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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풍류에 외국인들도 얼쑤~

주한 외국인 유학생 대상 한국문화체험 콘서트 ‘헬로, 미스터 케이’ 현장 취재기

2018.6.7

오늘은 날씨가 청량하고, 바람마저 상쾌합니다.
여러 벗들과 함께 시회(詩會)를 갖고자 하오니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는 꽃길을 쓸고, 기다리겠습니다.

호산 조희룡(趙熙龍, 1797-1859)의 편지 中

부름을 받았습니다. 한 판 제대로 즐겨보자는 손짓이었죠! 조선시대 옛 선비처럼, 맑은 바람과 밝은 달에 취해 시를 짓고 즐겁게 노니는(吟風弄月) 그런 날이었습니다. 아담하고 운치있는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저는, 기꺼이 타임슬립에 마음을 허락했습니다. 

정원, 생활, 사랑방 풍류를 콘셉트로 한 Hello Mr. K를 찾은 주한 외국인 유학생들
정원, 생활, 사랑방 풍류를 콘셉트로 한 헬로 미스터 케이(Hello Mr. K)를 찾은 주한 외국인 유학생.


오래된 벗이 먼 곳에서 찾아 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 논어의 한 구절입니다. 5월의 마지막 날, 한국가구박물관에 귀한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문화적 파급력을 지닌 주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8 헬로 미스터 케이!(Hello, Mr. K!) 행사가 열렸는데요.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태훈)이 주최하고, 국제방송교류재단(대표 이승열)이 주관했죠. 올해도 연 3회에 걸쳐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바로 이날은 그 첫 번째 신호탄이었습니다. 

1장. 뜰에서 우리 ‘정원 풍류’를

한옥의 정취를 짙게 만들었던 주역듣
한옥의 정취를 짙게 만들었던 주역들.

  
초록빛으로 갈아입은 뜰에서 시작했습니다. 햇살 가득한 봄의 끝자락, 외신 기자 및 국내 취재진,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주한 외국인 유학생 크리에이터들이 모였죠.

미래 세대의 주역인 그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찼습니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전통 고가구를 품은 자연 속 한옥의 풍경을 보듬어볼 수 있는 공간이죠. 

한국의 전통문화 감성이 배어있던 한국가구박물관
한국의 전통문화 감성이 배어있던 한국가구박물관.

 
볕을 받아내는 한옥의 처마는 과학적이었고, ‘해태’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해치’는 그날의 정의를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우리 가옥의 소담한 품격 하나하나를 카메라로 소중하게 담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정원 곳곳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선비들이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시조를 읊으며 자연을 감상하고 있어 오감이 행복한 풍류 타임을 만들어주었죠. 이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답니다.

2장. 생활 풍류, 인사이드!

창덕궁 연경당으로 들어가는 길에 세워진 불로문을 본떴다.
창덕궁 연경당으로 들어가는 길에 세워진 불로문을 본떴다.


창덕궁 후원에 있는 불로문(不老門)은 영생을 향한다는 의미 덕분에 전국 곳곳에서 모방되고 있죠. 한국가구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불로장생은 전 세계인이 바라는 공통된 소망 아닐까요? 모두 한 마음이 되어 한국가구박물관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조선시대 가구 500점 정도를 계층, 공간, 지역(통영, 나주, 해주 등), 용도(책함, 교지함, 곡물보관함, 관복장, 찬장, 찬탁, 소반, 혼례상, 제례상 등), 재료(느티나무, 오동나무, 단풍나무 등) 등으로 나누어 전시한 곳이었는데요. 

목가구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국의 강산과 자연물을 본뜬 무늬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소반의 경우도 동물의 다리 모양이나 꽃 자태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사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죠.

해설사가 직접 가구 쓰임새를 알려주는 시연 과정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신기한 반응을 보였고, 습도에 취약한 나무 뒤틀림까지 감안해서 가구를 제작했던 선조들의 지혜에 탄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3장. 한옥 콘서트 & 한복 패션쇼 : 사랑방 풍류

가야금 독주 <달하 노피곰> / 가야금 : 조지현, 장구 : 최광동
가야금 독주 ‘달하 노피곰’.


