘세종 600년, 미래를 보다’를 시작으로 산대희, 뮤지컬 세종이야기, 경회루 야간음악회, 한글 타이포전, 고궁 한복 사진전, 왕가의 산책 등 다채로운 행사가 우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필자도 궁중문화축전을 누구보다도 더 기다려온 사람으로서 함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던 중, ‘종묘제례악 야간공연’에 시선이 고정됐다. 주간이 아닌 야간에 하는 것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것이었는데, 게다가 역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신성한 종묘 정전 앞에서 종묘제례악이 공연된다는 내용에 필자는 넋을 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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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정전은 매우 길어 사진 한 장으로 담아내기 어렵다.
 

종묘제례악 공연이 펼쳐지는 종묘는 유교 사당으로서 조선시대 지어진 건축물 중 가장 장엄하고 정제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가 고려시대는 불교, 조선시대는 유교라고 알고 있듯 조선은 유교를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이념으로 삼아 경복궁 왼쪽에 종묘를 지었다.

조선 왕실의 제례 문화를 아주 잘 간직하고 있는 종묘는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일찌감치 인정받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여기서 치르는 제사인 ‘종묘제례’와 이 때 연주되는 ‘종묘제례악’은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장소와 여기서 행해지는 의식, 공연 모두가 세계인들이 항구적으로 가꾸고 보존해야 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것이다. 그야말로 조선시대 유교정신, 여기에 조선의 독특한 문화가 가미된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진수와 정수, 총체’ 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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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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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까지 30분 넘게 남은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평소 종묘는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그런데 궁중문화축전 기간, 3일 동안만 굳게 닫힌 문이 활짝 열린다. 그것도 종묘제례악 야간공연 티켓예매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말이다.

종묘제례악은 고대 아악과 한국의 전통음악을 조화시킨 15세기 창작품이다. 과거 왕실에서 쓰이던 제사음악이 지금까지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는 사례는 세계에서 손을 꼽을 정도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600여년 전의 음악과 춤이 여러 세월의 부침 속에서도 온전하게 보전됐다는 것은 조선 왕실과 조선시대 사람들이 이 종묘제례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종묘제례는 유교사회에서 임금이 친히 받드는 길례로서, 이 제사를 효 실천의 근본으로 삼아 으뜸으로 여겼다고 한다. 종묘제례악은 이런 가치를 크게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고 할 수 있다.(참고=유네스코와 유산 누리집, 제4회 궁중문화축전 소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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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과 소책자 획득!
 

5월 4일 저녁, 필자는 베트남인 유학생과 함께 종묘제례악 야간공연에 다녀오기로 했다. 5월 2일과 3일 공연은 우천으로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하늘을 계속 응시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필자 일행은 천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번 종묘제례악 야간공연은 1년에 1번만 열리게 된, 굉장히 희소한 행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필자 일행은 입장이 시작되는 7시 30분에 종묘 정문인 외대문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명당에 앉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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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스민 종묘 정전 지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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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을 한껏 품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이윽고 종묘 정전에 발을 내딛었다. 신성함. 웅혼함. 장엄함. 기품. 형언할 수 없는 각종 형용사와 부사들. 길게 펼쳐진 종묘 정전을 보니 평소 어느 정도의 어휘력을 갖췄다고 자부했던 필자의 어휘 구사력이 부끄러울 정도로 이 멋진 분위기와 모습을 담아낼 수조차 없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들의 영혼이 웅비하는 느낌도 들었고, 신성한 기운이 고요하게 정전과 관객 주변을 휘감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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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장엄한 종묘제례악.(출처=궁중문화축전 누리집)
 

8시 정각.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은 신을 맞이하는 영신례, 신에게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 음식을 바치는 진찬례, 신에게 첫 잔을 올리는 초헌례, 신에게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례, 신에게 세 번째 잔을 올리는 종헌례, 제례에 쓰인 제물을 거두는 철변두, 신을 보내드리는 송신례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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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에는 촬영을 할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난 직후 찍은 사진이다.
 

