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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봄이 온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 거는 기대감

2018.3.28

얼굴로 흘러내린 섬세한 머리카락과 아련한 눈빛. 가수 윤상은 딱 그렇게 내게 왔다. 그의 선율은 근본부터 독창적이었다. 연약하고 가느다란 음색으로 선보인 데뷔곡, ‘이별의 그늘’만 봐도 그렇다. 완벽한 슬픔이었다. 어딘가에 ‘이별’을 오선지에 그려놓으면 바로 이런 멜로디가 아닐까 싶었다.

그 시절부터다. 감성을 몽땅 갈아 넣은 듯한 윤상의 음악으로, 난 정말 쉽게 행복했다. 발라드뿐 아니다. 고인인 된 가수 신해철과 프로젝트 듀오를 결성했고, 세상 갖가지 소리로 멜로디를 만드는 실험적인 음악에 도전했다. 한결같이 봐 온 사람들은 안다. 그의 정교하고 각별한 음악의 신세계를 말이다.

윤상은 가수이면서 작곡자이자 편곡과 프로듀싱을 겸하는 뮤지션이다. 90년대, 하늘하늘한 리듬의 ‘보랏빛 향기’(강수지)를 만들고,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입영열차 안에서’(김민우)를 선사하며 타고난 음악성에 대중성까지 인정받았다.

2003년 돌연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났지만, 7년 후 돌아와 달라진 가요계를 접수했다. 낯선 아이돌 음악에서 그의 멜로디가 들렸고, 난 반가웠다. 윤상은 아이유와 러블리즈 등 아이돌 세대까지 아우르며 음악 작업을 이어갔다.

지난 20일 평양공연을 위해 남북 가수가 만났다. 음악성을 인정받은 대중가수 윤상이 남측의 수석대표를 맡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출처=통일부)
지난 20일 평양공연을 위해 남북 가수가 만났다. 음악성을 인정받은 대중가수 윤상이 남측의 수석대표를 맡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출처=통일부)
 

그런 윤상이 뉴스에 등장했다. 평양에 간다고 했다. 그것도 무려 수석대표로 말이다. 말 한번 한 적 없는 아는 오빠 같은 느낌의 윤상이 평양엘 간다니 기분이 이상했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뭉클했다. 그곳이 일본이나 자메이카가 아닌, 평양이기 때문이었을 거다. 동시대를 이끈 감성 뮤지션의 평양행으로 획기적인 시대의 변화를 실감했다.

물론 이전에도, 우리 가수의 평양 공연은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느낌은 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는 전쟁을 걱정하며, 생존배낭을 구입했던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전시 국가만을 찾는다는 유명한 종군기자가 우리나라에 도착했다는 보도를 접하는 순간에는, 막연한 걱정이 구체적인 현실로 자리 잡는 것 같았다.

곡절이 많은 한반도에서 남북 가수의 만남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기에 충분했다. 지난 20일, 판문점에서 평양 공연을 위해 남북 가수가 만났다. 남측대표로는 윤상 수석대표가, 북측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예술단 단장을 맡았던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대표로 나섰다. 남북 예술단 대표는 실무 접촉을 통해 공연 날짜와 장소, 가수와 예술단 인원 등을 조율한 공동보도문을 교환했다.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예술단 대표는 평양공연을 위한 날짜와 장소, 가수와 예술단 인원 등을 조율하고 있다. (출처=통일부)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예술단 대표는 평양공연을 위한 날짜와 장소, 가수와 예술단 인원 등을 조율하고 있다.(출처=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와 관련, 4월 1일 오후 5시 반(북한 시간 오후 5시)에 동평양대극장에서 우리 측 단독 공연이 2시간 가량 열리고, 3일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 공연이 2시간 동안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태권도연맹(WT)이 참여하는 태권도 시범단 공연은 4월 1일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우리 측 태권도 시범단 단독 공연이 진행되며 4월 2일 평양 대극장에서 남북 합동 공연이 열린다.

예술단에는 이미 평양 공연 경험이 있는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 윤도현이 포함됐다. 강산에, 김광민도 합류한다. 또한 평양 대학생에게 인기라는 ‘총맞은 것처럼’의 백지영과 북한에서 꾸준히 사랑 받은 노래 ‘사랑의 미로’를 부른 중견가수 최진희도 함께 한다.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의 이름이 함께 등장한 것은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됐다. 기성세대 가수 뿐 아니라 음악성을 인정받은 가수나 대중적인 아이돌까지 함께 한다는 사실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끄는 방법일 수 있었다.

평양공연을 위한 남북 예술단 대표의 실무접촉 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는 윤상 수서대표의 모습 (출처=통일부)
평양공연을 위한 남북 예술단 대표의 실무접촉 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는 윤상 수석대표의 모습.(출처=통일부)
 

2005년 이후 무려 13년만이다. 평양에서의 뜻깊은 공연이 다시 열리기까지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양 공연을 준비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고 이제 남북 분위기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그간 한반도는 긴장과 위협을 반복하며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그 아슬아슬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기꺼이 버틴 우리에게, 극적인 반전의 기회가 찾아 오고 있는 거다.

통일을 이룬 독일의 노력 중 하나가 체육, 문화 교류였음을 생각하면,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2월 문 대통령은 국내 방한한 독일 대통령에게 “동서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와 통일일 이룩한 독일의 경험이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정치 경제적인 측면의 정부차원의 노력을 국민들은 잘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와 음악회, 영화상영, 작가 초청강연 등의 활발하고 다양한 문화행사 교류는 서독 측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분야였다.

‘한류’는 이미 세계적인 문화다. 한류의 얼굴인 우리 가수들이 평양 무대에서 우리의 음악으로 그들에게 감동을 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윤상 음악감독이 선보일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 역시 어떤한 감동을 줄지 몹시 궁금하다. 정치적 이념을 배제한 채 순수한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 말이다.

지난 20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실무접촉 종결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나선 윤상 수석대표와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통일부)
지난 20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실무접촉 종결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나선 윤상 수석대표와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출처=통일부)
 

화해 협력 분위기를 위한 정서적 공감은 문화적 교류를 통해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평양공연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군사적 긴장 해소 뿐 아니라 남북 국민 정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는 의미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예술단 공연의 공식 타이틀이 ‘봄이 온다’로 정해졌. 예술단 방북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평화적인 흐름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공연이 ‘한반도의 봄을 향한 여정의 시작이길 기대해 본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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