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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어렵다고 지적한 문화재 안내판 살펴보니

문화재청, 전국 1만여 문화재 안내판 알기 쉽고 흥미롭게 개선 추진… 덕수궁 안내판 취재기

2018.8.6

지난 5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경내에 있는 문화재 안내판 ‘침류각’에 관한 설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6월 27일 문화재청은 7월부터 지자체와 함께 전국에 있는 문화재 안내판 1만여 건의 내용과 상태를 점검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해 내년까지 일차적으로 정비를 완료한다고 밝혔다.

문화재 안내판 정비 방향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이해하기 쉬운 안내문안, 국민이 알고 싶은 정보 중심의 유용한 안내문안, 지역 고유 역사문화를 이야기로 반영한 흥미로운 안내문안으로 정한다고 한다.

우선 연내에는 서울 고궁과 청와대 주변 북악산·인왕산, 조선왕릉, 고도(古都)이자 문화재가 밀집한 경주·부여·공주·익산 지역 문화재 안내판을 조사·정비한 뒤 내년에는 조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노후도·안내문 난도·문화재 관람객 수를 고려해 일부 안내판을 교체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재 안내판뿐만 아니라 문화재 명칭도 쉽게 바꿀 예정이다. 

덕수궁 정문의 현판
덕수궁 정문의 현판 ‘대한문’.
 

필자는 일반 관람객의 입장에서 서울 시내 고궁들 중 접근성이 뛰어난 덕수궁을 방문해 문화재 안내판을 살펴보기로 했다. 덕수궁 정문 출입구로 입장하기 전 한자로 표기된 ‘대한문’이라는 현판을 올려다 보았다. 입구에서 현판을 대하자마자 한자가 아닌 한글에 익숙한 젊은 세대라면 한자로 표기된 현판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궁의 특성상 고궁 내의 여러 건물의 명칭이 한자로 표기되어 있다. 그 한자마저도 실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최소한 한자 뜻풀이는 있어야 할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관람정보 안내문을 챙겨 들었다. 필자는 덕수궁 경내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과 입구에서 배포한 관람정보 안내문, 덕수궁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덕수궁에 관한 정보 3가지를 비교해 보았다. 편의상 문화재 안내판의 글자를 식별하기 위해 빨간색 테두리를 두르고, 말주머니를 달아 두었다. 

‘덕수궁’을 소개하는 안내판.
 
‘덕수궁’을 소개하는 관람정보 안내문.
 

덕수궁 관람 코스의 첫 번째로 ‘덕수궁’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만났다. 덕수궁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덕수궁’이라는 궁궐의 명칭이 뜻하는 바와 그 이름이 유래한 사연이 나와 있지 않다.

덕수궁 안내판의 일부를 인용하면, ‘1907년에 고종이 퇴위하면서 선황제의 거처가 되어 궁의 이름을 덕수궁으로 바꾸었으며’로 나와 있다. 관람정보 안내문의 일부를 인용하면, ‘1907년 고종이 강압에 의해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부터 경운궁은 덕수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로 나와 있다.

안내판과 관람정보 안내문의 내용이 똑같이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덕수궁의 역사를 서술한 사실적인 내용이어서 내용이 다르진 않다. 하지만 안내판과 관람정보 안내문의 내용이 일치해야만 관람객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굳이 다르게 서술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즉조당
즉조당.
 
‘즉조당’을 소개하는 안내판.
 

덕수궁 관람 코스의 6번째 ‘즉조당’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았다. 안내판에서 ‘즉조당’의 용도를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즉조당’이라는 명칭이 뜻하는 바와 그 이름이 유래한 사연은 나와 있지 않다.

‘즉조당’ 안내판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 일대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거처했던 전각들을 보존한 곳이다’라고 나와 있다. ‘즉조당’은 발음하기도, 한자의 뜻을 유추하기도 어렵다. 첫 줄에 ‘즉조당’도 어려운데 거기다 ‘전각’이란 단어까지 등장하니 독해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정관헌
정관헌.


‘정관헌’을 소개하는 안내판.
 

덕수궁 관람 코스의 10번째 ‘정관헌’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았다. ‘정관헌’을 건축한 인물, 구조, 용도를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역시 ‘정관헌’이라는 명칭이 뜻하는 바와 그 이름이 유래한 사연이 나와 있지 않다.

‘정관헌’ 안내판의 일부를 인용하면, ‘궁궐 후원의 언덕 위에 세운 휴식용 건물로 이름에 걸맞게 조용히 궁궐을 내려 보고 있다’로 나와 있다. 여기서 ‘이름에 걸맞게’ 라는 표현이 있는데 정작 그 이름에 관해서 뜻풀이를 하고 있지 않다. 

필자가 덕수궁 경내에 있는 문화재 안내판 3개를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발견한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한자로 된 명칭의 한자 뜻풀이가 없다, 이름의 유래에 얽힌 사연이 없다,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재 안내판과 관람정보 안내문, 덕수궁 누리집 소개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 문화재 안내판을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덕수궁 경내
덕수궁 경내를 찾은 시민들.
 

덕수궁을 찾은 시민들에게 문화재 안내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유모차를 끌고 온 여성은 “정작 궁금한 내용은 없고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제대로 끝까지 읽은 적이 드물다”라고 답했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막막했다”라고 말하면서 문화재 안내판이 쉽게 바뀐다니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서울 강북 수유리에서 친구와 함께 덕수궁을 찾은 이진선(24) 씨는 자주 고궁을 찾고 문화재 안내판을 열심히 읽는다고 했다. 이진선 씨는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용어가 어렵다. 역사적 배경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문화재 안내판을 변경한다면 반영해야 할 사항을 물었더니 “오디오 가이드처럼 안내판도 해설이 풍부했으면 좋겠다. 설명이 어렵고 짧은데, 어려운 단어는 각주를 달고 문화재 관련한 에피소드가 곁들여진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문화재 안내판이 문화재 가까이에 있어서 관람객들의 눈에 잘 띄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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