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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장(왼쪽)·양지훈 연구원 |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BTS’
지난 9월 1일, 코로나와 태풍으로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빌보드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그것도 대표 차트인 빌보드 핫100에 국내 가수가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BTS는 곡을 발표한 주에 곧바로 1위(핫 샷 데뷔)를 차지하였다.
올해 초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쾌거에 이어, 같은 해 BTS의 빌보드차트 석권은 명실상부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이정표라 할 만한 사건이다. 이제 한류가 일시적 문화현상이 아닌 지속성을 지니는 하나의 장르 혹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과다.
이러한 성과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실제적인 경제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 빌보드 차트 1위의 경제적 효과는 1조 2324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801억 원의 부가가치효과, 그리고 고용 유발효과는 총 7928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BTS가 빌보드 앨범차트(핫200) 1위를 했던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직접 매출과 화장품, 의류 등 소비재 수출 증가 예상치에 따르는 부분을 포함시켜 산출했다. 반면, 최근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 중 하나인 투어공연 매출 등은 제외했고 관광객 유치 등으로 유발될 수 있는 효과 역시 제외한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이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주류문화와 융화되고 있는 ‘케이팝’
기존에 BTS의 인기가 화재가 된 데에는, 그들의 노래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돼 있었다는 측면이 포함돼 있었다. 과거에 우리가 팝송을 들으며 그러했듯이, 해외 팬들은 BTS의 한국어 가사의 의미를 궁금해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다이너마이트에서는 처음으로 가사를 영어로 하고, 영미계 유명 제작자가 곡을 작곡했으며, 뮤직비디오 내에도 미국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복고풍 이미지, 의상 등이 상당수 포함됐다. 때문에 전에는 BTS가 팬클럽인 아미(ARMY)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호기심은 생기지만 알기는 어려운 그룹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어 융화된 BTS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러한 양상은 라디오 방송 순위를 통해 확인된다. 미국은 지리적 특성상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고 별다른 사회자의 멘트 없이 비슷한 종류의 노래들을 반복해서 트는 경우가 많기에 친근하게 들을 수 있는 자국 노래를 많이 방송하는 편인데 신곡 다이너마이트는 라디오 방송 순위에서 18위를 차지했으며, 빌보드차트에서 지금까지 3주 동안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포브스는 이에 BTS의 인기는 일시적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이라 칭하며, 싸이 등 이전 일시적 신드롬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시장에서 케이팝에 대한 인식이 일부 팬덤을 기반으로 형성된 비주류문화(sub culture)라는 인식이 강했던데 비해 BTS를 통하여 바뀐 케이팝에 대한 인식은 그들의 주류 문화로 녹아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심지어 기존 미국 대중문화가 자기자랑, 마약중독, 우울한 자아 등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었던 것에 대한 대안으로서 BTS 내지 케이팝의 문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스타에비뉴에 설치된 방탄소년단 사진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정상을 2주 연속 지켰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향후 눈여겨 볼만한 관전포인트들
앞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그동안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가 금방 사라졌었던 다른 곡들과 달리 다이너마이트가 얼마나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속성에 대한 부분이다. 9월 2째 주까지 이례적으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3째 주에도 2위를 기록한 다이너마이트의 순위가 상위권에서 지속되면 그 파급력과 효과는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중들에게 케이팝이라는 범주로 묶일 수 있는 한국 가수들의 동반 성장 역시 눈여겨 볼 사항이다. 최근 YG의 블랙핑크의 신곡 아이스크림은 발표한 첫 주 빌보드 핫100에 13위로 진입하며 동반효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 초,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으면서도 동시에 보수적인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에서 BTS가 시상할 경우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한류 관련 정책 패러다임, 콘텐츠 선도국에 필요한 변화
국내 콘텐츠산업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직후 발생한 코로나19라는 쉽지 않은 난관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된 한국 드라마의 인기, 빅히트와 SM을 필두로 이뤄진 온라인 유료콘서트의 개최, 만화 종주국인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나타나는 웹툰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현상의 중심에는 한국의 콘텐츠산업, 대중문화산업이 있으며 당연히 지금의 기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류에 대한 접근은 핵심인 대중문화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타 영역에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역박람회에 케이팝 공연을 연계한다든지, 글로벌 국제행사에 한류 스타를 초대하거나, 외교행사에 동원하는 등과 같은 접근이 그러한 것이다. 또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을 한국의 문화 내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많았으나, 정작 대중문화는 저급한 문화로 여기고 천대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대중문화 관련 박물관, 공연장 등을 건축하려는 시도는 무산된 경우가 많았는데, 공연장의 경우 아레나 공연장, 한류 월드 등 한류가 이슈화 될 때마다 의욕적으로 계획을 수립했지만 현재 활용되는 것은 고척동 돔 경기장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영화, 드라마 등에 대한 국립 박물관 건립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케이팝의 인기 이면에 있는 다양한 종사자들, 어린 연습생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향후 한류 관련 정책 패러다임은 ‘콘텐츠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에 맞도록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향후 우리나라가 콘텐츠 선도국인 미국, 과거 일본 등과 비슷한 위상이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준비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을 대비해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산업 투명화, 선진화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 진출을 노리는 해외 OTT들의 한국 동반 전략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해외 OTT와의 동반성장, 동반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우수 IP 확보 이외에 국내 기업이 진출한 해외 국가의 IP(웹툰 등) 획득에 대한 혜택 부여를 통해 아시아의 창 역할을 기획해야 한다. 미국 할리우드 수준의 콘텐츠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하여 한류관광객 유치 대응 태세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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