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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디자인을 입혀 봐!

세종 즉위 600주년 기념특별전 ‘소리X글자 : 한글디자인’

2018.4.13

작년 벨기에 여행 도중 ‘비상구’라 적힌 한글 티셔츠를 입은 현지인을 본 적 있다. 그 뜻을 알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따뜻한 한류바람을 타고 한글도 조금씩 전 세계로 퍼지는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한글은 캘리그라피나 서예, 타이포그라피가 아닐까 한다. 세계적인 커피 프렌차이즈인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는 매년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이 활용된 제품들을 내놓기도 한다.

개그맨 김병만 씨는 한 방송을 통해 직접 집을 건축해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기도 했는데, 그 모티브가 한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가방을 비롯한 패션용품과 시계, 조명과 같은 각종 생활용품, 그리고 건축에 이르기까지 입고, 쓰고, 즐기는, 한글은 창제된 지 570여 년이 지난 지금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문자의 개념을 넘어 이제는 한국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세종 탄신 621돌 및 즉위 600주년 기념특별전 <소리X글자: 한글디자인>이 4월9일부터 6월3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다.
세종 탄신 621돌 및 즉위 600주년 기념특별전 ‘소리X글자 : 한글디자인’이 4월9일부터 6월3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다.


올해는 세종 즉위 6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4월 9일부터 6월 3일까지 세종탄신 621돌 및 즉위 600주년 기념 특별전 ‘소리 X 글자 : 한글디자인’을 개최한다.

2016년부터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디자인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고 도전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한글실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유무형의 풍부한 한글자료를 한글디자인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한글의 원리와 조형성에 대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디자인 주제와 대상을 새롭게 발굴해 한글 디자인 문화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한글 모음의 제자 원리인 천지인을 형상화한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모음의 제자 원리인 천지인을 형상화한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소리 X 글자 : 한글디자인’개막식 날. 식장에 들어가기 전 박물관 둘레를 한 바퀴 돌고, 계단을 오르며 외관을 살폈다.

정책기자단 발대식 때 오고 두 번째 방문이다. 처음과는 달리 사전에 미리 박물관에 대한 조사도 해봤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전 세계 두 곳 밖에 없는 국립문자박물관 중 한 곳이다.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층별로 형상화했고 외관은 다양한 소재를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해 한글의 합자원리를 시각화했다. 한국 전통 가옥의 처마와 단청의 멋을 현대적으로 구성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국립한글박물관 박영국 관장.
국립한글박물관 박영국 관장.

 
한글학회 관계자, 전시회 참여 작가들, 국립한글박물관 직원들, 그 밖의 많은 내빈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립한글박물관장 박영국 관장의 인사말로 개막식이 시작됐다. 박영국 관장은 “한글디자인의 창작과 나눔의 장으로 한글박물관의 역할을 확장하여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한글디자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한글의 가치와 한글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제2회를 맞이하는 한글실험 프로젝트의 주제는 ‘소리’다. 한글은 알파벳과 같이 글자 자체가 뜻을 가지지 않고,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글의 탄생 원리’와 ‘소리를 나타낸 한글의 규칙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에 집중해, 한글디자인을 소리의 이미지화라는 시각적 차원과 소리의 채집과 기록이라는 음성적 차원의 상관성으로 풀어냈다. 

1부 :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
세종은 소리가 바로 글자가 되는 새로운 글자를 꿈꿨고 말소리에 따라 달라지는 발음 기관의 특징을 연구하여 한글을 만들었다. 한글의 기본 글자는 발음 기관이나 발음하는 모양을 본떠 만든 ㄱ, ㄴ, ㅁ, ㅅ, ㅇ 자음 다섯 개와 하늘, 땅 사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 ㅡ, ㅣ 모음 세 개로 구성된다.

기본 글자 여덟 개를 알면 최대한의 소통을 누릴 수 있는 소리글자가 바로 한글이다. 1부에서는 이처럼 소리가 바로 글자가 되는 신비로운 문자 한글의 탄생원리와 한글과 알파벳의 비교를 통한 문자적 특징을 소개한다.

전시장에는 특별히 도시인의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삐걱삐걱’이나 ‘몽실몽실’같은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중심으로 ‘소리’가 ‘글자’로 탄생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연출했다.  

소리가 글자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위)과 소리 기호를 이용한 의성·의태어 타이포그라피(아래).
소리가 글자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위)과 소리 기호를 이용한 의성·의태어 타이포그라피(아래).


2부 : 소리X글자X디자인
2부에서는 각 글자에 담긴 소리의 차이를 다룬다. 예를 들어 ‘아’와 ‘어’라는 두 글자 사이에 존재하는 소리의 파장과 진동, 느낌, 표현, 무게의 차이를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소리의 파장이 일어나면 움직임, 이미지, 진동의 변화가 생기듯 소리에 시시각각 대응하는 한글의 차이를 소리 길, 소리 시각, 소리 기록, 소리 채집이라는 4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김윤태, 김현석, 네임리스, 빠키, 석재원, 왕현민, 장성, 정진열, 하지훈 등 국내외에서 건축, 가구, 그래픽, 영상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 실험적 관점에서 한글디자인을 새롭게 조명했다. 출품작 모두 ‘소리 X 글자 : 한글디자인’ 전시를 위해 한글박물관과 작가들이 오랜 시간 동안 협업하여 만들었다. 