백제 가요 ‘정읍사’의 첫 구절, ‘달하 노피곰’을 닮은 곡이었습니다. 멀리 장사 나갔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남편을 위해 달이 높이 떠 밝게 비추어달라는 아내의 마음이었죠. 잔잔하게 선율이 흐르자 사람들의 시선은 연주자에게로 옮겨졌습니다. 가야금 현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의 기억은 하나씩 생겨나고, 하나씩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대금독주 <청성곡> / 이명훈 &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 거문고 : 김준영, 장구 : 최광동
대금독주 ‘청성곡’ / 이명훈 &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세상의 모든 파도를 잠재우고 근심걱정을 없애준다는 천 년 전 전설 속의 악기, 만파식적과 닮았다는 대금. 그 소리를 가장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독주곡이 울렸습니다. 머리가 맑아지는듯한 선율은 불교의 죽비소리와도 같았죠. 조선시대 선비들의 힐링은 어쩌면, 바로 그런 지점이 아니었을까요. 

선비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거문고. 감정을 절제하면서 품위있는 매력을 가졌기에 민속 음악으로 ‘거문고산조’가 연주되기까진, 그들의 적잖은 저항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거문고산조’의 등장은 혁명과도 같았다네요. 남성적이고 묵직한 소리로 특별한 멋을 지니게 된 이 음악은 결국, 선비와 대중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음악으로 탄생되었습니다.  

평시조 <동창이> / 노래 : 김대윤, 거문고 : 김준영, 대금 : 이명훈
평시조 ‘동창이’.

 
우리 전통사회에서 ‘시인’이란 직업이 따로 있었을까요? 선비들은 누구나 시를 읊고, 글씨를 쓰고, 음악을 보편적으로 향유했기에 선비가 시인이고, 시인이 선비였을 겁니다.

충효, 권선징악, 청빈낙도 등의 주제를 입술로 목소리로 전파했던 그들의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습니다. 1690년 봄, 조선학자 ‘남구만’이 지은 시조는 봄을 맞이한 농촌의 정겹고 부지런한 아침 풍경이었거든요. 

한복의 매력에 한국인의 추임새를 덧입한
한복의 매력에 한국인의 추임새를 덧입힌 ‘선비의 일상’.

한복에서 비롯된 곱고 고운 빛깔이 음악과 함께 넘실거렸습니다. 예를 갖추어 서로를 존중하는 추임새가 패션쇼에 묻어났죠. 자태 한 올까지도 그저 우리 것이었습니다.

지아비의 선비 정신 뒤안길에는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을 내조하며, 가정교육에 충실했던 아내의 질곡이 있었음을 스토리텔링으로 표현했죠. 삶의 고단함을 꽃으로, 생명체로, 자수에 담아냈던 여인의 가슴이 전해졌습니다. 

선비 정신 뒤안길에 묵묵히 가정을 보필했던 여인의 삶
선비 정신 뒤안길에 묵묵히 가정을 보필했던 여인의 삶.

 
좋은 경치를 찾아 다녔던 선비처럼

한국 문화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2018 헬로 미스터 케이!’는 7월 18일 오전 11시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10월 25일 오전 11시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계속됩니다.         

박술녀 한복쇼
박술녀 한복쇼 ‘선비의 일상’ 피날레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권영태 사무관은 “해외에서 사랑받는 한국문화 융·복합 프로젝트인 이번 행사의 차별화된 점은 ‘1인 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참여이기 때문에, 더욱 창조적이고 살아있는 콘텐츠 제작이 기대가 된다. 앞으로 있을 두 번째, 세 번째 시간은 농악과 사자춤, LED 활용 등으로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형 무대가 기다리고 있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국내외 누리소통망(SNS)를 통해 전세계 구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현장감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한 외국인 유학생의 많은 참여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든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저라고 다를까요. 한국 문화의 원색을 만났던 외국인 유학생들이 멋진 정경을 찾아 노래했던 한국 선비처럼, 탐스러운 이야기를 글로벌하게 구전(口傳)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세희
정책기자단김세희sayzi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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