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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대신 드론, 세뱃돈은 모바일로~

달라진 풍경을 통해 바라본 설날에 대한 소회

2018.2.14

‘감’으로 알았다. 사람들 손에 선물 상자가 들렸고, 택배가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다. 올림픽에 들뜨는 사이 설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해 설 얘기다. 전북 임실을 향해 달리던 중이었다. 사고가 없어도 도로는 막혔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넘나들며 3시간 넘게 운전 중인 남편에게, 난 안 해도 될 질문을 했을 거다. 순간, 차는 간발의 차로 갈림길을 잘못 탔고, 우리 차는 서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뻥 뚫린 도로를 가열차게 직진하던 남편은 최소한의 욕이라도 해야 했지만, 난 그 상황이 웃겨 조용히 킥킥거렸다. 좌우지간 내게는 재밌는 추억이다. 

명절 귀성길 고속도로는 사고가 없어도 막히는 법이다.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해 신규 개통된 도로를 확인하자.(출처=뉴스1)
명절 귀성길 고속도로는 사고가 없어도 막히는 법이다.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해 신규 개통된 도로를 확인하자.(출처=뉴스1)
   

2018년의 설이 코앞이다. 본격적인 한 해는 역시 우리의 설 명절로 시작된다. 느낌이 그렇다. 이제 고향과 부모님, 가족에 대한 마음을 행동으로 채울 때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설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 또한 변하고 있다. 다채롭게 달라진 2018년의 설 풍경을 살펴보자. 

명절 즈음 마음이 바쁜 것은 ‘선물’ 때문이다. 물건은 시대를 투영한다. 설 선물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설탕이나 비누, 밀가루로 등장한 명절 선물은 70년대 식용유, 치약, 커피로 이어졌다. 참치와 통조림, 과일과 정육세트까지 종류가 다양해 진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는 상품권과 건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설 앞두고 활기에 넘치는 전통시장.(출처=뉴스1)
설 앞두고 활기에 넘치는 전통시장.(출처=뉴스1)
 

준비한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은 가족이 세배를 하고 음식을 나누며 정을 쌓는 것이 설의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이젠 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익숙하다. 아울러, 자녀가 사는 곳으로 향하는 역 귀경이 늘어 양쪽 차량이 막히는 모습 또한 달라진 풍경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서 내려왔느냐’ 고향에 도착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어찌됐건 막히는 건 변하지 않았다. 조금씩 덜 막히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삼지만, 이도 복불복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한 귀향길을 돕기 위해 조금씩 달라진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막히는 도로를 하늘에서 촬영하며 본분을 다했던 드론이, 상공 25m 상공에서 교통 단속을 하며 열일을 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막히는 도로를 하늘에서 촬영하며 본분을 다했던 드론이, 상공 25m 상공에서 교통 단속을 하며 열일을 하고 있다.(출처=픽사베이)
 

지난 해 등장한 신규 도로와, SRT 개통, 프리미엄 고속버스 등장으로 철도와 고속버스 이용이 더욱 편리해졌다. 네비게이션 업데이트는 필수다. 감시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25m 상공에서 교통 단속도 한다. 끼어들기, 갓길 주행, 지정차로 위반 등을 감시할 예정이니 하늘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설 명절, 남성은 교통체증, 여성은 가사노동이 걱정이다. 먹거리 풍성한 설이라도,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노고가 있어야 탄생하니 문제다. 하지만, 다 방법이 있다. 요즘은 먹을 만큼만 살 수 있는 소포장 제수 음식과 주문 차례상도 있으며. 데우기만 하면 되는 생선전과 볶아놓은 나물, 손이 많이 가는 식혜와 잡채까지 등장했다. 살기 좋은 세상이다.

취직과 결혼 스트레스에 설에도 고향을 찾지 않는 청춘들이 적지 않다. 홀로 명절을 보내는 ‘혼족’들이 늘면서 편의점은 도시락 대목 시즌을 맞는다. 먹는 것이 넘쳐나는 설에도 한쪽에선 독신자 기획 상품이 매진되기고 있으니 이색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진화한 IT기술도 한 몫을 한다. 이동통신사들의 홈 IoT 서비스가 장기간 비워야 하는 집을 단속해 준다. 보일러나 전자기기 등을 원격제어 하며, 도둑을 예방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연 대신 드론을 날리는가 하면, 신권을 인출해 봉투에 담아주던 세뱃돈도 스마트폰 송금으로 대체 가능해졌다.

명절 선물을 시대를 투영한다. 1960년대 설탕이나 비누, 밀가루 같은 생필품에서 식용유, 치약 커피가 인기였던 70년대로, 80년대 참치와 통조림 세트, 과일과 정육세트에서 상품권이 등장한 90년대에는 건강 관련 선물세트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출처=ktv)
명절 선물을 시대를 투영한다. 1960년대 설탕이나 비누, 밀가루 같은 생필품에서 식용유, 치약 커피가 인기였던 70년대로, 80년대 참치와 통조림 세트, 과일과 정육세트에서 상품권이 등장한 90년대에는 건강 관련 선물세트가 부상하기 시작했다.(출처=KTV)
 

이름하여 ‘카톡 세뱃돈’이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하긴 하다. 구하기 힘들다는 신권을 준비하지않아도 되고, 받은 돈을 다시 은행에 넣을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이에 시중 은행들은 휴대전화로 세뱃돈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변하는 풍경은 시골도 마찬가지다. 명절에 찾는 시골 분위기는 갈수록 적적하다. 동네 골목마다 시끄럽던 예전의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고향을 지키던 어르신들은 한해 한해 유명을 달리해,이제 비어있는 집도 생겼다. 마음 쓸쓸해지는 일이다. 

‘명절증후군’이나 ‘명절 깁스’는 명절이면 등장하는 말이 됐다. 편한 것이 넘쳐나도 명절이 반갑지 않은 며느리들에게 설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시기일 수 있다. 명절이 끝난 후 ‘명절 힐링’ 상품이 등장하거나, 증가하는 이혼소송 상담도 이를 증명한다.

이렇듯 설 풍경이 달라지는 것은, 문화적 환경과 더불어 명절을 주도하는 세대가 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편한 것이 무작정 좋지도 않고, 힘들기만 한 것 역시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오랜 귀성길부터다. 가족을 향해 떠나는 특별한 여행이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아무쪼록 새해 첫 명절, 설 만큼은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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