첫 번째 주제, 소리 길
하지훈 작가의 ‘한글 소반’은 조합 문자인 한글의 특징을 보여 주는 생활 소품이다.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각각의 레이어가 조합되며 문자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생활 소품에 적용했다.  

하지훈 작가의 작품
하지훈 작가의 작품 ‘한글 소반’.


김현석 작가는 하늘과 땅과 사람, 그리고 사람의 소리를 근본으로 만들어진 한글을 바람 소리, 학의 울음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정신, 문화를 훌륭하게 표현하는 큰 그릇이라는 점을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을 통해 보여준다.

김현석 작가의 작품
김현석 작가의 작품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

           
두 번째 주제, 소리 시각
소리가 나오는 길이 곧 글자의 모양이 된다. 소리의 세기가 글자의 획수로 반영되어 소리의 특성이 드러난다. 두 번째 주제, ‘소리시각’ 에서는 소리가 글자로 변하는 과정을 움직임, 파장, 진폭, 흐름, 형태 등의 공감각적 요소로 표현하여 한글의 조형성을 소개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네임리스 작가의 작품
네임리스 작가의 작품 ‘선들 사이’.

 
네임리스 작가는 ‘선들 사이’를 통해 최소한의 글자로 최대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한글의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석재원 작가의 작품
석재원 작가의 작품 ‘한글 포르타멘토’.


석재원 작가는 ㄱ과 ㅋ처럼 소리가 세질 때마다 획이 더해지는 가획의 원리를 빌려 세상 모든 소리를 담아내는 한글의 유연성을 ‘한글 포르타멘토’로 표현했다. 

빠키 작가의 작품
빠키 작가의 작품 ‘문자를 만들어 내는 움직임’.


동력으로 움직이는 힘이 선으로 연결된 구조로 이동하여 한글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을 그려낸 빠키 작가의 ‘문자를 만들어 내는 움직임’. 작품 속에는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ㄱ부터 ㅎ까지의 한글 자음이 숨어 있어서 문자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소리를 내면서 소통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글자가 아니라 글자를 허공에 그리는 기계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 그리고 그 기계에서 소리가 나오면 정말 흥미로운 작업이 되겠다, 이게 제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던 같아요.” 빠키 작가의 말이다. 실제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들은 한글을 더 발랄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느끼기에 딱이었다.

장성 작가의 작품
장성 작가의 작품 ‘모비/혀 ㄱ ㄴ ㄷ’.


‘모비/혀 ㄱ ㄴ ㄷ’의 장성 작가는 ㄱ, ㄴ, ㄷ의 소리를 낼 때 혀의 모양을 추상화한 조형물을 전시했다. 왕현민 작가의 ‘파장’은 한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파장의 이미지를 더해 청각이 자극되는 듯한 착각을 유도한다. “한글의 조형적인 부분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눈으로 전달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귀로도 ㄱ이라는 글자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왕현민 작가의 작품
왕현민 작가의 작품 ‘파장’.


세 번째 주제, 소리 기록
프로젝터 세 대를 한 화면으로 겹치는 방식으로 분리된 한글 자소가 하나의 글자로 완성된다는 의미를 강조한 작품이 김윤태 작가의 ‘소리 한글 얼굴’이다. 빨강, 노랑, 파랑 빛의 3원색이 조합되어 무한한 색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눈, 코, 잎 부분에 분리된 한글 자소가 조합되어 무한한 소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글자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윤태 작가의 작품
김윤태 작가의 작품 ‘소리 한글 얼굴’.

 
네 번째 주제, 소리 채집              
정진열 작가의 ‘도시의 소음들’. 이 프로젝트는 2주간 LA에서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경로에 따라 소리들을 수집하고 이를 의성어의 형태로 재현한 작업이다. 인공적인 합성음들, 경찰차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헬기 소리,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거리와 상점의 소리들을 ‘소리나는대로’ 관찰하고 표현해 내는 작업을 통해서 한글이 가지고 있는 표음문자로서의 폭넓은 표현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진열 작가의 작품
정진열 작가의 작품 ‘도시의 소음들’.

충분히 재미있는 전시회였다. 세종은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춰 배우기 쉽고 쓰고, 말하기 쉬운 그 모양 역시 단순한 형태로 구성된 문자 한글을 만들었다. 새로운 시대를 사로잡을 한글은 그 우수성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재미있어야 한다.

한글이 재미있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다소 단기적이고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한글 관련 전시, 교육,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것도 필요하다.        

전시기간 중에는 전문 해설사의 작품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전문 해설사의 작품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전시기간 중에는 전문 해설사가 직접 작품을 설명해 준다. 한국어 전시 해설은 주중과 주말 1일 2회 실시하며 요일에 따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해설도 운영하니 미리 확인하고 가면 좋겠다.

전시기간 : 2018년 4월 9일~ 6월 3일
전시장소 :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3층)
전시해설 : 매일 2회 11:00, 15:00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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