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38년 전 약속, 지금 만나러 갑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 현장 방문기

2018.5.21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광주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도청으로 모입시다. 지금 우리 형제 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옛 전남도청 임시 개방.
옛 전남도청 임시 개방.
 

38년 전 5월, 옛 전남도청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였습니다. 1980년 광주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시민군들의 본부로 사용된 이곳은 5.18이라는 현대사의 갈림길에서 그들의 만행을 묵묵히 지켜본 무언의 증언자입니다.

외지인들의 눈에는 하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평범한 건축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함께하는 아픔과 기억이 각인된 장소임에 틀림없습니다.

옛 전남도청 계단. 원형 그대로 보존중이다.
옛 전남도청 계단. 원형 그대로 보존중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최후 항쟁지였던 5.18 민주평화기념관이 지난 15일 개방됐습니다. 이곳은 ‘등록문화재 근대문화유산 제16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옛 전남도청복원협의회는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옛 전남도청의 부속건물 6개 동을 6월 17일까지 한 달 동안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옛 전남도청 벽돌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옛 전남도청 벽돌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1980년 5월 27일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가 산화한 옛 도청 민원실동 2층 등 역사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습니다. 당시 시위현장에 참여한 시민군의 시선으로  5.18 역사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개방 기간동안 하루 6차례 도슨트의 해설이 진행되고 있다. 재독동포 베버남순 해설사.
개방 기간동안 하루 6차례 도슨트의 해설이 진행되고 있다. 재독동포 베버남순 해설사.
 

개방 기간 동안 하루 6차례 도슨트의 해설이 진행되고 있어 신청했습니다. 해설을 담당한 베버남순 해설사는 5.18 당시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재독동포입니다.

조심스럽게 5.18 민주평화기념관 1전시관에 입장하는 순간 어디선가 구슬픈 소리가 들려옵니다. 광주의 소리로 시작되는 발걸음. 열사들의 비장한 각오와 그날의 아픔은 청각으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관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한 시민군의 시선을 따라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청동상으로 만들어진 이 시민군은, 마치 1980년 5월, 그 현장에 서 있는듯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5월엔 만인의 얼굴이 눈부시다’ 인물 조형탑.
‘5월엔 만인의 얼굴이 눈부시다’ 인물 조형탑.
 

3층 높이로 만들어진 대형 사진탑에는 1,100여 명의 세계인들 미소가 담겨있습니다. 인권단체 소속직원들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이 5.18 민주화운동에 응원을 보내는 것 같아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5월엔 만인의 얼굴이 눈부시다’는 주제에 맞게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5월의 찬란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5.18의 ‘봉인된시간’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했다.
5.18의 ‘봉인된 시간’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했다.
  
5.18 민주평화기념관 건립시 나온 기와.
5.18 민주평화기념관 건립시 나온 기와.
 

5.18의 봉인된 시간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옛 도청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나온 건축물들을 모아 바닥에 유리를 깐 뒤 봉인해 두었습니다. 디지털 영상을 만들어 1979년부터 1980년 주요사건도 기록해두었습니다.

5.18부터 5.27까지 열흘간의 기록이 전시된 이곳에는 시원한 디지털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물방울들은 세속의 몸과 마음을 씻어내고 경건하게 관람하라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시민군 조각상.
시민군 조각상.
 

5월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곳에 들어왔습니다. 금남로 거리를 돌아보는 느낌이 생생하게 재현돼 잠시 그날의 1인이 되어봅니다. 도청 앞 분수대 앞에서 함께 시위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횃불을 들고 나선 2만여 명의 시민들 속에 당시 전남대 법대생이었던 고 박관현 열사의 실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귀한 자료를 이렇게나마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햇불시위 현장이었던 전남도청 분수대. 고 박관현 열사의 실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햇불시위 현장이었던 전남도청 분수대. 고 박관현 열사의 실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두두두두’, ‘빵빵’
어디선가 들리는 총소리와 자동차 경적에 귀가 번쩍 뜨입니다. 5월 20일 금남로 차량시위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민주, 인권, 평화를 갈망하던 5월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계엄군은 물러가라’를 외치던 그날의 팽팽했던 대치상황이 느껴졌습니다.

시민군 버스와 장갑차 대치 상황.
시민군 버스와 장갑차 대치 상황.

 
군인들의 장갑차와 시민군이 탄 버스 차량이 대치된 긴박한 상황. 관람객이 지날 때마다 움찔 놀라게 하는 헤드라이트와 귀를 째는 듯한 경적 소리가 공포감을 주었습니다.

1980년 5월 21일 30만 명의 시민들이 금남로와 도청 앞 분수대에 모였습니다. 오후 1시가 되자 애국가가 울려나오고 군용 헬기가 떠다닙니다. 느닷없이 나오는 애국가에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 멈줬습니다. 당시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오른손을 가슴 위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애국가는 시민들을 집단 발포하라는 신호였습니다.

베버남순 해설가가 희생당한 시민의 시신을 모아두었던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베버남순 해설가가 당시 민주화운동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5·18 당시 시민군을 대변했던 윤상원 열사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장소가 이곳입니다.”

윤상원 열사는 옛 전남도청 민원실 2층 회의실에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남아 민주주의를 외치던 중 총칼로 무장한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습니다. 잘 알지 못했던 열사들이 마치 우리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5.18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리는 하얀 운동화들.
5.18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리는 하얀 운동화들.
 

개방된 옛 전남도청 내부에는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영상과 전시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옛 도청건물 안에는 옛 전남도청 건립 때부터 5.18 민주화운동, 촛불혁명까지 100년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나 외지인들도 당시의 끔찍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혹시나 이곳에 방문하게 된다면 도슨트의 해설을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5.18 당시 헬기 총격을 받았던 옛 전일빌딩. 아직도 그자국이 남아있다.
5.18 당시 헬기 총격을 받았던 옛 전일빌딩. 아직도 그 자국이 남아있다.
 

옛 도청 3층 전시관을 돌다 창문 넘어 전일빌딩과 시계탑을 보았습니다. 그날의 총성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고 외치는 듯합니다. 총탄 자국 선명하게 남아있는 옛 전남도청 현판과 헬기 사격을 받았던 전일빌딩 창문, 어디론가 옮겨진 뒤 다시 자리를 찾은 시계탑까지… 역사의 기록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2018년 평화로운 5.18 민주광장 모습.
2018년 평화로운 5.18 민주광장 모습.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는 상처들이 많은 광주입니다. 시간은 코흘리개 꼬맹이를 벌써 중년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5월의 연사는 찬란합니다. 어두운 역사에 한줄기 빛이 된 그날의 정신과 가치가 곳곳에서 재조명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현숙 happy0463@hanmail.net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 1.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기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텍스트 데이터는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아니하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사전에 협의한 이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공채시험 합격수기 공모 나는 이렇게 합격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