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제가 본 한국사회는 결코 ‘다름’을 배척하지 않았어요”

[정부 출범 1년 국민 릴레이 인터뷰 ‘그들의 지난 1년’] ③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 이주민 온드라 씨

2014.2.25

2002년 한국에 여행을 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한국에 정착한 지도 언 12년. 12년의 세월동안 몽골인 온드라 흐(Undrakh)씨 앞에 붙은 이름표는 참으로 많다. 여러 다문화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현재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올해 또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기획자’가 바로 그것. 

이주여성, 중도입국자녀, 유학생, 국제결혼 피해자 등 문화예술 교육에서 소외된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주민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 과정을 이수한 온드라 씨는 수료생들이 제출한 기획안 가운데 최우수 기획안으로 선발돼 올해 그가 기획한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다문화 극단 ‘샐러드’가 주관하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이주민 공연예술아카데미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무용, 연극, 커뮤니티아트, 드라마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9개의 강의를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다문화극단 샐러드가 주관한 이주민공연예술아카데미의 발표회가 작년 12월 28일 개최되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연극 발표 모습. (제공=다문화극단 샐러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다문화 극단 샐러드가 주관한 ‘이주민공연예술아카데미’의 발표회가 작년 12월 28일 개최됐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연극 발표 모습. (제공=다문화극단 샐러드)
공연예술 아카데미는 무용, 연극, 드라마,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 과정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가 개최되었다. 발표회 때 연극 모습. (제공=다문화극단 샐러드)
공연예술 아카데미에서는 무용, 연극, 드라마,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 과정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가 개최됐다. 발표회 때 연극 모습. (제공=다문화극단 샐러드)

그런데 ‘커뮤니티 아트’라는 영역이 매우 생소하다. 온드라 씨는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는 쉽게 말하면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공동체 활동을 이끌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돼요.”라고 설명한다.

그는 “수업을 들으면서 여러 다문화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주민에게 커뮤니티 아트가 매우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언뜻 그의 말이 쉽게 와닿지 않아 그 이유를 물었다.

“제가 목표로 하는 공동체 활동은 다문화 구성원들 간의 화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과 이주민들 모두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진정한 다문화 공동체예요. 문화와 문화가 만나고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그래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요. 문화예술로 접근하면 무거운 이야기로 다가가는 것보다 훨씬 서로에게 상처 주는 요소를 줄여주지요.”

벌써 이주 12년차에 접어든 그지만 고향을 떠나 타지에 산다는 게 쉽지 않을 터,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제가 이주할 당시만 해도 다문화 관련 정책도 없고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요즘엔 도움 받을 곳이 많아서 여건이 아주 좋아졌지요.”라고 말한다.

올해로 이주 12년차를 맞은 온드라 흐 씨는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두 어머니로 여러 다문화공동체 활동 및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 활동도 겸임하고 있다.
올해로 이주 12년차를 맞은 온드라 흐 씨는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어머니로 여러 다문화 공동체 활동 및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 활동도 겸임하고 있다.

‘다름’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으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묻자 그는 “저는 한국사회가 결코 ‘다름’을 배척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완벽을 추구하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더러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그건 업무 능력에서 이주민들이 언어나 기술의 문제로 적응하지 못했을 때 응당 받을 수 있는 질타인데 이런 부분에 상처받고 마음을 닫는 이주민들이 있어요.”라는 다소 의외의 답변이 돌아온다.

그는 또 문화예술을 통한 이주민들의 활동을 독려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이주민 생활의 어려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이주민들이 가진 자원을 보여준 일은 별로 없었지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는 않고 호소만 한다면 당연히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문화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데 이주민들이 자신이 가진 문화 역량을 보여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때 이주민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인식도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 작업을 돕고 양 문화 간의 연결고리가 되는 역할에 일조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온드라 씨의 말을 듣다보니 그녀와 필자의 국적이 바뀐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어쩌면 이주민들의 삶을 생활의 어려움, 적응의 문제로만 봐왔던 것이 도리어 이주민과 현지인 사이의 간극을 만드는 일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그가 자신의 삶을 통해 체득한 혜안이 한편으로는 놀랍기까지 했다.

공연예술아카데미 발표회에서 온드라 씨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다문화극단 샐러드)
공연예술아카데미 발표회에서 온드라 씨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다문화극단 샐러드)

온드라 씨는 공연 아카데미 수료 당시 최우수 기획안으로 뽑힌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를 현재 준비 중이다. 사람이 책이 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함께 대화로 설명해주는 일인데, 이 대화들을 엮어 또 다시 책 한 권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주민과 한국인이 서로에 대해 궁금한 내용들을 대화로 풀어가며 깊이 있는 소통을 나누도록 돕고, 그 이야기들을 모아 여럿이 돌려볼 수 있도록 책으로 발간하는 작업입니다.”라고 온드라 씨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줬다.

“한국의 어떤 분야든 사실상 책을 보면 다 나와요. 그렇지만 그 책에서 설명해주는 내용이 이주민의 시각에서 갖는 궁금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대화가 필요해요. 이주민과 한국인이 서로에게 설명해주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에게 갖고 있던 벽도 낮출 수 있고요.”

공연예술아카데미를 주관한 다문화 극단 샐러드의 박경주 대표는 “기획안 자체도 좋았지만 수업 참여율도 가장 높고,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이 그 누구보다 높았기에 온드라 씨가 최우수 기획안으로 뽑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문화극단 샐러드 박경주 대표, 온드라 흐 씨,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 과정 강사 이수정 씨. (제공=다문화극단 샐러드)
(왼쪽부터) 다문화 극단 샐러드 박경주 대표, 온드라 흐 씨,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 과정 강사 이수정 씨.(제공=다문화극단 샐러드)

“누군 옳고, 누군 그르다는 없어요. 상대에게 역사나 문화를 강요할 수도 없고 서로의 본질을 바꾸라고 할 수도 없고요. 각각의 본질을 받아들이고 존중할 때 올바른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서로 노력하는 가운데 조금씩 벽이 낮춰질 수 있도록 예술이란 소재를 갖고 진정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라며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포부를 들려줬다.

온드라 씨의 말처럼 원하든 원치 않았든 우리 사회는 이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주민 대 한국인이라는 이분법적 관계의 낡은 틀을 넘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그 틈새를 문화예술로 기름칠하고 문화 대 문화로 만나 우위를 두지 않고 서로를 열어보일 수 있는 창을 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일일 터, 온드라 씨의 ‘리빙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정책기자 진윤지(대학원생) ardentmithras@gmail.com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 1.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기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텍스트 데이터는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아니하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사전에 협의한 이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공채시험 합격수기 공모 나는 이렇게 합격 했다!

아래 뉴스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