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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찰의 시원한 한판 뒤집기!

우여곡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 이야기

2018.7.16

더운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시원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인데요. 그중에는 세계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ICOMOS)에서 등재를 반려한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도 포함되었죠.

이 세 사찰은 역사적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되었습니다. 더불어 봉정사는 다른 사찰 6곳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받았죠. 그런데 어떻게 이 세 사찰은 시원하게 한판 뒤집기에 성공하고 다른 산사들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을까요? 그 바탕에는 외교부와 문화재청의 노력과 긴밀한 민관협력이 있었습니다.

산사 7곳을 모두 등재하는 데 위원국 17개국이 공동 서명하고, 20개국이 지지 발언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정부의 피땀 어린 노력이 세 사찰의 역전을 가능하게 한 것이죠. 그렇다면 한판 뒤집기에 성공한 이 세 사찰에는 어떤 역사적 가치와 매력이 담겨있을까요.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마곡사 입구.

공주 마곡사는 태화산 기슭 맑은 계곡을 끼고 위치한 산사로 조계종의 대전/충남지역 70여 사찰을 관장하는 대본산입니다. 640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짙푸른 녹음 속에 둘러싸인 마곡사 가는 길은 초록색이 묻어날 것 같습니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마곡사 극락교 위의 연등
마곡사 극락교 위의 연등.

마곡사로 들어가는 정문 역할을 하는 해탈문에 이어 마곡사의 두 번째 대문인 천왕문은 조선 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건물 안쪽에 사천왕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한 마곡사는 아기자기해 정답게 느껴졌습니다. 극락교를 건너 대광보전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에 만난 연등은 비에 젖어 고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마곡사의 대광보전
마곡사의 대광보전.

대광보전 앞의 오층석탑은 보물 제799호로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1972년에 탑을 해체하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동으로 만든 향로와 문고리가 발견됐다네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안에 있는 보물들은 거의 도난을 당한 터라 오직 크고 당당한 멋진 풍채의 오층석탑만이 굳건하게 서 있답니다.

마곡사의 응진전과 백범당
마곡사의 응진전과 백범당.

마곡사 응진전은 부처님을 중심으로 부처님의 제자인 16나한을 모시는 건물로 철종 3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어 그 이전에 건립된 건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곡사 곳곳에 백범 김구 선생의 자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일본인 장교를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아 옥살이를 하다 탈옥해 은거한 곳입니다. 삭발하고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잠시 출가하여 수도했다는 절이지요.

응진전 옆의 작은 집은 김구 선생이 생활하던 백범당(옛 심검당)입니다. 벽에 걸려 있는 당시의 김구 선생의 모습을 사진 속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백범당 옆의 푸른 향나무는 1898년 마곡사를 떠난 선생이 1946년 거의 50년 만에 돌아왔을 때 대광보전 기둥에 걸려있는 ‘주련의(돌아와 세상을 보니 마치 꿈 가운데 일 같구나)’라는 능엄경에 나오는 문구를 보고 감개무량하여 그때를 회상하며 직접 심은 나무랍니다. 백범당 뒤쪽 숲길로 가면 시원한 개울물이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혀줍니다.

마곡사 솔바람길(백범 명상의 길)
마곡사 솔바람길(백범 명상의 길).

마곡사 솔바람길(백범명상의 길)로 1코스, 2코스, 3코스로 이루어졌는데 숲길을 따라 200m쯤 걸어가면 김구 선생이 승려가 되기 위해 삭발한 곳, 삭발터가 나옵니다. 1코스로 1시간 걸리는 길입니다.

마곡사는 그리 크지 않지만 볼 것도 많고 잔잔하게 마음을 감싸주는 천 년의 세월이 엮어 놓은 매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순천 선암사의 승선교(보물 제 400호)
순천 선암사의 승선교(보물 제400호).

순천 선암사는 전남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동쪽에 자리 잡은 전통사찰이자 순천의 대표사찰입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불러모으고 있는 순천 선암사.

신라 시대 도선이 창건했다고 전해오고 있는 순천 선암사는 서쪽에 있는 평평한 큰 돌에서 옛 선인이 바둑을 두었다는 설화가 전해져 ‘선암’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답니다.

