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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했다구요? 당신은 범죄자입니다!

정부, 불법촬영 범죄 근절하고 안전한 사회 만들기 위한 특별 메시지 발표

2018.6.22

지하철을 탔다. 한창 만지작거리던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거둔 여성들의 대화가 도란도란 시작됐다. 본의 아니게 그녀들의 수다를 엿듣게 됐다. 한 직장 여성은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법촬영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셀카 기능을 포기한 셈이다.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신과 같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불법촬영을 당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만약 가능하다면 큰일이지 싶었다.

하긴, 몇 년 전에 한 주부의 푸념을 듣고 생소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녀는 집 거실에 있는 TV가 무서워졌다고 했다. 내장돼 있는 카메라로 누군가 자신을 관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TV 앞을 지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내가 허락하지 않은 시선에 관찰당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두렵다. 기술적 근거가 있든 없든, 날로 고도화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포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불법촬영·유포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악성 범죄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출처=pixabay)
불법촬영·유포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악성 범죄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출처=pixabay)
 

1990년대 초 MBC 예능프로그램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방송은 유명 연예인에게 촬영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시작된다.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있는 연예인을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끌어들이고, 황당해하는 날 것 그대로의 리액션을 가감 없이 몰래 촬영한다.

방송 말미에 몰래카메라였음을 진행자가 알리면, 피촬영자의 안도감과 함께 폭소가 터지곤 했다. 멋지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연예인의 인간적인 양심과 본성을 들여다보면서, 따뜻한 감동마저 느낄 수 있었기에 ‘몰래카메라’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기였기에, 방송사에서나 가능할 법한 설정이기도 했다.

날로 고도화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포감이 극대화되고 있다.(출처=pixabay)
날로 고도화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포감이 극대화되고 있다.(출처=pixabay)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재미와 감동으로 표현되던 ‘몰래카메라’는 어느새 ‘불법촬영’이라는 범죄로 변질되고 파생되어 큰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불법촬영·유포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악성 범죄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게다가 음란사이트·SNS 등 인터넷 공간을 통한 불법촬영물의 광범위한 유포가 여성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더욱 적극적이고, 엄정한 대응을 요구하는 여성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개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불법촬영 범죄 관련 특별 메시지를 지난 15일 발표했다. (출처=KTV)
5개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불법촬영 범죄 관련 특별 메시지를 지난 15일 발표했다.(출처=KTV)
 

정부가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는 불법촬영(몰카)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관련 범죄 근절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불법촬영이 완전히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기관이 나서서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정부는 교육부·법무부·행안부·여가부·경찰청 등 5개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차장이 공동으로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특별 메시지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먼저 지난해 9월 발표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 피해자 보호와 지원 등 대응체계가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일상 속에서 제대로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가 책임지고 점검할 계획임을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공중화장실 상시 점검체계를 마련한다. (출처=KTV)
행정안전부는 공중화장실 상시 점검체계를 마련한다.(출처=KTV)


행정안전부는 우선 공중화장실부터 상시 점검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중화장실은 그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었기에, 여성으로서는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시설인 게 사실이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특별재원 50억 원을 지자체에 지원하여 ‘몰카’ 탐지기를 대량 확보할 예정이다.

범죄우려가 높은 지역의 공중화장실부터 상시 점검하고 민간건물의 화장실까지도 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점검은 전파 탐지형 장비로 카메라가 숨겨진 구역을 확인하고 렌즈 탐지형 장비로 카메라 렌즈의 반사 빛을 탐지해 ‘몰카’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교도 불법촬영 안전지대는 아니다. 초·중·고교에서도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별로 탐지 장비를 보급하고 예방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학에서는 탐지 장비를 자체적으로 확보하여 상시점검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5개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불법촬영 범죄 관련 특별 메시지를 지난 15일 발표했다. (출처=행정안전부)
5개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불법촬영 범죄 관련 특별 메시지를 지난 15일 발표했다.(출처=행정안전부)
 

법무부와 경찰청은 불법촬영 및 유포와 같은 범죄행위를 신속하게 수사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범죄자를 단호하게 처리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불법촬영 행위가 적발되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신속히 증거를 확보하고, 불법촬영물이 확산되지 않도록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피해영상물이 신속히 삭제·차단되도록 방심위·여가부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 물통형 카메라, 단추형 카메라 등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용 불법영상 실시간 차단기술 개발 ▲ 미국, 일본 등과 양자 사법공조회의 개최 ▲ 해외사이트 불법 영상물 유포자 끝까지 추적 처벌 ▲ 불법촬영물 주요 공급망인 음란사이트·웹하드에 대한 강력한 단속·수사 등을 추진키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이용방법. (출처=행정안전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이용방법.(출처=행정안전부)

한편,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계속 문제로 지적되었던 피해자 지원을 위해 지난 4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센터에서는 불법촬영물에 대한 삭제지원과 상담, 사후 모니터링 등 피해자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참고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 시 전화(02-735-8994)로 연락하거나, 비공개 온라인 게시판(www.women1366.kr/stopds)을 통해 상담 접수하면, 피해 양상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명심해야 한다. 불법촬영물은 보지도 유포하지도 말아야 한다. 불법촬영과 그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다. 촬영물 자체가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범죄 영상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기본 가치다.



김은하
정책기자단김은하mlkway15@gmail.com
나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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