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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도입 “뒷골목도 맘 편히 다닐 듯”

내년부터 자치경찰제 도입… 지역 사정 잘 알아 민생치안에 도움될 듯

2018.11.21

‘괴한이 행인을 찌르고 골목으로 달아나 추격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뉴스나 영화에서 간혹 보는 장면입니다.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거나 골목 사정을 훤히 하는 범인에 비해 경찰이 지역 사정을 잘 몰라 놓치는 경우도 아마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경찰이 근무하는 곳의 도로 사정은 물론 후미진 골목까지 훤히 들여다볼 정도로 잘 알고 있다면 범인 검거가 그만큼 쉽지 않을까요?

경찰은 1~2년 단위로 이동이 잦아 근무환경을 익히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출처=뉴스1)
경찰은 통상 1~2년 단위로 보직과 근무지 이동이 잦아 지리 등 근무환경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출처=뉴스1)
 

경찰은 보직 이동이 잦은 편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배치받으면 근무환경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만약 지자체별로 한 곳을 정해서 오래 근무한다면 이동에 따른 근무 적응이 필요 없고 인사이동을 해도 한 지자체에서 이동해 지역 사정에 훤하다면 범인 검거가 더 쉽지 않을까요?

평소 이런 아쉬움을 갖고 있었는데 정부가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범죄 예방은 물론 범인 검거율이 높아질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내년부터 민생치안 업무가 2022년까지 자치경찰에 이관된다.(출처=정책기자단)
내년부터 민생치안 업무가 2022년까지 자치경찰에 이관된다.(출처=정책브리핑)
 

자치경찰제도는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입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이며 지방분권 강화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기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서 맡고 있던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사무가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단)로 이관됩니다.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교통사고·음주운전·공무수행 방해 등의 민생치안 수사권도 내년부터 서울, 세종, 제주 등 5개 시범지역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치경찰에 넘어간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경찰 인력 중 36%인 4만3000명이 단계적으로 지방직 자치경찰로 전환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가경찰은 대테러·첨단범죄 등 전국적 치안 업무를 담당합니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예로 든 범죄가 발생했을 때 자치경찰들이 지역 사정을 훤히 알게 돼 범죄를 저지르고 골목으로 달아난다고 해도 꼼짝없이 잡히게 생겼습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골목 사정을 훤히 아는 자치경찰에 의해 범인 검거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출처=KTV)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골목 사정을 훤히 아는 자치경찰에 의해 범인 검거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출처=KTV)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미국, 독일, 스위스, 영국, 일본 등 50개국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자치경찰제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이미 시작했습니다. 2007년 3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이 본격 시행됐는데요. 출범 당시 38명이던 자치경찰은 현재 13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그만큼 민생치안에 소요되는 자치경찰 수요가 늘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 지역주민의 요구에 맞고, 지역 실정에 특화된 치안서비스 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좀 더 효율적인 치안행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동네 순찰을 하며 술 취한 주민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교통사고나 가정폭력 등에 신속히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자치경잘체가 시행되면 동네 사정을 잘 알아 신속히 출동할 수 있다.(출처=KTV)
자치경잘체가 시행되면 동네 사정을 잘 알아 신속히 출동할 수 있다.(출처=KTV)
  

‘○○주점에서 폭행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면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어 신속한 민생치안 조치가 가능해집니다. 또 한 곳에 오래 근무하기 때문에 주민들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어 주민친화형 경찰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몇 명이 사는지 훤히 꿰뚫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자치경찰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습니다. 1995년 6월부터 지방자치제를 처음 시행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자치단체 문제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로 정착됐습니다. 자치경찰제도입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지방자치제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정착돼 나갈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경찰이 서민을 괴롭히는 동네 조폭 단속에 나서 피의자를 체포하는 모습(출처=정책기자단)
경찰이 동네 조폭 단속에 나서 피의자를 체포하는 모습.(출처=정책브리핑)
 

현직에 있는 경찰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제가 사는 성남시 분당구 ○○파출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경찰 근무 경력 23년째인 박성철(가명) 경위는 “여기 근무한 지 1년째인데, 이제야 동네 골목골목을 다 알게 됐어요. 처음에 신고가 들어와 출동할 때는 지역 확인을 하고 가느라 출동시간이 늦어지기도 했죠. 112에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신속한 출동이 생명이죠. 저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오래 근무하게 돼 근무 적응기간이 짧아져 그만큼 민생치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골목이 많은 동네는 경찰이 지리를 익히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골목이 많은 동네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범인 검거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들어봤습니다.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에 사는 한영순(60) 씨는 “우리 동네는 단독주택이 많아서 밤에 골목 다니기가 조금 무서워요. 여기 이사온 지 2년째인데요. 이제야 동네 골목이 조금 눈에 들어와요. 경찰이 한 곳에 오래 근무하면 골목 사정을 잘 알지 않겠어요?” 라며 자치경찰제 시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경찰관 1명당 담당 주민수는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찰 1인당 담당 주민수는 전국 평균 456명입니다. 이는 1인당 주민수인데요. 보통 3교대 근무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근무인원으로 따지면 담당 주민수는 훨씬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관이 잦은 보직 이동을 한다면 그만큼 근무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민생치안에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정부는 자치경찰제를 내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시행 초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지방자치제처럼 제도 보완을 해서 발전시켜 나가면 됩니다.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경찰도 자치경찰로 거듭나 민생치안 일선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민생경찰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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