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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만들고 ‘월병’ 나누고…다문화 음식으로 추석 맞아요!

진안군, 7개국 결혼이주여성 초청 추석맞이 다문화 음식 축제

2013.9.17

[전북 진안] “고명이 너무 많이 올라갔어. 그러니까 자꾸 터지는거야. 그래, 그렇게 반만 넣으면 되겠네. 처음치곤 곧 잘하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이틀 앞둔 16일, 진안 전통시장 광장. 한국으로 시집온 지 1년째 되는 결혼이주여성 김향화(31) 씨가 서툴게 송편을 빚자, 장을 보러나온 최명자(78) 할머니가 예쁘게 송편 빚는 법을 가르쳐줬다.

이날 전통시장에서는 7개국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각국의 전통음식을 만들어보는 ‘다문화 명절 이야기’ 행사가 열렸다. 추석을 앞둔 상태라서 그런지 모두들 들뜬 분위기에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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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신 사노아이까(35) 씨와 진안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이 송편을 빚고 있다.

전북 진안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한국의 명절 문화와 결혼이주여성의 자국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리”라며 “지역 주민들과 음식으로 교류하며, 다문화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과의 교류는 물론 이주여성 스스로의 자존감도 높아졌다.”며 “바쁜 농사철이지만, 다문화 여성들의 참여도가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광장은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을 비롯해 전통시장 체험 학습을 나온 아이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이들은 고유의 명절인 추석의 유래를 설명하고, 송편을 만들어보는 등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가 만든 자국 음식을 나눠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베트남 출신 주부들이 만든 쌀국수는 행사 시작 30여 분만에 동이 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고향 생각에 쌀국수를 준비했다는 한국 생활 4년차 전티김태(24·베트남 출신) 씨는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 한국에서 먹는 국수처럼 대중화된 음식을 공유하고 싶어 준비했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 힘든 점으로 베트남과 다른 풍습을 꼽은 그는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나 제사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베트남의 추석은 날짜는 같지만, 한국보다 간소한 편이다. 이젠 적응을 하고보니, 예를 중시하는 풍습에서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울 점이 많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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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전통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결혼이주여성들과 송편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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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다문화음식 시식회에서는 베트남 쌀국수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

빨간색 아오자이를 곱게 입은 람티미한(31) 씨는 “한국 생활 9년차로 몸과 마음은 어느 정도 적응됐지만, 명절이 돌아오면 베트남 전통 음식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는 “특히 시골에 살다보니 재료 구하기가 힘들어 고향이 그리울 때가 많다.”며 “그래도 저희가 준비한 쌀국수를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친정 부모님께 대접한 것처럼 마음 한편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가리타(53) 씨는 전통의상인 ‘바롱’을 입고 ‘임보띠도’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필리핀에서는 결혼이나 가족행사 때 주로 먹는 음식이라고 소개한 그는 “양념은 다르지만, 한국의 동그랑땡과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다.”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바쁜 농사일로 가족들에게도 해준 적이 별로 없다. 고향의 맛을 공유하고 싶어 준비했는데, 썰어 놓기가 바쁘게 맛있게 드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14년차인 그는 “한국으로 시집오고나서 고향에 딱 두 번 가봤다.”며 “추석이 가까워지니 고향에 계신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 먹고 살기가 팍팍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으니 그리움만 쌓여간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함께 있던 20명의 결혼이주여성들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공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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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진안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한 ‘다문화 추석 이야기’ 행사에서 7개국 20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자국의 전통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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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전통의상인 ‘바롱’을 입고 전통 음식인 ‘임보따이’를 소개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들.

한국 생활 1년차인 김향화(31) 씨의 눈가에도 어느새 촉촉하게 눈물이 맺혔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처음 맞는 명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서 추석하면 ‘송편’을 꼭 만들어 먹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월병’이 빠질 수 없다.”며 “월병은 보름달 모양인데, 송편은 반달 모양이다. 보름달은 날이 갈수록 지는 데 비해 반달은 하루하루 채워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는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열심히 송편을 배운 만큼 시댁에 가서도 열심히 만들어 볼 것”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도 해먹고, 오붓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다코야키’는 아이들과 주부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았다. 다코야키를 만든 오히라또(58)씨는 파랑색의 꽃무늬 기모노를 입고 빠른 손놀림으로 다코야키를 뒤집었다.

오히라또씨는 “다코야키는 전통 음식이라기보다는 1년 내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라며 “오사카 근교인 간사이 지방에서 많이 먹는 지역 음식인데 대중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한국 생활 27년차인 그는 “30년 가까이 살아보니 일본과 한국 음식에 대한 경계가 사라졌다.”며 “송편 만들기는 아직도 서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꼭 만들어 먹는다. 한국을 고향이라고 생각한 지 오래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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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전통의상인 추타이를 입은 손자이코모토(39)씨가 태국식 송편인 사고사이오를 선보이고 있다.

오히라또씨는 그러면서 “제가 살던 나가노 지방이 발효 음식이 발달된 곳이라 한국 와서 김치를 담가 먹으면서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제가 열심히 배우려고 하고, 옆에서 어른들이 열심히 가르쳐주시니까 이제는 갓 시집온 동네 사람들에게 김치 담그는 노하우를 전수해 줄 정도”라며 수줍게 말했다.

한편에서는 태국 송편인 ‘사고사미오’가 찜통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내뿜으며 눈과 코를 자극했다. 초록색 야채를 한데 갈아서 반죽해서인지 색깔이 선명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태국 전통의상인 핑크색 추타이를 입은 손자이코모토(39)씨는 “12년 동안 인삼 농사만 짓느라 사람들과 교류할 시간이 없어 이번에 큰 마음 먹고 나왔다.”며 “태국에서는 추석이 11월인데, 가족들과 밥 먹고 기도하는 것이 전부다. 한국에선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니 명절 분위기도 나고 외로움도 줄어드는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송편을 만드는 테이블에서는 만드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테레김(25·베트남 출신) 씨는 “시어머니께서 송편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시면서 잘 빚으면 아들을 잘 낳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말 첫째 아이를 아들을 낳았다.”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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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진안군 전통시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이 만든 음식과 송편을 맛있게 나눠먹고 있다.

동네 사람들과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김숙자(75)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 중에도 이주여성들이 있지만, 외출을 전혀 하지 않으니 말을 해본 적이 없다.”며 “낯선 곳에서 고생할 텐데 이렇게 나와서 송편도 같이 만들고 하니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것 같다. 처음 먹어본 베트남 쌀국수가 내 입맛에 딱 맞았다.”며 미소지었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 문화가 소중한 만큼 결혼이주여성들의 문화도 소중하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펼쳐진 다문화 음식 축제는 그래서 더 뜻깊어 보였다. 서로 다른 음식을 들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어느새 친구가 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사이 5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마음 속에 환한 미소가 번질 수 있게 이번 추석에는 환한 보름달이 뜨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박기태(대학생) sosrncnf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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