필자는 그동안 종묘제례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이 공연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종묘제례악은 노래와 춤, 기악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이다. 한쪽에서는 현대인들이 보기에 다소 독특하다고 느낄 수 있는, 느릴 때는 느리게, 빠를 때는 절도 있는 안무를 보이며 춤을 춘다. 다른 한쪽에서는 편종, 편경과 같은 타악기, 당피리, 대금, 해금, 아쟁 등의 현악기, 장구, 징, 태평소, 진고 등의 악기가 아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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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악기, 춤의 삼박자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출처=궁중문화축전 누리집)

무용수들이 추는 춤은 ‘문무’와 ‘무무’로 구성돼 있는데, 문무는 양을 상징하고 무무는 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글을 상징하는 문과 힘과 무기를 상징하는 무는 얼핏 보면 대립적인 것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보완적인 것임을 춤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 듯하다. 8줄로 구성된 64명의 무용수들은 영신례와 전폐례, 초헌례에서는 문무를, 아헌례, 종헌례에서는 무무를 선보였다.

무용수들은 문무와 무무에 각각 다른 소품을 들고 춤을 춘다. 문무에서는 왼손에 피리의 종류인 약을, 오른손에는 깃털을 단 적을 들고 춤을 추고 무무에서는 나무로 만든 칼과 창, 활과 화살을 들고 오른쪽으로 움직인다.(참고=유네스코와 유산 누리집)

공연 중, 필자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문무에서는 무용수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데 반해 무무는 나름 절도가 있었다. 이런 것도 문과 무, 양과 음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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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사용된 편경의 모습.


약 1시간 남짓의 공연이 마무리됐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관객들은 주최측이 제공해 준 핫팩으로 몸을 녹이며 장엄하고 웅장한 종묘제례악을 달빛 아래에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 후, 정전을 자유롭게 관람해도 좋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흘러나왔고 필자 일행은 공연에 사용된 편경과 각종 악기들을 자세히 구경했다. 정말 ‘살아있는 음악교육, 역사교육’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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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조명으로 밝게 빛나는 종묘 정전의 모습.
 

그리고 정전 바로 앞까지 가서 불빛과 어우러진 정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듬뿍 담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 왕도 최고의 예를 갖춰야 했던, 신성함의 극치인 종묘 정전에 우리가 우뚝 서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감개무량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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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베트남 유학생 범진용 씨.
 

필자와 동행했던 범진용(26) 씨는 외국인의 눈으로 이번 종묘제례악 야간공연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범 씨는 이번 공연에 대해 “이렇게 생동감 있게 재현한 제례의식과 제례악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소름이 돋았다. 수백 년 전, 거행했던 의식에 직접 참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에 대해서 더 알 수 있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고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베트남에도 비슷한 음악체계가 있다고 했다. “종묘제례악을 보면서 베트남의 고도인 후에(Hue) 궁중아악이 연상됐다. 베트남의 후에 궁중아악도 2003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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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조명은 종묘 정전을 더욱 품격있게 만들어 주었다.
 

범 씨는 “종묘제례악이 한국문화의 전통이 잘 나타나 있으면서도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멋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에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됐다고 생각한다.”며 “야간의 종묘는 나에게 아주 신비롭고 신성한 느낌을 주었다. 종묘의 건축물과 여러 색깔의 불빛이 어우러진 야간의 종묘를 결코 잊지 못할 것” 이라고 멋진 답변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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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범진용 씨.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제안이 적극 반영되기를 바란다.
 

이렇듯 문화유산은 시민 속으로 더욱 스며들어야 한다. 아무쪼록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이번 궁중문화축전과 같이 남녀노소, 외국인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자주 조성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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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단전형wjsgud2@naver.com
제 17-18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전 형입니다. 외교, 통일, 그리고 박사과정 분야인 한국어교육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유익한 정책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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