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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GP 예비역 장교가 본 JSA 비무장화

<평화, 일상이 되다 ⑥> 군사지역 아닌 관광명소 거듭나길

2018.10.18

남자들이 만나 술 한 잔 하게 되면 안주거리로 자주 꺼내는 얘기가 군대 경험담이다. 나 역시 강원도 최전방에서, 그것도 북한군과 코 앞에서 마주했던 GP(Guard Post, 감시초소)에서 군생활을 했으니 친구들과 만나면 GP 경험담을 자주 얘기한다.

1985년 3월 장교로 임용된 후 3개월 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배치된 곳이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이다. 그 당시에는 너무 오지라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 “(이 좋은 곳을) 인제 와서 원통해서 못살겠네!”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강원도 인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적막감과 고립감이 아주 심한 곳이었다.

접경지대에서 우리측 초소와 북측 초소.(출처-뉴스1)
접경지대의 우리측 초소와 북측 초소.(출처=뉴스1)
   

나는 10개월간의 주둔지 근무가 끝나고 1986년 4월 GP로 투입됐다. 내가 근무하던 GP는 북한 GP와 약 9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GP 배치 후 일주일 간은 너무 긴장해서 거의 잠을 못 잤다. GP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잠을 잘 때도 총을 들고 전투화도 신고 잔다.

단 1초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항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상태로 지내야 했다. 지금은 시설이 좋아졌지만 당시에는 부식과 시설 모두 열악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25명의 부하들과 지내며 하루 하루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 나의 최대 관심사였다. GP에서 근무한 6개월간 큰 사고는 없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긴장된 시간이었다. 당시 GP에서 나는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가 없어지면 참 좋을텐데…”하며 안타까워했다.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 참석자들이 판문점 JSA 비무장화 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출처=국방부)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 참석자들이 판문점 JSA 비무장화 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출처=국방부)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면을 TV를 통해 생중계로 지켜봤다. 전세계 역시 이 장면에 주목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긴장 속의 한반도였는데, 남북의 두 정상이 끌어안고 포옹하는 장면을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후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고, 남북 간 이산가족 만남뿐만 아니라 군사적 조치들도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GP 근무 당시 안타까워했던 일들이 조금씩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 17일  JSA에서 한국군, 북한군, 유엔사 장교들이 JSA 비무장화를 논의하기 위해 정전협정 체결 이후 55년만에 처음으로 3자 협의를 했다고 한다. 이에 연내에 판문점 JSA(Joint Security Area, 공동경비구역)가 비무장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비무장지대 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작업을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열쇠부대)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개시했다.(출처=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육군은 비무장지대 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작업을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열쇠부대)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개시했다.(출처=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지난 10월 1일부터 JSA 일대를 비롯해 시범적 공동유해발굴지역인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에서 지뢰와 폭발물 제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JSA 비무장화는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사항이다. 남북 및 유엔군사령부가 3자협의체를 열어 머리를 맞대고 JSA 비무장화는 물론 자유 왕래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JSA는 지금도 우리 군장병뿐만 아니라 북한군이 총을 맞대고 있는 남북 분단의 상징적인 곳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은 판문점을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장소”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엄청난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비무장화 한다니 얼마나 좋은 소식인가! JSA 비무장화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행된 후 그 다음으로 DMZ, GP로 확대한다면 남과 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긴장 속에 근무하던 살벌한 근무 환경도 나아질 것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가 17일 오후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 소재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하고 있다.(출처=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가 17일 오후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 소재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하고 있다.(출처=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혹자는 비무장화 조치가 무장해제로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부르짖고 있지만 그 전제는 군사적 긴장 완화 내지 무장해제다. 서로가 총을 겨눈 상태에서 무슨 평화가 오겠는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JSA, DMZ, GP 뿐만 아니라 모든 군사적 무장 상태가 해제되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다. 물론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북한과 협의해 같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해야 평화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언뜻 달력을 보니 10월 24일이 유엔의 날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16개국의 유엔군이 대한민국을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웠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3년여의 전쟁 끝에 1953년 7월 27일 휴전된 지 올해로 65년째다.

지난 4월 27일 첫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출처=청와대, 정책브리핑)
지난 4월 27일 첫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출처=청와대, 정책브리핑)
 

한국전쟁 당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던 유엔군사령부와 남북 3자협의체가 만나 휴전선언을 했던 판문점에서 비무장화 조치를 추진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3자협의체 논의 결과를 보면 파격적이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판문점에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방문하는 것도 허용할 예정이라니 JSA에 총을 든 군인이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이 넘쳐날지도 모른다.

남북 정상이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손을 잡고 건넜던 JSA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된다면 나도 GP에 근무했던 33여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유롭게 비무장화된 JSA를 방문해보고 싶다. 이 소박한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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