정유재란 때 큰 피해를 당하였으나 여러 번의 중수 중창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순천 선암사 앞의 아치형의 승선교(보물 제400호)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인데요.

다른 사찰에는 있는데 선암사에 없는 삼무(三無)가 있습니다. 사천왕문이 없고, 협시보살상이 없고, 대웅전 정중앙에 있는 어간문이 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제 선암사에만 있는 특별한 문화재와 보물을 소개하겠습니다.

선암사의 승선교는 조선 숙종 때 1698년에 만들어 순조 때인 1825년에 다시 지은 무지개다리입니다. 다리 밑 계곡의 맑은 물에 비친 반쪽과 실제의 반쪽 모양이 합쳐져서 하나의 동그란 원이 된 모습이 예쁘답니다. 신선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승선교(보물 제 400호)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립니다.

순천 선암사의 삼인당과 선암매길
순천 선암사의 삼인당과 선암매길.

선암사의 일주문(지방유형문화재 96호)도 임란과 병자호란을 피해 유일하게 소실을 면한 건물로 조선 중기 사찰의 일주문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주문까지 가는 길에 있던 ’삼인당‘은 신라 말기 도선 국사가 팠다고 전해지는데 ‘사물은 영원한 게 없다’라는 불교의 세 가지 근본 교리를 표현해 놓은 연못입니다.

팔상전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명한 선암사의 선암매길이 나옵니다. 돌담길에 있는 매화길은 홍매화지만 600년이 넘은 매화나무는 선암사의 백미 ‘선암매’라고 불리는 백매화 나무랍니다.

삼성각 앞마당의  소나무
삼성각 앞마당의 소나무 ‘와송’.

삼성각 앞마당에는 선암매와 함께 630여 년 전에 심어졌다던 누운 소나무 ’와송‘이 있습니다. 약수터 뒤 종무소로 사용하는 창파랑도 개성있는 건물입니다. ’해‘와 ‘수’자가 붙어 있는데 선암사는 유독 화재가 자주 나서 불이 나지 말라는 의미로 붙여 놓았답니다.

우리나라 사찰 재래식 해우소 중 가장 오래된 순천 선암사의
우리나라 사찰 재래식 해우소 중 가장 오래된 순천 선암사의 ‘뒷간’.

우리나라 사찰 재래식 해우소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뒷간, 선암사의 해우소도 유명한 곳입니다. 현재도 사용하고 있으며 CF 촬영까지 한 명소입니다. 천 년 넘게 이어온 사찰의 가치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순천 선암사였습니다.

안동 봉정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을 가지고 있는 산사입니다.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능인스님이 도력으로 종이 봉황을 접어서 날리니 이곳에 와서 머물렀다 하여 봉정사라 명명하였답니다.

안동 봉정사의 대웅전, 극락전(가장 오래된 목조건물),고금당, 화엄강당<출처-봉정사 홈페이지>
안동 봉정사의 대웅전, 극락전(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고금당, 화엄강당.(출처=봉정사 홈페이지)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자료들이 소실되어 창건 이후 사찰 역사는 전해지지 않았는데 1972년 봉정사 극락전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공사를 진행할 때 상량문에서 기록이 발견되었답니다.

고려시대 공민왕 12년인 1363년에 극락전을 중수하였다는 기록으로 봉정사 극락전은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건물로 인정되었습니다.

1962년 국보15호로 지정된 극락전과 2009년에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이 있으며 보물로 지정된 화엄강당과 고금당이 있습니다. 마곡사나 선암사보다 작은 규모의 봉정사는 이코모스(ICOMOS)에서도 규모가 작다는 지적을 받고 등재가 반려되었었지요.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안동 봉정사 세 사찰은 등재 반려에도 굴하지 않고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와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내용적 오류를 수정해 ‘정오표(factual errors)’를 작성하고, 등재여부를 결정하는 21개 위원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외교지지 교섭자료’를 제작하는 등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21개 위원국의 지지를 이끌어 냈습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산사에서 선을 수행하는 전통은 한국에만 남아 있다는 것과 1000년 넘게 한국 불교의 전통을 계승한 종합 승원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보류되었던 세 사찰이 시원한 한판 뒤집기로 유네스코 등재에 성공한 만큼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는 데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난희
정책기자단이난희nanhee3@gmail.com
정책의 현장에서 느껴 보고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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