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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환우 뷰티관리사입니다’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 통해 ‘유어웰컴 메디뷰티’ 창업한 유지영 씨

2018.6.12

19살 지영 씨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중공업회사에 입사했다. 작은 얼굴에 큰 눈을 지닌 기계설계사였다. 팀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어려웠다. 2016년 1월,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급진적인 결정이었다.

“19살부터 22살까지 3년의 경력을 살려서 기계설계과를 갈까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긴 인생에서 한 번쯤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해보자는 마음으로 동주대학교 메이크업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 좀 더 의미있는 특별한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초기 암환자에게 뷰티케어를 하는 유지영씨는 단순히 외모를 바꾸자는 마음보다 그분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초기 암환자에게 뷰티케어를 하는 직업을 만든 유지영 씨는 단순히 외모를 바꾸자는 마음보다 그분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청년취업아카데미’에서 꿈을 향한 지름길을 찾을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부터 대학 재학생과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청년취업아카데미에서 창직과정을 진행했다. 지영 씨는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일에 조금씩 다가서기 시작했다. 

“창조적 역량 인재양성 과정에 참여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창직과 창업의 차이점, 리더십 교육과  PPT 등의 교육을 받았고,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창직을 통한 창업이나 취업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습니다.”

창직 교육은 업무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중심의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론은 물론 실습까지 진행하는 통합교육과정으로 창직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학교 교육과 산업현장 간의 현실적인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생의 취업과 창업을 돕고 교육하는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에서 유지영씨는 암환우 뷰티관리사로 대상을 수상했다.
대학생의 취업과 창업을 돕고 교육하는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에서 유지영 씨는 암환우 뷰티관리사로 대상을 수상했다.
 

“교육을 받던 중 저희 팀원의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독한 항암치료로 인한 외적 변화로 상실감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메이크업학과인 우리가 어머니를 위한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보자 라는 뜻을 모아 암환우 외모관리사를 창직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동주대학교 메이크업전공 ‘인디뷰티’는 그렇게 탄생했다. 항암을 시작하는 초기 암환자들은 피부가 검게 변하는 등 외모의 변화로 정서적인 우울감을 느끼기 쉬웠다. 그들을 대상으로 뷰티관리를 해 준다는 구상으로 2016년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에서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북 암센터에서 암환우들과 함께 하는 유지영씨
전북 암센터에서 암환우들과 함께 하는 유지영 씨.
 

“암환우들에게 신뢰를 얻고자 하는 노력했습니다. 암환우 관련 기사를 보고, 유방암 환우회인 ‘비너스회’ 유경희 회장님을 만나 오랫동안 암 투병을 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들었습니다. 항암으로 인한 외모의 변화로 겪었던 절망이 컸기에 안전이 검증된 서비스라면 모두가 받으려고 할 것이라는 말씀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검증된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지영 씨의 노력은 적극적이고 세심했다. 암센터와 제휴한 가발업체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발을 제공하며 암환우 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했다. 그렇게 신뢰를 쌓으며 암환우 뷰티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참여 가능성 여부를 조사했다.  

서정대학교 강의 중인 유지영씨의 모습
서정대학교 창업현장전문가로 강의 중인 유지영 씨의 모습
 

“창직 활동 중 미국에 갈 기회가 생겼거든요. 영어로 인터뷰를 작성해 시내와 대학교를 돌아다니며 ‘암환우 외모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지인을 통해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발간된 외모 관리 가이드북을 구해 번역했으며,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암 전문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공부해 ‘암환우를 위한 뷰티 매뉴얼 북’을 만들었습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죠.”

지영 씨는 암환우의 외모를 바꾸자는 마음보다 그분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분 한 분과 진심을 담아 대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고, 외모의 변화와 더불어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고 했다. 사려 깊고 따뜻한 말이었다. 

2016년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에 암환우 뷰티관리사로 출전한 유지영 씨.
2016년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에 암환우 뷰티관리사로 출전한 유지영 씨.
   

한결같은 노력은 또렷한 결과를 만들었다. 2016년 창직수상과 더불어 졸업한 지영 씨는 발로 뛰는 다채로운 노력 끝에 2018년, 어엿한 창업자가 됐다. 현재는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암환우 뷰티관리사라는 새로운 일을 창업으로 연결하기까지 자금 부족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등에 지원해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창직 교육에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창직 과정이 끝난 후 실제 창직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나 사례를 통한 사후관리의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창직은 단지 창의적인 아이디어였을 뿐 실전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운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지영 씨는 먼저 창직을 한 사람들의 멘토링을 받는다면, 실패 요인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창직 교육이 끝난 이후에도 지원 사업을 연결해 주는 등의 마무리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어웰컴 메디뷰티에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함께. (맨 왼쪽 유지영씨)
유어웰컴 메디뷰티에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함께.(맨 왼쪽이 유지영 씨)
 

“새로 시작한 회사, 유어웰컴 메디뷰티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소득층 암환우들을 위해 캠페인 진행 및 플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병원과 협업을 통해 암환자를 대상으로 외모관리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대기업과 협력하는 식으로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있습니다.” 

작은 얼굴에 큰 눈을 지닌 19살 기계설계사는 25살의 창업자로 거듭났다. 완벽하게 다른 분야의 진로를 선택했기에 스스로 계획하며 끊임없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는 지영 씨는 암환우 뷰티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자신에게 소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더라면 이러한 과정들이 소중한 지 몰랐을 것 같아요. 많은 고민을 통해 찾게된 진로이기 때문에 제겐 더없이 소중하죠. 아직 느리고 부족하지만 저와 잘 맞는 일을 찾았다는 것에 대단히 만족합니다.”

국내 1호 암환우뷰티관리사 프로그램이 생긴 전북지역 암센터
국내 1호 암환우 뷰티관리사 프로그램이 생긴 전북지역 암센터.
 

팀원들의 관계와 더불어 일을 통한 만족도가 높아 회사의 분위기는 화사했다. ‘선한 아름다움을 나누는 사람들’. 유어웰컴 메디뷰티의 슬로건이다. 지영 씨가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건 단 한 가지다. ‘암환우 뷰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그리고 회사가 되는 거다. 

“제가 좋아하는 미용으로 사람의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변화시켜 줄 수 있음을 알게 됐고, 그 사실이 감사합니다. 전공을 살린 아이디어로 새로운 직업을 디자인해 보세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라면 더 의미있는 도전이 될 것입니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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